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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잃는 것과 얻는 것 청초 이용분
나이가 먹은 탓인지 무얼 잘 두면 둘수록 더 찾기가 힘이 든다.
그래서 요즈음은 가능하면 머리 맡 잘 보이는 곳에 주욱 늘어놓
고 살게 된다. 그래도 간혹 잘 둔다고 둔게 영 생각 나지 않아서
쩔쩔 맬 적에 이리저리 찾노라 뒤적이다 보면 같은 이유로 못찾
았던 의외의 물건들은 찾게 되는 수가많다.그래서 원래 찾던 물
건도 찾게 되고 오래 전에 포기했던 물건도 찾게되는 수가 있으
니 전화위복이 된다.그래서 이제는 그리 바쁜 것이 아니면 느긋
하게 두어 버린다.머리를 자르는데 쓰는 조그만 가위를 찾다 찾
다 지처서 아쉽지만 체념하고 다시 샀더니 언젠가 일본 여행 갈
때 썼던 가방 속에 있는 걸 큰 아들이 여행 가는데 쓰려고 그 가
방을 정리하다가 뜻밖에 찾아냈다.한 참전 이웃에 살던 어떤 친
구는 이사를 가기 위해 집안 이삿짐을 정리하디가 수표 몇 십만
원을 찾아 일확천금했다고 좋아 했다.조그만 옛날 양념단지에
서 찾았다며 싱글벙글 하는걸 본적이 있다.자신이 잘 숨겨둔다
고 두고는 그만 그 돈을 둔 사실조차 깜빡 잊고 있다가 발견 했
는데 미리 그 돈을 찾으려고 애를 썼다면 얼마나 애가 달았을까
싶다. 오히려 적당한 건망증이 오히려 득이 되었구나 하고 생각
했다. 어릴 적 나는 바로 밑 짖궂은 남동생과 싸울 때가 종종 있
었다.어머니께 꾸중을 듣게 생기면 동생은 잽싸게 도망을 가버
린다.나는 잘못한 게 없으니까 하고 버티고 앉아서 잘 못했다는
말을 절대로 않했다. 그러나 그 남동생은 재 빨리"엄마 잘못 했
어" 하고 빌고는 '해해해' 웃으면서 애교를 부렸다.어렸던 나는
마음속으로 "저런 간신 같으니라구" 하며 못 마땅해 했다.후에
내가 자식을 키우며 알게 되었다.얼른 잘 못했다고 비는게 얼마
나 어머니의 속상한마음을 풀어드리는 묘약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어릴 때는 보통 별일이 아닌데도 남하고 다툴 일
이 이 따끔씩 있다. 그러면 '지는 게 이기는 것이다' 하고 어른
들께서 말씀하시곤 했다. 이긴 사람은 발을 오그리고 자지만 진
사람은 발을 펴고 잔다는 말도 있다. 실제 최근에 알려진 바에
의하면 진사람 보다는 이긴사람이 단명하다는 통계가 나왔다고
한다. 살아가면서 얻은 진리가 신이 하시고자 하는 곳에는 그나
름대로 꼭 뜻이 있다는 진리를 깨닫게도 된다. 그당시에는 조금
손해를 보는것 같아도 무던히 참고 잘 지나다보면은 그게 더 큰
덕이 되어 돌아 오는 수가 종종 있다. 어떤 사람이 높은 절벽 밑
을 지나는데 하필이면 그찰나 그위에서 떨어지는 돌맹이에 우
연히 맞았다고 가정한다면 한 발자국 만 조금 늦었거나 한 발자
국 만 조금 빨랐다면 그 횡액을 면했을 것을.. ( 그게 운명이라
흔히들 말하지만.)이따금 사정이 생겨서 비행기를 안타는 바람
에 산 사람과 바로 그 자리에 대신 탔다가 변을 당한 사람의 이
야기가 신문에서 화제 거리가 되는것을 종종 보게 된다. 사람이
꼭 잽싸야만 사는 게 아닌 적도 있다. 물론 어떤 일에 지킬 약속
은 꼭 지켜가면서 살아야만 되겠지만 오히려 어떤 사정에 의해
늦게 하는통에 이익을 보는 수도 종종 있다.예전엔 자동차를 타
고 큰길을 달리다가 정체 지역에서 흔히 오징어나 쌀튀긴 것 같
은걸 들고 흔들며 파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된다. 어느날 외곽
순환도로에서 하도 정체가 길고 약간의 시장기도 들기도하여 망
서리다가 몇사람의 상인을 지나친 다음 마지막 사람에게서 둥그
런 뻥티기를 한 자루 산적이 있다. 생각 같아서는 맨 처음 선 사
람이 잘 팔릴 것 같지만 우리는 마지막 사람에게서 사면서 꽁지
에 선 사람도 살게 되어 있구나하고 생각했다.이따끔 씩 열리는
마을시장에서 좀 늦게나가면 먼저나온 사람들이 호박이던가 무
하다 못해 파단을 다 골라가 버리게 된다. 그래서 같은 값에 찌
꺼기 속에서 안 좋은 걸 사게 되는구나 생각하며 억을한 생각이
드는 수가 종종 있다. 그러나 이를 본 가개 주인이 새로운 상자
를 풀어 놓으니 더 크고 싱싱하고 좋은 걸 사게 되는 수가 있다.
그래서 부지런한 이도 살지만 느린 이도 산다는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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