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무릎을 베고 잠든 너를 내려다본다
고요해서 다정한 얼굴을 본다
내 애인들은 모두 나보다 작았지
너도 그렇게 될까?
오늘보다 어렴풋한 곳으로 발끝을 뻗으며
옅은 숨을 보낸다
같은 그릇에 놓인 음식을 먹고
같은 컵으로 물을 마시고
같은 칫솔, 아, 그건 못할 것 같아
너울거리며 내리쬐는 햇빛
너의 얼굴에 손차양을 해주는 나는
참 이상하지 금방이라도 뭉그러질 것 같으니
우리, 절대 같이 사진을 찍지 않는 사이
언제든 되돌아갈 수 있는 이야기들은
만들지 말기로 해
도시락의 미지근한 과일을 서로의 입에 넣어 주는
잘못 예매한 영화표를 간직하는 사이
시시하게 끝나는 끝말잇기를 하며
어렵지 않게 빗나가서 안도했던 적 있지
넘어가는 해가 무서워
밤이 오면 우리 그림자는 또 흩어져 버릴 거야
손차양을 하는 팔의 힘이 점점 빠지고
손바닥에 느껴지는 네 긴 속눈썹이 간지러워
나는 그저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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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오후/2018년 한국경제 당선자 신작시
김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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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14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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