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자전거를 잘 탄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는 어설프기 짝이 없게 자신도 남도 불편하도록 운전을 하는 아내가 자전거를 몰 때는 거의 환상적으로 운전을 한다. 웬만한 사람들은 일단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
어떤 남자가 자전거를 타고 괜히 아내의 자전거를 뒤쫓다가 포기한 적이 실제로 있었다. 속도만이 아니다. 불법 주차된 차량과 사람들로 엉긴 복잡한 골목을 신기하게도 잘 빠져나간다. 좁은 통로를 전혀 주저하지 않고 산뜻하게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면 아내와 자전거는 그 순간 축소모드로 변신하여 달리는 것 같다.
따라가던 나는 그런 곳이 있으면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간다. 결혼 전, 경주 보문단지에 아내와 자전거 하이킹을 갔던 적이 있다. 자전거를 타고 경주의 봄과 벚꽃을 한껏 즐겼다. 그러다가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한 내가 아내의 자전거 옆으로 바싹 다가붙어 겁을 주려고 했는데 아내는 너무도 유유히 내 자전거를 왼쪽 발로 탁 걷어차고는 쌩 달려버린다. 보기 좋게 넘어져버린 나는 그때의 무안함을 어떻게 달랬는지 기억도 하기 싫다.
때때로 자전거가 한 대 뿐일 때 우리 내외는 아내가 자전거를 운전하고 나는 뒤에 타고 이동한다. 사람들이 꼴불견이라 할지 몰라도 내가 운전하고 아내를 태우기보다 훨씬 안전하고 편안하다. 우리 내외가 다 자전거를 즐기니 아들 둘도 자전거 타기를 좋아한다. 큰 아들은 엄마를 닮아서인지 자전거를 상당히 잘 탄다. 수성못으로 같이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팔을 부러뜨린 적도 있지만 깁스 풀기가 무섭게 자전거를 탔다. 큰 아들은 동생을 뒤에 태우고서 온 동네를 돌아다닌다. 작은 아들도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는 철조망에 넘어진 아픈 기억도 있지만 지금은 자전거를 좋아한다. 작은 아들이 자전거를 타고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을 혼자서 달리는 것을 차를 운전하다가 본 적이 있는데 그렇게 대견할 수가 없었다.
때때로 가족들 넷이서 모두 자전거를 타고 신천 둔치를 달린다. 자전거를 타고 상동교의 끝에서 희망교, 수성교를 거쳐 마지막 침산교를 지나 잠수교를 건넌다. 거기서 금호강을 만나 오른쪽으로 빠지면 길은 깔끔한 흙길로 바뀐다. 여기쯤에 오면 아내는 플룻을 불면서 자전거를 타는 묘기를 부린다. 아들 둘이서 그 뒤를 에스코트하면서 따라 붙는다. 난 맨 뒤에서 조심조심 따라간다. 그 길이 끝나는 곳에 있는 동네 분식점에 들러 자전거를 같이 세워두고 라면과 치킨을 먹는 것으로 우리 가족 자전거 하이킹은 마무리된다.
지금 집에는 자전거가 두 대밖에 없다. 자전거가 자꾸 없어진다. 아무리 자물쇠를 채우고 간수해도 아차 하는 순간 없어져버린다. 새 자전거일수록 더하다. 이제는 중고 자전거만 두 대가 남아있다. 아무래도 이번 주말에는 자전거 가게에 가서 좀 괜찮은 중고 자전거를 두 대 더 사야겠다. 이번에 사는 자전거는 없어지지 않고 좀 오래 쓸 수 있어야 할 텐데. (대구시 교육청 장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