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 포구와 나쁜 녀석들의 겨울
유옹 송창재
좁은 포구 언덕을 넘어서면
새우공장 모퉁이에
낡은 대폿집이 세개 있었지.
끝집
못 생긴 노랑조개처럼 생긴 주모가
둥그런 드럼통 탁자 위에
모치 한 사발을 내 놓았지.
겨울
바람 불고 싸락눈 올때
제 어미 숭어 닮은
늘씬하게 생긴 모치가
묵은 김치 한 보새기하고 초고추장 종재기하고
한 대접 푸짐하게 꼼지락거렸지.
겨울 모치 싱싱하고 꼬시다고
막걸리 한 사발에
눈뜬 모치 한 마리를
시큼한 김치에 둘둘 말아
에이 죄 받을 놈
그러면서 먹었지.
문 밖 갈매기
창 너머 들여다 보며
사람도 아니라고 놀라며
혀를 차고
노려 보았지.
꼬리 버둥거리는 모치
한 놈은 초 고추장에 푹 찍고
두 놈은
널찍한 묵은 배추김치
이파리에 뭉쳐 싸서
죄 받을 놈 세 놈이
큰 사발에 왕대포를 마셨지
해적들 처럼.
갈매기 눈을 마주 보지 못하고.
시커먼 포구에는
점점이 흑진주 박힌
예쁘고 뽀얀 모치가
그래도 다음 상에 또 있었지.
폐구 되어버린 하제포구는
나뭇배 흔적없는
폭격맞은 하구였고
그 많던 모치는
한 마리도 없어
대폿집 주모는 포구를 버리고
세 개나 있던 대폿집은
집 자리조차 없으니.
그 많던 모치는 어디 갔을까
우리가 너무 먹어서
한 마리도 볼수 없을까
쑥 들어가
눈 오는 작은 포구 갯가는 제법 멋졌는데
은빛 비린 내 나는
흔적없는 대폿집 스레트지붕 위에 진눈개비만
모치 비린내 밴
주모 앞치마 자락처럼
빈 바람에
휭하니 밀려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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