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zine] 봄이 오는 길목 ① 노란 꽃 빨간 꽃 반기는 제주
성연재 입력 2022. 03. 10. 08:00 댓글 2개
'거리두기' 적합한 야외 여행지 즐비
(제주=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제주는 남국이었다.
화려한 꽃들이 꽃망울을 터뜨리며 봄의 향기를 물씬 풍겼다.
동백이 한창인가 했더니 어느새 무꽃과 매화가 활짝 폈다.
제주에는 사회적 거리를 두면서 봄을 즐길 수 있는 장소들이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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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방진의 봄처녀들 [사진/성연재 기자]
샛노란 꽃의 향연장 제주
제주 곳곳은 벌써 봄소식으로 가득했다.
초봄 제주를 찾는 사람들을 유혹하는 것은 노란색 꽃들이다.
특히 샛노란 꽃들은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놓는다. 색채 심리학에서 노란색은 밝고 유쾌하고 긍정적인 느낌을 준다고 한다. 생물학에서 곤충을 유인해 수분 활동을 하기 위해 가장 잘 띄는 색상도 노란색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노란색 꽃은 주로 기온이 낮은 초봄에 활동하는 등에 같은 곤충들을 유혹하기 쉬운 꽃이라고 한다.
포털이나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도 '유채꽃이 벌써 폈다'는 소식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유채로 알려진 이 꽃들은 알고 보면 주민들이 심어놓은 무에서 핀 꽃이다.
무꽃은 전문가도 유채꽃과 구별하기 힘들 만큼 유사하다. 궁금해서 구좌읍 하도리사무소로 연락했더니 이 꽃들이 무꽃이라고 확인해줬다.
가장 먼저 최근 '유채 명소'로 알려져 있던 하도리 별방진(別防鎭)을 들렀다.
한라산과 별방진의 노란 무꽃 [사진/성연재 기자]
별방진은 조선 시대 왜구의 침략을 막기 위해 축조한 진지로, 조선 중종 5년(1510)에 제주 목사 장림이 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하도리 위쪽의 우도를 장악하고 있던 왜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은 진지다. 진지의 총 길이는 1천8m이고, 높이는 3.5m다.
별방진 앞에 차를 세운 뒤 검은색 현무암 성벽을 돌아서는 순간 "와"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샛노란 꽃이 까만색 돌을 배경으로 수도 없이 하늘거리고 있었다.
돌 진지 위로 올라서면 에메랄드빛 제주 앞바다와 저 멀리 한라산이 한꺼번에 눈에 들어온다.
북동쪽 진지 쪽에는 하도리 포구에 세워놓은 'Hado'라는 영어로 된 하얀색 구조물과 정박해 있는 요트들이 눈에 들어온다.
성벽 밖 바로 밑에는 옛 주민들이 마셨을 용천수도 보인다.
노란색 꽃이라면 서귀포시 안덕면의 산방산도 빼놓을 수 없다.
노란 물결 산방산 [사진/성연재 기자]
산방산은 사계리 해안에 종처럼 솟아있는 종상화산(鐘狀火山)으로, 명승 제77호로 지정됐다.
이곳은 매년 3월쯤 노란 유채꽃이 만발해 상춘객의 발걸음이 이어지지 않는 곳이다.
바람이 몹시 부는 날이었지만, 관광객들은 노란색 꽃밭에서 봄의 정취를 즐기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쪽도 무꽃이다.
무꽃이 지면 진짜 유채가 꽃을 피울 것이다.
휴애리의 동백꽃 [사진/성연재 기자]
동백꽃 붉은 서귀포
'꽃피는 동백섬에 봄이 왔건만…'
조용필이 부른 가요 '돌아와요 부산항에' 첫머리에 나오는 구절이다.
부산 해운대구의 동백섬은 이름 그대로 원래 섬이었지만, 퇴적 작용으로 육지화가 됐다.
그래서 섬이라고 부르기가 애매하게 됐다.
어쩌면 진짜 동백섬은 제주도가 아닐까 싶다. 제주도는 섬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동백섬이라도 된 듯 동백 명소가 많다.
봄을 맞은 제주에는 곳곳에 동백꽃이 핀다.
요즘 제주에서 주목받는 곳은 그간 명소 역할을 했던 천지연 폭포도, 쇠소깍도 아닌 중산간 지역이다.
중산간 곳곳은 떠들썩한 명소와 다른 매력을 내뿜는다.
산들거리는 봄바람 속에 나무 향기 짙은 상쾌한 공기가 느껴진다. 그리고 이곳에는 동백이 있다.
초봄 가득하던 동백들은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떨어져 바닥에 쌓인 동백꽃마저 아름답다.
제주 곳곳에서 동백을 관람할 수 있지만, 대표적인 곳들은 대부분 개인이 운영하는 수목원이다.
동백수목원의 동백 [사진/성연재 기자]
서귀포시 남원읍의 동백수목원은 주인 부부가 47년 전 동백나무를 심었던 곳으로, 5년 전 일반에 공개했다.
동백 사이에 높다란 야자수도 한두 그루 자리 잡고 있어 이국적인 느낌을 물씬 준다.
서귀포시 남원읍의 동백포레스트도 20여 년 전 농부 부부가 묘목 사업 목적으로 동백을 심어 재배하던 곳을 활용해 4년 전 문을 열었다.
당시에 20년이 넘은 동백 300여 그루를 가져와 심었기 때문에 이곳도 수령이 46∼47살가량이다.
함께 운영하는 카페 내부에서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동백나무 모습이 매력적이다.
동백이라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 한라산 자락에 있는 휴애리자연생활공간이다.
수국, 동백 등 사시사철 아름다운 꽃을 만나볼 수 있는데, 특히 매화꽃이 길 양쪽에 늘어선 공간이 있어 상춘객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이곳에서는 2월 말부터 '휴애리 매화 축제'가 열리고 있다. 매화만큼 성급하게 핀 꽃은 수선화다.
휴애리의 동백 [사진/성연재 기자]
보통 내륙에서는 3월 말이 돼야 필 듯 말 듯 한 수선화가 벌써 펴 사람을 유혹한다.
휴애리의 또 다른 매력 중 하나는 감귤이 주렁주렁 달린 감귤나무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감귤나무 앞에서 연인들이 포즈를 취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그 위로 저 멀리 하얀 눈이 내린 한라산이 보인다.
아무리 꽃샘추위가 맹위를 떨쳐도 봄은 오고야 말았다.
봄이 온 종달리
딱히 관광 명소라 불릴만한 것이 없던 제주 동북쪽의 구좌읍은 그간 관광객의 주목받지 못하던 곳이었다.
그러나 떠들썩한 관광명소에 싫증을 낸 사람들은 가장 제주다운 시골 마을에 관심을 두게 됐다.
구좌읍 종달리도 그런 곳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면서 어느새 종달리에도 많은 건물이 새로 들어섰다.
종달리의 봄은 싱싱한 당근밭에서 느낄 수 있다.
어느새 쑥쑥 자라 굵은 씨알을 한 당근이 밭 한가득하다. 어쩌다 속살이 드러난 당근은 이미 굵을 대로 굵어져 곧 출하를 앞두고 있었다.
종달리 당근밭 [사진/성연재 기자]
당근밭 앞에는 게스트하우스와 밥집이 생겨났고, 육지에서 찾은 젊은이들이 넘쳐났다.
봄을 시샘하는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종달리에는 봄이 가득했다.
바다를 접하고 있는 종달리에도 오름이 하나 있다. 여느 오름과 달리 '지미봉'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곳이다.
지미봉 정상에서는 우도와 성산일출봉이 한눈에 보인다. 특히 아침 일찍 오르면, 우도 위쪽으로 해가 떠오르는 우도 일출을 구경할 수 있다.
해발 162m밖에 안 되는 낮은 오름이라고 만만하게 봤다가는 큰코다친다. 오름치고는 꽤 경사가 가파르다.
종달리에는 그동안 게스트하우스와 카페가 적잖이 들어왔다. 당근밭 근처 곳곳에 작고 아담한 카페가 있다.
카페 순례를 위해 종달리를 찾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예전에 꽤 괜찮았던 것으로 기억되는 카페를 한군데 찾았지만 보기 좋게 문전박대당했다.
코로나 시대라, 외부인은 안 받는다고 한다. 알고 보니 그곳은 제주 전통 가옥을 리모델링한 게스트하우스가 운영하는 카페였다. 최근에는 숙박자에게만 카페를 공개한다고 했다.
언젠가 시간이 되면 촌집에 한 달 정도 머물며 '촌집 스테이'를 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한라산이 보이는 꽃밭 [사진/성연재 기자]
샛노란 성산과 짙푸른 녹차밭
수년 전 제주의 한 지인으로부터 "성산일출봉 주위의 땅은 중국 사람들이 전부 샀다"는 말을 들었다.
그 이후로는 사실 성산 쪽으로는 발걸음이 잘 옮겨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성산에 유채가 만발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성산일출봉 인근에도 샛노란 꽃이 잔뜩 피었다.
별방진과 다른 건 입장료 1천 원씩을 받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아쉬워할 필요가 없다. 무료 꽃밭도 있기 때문이다. 꽃밭은 성산일출봉 맞은편의, 한라산 쪽을 향한 대규모 주차장과 접해 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한라산 쪽으로 보면 흐드러지게 핀 노란 꽃들을 구경할 수 있다.
해가 질 때 이곳을 찾으면 한라산 석양과 함께 꽃밭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낼 수 있다.
성산일출봉 쪽 풍경을 만끽하려면 길 건너 광치기 해변이 제격이다. 이곳도 주차장이 잘 조성됐다.
차를 주차하면, 운전석에서 성산일출봉과 아름다운 성산 앞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주차장 바로 앞 해변은 제주 올레 1코스다.
서귀포의 녹차밭 [사진/성연재 기자]
차에서 나와 따사로운 햇살을 만끽하다 보면 올레꾼들을 종종 마주치게 된다.
때로는 말에 올라타 해변을 질주하는 사람도 만날 수 있다.
이곳의 모래는 굵고 짙은 색상을 띠고 있다.
모래밭 앞쪽으로는 평평하게 암석이 드러난 공간이 있는데, 암석에 연녹색 해초가 뒤덮여 있어 봄기운을 느끼기엔 그만이었다.
꽃구경도 좋지만, 제주도에서 푸르른 녹차밭을 빼놓으면 섭섭하다.
이 시기는 한창 차나무가 새잎을 내는 시기기 때문이다.
제주도의 현무암질의 회산회토는 좋은 차 생산의 일등 공신이다.
서귀포시 안덕면에는 오설록이 운영하는 차밭이 있다.
산방산에서 멀지 않아 오설록을 일부러 찾았다.
새잎을 내는 연록의 찻잎을 바라보니 마음이 상쾌해졌다.
오설록 티 뮤지엄 건물로 들어가려다 보니, 방문객이 너무 많아 보였다.
녹차를 활용한 다양한 먹거리들 [사진/성연재 기자]
녹차 관련 제품을 한번 맛보고 싶었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하고 다소 덜 알려진 곳을 찾았다.
제주시 한경면의 산노루가 말차 제품을 생산한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2020년 제주건축문화대상을 받은 건물도 아름다웠고 실내공간도 널찍했지만, 바깥바람을 즐기고 싶어 말차로 만든 디저트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석양빛에 물든 제주 봄 풍경이 참으로 따사로웠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2년 3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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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봄은 왔습니다.
오늘은 낮 기온이 18도라고 하는데
긴 겨울 움추렸던 가슴 펴고
걸어야 하겠습니다.
제주도의 유채꽃, 동백꽃 등...
봄의 향연이 시작 되는 봄날
행복한 하루 시작 하세요..
감사 합니다~~~
네~~ 몇시간째 창문을 열어놓고 있어도 추운줄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