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라니? 이미 용어전쟁에서 졌다! '오염수'는 거짓, '처리수'가 진실. 왜 알면서 끌려다니나? 조샛별(조갑제닷컴)
이재명의 민주당이 벌여온 ‘후쿠시마 오염수’ 선동에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무기력하게 당하고 있다. 용어전쟁에서부터 지고 있으니, 아무리 ‘과학과 사실’을 앞세워도 지고 들어가는 싸움이다. 후쿠시마 ‘오염수’냐, ‘오염처리수’냐의 싸움은 거짓 對 진실, 맹신 對 과학의 싸움인데, 윤 정부는 과학과 진실을 포기하는 선택을 했다.
정부·여당은 지난달 후쿠시마 오염수를 처리수로 바꿔 부르는 방안을 내부 검토했다가, 야당이 ‘국민 자존심을 짓밟는 매국 행위’라고 비판하자 “용어 변경을 검토한 적 없다”(임승철 원자력안전위원회 사무처장)며 물러섰다.
여기에 더해 이달 13일에는 외교부가 대변인 정례브리핑을 통해 “기존 입장대로 ‘오염수’란 명칭을 계속 사용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거짓 선동에 밀려 진실을 포기한 것이다. 그 결과 이재명 대표는 최근 ‘오염수도 약하다’, ‘핵 폐수라고 부르겠다’며 괴담의 수위를 높였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을 거쳐 태평양 바다에 방류될 물은 ‘오염수’가 아니다. 당연히 후쿠시마 오염수가 아니라 ‘오염처리수’가 맞다. ‘오염수’가 방류되는 걸 막기 위해 수년 간 국제적 검증단이 꾸려져 검증을 했고, 안전에 문제가 없는 수준으로 처리한 물을 방류하게 되므로 그 물은 ‘처리수’라 불러야 마땅하다. 이 당연한 논리적 귀결을 현재 일본 뿐 아니라 대부분의 선진 국가들이 받아들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오염됐던 물을 방사성 핵종을 제거한 상태로 보관 및 처리해 바다에 내보내기 때문에 '처리수'가 맞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원전 내부에서 발생한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걸러낸 뒤, 세슘이나 스트론튬과 같은 방사성 물질을 기준치 이하로 떨어뜨리면 방류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ALPS 처리 이전 상태를 '오염수'로, 처리 이후를 '처리수'로 부르며, 용어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류 절차를 보면 ALPS로 '처리된' 물을 내보내는 게 사실이다.
대다수 원자력 전문가와 미국·유럽 등 다수의 국가들이 일본과 같은 입장이다. 이달 말 국제검증단의 최종 보고서를 발표할 국제원자력기구(IAEA) 역시 그간 사무총장 성명 등 공식 문서에서 처리수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현재 정부 차원에서 '오염수'라는 용어를 쓰는 나라는 한국 외에 중국, 러시아, 북한, 일부 태평양 도서국 정도다.
ALPS로 '처리된' 물은 오염수가 아닌 ‘처리수’라는 이 당연한 논리적 귀결을 왜 우리 정부만 수용하길 두려워하나? ‘오염수’라는 용어 자체가 거짓인데, 이 용어를 계속 쓰겠다고 공식 선언함으로써 거짓에 굴복하고 말았다. 후쿠시마 선동을 ‘제2의 광우병 사태’, ‘괴담정치’ 라고 비판하면서도 정작 용어 전쟁에서는 지고 들어가니 아무리 ‘과학과 사실’을 강조해도 국민 여론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여당과 정부도 무엇이 정확한 용어인지는 이미 알고 있다. 지난 달 11일 국민의힘 ‘우리바다지키기검증TF’ 위원장을 맡고 있는 성일종 의원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바깥으로 방류하는 물에 대해서는 처리해서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오염처리수라고 쓰는 게 맞지 않나"라고 말했다.
성 의원은 "알프스(ALPS·다핵종제거설비)라는 다핵종을 걸러내는 기기가 있다. 이 기기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검증했고 (IAEA·국제원자력기구)가 주축이 돼서 다 검증하고 시험하고 있다"며 "국제법적으로 기준치 이내에 들어왔을 때 그 물을 바깥 바다에 방류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광우병·사드 전자파 사례 등을 언급하며 "과학의 영역을 정치의 오염된 영역으로 끌어들여서 남겼던 나쁜 선례들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 과학을 오염시킨다든지 과학을 부정한다고 하면 우리 대한민국이 문명국가라 할 수 없다"며 "특히 정치권에서 이런 문제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비판하거나 또 대안을 낼 수 있지만 과학을 뛰어넘는 상식을 벗어난 일은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하태경 의원도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용어 정정부터 좀 필요한데 엄밀하게 오염 처리수"라며 "오염수를 방류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오염수를 한 번 거른 오염 처리수에 대해서, IAEA는 오염 처리수가 방류할 만한 정도로 여과되어 있는가, 정화되어 있는가. 이거를 보는 것이고 우리 한국 시찰단은 그 처리 과정을 검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와 여당이 과학과 진실에 부합하는 용어가 무엇인지 알면서도 ‘오염수’라는 거짓을 고수하는 결정을 함으로써 현재 거의 모든 언론사가 ‘오염처리수’가 아닌 ‘오염수’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용어 전쟁에서 지고 들어가니 당연히 여론전에서도 밀릴 수 밖에 없다. 언제까지 이런 지는 싸움을 할 건가.
---------------------------------------------------------------------------------------------------------- ● SBS는 23.5.19자 “[사실은] 오염수? 처리수? 다른 나라는 어떻게 부를까” 보도를 통해 미국, 유럽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어떤 용어를 쓰고 있는지 자세히 보도했다. 보도 내용 중 각 국가별 사례를 그대로 인용해 소개한다
다른 나라는 후쿠시마 오염수를 어떻게 부르고 있을까요. 현안이 뜨거운 만큼 좋은 참고 사항이 될 것 같습니다. SBS 팩트체크 사실은팀이 확인했습니다.
사실은팀의 분석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국가 별로 외교를 담당하는 외무 부처가 외부에 공표한, 가장 최근 자료를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특히, 방류의 '주어'에 해당하는 표현을 중점적으로 살폈습니다. 처리 과정을 설명할 때는 오염수와 처리수를 동시에 쓸 수밖에 없습니다. 그건 한국도 그렇습니다. 결과적으로 무엇이 방류된다고 언급하는지, 즉, "오염수가 방류된다"고 쓰는지, "처리수가 방류된다"고 쓰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먼저 일본입니다. 당연히 '처리수'입니다.
“5월 10일, 원자력 규제 위원회는, 작년 11월에 도쿄 전력으로부터 신청된 ALPS '처리수'의 해양 방출시의 운용 등에 관한 실시 계획의 변경을 인가했다. 5月10日、原子力規制委員会は、昨年11月に東京電力から申請されたALPS処理水の海洋放出時の運用等に係る実施計画の変更を認可しました。 - 일본 외무성 보도자료, 지난 5월 10일.”
이제 미국과 유럽 알아보겠습니다. 미국 국무부와 EU의 대외관계청, 추가로 영국 외무부가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해 표명한 입장 가운데 최근의 공식 문서를 살펴봤습니다. 모두 처리수(treated water) 혹은 알프스 처리수(ALPS treated water)라는 표현을 쓰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일본이 국제 원자력 안전 기준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처리수'를 분산시킬 준비를 하고 있는 만큼, 일본의 지속적인 (정보) 공개와 국제 사회와의 긴밀한 협조를 환영한다. …… we welcome Japan's continued openness and close coordination with the international community as Japan prepares to disperse the treated water in a manner that appears to be in line with the internationally accepted nuclear safety standards. -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 언론 브리핑 발언, 지난 2월 15일.”
“EU는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의 'ALPS 처리수'를 국제 안전 기준에 부합하도록 해양 방류하는 계획에 대한 IAEA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환영한다. The EU welcomes the IAEA's ongoing monitoring of Japan's plan to discharge 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 (ALPS) treated water from the Fukushima Daiichi Nuclear Power Plant into the ocean in order to ensure that any discharge is in line with international safety standards. - EU 대외관계청, 2023년 원자력 안전 검토에 관한 IAEA 이사회에서의 EU 성명서, 지난 3월 6일.”
“일본은 현장에서 'ALPS 처리수'의 배출 과정을 포함해 도쿄전력 후쿠시마 다이이치 원자력 발전소의 현재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업데이트 사항을 제공했다. Japan provided a detailed update on the current situation at TEPCO's Fukushima Daiichi Nuclear Power Station, including the process for the discharge of the ALPS treated water at the site. - 영국 외무부, 제11차 일본-영국 원자력 회담 논의 내용 요약 정책서, 지난 1월 17일.”
G7(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역시 처리수(ALPS treated water)라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우리는 다핵종제거설비(ALPS) 처리수의 배출이 IAEA 안전 기준에 따라 수행될 것을 보장하기 위한 IAEA의 독립적 검증를 지지한다. We support the IAEA's independent review to ensure that the discharge of 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 (ALPS) treated water will be conducted consistent with IAEA safety standards …… - G7 기후·에너지·환경장관 성명, 지난 4월 16일.”
이번에는 중국과 러시아, 북한 알아보겠습니다. “우리는 미일 등 G7 국가들이 '핵오염수' 방류 계획을 중단하도록 촉구한다. 我们敦促美日等G7国家 …… 停止强推核污染水排海计划 …… - 중국 외교부 왕원빈 대변인 정례브리핑, 지난 11일.”
“우리는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에서 '물'을 빼내려는 계획에 대해 일본 측에 항의하지 않았다. мы не заявляли протестов японской стороне в связи планами Токио осуществить сброс воды с АЭС «Фукусима-1». - 러시아 외무부 이반 네차예프 러시아 외무부 정보언론국 부국장 언론 브리핑, 지난 2022년 7월 27일.”
“일본은 인류와 국제 사회의 엄정한 요구에 귀를 기울여 화근을 초래하는 위험한 '핵오염수' 방류 계획을 지체 없이 철회해야 한다. - 북한 외무성 김설화 일본연구소 연구원 명의의 글, 지난 1월 30일.“
중국과 북한은 핵오염수(核污染水)라고 강한 표현을, 러시아는 물(воды)이라고 쓰고 있습니다. 다만, 러시아 외무부가 브리핑 내용을 영어로 번역한 문서에는 물(water)과 폐수(wastewater)라는 표현을 함께 사용하고 있습니다. 2021년 러시아 외무부는 방사성 물(радиоактивной воды)이라고 표현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