파바로티 노래 테이프가 내 스승
어부의 아들로 태어나 철공소에서 일하던 청년
투잡 쓰리잡 뛰며 프로권투선수
국제 콩쿠르 28회 우승한 오페라 테너 조용갑
오페라 테너 조용갑(47)은 원래 프로 권투선수였다.
성악가로 데뷔한 시기 그는 서른이었다.
어부의 아들로 태어나 높은음자리표,
낮은음자리표도 모르고 어린 시절을 보냈다.
피아노는 스무살에 교회에서 처음 배웠다.
그런 그가
이태리 산타 체칠리아 국립국악원을 졸업했다.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 알도 클레멘티,
체칠리아 바르톨리 등이 졸업한 명문이다.
늦깎이지만
300회 이상 오페라 주역으로 무대에 올랐다.
비오티(Viotti), 베르디(Verdiani) 등 국제 콩쿠르에서
20회 이상 우승했다. 클래식 음악으로 대성하려면
어릴때부터 조기 영재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편견을 깬 비결은 ‘파바로티 테이프’와 ‘열정’이란다.
라펠리체 아트홀에서 만난 테너 조용갑
출처 : jobsN
어부의 아들, 힘들었던 유년시절
-섬마을에서 태어났다 들었다.
“전라남도 가거도에서 태어났다.
국토 최서남단에 위치한 끝섬이다.
가거도에서는 서울보다 중국이 더 가깝다.
목포에서도 여섯시간 정도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아버지는 뱃사람이었다.
어머니는 약초를 캐러 뒷산에 다녔다.
노래, 음악, 클래식과는 전혀 관련없는 사람이었다.”
-유년 시절이 힘들었다고.
“집이 가난했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부모님을 대신해 동생들을 돌봤다.
어머니가 독실산에서 캐온 약초를
반찬 삼아 보리밥을 해 먹였다.
아버지는 술만 마시면 폭력을 휘둘렀다.
엇나가고 싶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였다.
가거도는 사방이 바다라 가출할수도 없었다.
외롭거나 슬플 때 숨을 수 있는 비밀아지트를
뒷산에 만들었다. 달빛 아래 누워서
‘내 인생은 왜 이럴까’라는 생각을 했다.
서러워서 울다가도 달빛 아래 귀뚜라미 소리,
바람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졌다.”
음악 교육은 돈이 많이 든다.
“집안이 서서히 망하려면 성악을 시켜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그는 대한민국 최서남단 가거도에서 태어나,
단 한 번도 정식 교육을 받지 못했다.
'동양의 파바로티' 조용갑의 아버지는 어부였다.
윗줄 가운데(왼쪽), 맨 오른쪽(오른쪽)이 조씨다.
출처 : 조씨 제공.
-서울로 올라온 이유는?
“가거도에는 고등학교가 없었다.
고등학교를 가려면 목포나 광주로 유학을
가야했지만, 그럴 돈이 없었다. 배멀미가 심해서
아버지를 따라 뱃일을 할수도 없었다.
집에서는 뭍(서울)에 가서 돈을 벌어 부치라고 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서울 성수동에서
철공소 일을 시작했다.”
프로복서로 활동,
독학으로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 입학
한때 프로 권투선수로 뛰었지만,
권투가 세상에 대한 분노와 가난을 해결해주지는
못했다. 음악을 하기 전까지
두눈에 독기가 서려있었다고 그는 말한다.
출처 : 조씨 제공
-교회를 다니며 음악을 처음 접했다고 들었다.
“공장노동을 하면서 교회를 다녔다.
그때 음악을 처음 접했다.
전에는 항상 두 눈에 독기가 서려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공장에서 심부름을 하다가
실수를 해서 망치로 맞은 적도 있다.
거칠고 배고프게 살아왔는데
노래를 부르다 보니 밝고 긍정적으로 변했다.
음악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열심히 살아보고 싶어 성수동 공장을 다니며
야간고를 진학하기로 했다.
학비마련을 위해 주말이면 신문배달을 했다.
지하철 장사,호떡장사, 레크리에이션 강사,
인형극 강사, 철공소 노동까지 안해본 게 없다.
뭘 하든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레크리에이션 강사 자격증,
인형극 강사 자격증도 있다.
권투선수는 프로니 말할것도 없다."
-어쩌다 권투를 시작했나
“야간고 다닐때 괴롭힘 받는 친구를
도와주다가 불량 학생에게 자주 맞았다.
복수하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시작했다.
스파링 상대역으로 복싱 글러브를 끼기 시작했다가
프로로 입문해 10년 가까이 활동했다.
5승 1무 전적을 가지고 있다.
이른바 ‘헝그리 정신’으로 한계를 뛰어넘는
훈련을 하다보니 멘탈이 강해졌다.
시합 1주일 전부터는 체중조절을 위해
먹지도 못하는데 운동까지 해야한다.”
"언젠간 내게 기회가 올거야 내 노래를 들려줄,
멋진 무대 위, 사람들 앞에서 가슴이 터질 듯한
함성이 들려 Music Is My Life"
가수 임정희의 노래가사다.
그는 음악을 만나고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서울 상경 후 10년을 노래에 미쳐 살았다.
출처 : 조씨 제공
-복싱과 성악을 비교한다면?
“몸이 두꺼운 것이 둘다에서 장점이다.
또 복식호흡, 박자감, 강약조절이
복싱과 성악 모두에서 중요하다. 권투선수 시절
다진 폐활량과 체력이 성악할 때 유리했다.
차이점은 무대의 느낌이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성악을 하면 좋은 무대에 올라가서 박수까지 받는다.
권투는 전쟁하러 올라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무대위에서 턱을 잘못 맞기도 하고
설사를 하기도 한다. 또, 오페라에서
는 아름다운 여주인공과 사랑을 연기하지만
권투선수는 여자를 멀리해야 한다.”
-노래연습은 언제 한건가
“생활화했다. 운동을 하다 노래를 부르고,
말할때도 성악톤으로 했다.
성악가들은 따로 애용하는 연습공간이 있지만
나는 온세상을 무대로 삼았다. 슈퍼에 가서,
‘아주머니,초코파이 주세요’를 뮤지컬 처럼 불렀다.
사람들이 쳐다봤지만 지하철에서도
나도 모르게 노래를 불렀다.
교회에서 노래하고, 산에서 조깅하다가도 노래했다.
성악에 미쳐 살았다. 당장 돈이 없지만
언젠가 꼭 유학을 갈수 있다고 믿었다.
돈빼고 모든것을 갖추자는 마음가짐이었다.
책을 사서 횡격막의 움직임 등 발성을 혼자 연구했다.
파바로티 테이프는 10년동안 거의 매일 들었다.
카세트를 틀고 잠들어 꿈에서 악보가 나오기도 했다.”
한국 빛낸 오페라 테너
“이제는 내가 돌려줄 차례”
출처 : /사진 조씨 제공
-산타체칠리아 음악원 합격 비결은?
“약 10년간 성악을 독학했지만 전문가의
검증을 받지 못했다. 이탈리 유학 가기전
유명 성악가를 찾아가 ‘과연 제가 이탈리아에 가서
성악가로 성공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그는 ‘파바로티보다 더 괜찮은 소리를 가졌다’고 했다.
또 노래를 잘한다는 소문이 퍼져
1억원의 후원을 받았다.
입학 시험 때는 남들이 잘 선택하지 않는
어려운 곡을 수백번 수천번 불러 완벽하게 연습했다.
나중에 이탈리아 유학을 마치고
김정렬 성악가를 다시 찾았다. 알고보니
‘파바로티보다 더 괜찮은 소리를 가졌다’
는 칭찬을 모든 제자에게 격려차 하는 이야기였다.
그래도 그 이야기가 유학생활을 할 때 큰 힘이 됐다.”
-이탈리아 유학시절 상을 휩쓸었다고 들었다.
“산타체칠리아에 입학하고 2년 뒤부터
상을 받기 시작했다. 콩쿠르에서 28번 우승했다.
오페라까지 하면 더 많다.
한국에서는 다른 일을 하며 생활비를 벌었지만,
유학때는 노래로 경제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각오를 세웠다. 동양인이라 불리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유리한 점도 있다고 생각했다.
외국인이지만 능숙한 연기와 감정표현을 보인다면
이탈리아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절실한 마음으로 도전해 좋은 결과를 낳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는?
“오페라 대가인 레나토 부르손
( Renato Bruson)과 함께 한 오텔로 무대다.
외국인은 오페라의 주인공을 맡기 쉽지 않다.
고음에 자신있다. 목이 짧은 사람이 고음을 잘낸다.
나는 땅땅한 체격에 목이 거의 없다.
고음위주의 노래인 라보엠, 오델로를 선택해
수천번 불렀다. 2000년 라보엠에서
주역을 맡아, 정식 데뷔 했다.”
테너 조용갑이 표현하는 희로애락은
그의 삶에서 묻어나온다.
자부심 높은 이탈리아인들의 극찬을 받았다
출처 : 조씨 제공
-음악학도들을 위한 조언?
“발성, 테크닉, 이탈리아어 발음도 중요하지만
먼저 가슴으로 음악을 느껴야 한다.
사랑을 잃은 연기에서 소리가 예쁘기만 하고,
슬픔이나 고통이 안 묻어나는 경우가 있다.
책, 영화를 통해 간접 경험을 많이 해야 한다.
감정을 잘 표현해야 감동을 전할 수 있다.”
-앞으로의 꿈은 무엇인가
“유명 오페라의 주역으로 활동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재능과 노력을 알아준 분들의 후원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내가 다른이들의 꿈을 도울 차례다.
‘조용갑 성악스쿨’을 열어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무상으로 가르치고, 원서비, 반주자 섭외비,
유학비용 등을 2년째 후원하고 있다.
그 중에는 세월호 사건에서 살아남은
단원고 학생도 있다. 재능이 있지만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돕고 싶다.”
글 jobsN 장채린 인턴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첫댓글 https://youtu.be/Y0lWdrGR4_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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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