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주목할 것은 정부와 지자체, 정치권에서 건설기계 임대료 체불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이 발의되고 제안됐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어태치먼트와 굴삭기 버킷의 표준화를 위한 움직임이 있었다. 또 굴삭기 매연과 소음에 대한 논의도 활발했다. 내년부터는 어떻게든 구체적 윤곽이 나올 전망이다. 리콜제도 건기 임대사업자들이 준비해야 한다. <편집자 주>
① 국토부 지자체, 임대료 체불 노력 ‘이어지길’
국토부가 올해 건설기계 임대료 체불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대책방안을 내놓으면서 임대료 체불로 인해 시름하고 있던 건설기계사업자들에게 희소식을 안겨줬다.
지난 7월 9일부터 시행된 ‘건설기계대여금 지급확인제도’는 계약예규 중 계약담당자가 하수급인이 건기임대업자에게 대금을 지급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미지급됐을 경우 계약상대자에게 통보토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서울시는 ‘대금e바로’ 시스템을 통해 건설기계 임대료체불을 방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시범 운영 중에 있고, 내년부터 본격 가동된다. <관련기사 97호 1면>
또 각 지자체들도 임대료체불 방지 조례를 속속 공포하고 있어 건설기계사업자들이 임대료 체불로 인한 공포에서 다소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정부의 이 같은 제도가 현재 관급공사에만 적용되고 있어 향후 민간공사까지 확대·적용을 위한 관련법 개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② 주승용 의원, 건산법 개정안 발의
건설기계임대료 지급보증제가 곧 의무화될 전망이다. 국토해양위원회가 11월 3일 연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해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을 의결했기 때문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원·하도급자가 각자 계약한 건설기계대여업자에게 대금지급을 보증하며, 보증서를 발급하지 않을 시에는 시정명령, 영업정지, 과징금의 처벌을 받는다.
이밖에 개정안에는 하도급자 보호를 위해 원도급자의 불공정하도급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제재처분을 동시에 내려 제재처분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번 개정안 의결까지는 주승용 민주통합당 의원을 비롯해 대한건설기계협회와 광주전남건설기계연합회의 역할이 컸다.
③ 리콜제 입법예고
국토해양부는 지난 11월 20일 건설기계에 제작결함이 발생하는 경우 제작사 등이 시정조치(리콜제)를 하도록 하는 ‘건설기계 안전기준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작업안전에 관한 사항(41개 항목), 주행 안전에 관한 사항(26개 항목), 조종사 작업안전에 관한 사항(21개 항목) 등이 포함돼 있다.
이번 개정안은 주행에서부터 작업까지 안전에 관한 전반적인 부분을 비롯해 굴삭기와 같은 토공용 건설기계에서부터 기중기로 대표되는 양중형 건설기계의 전반적인 안전기준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리콜제를 담당할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은 대건협 등 임대사업자들의 의견을 청취할 창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리콜제 시행시기는 내년 3월 17일이다.
④ 건설기계임대료 지급확인제 도입
기획재정부는 7월 9일 하도급업체의 건설기계임대료 지급확인제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계약예규를 개정·시행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발주기관은 하도급업체에 대해 건설기계임대료를 정해진 기한 내에 정확히 지급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당초 발주기관은 계약 상대방인 원도급업체가 건설기계임대료 등 대금을 제때 지급했는지 여부만 확인하면 됐지만, 제도가 시행되면서 확인 범위가 하도급업체로까지 확대된 것이다.
이는 체불 발생시 건설기계·자재업체의 현장점거 등으로 공사기간이 지연돼 원도급업체가 체불된 대금을 대신 지급하는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과 체불이 주로 하도급업체와 건설기계·자재업체 간에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 반영됐다.
⑤ 포괄대금지급보증제 5월 시행됐지만…
건설기계임대료를 원청업체가 보증하는 포괄대금지급보증제가 5월 25일부로 시행됐다.
포괄대급지급보증제는 입찰공고된 최저가낙찰제 대상 공공공사 중에서 낙찰률 하위 5% 범위 이하에서 국토부장관이 고시한 도급공사에 한해 적용되는데, 건설기계사업자는 해당 공사장에서 임대료가 체불된 경우 최대 4개월의 기간에 상당하는 금액을 공제조합으로부터 보증받을 수 있다.
하지만 관련 제도가 시행된 지 5개월여 흐른 지난 10월 말 건설공제조합 측에 확인한 결과 해당 보증을 신청한 건설사는 한 곳도 없어 유명무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대한건설기계협회를 비롯한 업계에서도 제도 도입 이전부터 적용대상을 최저가낙찰공사의 낙찰률 하위 5% 건설사에 국한시켜 범위가 너무 좁다는 지적을 해왔다.
⑥ 레미콘 사업자들 ‘먹고살게 해 달라!’
콘크리트믹서트럭(레미콘)들이 열악한 현실을 바꿔보기 위해 십수년간 참다 일어났다.
이들이 공개한 운반도급계약서는 새벽 3시에 출근해 저녁 7시까지 대기해도 대기시간에 대한 보상은 전무하며 중간에 퇴근하면 레미콘 제조사 임의대로 구두 계약해지를 당하는 등 말 그대로 노예계약서였다. 운송단가도 1회 운송에 3만원 가량으로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 대건협은 레미콘 사업자들과 함께 올초부터 국토해양부, 지식경제부, 공정거래위원회, 조달청 등 모든 관련 기관을 방문해 처지를 설명하고 지속적으로 협조를 요청했다. 최근에는 국회의원을 통한 입법도 준비하고 있다. 내년에는 이들의 바람이 이뤄져 웃을 수 있을 있을까.
⑦ 정부, 건기 배출가스 제재 움직임
환경부가 건설기계 3개 기종(덤프트럭, 믹서트럭, 콘크리트펌프) 외에 6개 기종(불도저, 굴삭기, 로더, 지게차, 기중기, 롤러)을 추가해 내년 1월부터 ‘건설기계 배출가스 정기검사’를 추진하겠다며 시행 여부에 대한 의견조회를 대한건설기계협회(회장 정순귀, 이하 대건협)에 통보했다.
이에 대건협은 건설기계사업자들의 경영악화 등을 감안해 그 시행시기를 다소 유보해달라는 내용의 건의문을 지난 17일 환경부에 제출했다.
또 지난 7월에는 인하대학교 산학협력단이 건설기계에 경유와 LPG를 섞어 사용하는 ‘운행 건설기계 혼소엔진 개발 및 장착 실증사업’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 12일 열린 중간보고에 따르면 연료비 절감효과가 입증됐고, 출력도 충분히 나온 것으로 발표됐다.
사업기간은 내년 6월까지며, 환경부가 이 사업을 추진키로 결정하면 조만간 건설기계 사업자들에게 설명회 등이 마련될 전망이다.
⑧ 항타·항발기, 천공기 면허 소지자만 조종 가능
국토해양부는 ‘항타 및 항발기’에 대한 조종면허를 신설하는 내용의 ‘건설기계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5월 4일부터 시행 중이다. 개정 전 항타·항발기는 기중기 면허 소지자가 조종했지만, 앞으로는 천공기 면허를 취득한 자에 한해서만 조종 자격이 부여된다. 천공기 조종 또한 공기압축기 면허자에서 천공기 면허자로 자격이 대체된다.
국토해양부는 법개정을 통해 안전사고의 발생이 감소할 것으로 기대했다.
⑨ 어태치먼트 표준화 논의 ‘박차’
현재 국내 건설현장에서 제 규격에 맞지 않는 굴삭기 버킷을 사용하는 문제와 관련해 버킷 표준화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된다.
장인섭 대한건설기계협회 기술정책팀장은 “국내 건설현장의 최대 버킷 용량이 외국보다 최대 2.5배 많다”며 버킷 표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와 같이 과대버킷을 사용하면 과부하가 걸려 ▲전도위험도 상승 ▲굴삭기 본체 구조물에 균열 ▲선회 감속기·모터 조기 손상 ▲연결부 조기 마모 ▲매연도 상승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
이와 관련 국토해양부는 지난 11월 1일 대한건설기계협회, 한국건설기계산업협회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내년부터 건설기계 선택작업장치(어태치먼트) 인증을 위한 법안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굴삭기를 포함해 각종 건설기계에 적용되는 어태치먼트 인증작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⑩ 전건련-노조 대립각 세워
배차 문제로 건설기계연합회와 건설기계노조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양상이다. 전북건설기계연합회는 10월 10일 전주혁신도시 5공구 현장에서 집회를 통해 “건설기계노조가 시공회사와 불법으로 단체협약을 맺고, 연합회의 건설기계 투입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건설기계노조는 “같은 일을 하면서도 서로 다른 임금을 받는 경우를 차단하고, 건설노조 조합원을 우선적으로 고용해 달라는 의미에서 단체협약을 맺었을 뿐이다”고 반박했다.
또 지난 11월 13일에는 강원연합회가 동해시 소재 한 아파트 현장에서 집회를 열고, 건설사와 이미 배차 계약을 체결했는데 노조가 압박을 가해 일감을 빼앗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노조는 일감 빼앗기가 전혀 근거없는 주장이라며 팽팽히 맞섰다.
배차 문제를 둘러싼 양측의 갈등은 표면 위로 드러난 것이 많지 않을 뿐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