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림사 겨울이야기
유옹 송창재
묵은 고찰
얼룩진 단청은
검버섯 감추려
어설프게 화장한 얼굴이
묘한 색기 부르는
작은 주막 늙은 주모의 주름진 얼굴처럼
한 때의
교태섞인 미색만
비릿한 자취처럼
쓸쓸함을 남기고
앞 도랑 넓지않은 대 밭에 숨어드는 바람은
전설의 이야기를 안다는 척
합니다.
하늘에 칼금 그을 듯
비수같은 대바람 소리는
사납게 써걱거리며
도랑 오리 떼 속으로 잦아 듭니다.
송사리만 살 듯한
도랑만한 개울에는
큰 호수에서 쫓겨난
못난 애비 배 고픈 오리 가족만.
천년묵은 산사
용마루 꼭대기의 내려부는
귀기서린 바람이
도랑가 대밭을 드나들며
천년의 이야기를
어제였던 것처럼
허기져
미꾸라지 찾는 오리에게
슬며시 전해 줍니다.
미꾸라지도 없는 산사도량 도랑에서
송사리 만한 늙은 선사
하나 만
천년지난 이야기에
흠뻑 젖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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