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老子 道德經 (上)
노자의 생애와 사상
1. 노자란 누구인가
노자하면 공자와 함께 중국 사상을 대변하는 철학자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작 노자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사기 노장신한열전』에 나오는 것이 전부이다. 그것도 확정된 것이 아니라 몇가지 전설을 이야기 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이이(李耳)이다.“노자(老子)는 초(楚)의 고현(苦縣) 여향(厲鄕) 곡인리(曲仁里) 사람이다. 이름은 이(耳), 자는 담(聃)이고, 성은 이씨(李氏)이다.” 고현이, 여향, 곡인리 모두 녹녹히 않은 지명이다. 노담은 아마도 귀가 커서 그런 이름이 지어진 것 같다. 동명이인인 우리나라의 율곡 이이는 한자가 이이(李珥)이다. 성이 이씨라서 노자는 당나라때 높은 대접을 받았다. 당나라를 건국한 사람들이 이씨이다. 당태종의 이름이 이세민이다.
그는 주나라 문서보관실의 사관이었다. 공자가 주나라에 가서 노자에게 예를 배웠다고 한다. 그는 주나라가 쇠망해가는 것을 보고 사관을 그만두고, 주나라를 떠났다. 진나라로 들어가는 길목인 함곡관에 이르러, 관문지기의 청에 의해 5,000여자의 글을 남기고 떠나서 “아무도 그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른다”고 한다.
여기서 공자가 예를 배웠다고 하는 데 이것은 사실과 맞지 않는다. 노자의 사상은 예를 비판적으로 보고 있는데 예를 가르쳤다고 하는 것은 모순이 된다. 이는 아마도 노자를 공자보다 우위에 놓으려는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은이 사마천은 도가계통의 사람이기 때문이다. 노자가 나이가 많으냐 아니면 공자가 많으냐를 가지고 중국 철학사에서 일대 논쟁이 있었다. 호적은 중국 철학사에서 노자를 앞에 놓았고, 풍우란은 공자를 앞에 놓았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공자(유가)가 먼저 있었고, 그것을 비판하는 노자(도가)가 비판했다고 본다. 비판하는 것이 먼저 있을 수는 없다.
그밖에 노래자(老萊子), 태사담(太史儋)이란 사람도 『사기』에 언급되고 있다. 누가 노자인지는 확정지울 수 없다. 야사에는 노자가 어머니 뱃속에서 81년을 있다가 나오니 몸은 어린애인데 머리는 하얗다고 전해진다. 여기서 81년은 아마도 노자가 지은 도덕경이 81장인데 나온 것 같다. 노자를 영어로 하면 old boy이다. 서양에서 노자를 번역하는 데 이런 용어를 쓰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의 함석헌 선생도 노자를 ‘늙은이’이라고 번역하였다.
2. 『도덕경』-도덕경에 대한 판본은 하나가 아니다
노자가 관문지기의 청에 의해서 지은 것이 『도덕경』이다. 여기서 『도덕경』하면 모랄에 대한 경전으로 알기 쉽다. 그러나 노자의 『도덕경』은 모랄(moral)에 대한 경전이 아니다. 마치 『소녀경』이 소녀에 대한 경전이 아닌 것과 같다. 이것을 모르고 한때 소녀경을 교양도서로 올린 적이 있다. 『도덕경』은 모랄에 대해서 비판적이다.
왜 『도덕경』이라고 했는가? 『도덕경』 첫장이 ‘도가도비상도’(道可道 非常道)로부터 시작하여 『도경』이라고 부르고, 38장이 ‘상덕부덕’(上德不德)으로부터 시작해서 『덕경』이라 부른다. 앞 글자를 따서 『도덕경』이라고 했다. 81장으로된 지금의 도덕경은 왕필(王弼)에 의해서 교정이 되었다.
그런데 1973년 11월에 중국의 호남성 마왕퇴(馬王堆) 3호묘에서 백서(帛書)가 나왔다. 백서는 비단에 쓴 글이다. 여기서 도덕경이 출토되었는데, 기존의 도덕경과는 순서가 바뀌었다. 덕경이 먼저 있고 다음에 도경이 있었다. 그래서 덕도경이라고 부른다. 내용적으로는 거의 대부분 비슷하다. 연대는 기원전 168년으로 한고조 유방때이다.
그러다가 1993년 10월에 호북성 형문시(荊門市) 곽점(郭店)에서 죽간(竹簡) 도덕경이 나왔다. 죽간이란 대나무에 글짜를 쓴 것이다. 종이가 발명되기 이전에는 비단이나 대나무에 글자를 썼던 것이다. 남자는 모름지기 다섯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고 말이 있는데 여기서 다섯 수레의 책은 종이 책이 아니라 비단이나 대나무로 만든 책이다. 곽점본은 3편으로 되어 있는데 지금의 도덕경과 내용과 장절에서 많이 다르다. 연대는 맹자 당시로 보고 있다.
중국에는 매장 문화재가 매우 많다. 그래서 어디서 어떤 글이 나올지 모른다. 도덕경도 마찬가지다. 계속 발굴됨에 따라 역사가 다시 써야 하는 측면이 많다. 많은 학자들이 매장 문화재에 관심을 쏟는다. 그러나 이러한 매장 문화재는 다른 측면에서 보면, 역사에서 정통성을 잃은 것이다. 역사에서 살아남은 현행 판본이 의미가 있는 것이다.
노자에 대한 주석은 다양하다. 그래서 백인백노(百人百老)라는 말이 있다. 각기 사람마다 다양하게 노자를 주석했다는 뜻이다. 그래서 하나로 노자를 규정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래서 혹자는 전국시대 사상을 절충적으로 모아 놓았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 중에서 대표적인 노자의 사상을 골라보자.
3. 노자의 사상
(1) 무명론
도덕경 1장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道可道, 非常道; 名可名, 非常名.
無名 天地之始, 有名 萬物之母.
故常無欲以觀其妙, 常有欲以觀其徼.
此兩者, 同出而異名, 同謂之玄. 玄之又玄, 衆妙之門.
여기서 첫째 줄을 해석해 보자
1) 말할 수 있는 도는 항상된 도가 아니다.
도는 중국어에서 dao로 말하다 라고 해석한다. 그렇다면 항상 된 도는 말할 수 없다. 도는 언표를 초월해 있다. 도는 규정할 수 없다로 해석할 수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면 도는 언어 즉 논리적으로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 직관적으로 깨달아야 한다. 이러한 해석은 도에 대한 직접적인 깨달음을 강조하는 사상이다. 이후에 주된 사고가 된다.
2) 도라 할 수 있는 도는 항상된 도가 아니다.
명이라 할 수 있는 명은 항상된 명이 아니다.
여기서 도나 명은 도가의 도나 명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미리 앞서 도나 명을 주장한 학설이 있음을 뜻한다. 유가는 인의예지의 도와 정명론(正名論)을 주장한다. 유가의 정명론은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자식은 자식답다’(君君臣臣父父子子)이다. 이는 모든 개체가 자신이 맡은 임금 신하 아버지 자식의 역할을 수행할 것을 주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버지가 아버지답지 않은 경우에는 문제가 생긴다. 더욱이 신하가 쿠테타를 일으켜서 정명론을 주장할 때는 이 논리의 한계가 드러난다. 자신은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지 않고, 남에게는 그 역할을 강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러한 유가식의 논리를 부정하는 것이 도가의 무명론이다. 역할이나 직분 등은 한계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도가의 무명론이다.
다음 구절을 보자.
무명은 천지의 시작이고, 유명은 만물의 어머니이다.
무명에서 무는 없앤다, 부정한다로 해석할 수 있는데, 여기서는 후자를 택한다. 무명은 정명론을 부정하는 것이다. 무명은 명으로 규정짓는 것을 부정한다. 자연의 모습은 규정지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를 노자는 통나무(樸)로 설명한다. 가공하기 이전의 상태를 뜻한다. 이것이 규정되면 유명의 세계가 된다. 노자는 도의 세계(무명)과 현상의 세계(세계)로 나누어 보는 것이다. 그렇다고 도의 세계를 초월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다음 구절을 보자
“그러므로 무욕으로써 그 신묘함을 보고자 하고, 유욕으로써 그 드러남을 보고자 한다.”
규정짓는 것은 욕망으로부터 비롯된다. 좋고 싫음이라는 구분이 신묘함을 보지 못하고 드러남을 보게 된다. 이는 욕망을 긍정하는 문명사회를 비판하는 것이다.
“이 둘은 함께 나왔으면서도 다른 이름이다. 같은 것인데도 달리 보니 오묘하다고 말한다. 오묘하고 또 오묘하니 모든 오묘함의 문이다.”
똑 같은 세상인데도 규정짓는 것과 규정짓지 않는 것으로 나누어보니 오묘하다. 무명과 유명은 모두 같은 세상을 가리킨다. 유명의 세계와 무명의 세계가 따로 있음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도의 초월성이 아니라 내재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2) 음양론-현실의 논리
무명과 유명을 구분하는 사고는 음양논리로 설명된다.
“천하 사람들은 모두 아름다움이 아름답다고 알 뿐이다. 이는 추악할 뿐이다”(2장)
아름다움은 반드시 추악함과 결부되어 있다. 아름다움만 있어서는 아름다움이 없다. 추함이 있어야 아름다움이 있다. 부자는 결코 자신의 집을 청소하지 않는다. 청소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 한쪽 측면만 보아서는 안된다. 현실은 반드시 두 측면이 함께 있다. 유가는 남자쪽의 측면만을 보고 있다. 그러나 도가는 남자와 여자가 함께 있음을 주장한다. 더 나아가서는 여자의 우월성을 주장한다. 음양이란 개념을 보자. 음이 먼저 있다. 빈모(牝牡)도 마찬가지이다.
노자가 보기에 음양의 관계에서 양에 초점을 두는 사고는 세상을 더욱더 악화시킨다. 이를 『도덕경』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법이 많아지면 도적도 많아진다.”(57장)
법을 제정하는 것은 본래 도적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유가식으로 생각하면 법을 더욱 엄격하게 집행할 때 도적은 줄어들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법이 많고 엄해도 범죄자는 교활한 꾀와 탐욕으로 그 법을 피해 가는 방법을 생각해 낸다. 따라서 법과 도적은 같은 근원에 있으며, 대립되는 것이 공존하는 것은 현상세계의 근본적인 성격이라는 것이 노자의 생각이다.
노자는 세상에서 짝이 되어 돌아간다는 점을 통찰하였다.
"현자를 높이지 말아서 백성으로 하여금 다투지 않게 하라"(3장),
"회오리 바람은 하루 아침을 불지 못한다"(23장),
"적으면 얻고 많으면 어지러워진다"(22장),
"덜어서 보탬이 되고"(42장),
"화여! 복이 기대어 서 있는 것이로다"(58장),
"진실한 말은 아름답지 않고 아름다운 말은 진실하지 않다"(81장),
"함이 없음을 하고 일 없음을 일삼고"(63장)
이 짝이 되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자는 것이 노자의 생각이다.
그런데 노자는 유가식의 양적인 측면의 강화가 악순환을 불러일으킨다고 보고, 음적인 측면의 강화를 통해 악순환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즉 법이 적어지면, 도적이 없어진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법이 적어진다고 해서 과연 도적인 없어지는가? 도적이 되는 문제는 직접적으로 법의 위반이지만, 간접적으로 환경적인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노자의 이러한 측면은 양보다는 음을 강조하는데서 발생하는 것이다. 양이 남성적인 것으로, 문명화의 길이라면, 음은 여성적인 것으로 반문명의 길을 지향한다. 문명사회가 추구하는 남성다움, 강함, 굳셈을 부정하고, 여성다움, 약함, 부드러움을 추구한다.
그런데 도가사상에는 한편으로 인위를 반대하고 무위로 돌아가자고 하는 것이 있는 반면에, 다른 한편으로는 무위를 이용하여 적극적으로 인위를 하려는 사고가 있다.
“상대를 쪼그라들게 하려면 반드시 먼저 상대를 펴 주고 상대를 약하게 하고자 하면 반드시 먼저 상대를 강하게 해 주어야 하며 폐지시키고자 하면 반드시 먼저 일으켜 주어야 하며 장차 빼앗고자 하면 반드시 먼저 그에게 주어야 한다” (36장)
“일은 혹 덜어서 보탬이 되고, 혹 보태어서 손해가 된다” (42장)
“휘어지면 도리어 온전하고, 구부러지면 도리어 곧게 뻗고, 적으면 얻고, 많으면 미혹된다.”(22장)
쪼그라듬과 폄, 약함과 강함, 빼앗음과 줌이라는 음양 관계 속에서, 자신은 음의 측면을 취함으로써, 상대방의 양의 측면을 공격하는 것이다. 이는 현실의 대립적인 역학관계를 이용함으로써, 그 힘의 적절하게 이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가 법가나 병가로 이어지면 음모론적인 사고가 된다.
한비자는 이러한 권력관계의 핵심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권력은 드러나고자 하지 않고, 본래 무위이다. 일은 사방에 있지만, 핵심은 중앙(군주)에 있다. 성인(군주)이 핵심을 잡으니, 사방에서 본받는다. (성인이) 마음을 비워서 기다리니, 신하들은 자기의 재능을 다한다. 온세상 신하의 일은 군주의 마음속에 있으니, 군주는 음으로부터 양을 본다. …… 닭으로 하여금 밤을 지키게 하고, 고양이로 하여금 쥐를 잡아, 모두 그 능력을 쓰지만, 군주는 일이 없다. 군주가 잘하는 것이 있으면 일은 잘되지 않는다. ”(『한비자』揚搉)
군주는 무가 되어야 하고, 신하는 유가 되어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무는 음 즉 보이지 않는 측면이고, 유는 양즉 보이는 측면이다. 신하가 볼 때 군주는 자신의 호오의 기준을 철저히 숨겨서 알 수 없게 하고, 군주는 볼 때 신하는 기준을 철저히 드러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권력 관계 속에서 군주는 신하를 철저하게 파악하여 신하를 부릴 수 있게 된다.
이를 전쟁에 이용한 것이 병가이다.
“군대를 투입하여 상대를, 돌로 계란을 치듯이, 쳐부수는 것은 (자신과 상대의) 허와 실을 잘 파악함에 있다.”(『손자』勢)
“강하냐 약하냐‘는 드러낸 상황에 달려 있다. 따라서 적을 잘 이용하는 이는, 거짓 상황을 드러내 보이므로 적이 반드시 따라붙게 하고, 작은 이익을 던져주어 적이 그것을 취하게끔 한다. 이득을 보여 적을 유인해 내고, 군대를 시켜 그들을 기다려 치게 한다.”(『손자』勢)
병가의 허허실실전법은 남은 철저하게 드러내고 자기는 철저하게 감춘다는 것이외 다른 것이 아니다. 손자병법의 내용 대부분이 이것이다. 이러한 사고는 곧 도의 무규정성과도 통한다. 규정이 없기 때문에 다양한 변용이 가능한 것이다.
(3) 무위자연과 소국과민의 세계
노자에서 한편으로 법가로 이어지는 측면이 있는 반면에, 다른 한편으로 장자로 이어지는 측면이 있다. 이러한 측면이 문명화를 반대하는 측면이다. 노자는 양을 강화 문명화의 길이라고 비판하고, 대신에 반문명을 주장한다. 노자가 지향하는 세계의 극치는 반문명의 원시사회 즉 무기도 없고, 교통수단도 발달하지 않는 무지무욕의 소국과민小國寡民(80장)의 세계이다.
“작은 나라에 적은 수의 백성이 이상적이다. 각종각양의 도구(문명의 이기)가 있어도 사용하지 않고 백성들로 하여금 죽음을 중히 여겨 멀리 이사하지 않게 한다. 배와 수레가 있어도 사용할 일이 없고, 갑옷과 병기가 있어도 진설할 일이 없다. 사람들로 하여금 다시 새끼를 묶은 문자(결승문자)를 사용하게 한다. 현재의 음식을 달게 여기고 현재의 의복을 아름답게 여기고 현재의 거처를 편안하게 여기고 현재의 풍속을 즐긴다. 이웃 나라가 (아주 가까워서) 서로 바라다 보이고 닭과 개의 울음소리가 들려도 백성들이 늙어 죽을 때까지 서로 왕래하지 않는다.”
요사이 문명화가 과연 올바른 길인가 하는 사고를 성찰할 때, 노자의 사고는 설득력을 갖는다. 우리가 보기에 노자가 살었던 시대는 문명화되지 않은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벌써 문명화의 결과를 예견하고 있는 듯하다. 철학이라고 하는 것은 시대의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하는 점에서 노자는 철학자이다.
문명화의 환경파괴와 전쟁으로 점철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노자의 반문명적인 사고는 이러한 세계로 현실을 비판하는 데는 유의미하지만 대안은 될 수 없다. 과거로 돌아가자고 하는 논리로는 설득력이 없기 때문이다. 문자도 없고 교통수단도 없는 세계가 잠시는 편안할 수 있지만 불안할 수 밖에 없다. 그런 것을 택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유위를 부정하고 무위를 주장하는 것이 노자의 대표적인 사고이다. 인위적인 유위가 가져오는 문제가 널려 있는 속에서 유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적극적인 행동을 해야할 때, 무위자연(無爲自然)을 이야기한다면 문제가 된다. 여기서 자연이란 객관화된 산이나 들의 자연이 아니라, 저절로 그러함을 뜻한다. 현실에서 저절로 되는 측면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측면도 있다.
노자의 사고가 현실을 벗어나려는 사람들에게 정신을 안정제로서 역할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지금의 노자 해석은 주로 이러한 경향을 띄고 있다. 그러나 노자의 사고에는 한편으로는 현실을 이용하는 논리가 다른 한편으로는 현실을 초월하려는 논리가 있다.
노자 목차
-上篇-
1장.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
2장. 천하개지미(天下皆知)
3장. 불상현사민불쟁(不尙賢使爭)
4장. 도충이용지(道沖而用之)
5장. 천지불인(天地不仁)
6장. 곡신불사(谷神不死)
7장. 천장지구(天長地久)
8장. 상선약수(上善若水)
9장. 지이영지(持而盈之)
10장. 재영백포일(載營魄抱一)
11장. 삼십폭공일(三十輻共一)
12장. 오색령인목맹(五色令人目盲)
13장. 총욕약경(寵辱若驚)
14장. 시지불견(視之不見)
15장. 고지선위사자(古之善爲士者)
16장. 치허극수정독(致虛極守靜篤)
17장. 태상하지유지(太上下知有之)
18장. 대도폐유인의(大道廢有仁義)
19장. 절성기지(絶聖棄智)
20장. 절학무우(絶學無憂)
21장. 공덕지용(孔德之容)
22장. 곡즉전왕즉직(曲則全枉則直)
23장. 희언자연(希言自然)
24장. 기자불립(企者不立)
25장. 유물혼성(有物混成)
26장. 중위경근(重爲輕根)
27장. 선행무철적(善行無轍迹)
28장. 지기웅수기자(知其雄守其雌)
29장. 장욕취천하(將欲取天下)
30장. 이도좌인주자(以道佐人主者)
31장. 부가병자(夫佳兵者)
32장. 도상무명(道常無名)
33장. 지인자지(知人者智)
34장. 대도범혜(大道氾兮)
35장. 집대상천하왕(執大象天下往)
36장. 장욕지필고장지(將欲之張之
37장. 도상무위(道常無爲)
38장. 상덕불덕(上德不德)
39장. 석지득일자(昔之得一者)
40장. 반자도지동(反者道之動)
-下篇-
41장. 상사문도(上士聞道)
42장. 도생일(道生一)
43장. 천하지지유(天下之至柔)
44장. 명여신숙친(名與身孰親)
45장. 대성약결(大成若缺)
46장. 천하유도(天下有道)
47장. 불출호지천하(不出戶知下)
48장. 위학일익(爲學日益)
49장. 성인무상심(聖人無常心)
50장. 출생입사(出生入死)
51장. 도생지(道生之)
52장. 천하유시(天下有始)
53장. 사아개연유지(使我介然知)
54장. 선건자불발(善建者不拔)
55장. 함덕지후(含德之厚)
56장. 지자불언(知者不言)
57장. 이정치국(以正治國)
58장. 기정민민(其政悶悶)
59장. 치인사(治人事)
60장. 치대국(治大國)
61장. 대국자하류(大國者下流)
62장. 도자만물지오(道者萬物奧)
63장. 위무위사무사(爲無爲事事)
64장. 기안이지(其安易持)
65장. 고지선위도자(古之善爲者)
66장. 강해소이능위(江海所以爲)
67장. 천하개위(天下皆謂)
68장. 선위사자불무(善爲士者武)
69장. 용병유언(用兵有言)
70장. 오언심이지(吾言甚易知)
71장. 지불지상(知不知上)
72장. 민불외위(民不畏威)
73장. 용어감즉살(勇於敢則殺)
74장. 민불외사(民不畏死)
75장. 민지기(民之饑)
76장. 인지생야(人之生也)
77장. 천지도(天之道)
78장. 천하막유약어수(天下莫柔弱於水)
79장. 화대원필유여원(和大怨必有餘怨)
80장. 소국과민(小國寡民)
81장. 신언불미(信言不美)
제1장 - 도라 말할 수 있는 늘 그러한 도가 아니다
道可道非常道。名可名非常名。
도가도비상도 명가명비상명
無名天地之始。有名萬物之母。
무명천지지시 유명만물지모
故常無欲以觀其妙。常有欲以觀其邊。
고상무욕이관기묘 상유욕이관기요
此兩者同 出而異名。同謂之玄 玄之又玄 衆妙之門。
차양자동 출이이명 동위지현 현지우현 중묘지문
도가 말해지고 있다면 그것은 변치 않는 참된 도가 아니고,
이름이 지어져 불리우고 있다면 그것은 변치 않는 참된 이름이 아니다.
무란 천지의 시작을 일컬음이요, 유란 만물의 어머니를 일컫는 것이다.
그러므로 항상 무라는 것으로 천지의 오묘함을 보려하고,
또한 항상 유라는 것으로 만물을 맞이함을 보려고 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는 같이 생겨난 것이고 이름이 다를 뿐이다.
같음을 일컬어 현이라 하고 현의 또 현이라고 한다. 이것이 모든 오묘함의 문이다.
제2장 - 스스로 공을 자처하지 않는다.
天下皆知美之爲美 斯惡已. 皆知善之爲善 斯不善已.
천하개지미지위미 사악이 개지선지위선 사불선이
故有無相生. 難易相成. 長短相較. 高下相傾.
고유무상생 난이상성 장단상교 고하상경
音聲相和 前後相隨. 是以聖人處無爲之事 行不言之敎.
음성상화 전후상수 시이성인처무위지사 행불언지교
萬物作焉而不辭 生而不有. 爲而不恃 功成而弗居
만물작언이불사 생이불유 위이부시 공성이불거
唯弗居也 是以不去.
유불거야 시이불거
천하가 모두 가식적인 아름다움을 아름다움으로 알고 있지만 이는 추한 것이다.
또한 모두 위선을 선인 줄 알지만 이 또한 선하지 않은 것이다.
고로 유무는 서로 상생하고, 어려움과 쉬움은 서로 이루고,
길고 짧음은 서로 겨루며, 높고 낮음은 서로 기대고,
음성은 서로 화합하고, 전후는 서로 따르니, 언제나 변치 않고 그러하다.
그리하여 성인은 일을 함에 있어 하지 않는 듯이 행하고 가르침에도 말없이 가르친다.
만물이 자라남에 시작이 없고 생겨나도 유지하려 하지 않고,
행동함에도 뜻이 없으며, 공을 이루어도 머무르지 않고,
머무르지 않으니 이리하여 버려짐도 없다.
제3장 - 현능함을 높이지 않으면 다툼이 없다.
不尙賢 使民不爭. 不貴難得之貨 使民不爲盜. 不見可欲使民心不亂.
불상현 사민부쟁 부귀난득지화 사민불위도 불견가욕사민심불란
是以聖人之治 虛其心 實其腹 弱其志 强其骨.
시이성인지치 허기심 실기복 약기지 강기골
常使民無知無欲 使夫知者不敢爲也. 爲無爲則無不治.
상사민무지무욕 사부지자불감위야 위무위즉무불치
현명한 사람을 높이지 않는 것이 백성을 싸우지 않게 하는 것이다.
얻기 어려운 재화를 귀하게 여기지 않는 것이, 백성을 도적이 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욕심 부릴 만한 것을 보이지 않는 것이, 백성의 마음을 어지럽게 하지 않는 것이다.
이로써 성인의 정치는 그 마음을 텅 비게 하고, 배를 불리며,
의지를 약하게 하고, 뼈를 강하게 하는 것이다.
항상 백성으로 하여금 무지무욕하게 하여, 현명한 사람이 감히 무엇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무위를 함이 즉 다스리지 않음이 없는 것이다.
제4장 - 도는 우주보다 먼저 존재했다.
道沖, 而用之或不盈 淵兮, 似萬物之宗.
도충 이용지혹불영 연혜 사만물지종
挫其銳 解其紛, 和其光 同其塵
좌기예 해기분 화기광 동기진.
湛兮, 似或存. 吾不知誰之子, 象帝之先.
심혜 사혹존 오부지수지자 상제지선
도는 텅 비워져 있으면서, 작용은 채워지지 않는 듯하니, 깊구나!
마치 민물의 근원인 듯도 하다. 깊구나. 마치 있는 듯도 하다.
나는 그것이 누구의 자식인지 알 수 없으니, 상제보다 앞일 것 같다.
제5장 - 말이 많으면 막히게 된다.
天地不仁 以萬物爲芻狗. 聖人不仁 以百姓爲芻狗.
천지불인 이만물위추구 성인불인 이백성위추구
天地之間 其猶槖籥乎. 虛而不屈, 動而愈出.
천지지간 기유탁약호 허이불굴 동이유출
多言數窮 不如守中.
다언삭궁 불여수중
천지는 인하지 않으니, 천지를 풀강아지로 여기는 구나.
성인도 인하지 않으니, 백성을 풀강아지로 여기는 구나.
천지사이는 마치 피리와 같구나. 텅 비어 있지만 굽지 않고, 움직일수록 더욱 더 나오니,
말이 많으면 궁해지고, 중을 지키는 것만 못하다.
제6장 - 도는 만물의 어머니이다.
谷神不死, 是謂玄牝.
곡신불사 시위현빈
玄牝之門, 是謂天地根. 綿綿若存, 用之不勤.
현빈지문 시위천지근 면면약존 용지불근
곡신(근원적인 생명)은 죽지 않으니,
이를 일컬어 현빈(신비스런 암컷)이라 한다.
현빈의 문을 일컬어 천지의 뿌리라 한다.
면면히 있는 듯하면서도, 작용은 끝이 없다.
제7장 - 사심을 버림으로 존재하게 된다.
天長地久. 天地所以能長且久者, 以其不自生, 故能長生.
천장지구 천지소이능장차구자 이기부자생 고능장생
是以聖人後其身而身先, 外其身而身存.
시이성인후기신이신선 외기신이신존
非以其無私邪. 故能成其私
비이기무사사 고능성기사
천지는 장구하다.
천지가 장구할 수 있는 것은 혼자 살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오래 살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이치로 성인은 자신을 뒤에 둠으로써 앞서 있고,
자신을 밖에 둠으로써 자신을 보존하게 한다.
그것은 사사(私邪)가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리하여 자신을 이룰 수 있다.
제8장 - 최상의 선은 물과 같다.
上善若水. 水善利萬物而不爭, 處衆人之所惡.
상선약수 수선이만물이부쟁 처중인지소오
故幾於道. 居善地, 心善淵, 與善仁, 言善信,
고기어도 거선지 심선연 여선인 언선신
政善治, 事善能, 動善時. 夫唯不爭, 故無尤.
정선치 사선능 동선시 부유부쟁 고무우
으뜸의 선은 마치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 다투지 않고, 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에 머무른다.
그러므로 도에 가깝다고 한다.
땅에 머물기를 좋아하고, 마음은 못처럼 깊으며, 인으로 사람들과 더불어 함께하며,
말을 함에 신의가 있고,
사람을 다스릴 때는 올바르며, 능숙하게 일을 처리하고, 때를 잘 맞추어 움직이니,
대장부는 오직 다투지 않으므로, 허물이 없구나.
제9장 - 공을 이루었으면 물러날 때를 알아야 한다.
持而盈之, 不如其已. 揣而銳之, 不可長保.
지이영지 불여기이 췌이예지 불가장보
金玉滿堂, 莫之能守. 富貴而驕, 自遺其咎.
금옥만당 막지능수 부귀이교 자유기구
功遂身退, 天之道.
공수신퇴 천지도
손에 쥐고도 가득 채우려는 것은, 그만두는 것만 같지 못하며
빤히 헤아려보는 날카로움은, 오래 갈 수 없어라.
누런 돌과 환한 구슬을 집에 가득 두고는, 지키는 수가 없으며
부하고 높다 해서 교만하게 되면, 그 스스로 허물이 될 뿐이니,
공을 이루고 이름이 나면, 몸을 빼, 물러나는 것이
하늘 따라 가는 길이니라.
제10장 - 낳고 기르되 소유하려 하지 않는다
載營魄抱一, 能無離乎. 專氣致柔, 能嬰兒乎.
재영백포일 능무이호 전기치유 능영아호
滌除玄覽, 能無疵乎. 愛民治國, 能無爲乎.
척제현람 능무자호 애민치국 능무위호
天門開闔, 能爲雌乎. 明白四達, 能無知乎.
천문개합 능위자호 명백사달 능무지호
生之畜之, 生而不有, 爲而不恃, 長而不宰. 是謂玄德.
생지축지 생이불유 위이불시 장이불재 시위현덕
혼백을 하나로 감싸 안고, 떨어져 나가지 않도록 할 수 있겠는가.
기에 전심하여 더없이 부드러워지므로, 갓난아이 같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겠는가.
마음의 거울을 깨끗이 닦아, 티가 없게 할 수 있겠는가.
백성을 사랑하고 나라를 다스림에, “무위”를 실천할 수 있겠는가.
하늘 문을 열고 닫음에, 여인과 같을 수 있겠는가.
밝은 깨달음 사방으로 비춰 나가, 무지의 경지를 이룰 수 있겠는가.
낳고 기르시오, 낳았으되 가지려 하지 마시오.
모든 것 이루나 거기 기대려고 하지 마시오.
지도자가 되어도 지배하려 하지 마시오.
이를 일컬어 그윽한 덕이라 한다.
제11장 - 비어 있음으로 쓰임이 있다.
三十輻共一轂, 當其無有車之用.
삼십폭공일곡 당기무유차지용
埏埴以爲器, 當其無有器之用.
연식이위기 당기무유기지용
鑿戶有以爲室, 當其無有室之用.
착호유이위실 당기무유실지용
故有之以爲利, 無之以爲用.
고유지이위리 무지이위용
삼십 개의 바큇살이 한 곡에 모이는데, 당연히 그 무가 있기에, 수레의 용도가 있을 수 있다.
진흙을 빚어서 그릇을 만들어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당연히 그 무가 있기에 그릇의 용도가 있을 수 있다.
문과 창을 내어 방을 만드는데, 당연히 무가 있기에 방의 용도가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유는 이익을 주고, 무는 사용을 할 수 있게 한다.
제12장 - 배를 채울 뿐 겉치레는 하지 않는다.
五色令人目盲. 五音令人耳聾. 五味令人口爽.
오색령인목맹. 오음령인이롱. 오미령인구상.
馳騁田獵 令人心發狂, 難得之貨 令人行妨,
치빙전엽 영인심발광, 난득지화 영인행방,
是以聖人 爲腹不爲目, 故去彼取此.
시이성인 위복불위목, 고거피취차.
오색의 찬란한 빛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하고,
오음의 아름다운 소리는 사람의 귀를 먹게 하고,
오미의 좋은 맛은 사람의 입을 버려놓는다.
말을 타고 짐승을 사냥하게 되면 사람의 마음을 미치게 만들고,
얻기 어려운 재물은 사람의 행실을 나쁘게 만든다.
그런 까닭에 성인은 배를 채울 뿐 겉치레를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저것을 버리고 이것을 취한다고 한다.
老子 제13장 - 괴로움이 다 하면 즐거움이 온다.
寵辱若驚, 貴大患若身. 何謂寵辱若驚.
총욕약경, 귀대환약신. 하위총욕약경.
寵爲下, 得之若驚, 失之若驚, 是謂寵辱若驚,
총위하, 득지약경, 실지약경, 시위총욕약경,
何謂貴大患若身. 吾所以有大患者, 爲吾有身.
하위귀대환약신. 오소이유대환자, 위오유신.
及吾無身, 吾有何患.
급오무신, 오유하환.
故貴以身爲天下, 若可寄天下, 愛以身爲天下, 若可託天下.
고귀이신위천하, 약가기천하, 애이신위천하, 약가탁천하.
은총도 굴욕도 깜짝 놀랄 일을 당하는 것과 같이하고,
큰 근심을 귀하게 여기는 것을 제 몸을 귀하게 여기는 것과 같이 하라.
은총도 굴욕도 깜짝 놀랠 일을 당하는 것과 같이 하라.
하는 것은 사랑 받는 것은 위에서 아래로 행하여지므로
얻어도 잃어도 조심하며 놀랍게 여기라는 것이니
이래서 은총과 굴욕은 깜짝 놀랄 일을 당하는 것과 같다 하는 것이다.
큰 근심을 피하려 하지 말고 몸을 귀하게 여기는 것과 같이 하라.
하는 것은 나에게 큰 근심이 있음은 나의 몸이 있기 때문이니
내 몸이 없으면 내게 어찌 근심이 있겠는가?
내 몸을 소중히 여기듯이 천하를 소중히 여긴다면 천하를 맡길 수 있고
내 몸을 사랑하듯이 천하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천하를 부탁할 수 있다.
제14장 - 도는 보고 듣고 만질 수 없는 것이다.
視之不見, 名曰夷. 聽之不聞, 名曰希. 搏之不得, 名曰微.
시지불견, 명왈이. 청지불문, 명왈희. 박지불득, 명왈미.
此三者, 不可致詰. 故混而爲一. 其上不暞, 其下不昧,
차삼자, 불가치힐. 고혼이위일. 기상불교, 기하불매,
繩繩不可名, 復歸於無物. 是謂無狀之狀, 無物之象. 是謂恍惚.
승승불가명, 복귀어무물. 시위무상지상, 무물지상. 시위황홀.
迎之不見其首, 隨之不見其後.
영지불견기수, 수지불견기후.
執古之道, 以御今之有. 能知古始, 是謂道紀.
집고지도, 이어금지유. 능지고시, 시위도기.
눈을 크게 뜨고 아무리 살펴보아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기 때문에 빛이 없다고 한다.
귀를 기울이고 들으려 해도, 아무 것도 들리지 않기 때문에 소리가 없다고 한다.
손으로 쳐보고 만져보아도, 아무 것도 잡히지 않기 때문에 형체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이 세 가지 말로는, 도의 정체를 제대로 규정할 수 없다.
이 세 가지 말을 섞어, 하나로 한 존재인 것이다.
그 위 부분은 분명하지가 못하고, 그 아랫부분은 어둡지가 않다.
휑하여 이름 붙일 수가 없고, 물질세계를 초월한 곳으로 되돌아가 있다.
이것을 모양 없는 모양, 물질의 차원을 초월한 형상이라 한다.
어렴풋해서 뭐라고 말할 수 없는 그런 것이다.
앞에서 본다고 그 머리가 보일 리 없고, 뒤에서 본다고 그 꼬리가 보일 리 없다.
태고 때부터 진리를 꼭 잡고, 삼라만상을 주재하고 있다.
역사와 시간의 첫 근원을 알 수 있는 것, 그 것을 도의 본질이라 한다.
제15장 - 참된 사람은 가득 채우려 하지 않는다.
古之善爲士者, 微妙玄通, 深不可識.
고지선위사자, 미묘현통, 심불가식.
夫唯不可識, 故强爲之容. 豫兮若冬涉川, 猶兮若畏四隣.
부유불가식, 고강위지용. 예혜약동섭천, 유혜약외사린.
儼兮其若客, 渙兮若氷之將釋,
엄혜기약객, 환혜약빙지장석,
敦兮其若樸, 曠兮其若谷, 混兮其若濁.
돈혜기약박, 광혜기약곡, 혼혜기약탁.
孰能濁以靜之徐淸. 孰能安以動之徐生.
숙능탁이정지서청. 숙능안이동지서생.
保此道者, 不欲盈. 夫唯不盈, 故能蔽而新成.
보차도자, 불욕영. 부유불영, 고능폐이신성.
예로부터 도를 닦은 훌륭한 선비는, 미묘하고 심원하여, 그 깊이를 헤아려 알 수가 없다.
깊이를 헤아려 알 수 없기에, 모습을 억지로 묘사해 보면,
그 신중한 모습은, 추운 겨울에 찬 냇물을 건너가는 것과 같고,
조심하는 모습은, 주위를 둘러싼 적을 두려워하는 것과 같다.
엄숙해서 감히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은, 손님의 당당한 모습과 같고,
부드럽게 막힘이 없는 것은, 봄바람에 녹는 얼음과 같다.
꾸밈이 없는 것은, 마치 산에서 갓 베어낸 통나무와 같고,
구애되지 않는 마음은, 텅 비어 있는 골짜기와 같으며,
세상과 한데 섞여 있는 모습은, 마치 흐려진 물과도 같다.
흐린 물을 흐린 채 그대로 두어, 서서히 가라앉아 맑아지게 하는
그런 무위의 일을 그 누가 하겠는가?
산골짜기처럼 조용한 가운데 움직임이 있어, 풀과 나무가 서서히 자라고 있듯이,
그런 무위의 것을 누가 하겠는가?
이 무위의 도를 몸에 품고 있는 사람은, 보름달처럼 꽉 차, 있는 것을 바라는 일이 없다.
그렇게 차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옷이 낡으면 새 것을 만들어 입듯, 변화 속에 다함이 없다.
제16장 - 자신 본래의 참모습으로 돌아가라.
致虛極, 守靜篤, 萬物竝作, 吾以觀復. 夫物芸芸, 各復歸其根.
치허극, 수정독, 만물병작, 오이관복. 부물운운, 각복귀기근.
歸根曰靜, 是謂復命. 復命曰常, 知常曰明. 不知常, 妄作凶.
귀근왈정, 시위복명. 복명왈상, 지상왈명. 불지상, 망작흉.
知常容, 容乃公. 公乃王, 王乃天. 天乃道, 道乃久. 沒身不殆.
지상용, 용내공. 공내왕, 왕내천. 천내도, 도내구. 몰신불태.
마음이 텅 빈 극치에 이르고, 참답게 무위의 고요함을 지키게 되면,
만상의 온갖 움직임이 다시 돌아가는 것을 보게 된다.
만상이 갖가지 모습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저마다 자신의 뿌리고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뿌리고 돌아가 있는 것을 고요, 무위의 고요함이라 말하고,
고요한 것을 명, 각자 본래의 참 모습으로 돌아가 있다고 한다.
명에 돌아가 있는 것을 떳떳함, 영원불멸이라 말하며 떳떳함,
본연의 모습에 눈뜨는 것을 밝음, 절대의 지혜라 한다.
떳떳한 모습을 깨닫지 못하면 경거망동해서 불길하다.
떳떳한 것을 깨달으면 누구에게 대해서나 너그럽게 되고, 너그럽게 되면 공평무사하며,
왕자의 덕을 갖추게 되고, 왕자의 덕을 갖추면 하늘과 같이 광대해지며,
하늘처럼 넓고 커지면 무위의 도와 하나가 되고, 무위의 도와 하나가 되면 영원불멸이 된다.
몸을 마칠 때까지 편안히 살게 되는 것이다.
노자(老子) 제17장 - 최상의 다스림은 존재만을 알게 하는 것이다.
太上下知有之, 其次親而譽之, 其次畏之, 其次侮之.
태상하지유지, 기차친이예지, 기차외지, 기차모지.
信不足焉, 有不信焉.
신부족언, 유불신언.
悠兮其貴言, 功成事遂, 百姓皆謂我自然.
유혜기귀언, 공성사수, 백성개위아자연.
최상의 군주는 백성들이 다만 임금이 있다는 것을 알 뿐인 군주이다.
백성들이 다정함을 느끼고 칭송하는 것은 그 다음이다.
지배자를 두려워하는 정치는 그 아래이며, 백성들이 업신여기게끔 되면 가장 낮은 지배자다.
지배자에게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진실함이 부족하면 백성들로부터 신용을 얻지 못한다.
최선의 군주는 무위의 정치를 하기 때문에, 공을 이루어도,
백성들에게 자랑하지 아니하고, 저절로 그렇게 되었다고 말한다.
제18장 - 지혜가 있으므로 속임이 있게 되었다.
大道廢, 有仁義, 智慧出, 有大僞,
대도폐, 유인의, 지혜출, 유대위,
六親不和, 有孝慈, 國家昏亂, 有忠臣.
육친불화, 유효자, 국가혼란, 유충신.
큰 도가 행해지지 않게 되자, 인이니 의니 하는 것이 강조되게 되었고,
지혜가 발달하니 거짓이 있게 되었다.
집안사람끼리 불화가 생기게 되니, 효니 자애니 논란이 생기게 되고,
나라의 질서가 문란해지면 충신이란 것이 만들어지게 된다.
제19장 - 순박한 마음으로 욕망을 버려라.
絶聖棄智, 民利百倍, 絶仁棄義, 民復孝慈, 絶巧棄利, 盜賊無有.
절성기지, 민리백배, 절인기의, 민복효자, 절교기리, 도적무유.
此三者 以爲文不足. 故令有所屬. 見素抱樸, 少私寡欲.
차삼자 이위문불족. 고령유소속. 견소포박, 소사과욕.
정치하는 사람이 재주와 지혜를 버리면, 백성의 행복과 이익은 백배가 되고,
정치하는 사람이 인과 의를 버리면, 백성은 본래의 사랑과 효도로 돌아가게 된다.
정치하는 사람이 제도와 도구를 버리면, 세상에 도둑과 범죄는 생기는 일이 없다.
위의 세 얘기로도 무위를 다 설명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다음의 말을 덧붙인다.
본바탕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지켜, 사사로운 정을 억누르고,
나를 위한 욕심을 적게 하라.
제20장 - 배움을 끊으면 근심이 없다.
絶學無憂. 唯之與阿, 相去幾何. 善之與惡, 相去何若. 人之所畏, 不可不畏.
절학무우. 유지여아, 상거기하. 선지여악, 상거하약. 인지소외, 불가불외.
荒兮其未央哉. 衆人熙熙, 如亨太牢, 如春登臺.
황혜기미앙재. 중인희희, 여형태뢰, 여춘등대.
我獨泊兮其未兆 如孀兒之未孩 儽儽兮若無所歸.
아독박혜기미조, 여상아지미해 내래혜약무소귀.
학문을 그만두면 근심이 없다. 긍정이나 부정이나 대답에 무슨 차이가 있는가.
좋으니 나쁘니 하는 것이 얼마나 차이가 있는가?
그러나 사람들이 모두 두려워하는 것은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외에 옳으니 그르니 하는 것은 막막해서 끝이 없다.
사람은 그저 마음이 들떠서 잘 차린 상을 받은 손님 같고, 봄날 높은 대에 오른 구경꾼 같다.
나홀로 무심하여 그런 기미조차 모르니, 아기처럼 웃을 줄도 모르고, 고달프고 돌아갈 곳도 없구나.
衆人皆有餘, 而我獨若遺. 我愚人之心也哉,
중인개유여, 이아독약유. 아우인지심야재,
沌沌兮, 俗人昭昭, 我獨昏昏. 俗人察察, 我獨悶悶,
돈돈혜, 속인소소, 아독혼혼. 속인찰찰, 아독민민,
澹兮其若海, 飂兮若無止.
담혜기약해, 요혜약무지.
衆人皆有以, 而我獨頑似鄙. 我獨異於人而貴食母.
중인개유이, 이아독완사비. 아독이어인이귀식모.
사람들은 모두 여유가 있는데 나만은 늘 가난하다.
내 마음은 바보의 마음, 그저 멍청하기만 하다.
사람들은 모두 똑똑하고 활발한데, 나만은 흐리멍덩하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상세하고 분명한데, 나만은 우물쭈물 결단을 못 내린다.
잔잔하기가 바다 같고, 바람처럼 그칠 날 없구나.
사람들은 다 유능한데, 나만은 우둔하고 촌스럽다.
나만이 남다른 사람이라 먹이고 길러준 어머니의 도를 소중히 하고 있다.
제21장 - 도는 심오하고 그윽하다.
孔德之容, 惟道是從. 道之爲物, 惟恍惟惚. 惚兮恍兮, 其中有象.
공덕지용, 유도시종. 도지위물, 유황유홀. 홀혜황혜, 기중유상.
恍兮惚兮, 其中有物. 窈兮冥兮, 其中有精. 其精甚眞, 其中有信.
황혜홀혜, 기중유물. 요혜명혜, 기중유정. 기정심진, 기중유신.
自古及今, 其名不去, 以閱衆甫. 吾何以知衆甫之狀哉, 以此.
자고급금, 기명불거, 이열중보. 오하이지중보지상재, 이차.
큰 덕을 지닌 사람의 모습은 오로지 도만을 따르고 있다.
도라는 것은 그저 어두워 잘 분간할 수 없고 분간할 수 없는 어두움 속에도,
무엇인가 모양이 있으며 어두워 분간할 수 없는 속에도 무엇인가가 실재하고 있다.
심오하고 그윽한 속에 영묘한 정기가 들어 있고,
그 정기는 다시없이 참된 것으로 그 속에 창조자로서의 뚜렷한 증거가 있다.
그것은 예로부터 지금까지 변함이 없이 도라 불리고 있어, 수많은 족장들을 거느리는 총령과 같다.
족장들의 실상을 내가 아는 것은 총령의 도에 의해서이다.
제22장 - 굽은 나무는 베어지지 않는다.
曲則全, 枉則直, 窪則盈, 廢則新, 少則得, 多則惑, 是以聖人,
곡즉전, 왕즉직, 와즉영, 폐즉신, 소즉득, 다즉혹, 시이성인,
抱一爲天下式, 不自見故明, 不自是故彰, 不自伐故有功,
포일위천하식, 불자견고명, 불자시고창, 불자벌고유공,
不自矜故長, 夫惟不爭, 故天下莫能與之爭.
불자긍고장, 부유부쟁, 고천하막능여지쟁.
古之所謂曲則全者, 豈虛言哉. 誠全而歸之.
고지소위곡즉전자, 기허언재. 성전이귀지.
굽은 나무는 수명을 온전히 마치게 되고, 자벌레는 몸을 굽힘으로써 뻗을 수도 있게 된다.
물은 우묵한 웅덩이로 흘러 모이게 되고, 옷은 낡아 해어져야만 다시 새 것을 입게 된다.
욕심이 적으면 마음의 만족을 얻을 수 있고, 지식이 많으면 갈피를 잡지 못하게 된다.
그러므로 무위자연의 성인은 하나인 도를 지켜 천하의 법이 되는 것이다.
무위자연의 성인은 자기를 내세우는 일이 없기 때문에 그의 존재가 뚜렷해지고,
자신을 옳다 하지 않기에 그 좋은 것이 세상에 나타난다.
자기의 공을 자랑하지 않기에 그 공이 자기의 것이 되고,
자신의 우쭐댐을 버리기에 언제까지고 존경을 받게 된다.
성인은 절대로 남과 다투는 일이 없다. 그러므로 세상에 그를 적으로 대하는 사람이 없다.
옛 사람이 말하거늘 굽은 나무는 제 수명을 다한다고 했는데,
참으로 인생의 진리를 제대로 말한 것이다.
참으로 굽은 나무가 되어 내 몸을 온전히 하고, 온전한 몸을 대자연에 되돌려 주는 것이다.
제23장 - 퍼붓는 소나기는 하루 종일 내릴 수 없다.
希言自然, 故飄風不終朝, 驟雨不終日.
희언자연, 고표풍불종조, 취우불종일.
孰爲此者, 天地, 天地尙不能久, 而況於人乎.
숙위차자, 천지, 천지상불능구, 이황어인호.
故從事於道者, 道者同於道, 德者同於德, 失者同於失.
고종사어도자, 도자동어도, 덕자동어덕, 실자동어실.
同於道者, 道亦樂得之, 同於德者, 德亦樂得之,
동어도자, 도역락득지, 동어덕자, 덕역락득지,
同於失者, 失亦樂得之. 信不足焉, 有不信焉.
동어실자, 실역락득지. 신부족언, 유불신언.
들어도 들리지 않는 말은 유구한 무위의 자연이다.
시끄러운 회오리바람으로는 아침 내내 계속 불지 못하고,
퍼붓는 소나기로는 온종일 내리지는 못한다.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천지가 하는 일이다.
천지가 비바람을 계속되게 하지 못한다면 사람으로야 무엇을 더 말하겠는가?
그러므로 무위자연 그대로 행동하는 사람은 도일 경우에는 그 도와 하나가 되고,
덕일 경우에는 그 덕과 하나가 되며 실덕일 경우는 그 실덕과 하나가 된다.
도와 하나 되면, 도 또한 그를 얻어 기뻐하고 덕과 하나 되면, 덕 또한 그를 얻어 기뻐하며,
실덕과 하나 되면, 실덕도 그를 얻어 기뻐한다.
무위자연의 명백한 증명이 결여된 말은 누구로부터도 신용을 얻지 못한다.
제24장 - 발돋움으로는 오래 서 있을 수 없다.
企者不立, 跨者不行. 自見者不明, 自是者不彰. 自伐者無功, 自矜者不長.
기자불립, 과자불행. 자견자불명, 자시자불창. 자벌자무공, 자긍자부장.
其在道也, 曰餘食贅行. 物或惡之, 故有道者不處.
기재도야, 왈여식췌행. 물혹악지, 고유도자불처.
발돋움하는 자는 오래 서 있지 못하고, 큰 걸음으로 급히 걷는 사람은 멀리 걸어가지 못한다.
나를 내세워 자랑하면 뚜렷하게 나타내어지지 않고,
나를 옳다고 하면 그 착한 것도 드러나지 않게 된다.
내 공을 자랑하면 그 공도 소용없게 되고, 혼자 우쭐거리면 곧 그 앞이 막히게 된다.
이와 같은 부자연스러운 행위를 무위의 도에 있어서는 먹다 남은 밥, 소용없는 행동이라 부른다.
누구나 늘 싫어하며 거들떠보지도 않기 때문에 도 있는 사람은 그 곳에 몸을 두지 않는다.
제25장 - 도의 본 모습은 자연이다.
有物混成, 先天地生.
유물혼성, 선천지생.
寂兮寥兮, 獨立不改, 周行而不殆, 可以爲天下母, 吾不知其名,
적혜요혜, 독립불개, 주행이불태, 가이위천하모 오부지기명,
字之曰道, 强爲之名曰大. 大曰逝, 逝曰遠, 遠曰反,
자지왈도, 강위지명왈대. 대왈서, 서왈원, 원왈반,
故道大, 天大, 地大, 王亦大, 域中有四大, 而王居其一焉.
고도대, 천대, 지대, 왕역대, 역중유사대, 이왕거기일언.
人法地, 地法天, 天法道, 道法自然.
인법지, 지법천, 천법도, 도법자연.
혼돈하여 하나가 된 그 무엇이 천지가 생기기 이전부터 존재해 있었다.
그 것은 고요하여 소리도 없고, 아득하여 모양도 없고, 어느 것에도 의존하지 않고,
어느 것으로도 변하지 않으며, 삼라만상에 두루 나타나 잠시도 쉬는 일이 없다.
그 것을 만물의 어머니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실상 그 이름마저 알 수 없다.
임시로 이름 지어 도라 하고, 억지로 이름 붙여 크다 하자.
이 큰 것은 크기 때문에 흘러 움직이고 흘러 움직이면 끝이 안 보이는 넓이를 갖게 되고,
멀고 먼 넓이를 가지면 또 본래의 근원으로 되돌아간다.
이리하여 도는 큰 것이라 불리지만 큰 것으로는, 하늘도 크고, 땅도 크고, 제왕도 또한 크다.
이 세상에는 네 가지 큰 것이 있는데 제왕이 그 중 하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 제왕은 인류의 지배자로서 땅의 참모습을 본받고, 땅은 하늘의 참모습을 본받으며,
하늘은 다시 도의 참모습을 본받는다.
그리고 도의 본 모습은 자연이기 때문에, 도는 다만 자연을 본받아 자유자재 한다.
제26장 - 조급하면 지위를 잃게 된다.
重爲輕根, 靜爲躁君.
중위경근, 정위조군.
是以聖人. 終日行, 不離輜重, 雖有榮觀, 燕處超然.
시이성인. 종일행, 불리치중, 수유영관, 연처초연.
柰何萬乘之主, 而以身輕天下. 輕則失本, 躁則失君.
내하만승지주, 이이신경천하. 경즉실본, 조즉실군.
무거운 것은 가벼운 것의 근본이 되고, 고요한 것은 시끄럽고 조급한 것의 주인이 된다.
그러므로 무위의 성인은, 종일 길을 가도 짐을 몸에서 버리지 않고,
화려하고 아름다운 것에도 초연하다.
어찌 제왕이 된 자가 세상에 대해 몸을 가볍게 움직이겠는가?
경솔하게 행동하면 자신의 근본을 잃게 되고, 조급하면 지배자로서의 지위를 잃게 된다.
제27장 - 잘 가는 사람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善行, 無轍迹, 善言, 無瑕謫, 善數, 不用籌策.
선행, 무철적, 선언, 무하적, 선수, 불용주책.
善閉, 無關楗而不可開, 善結, 無繩約而不可解,
선폐, 무관건이불가개, 선결, 무승약이불가해,
是以聖人, 常善求人, 故無棄人, 常善救物, 故無棄物.
시이성인, 상선구인, 고무기인, 상선구물, 고무기물.
是謂襲明, 故善人者, 不善人之師, 不善人者, 善人之資,
시위습명, 고선인자, 불선인지사, 불선인자, 선인지자,
不貴其師, 不愛其資, 雖智大迷. 是謂要妙.
불귀기사, 불애기자, 수지대미. 시위요묘.
잘 가는 사람은 지나간 흔적을 남기지 않고, 말을 잘하는 사람은 말에 흠이 없으며,
계산을 잘하는 사람은 계산기 따위를 쓰지 않는다.
문을 잘 닫는 사람은 빗장을 걸지 않아도 열리지 않게 하고,
잘 묶는 사람은 매듭을 짓지 않아도 풀어지지 않게 한다.
그러므로 무위의 성인은 사람을 구하여 잘 살려 나가며, 어떤 사람도 버리는 일이 없고,
항상 물건을 잘 다스려 쓰되 어떤 물건도 버리는 일이 없다.
이것을 밝은 지혜를 몸에 지니고 있다고 한다.
착한 사람은 착하지 않은 사람이 본받는 스승이 되고,
착하지 않은 사람은 착한 사람의 반성에 도움이 된다.
스승을 귀히 여기지 않고 내 몸을 귀히 여기지 않으면,
지혜로운 사람이라도 알 바를 전혀 모르게 된다.
이것을 신비한 진리라고 하는 것이다.
제28장 - 통나무가 쪼개지면 그릇이 될 뿐이다.
知其雄, 守其雌, 爲天下谿. 爲天下谿, 常德不離, 復歸於孀兒.
지기웅, 수기자, 위천하계. 위천하계, 상덕불리, 복귀어영아.
知其白, 守其黑, 爲天下式, 爲天下式, 常德不 , 復歸於無極,
지기백, 수기흑, 위천하식, 위천하식, 상덕불특, 복귀어무극,
知其榮, 守其辱, 爲天下谷. 爲天下谷, 常德乃足, 復歸於樸.
지기영, 수기욕, 위천하곡. 위천하곡, 상덕내족, 복귀어박.
樸散則爲器. 聖人用之, 則爲官長, 故大制不割.
박산즉위기. 성인용지, 즉위관장, 고대제불할.
수컷의 성질이 어떠한 것인가를 알고, 암컷의 유연함을 지키어 나가면,
천하의 모든 것이 흘러드는 골짜기가 되고, 천하가 모여드는 큰 골짜기가 되면,
영원불변의 덕이 깃들어 순수한 아이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밝고 명확함이 어떠한 것인지를 알고, 어둡고 아득함을 지켜 나가면,
온 천하가 본받는 사표가 되고, 온 천하가 본받는 사표가 되면,
영구불변의 덕에 어긋남이 없이, 한없는 도의 세계의 근원으로 돌아가게 된다.
속세의 영화가 어떤 것인가를 알고, 욕된 생활을 참고 견뎌 내면,
온 세상이 돌아오는 큰 골짜기가 되고, 온 천하가 돌아오는 큰 골짜기가 되면,
영구불변의 무위의 덕으로 가득 차 있어 손대지 않은 통나무의 소박함으로 뒤돌아가게 된다.
통나무를 쪼개어 그릇을 만들 수 있듯이, 소박함을 끊어 인재를 만들 수 있지만,
성인이 그들을 쓸 때는 고작 한 분야의 우두머리로 쓸 뿐이다.
그러므로 크게 쓸 때에는 인위적으로 손대지 않고 통나무의 소박함을 그대로 두는 것이다.
제29장 - 세상은 신비로운 그릇과 같다.
將欲取天下而爲之, 吾見其不得已.
장욕취천하이위지, 오견기부득이.
天下神器, 不可爲也, 爲者敗之, 執者失之.
천하신기, 불가위야, 위자패지, 집자실지.
故物, 或行或隨, 或歔或吹, 或强或羸, 或挫或隳,
고물, 혹행혹수, 혹허혹취, 혹강혹리, 혹좌혹휴,
是以聖人去甚, 去奢, 去泰.
시이성인거심, 거사, 거태.
세상을 장악하여 다스려 보려 하여도, 그것이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안다.
세상은 신비로운 것이어서,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해볼 수 없는 것이다.
어떻게 잘 해보려고 해도 실패하게 되고, 잡으려고 하면 놓치게 되기도 한다.
고로 모든 사물은 스스로 앞서가는 것도 있고 뒤만 따라가는 것도 있으며,
숨을 내쉬기도 하고 들이쉬기도 하며, 강한 것도 있고 약한 것도 있으며,
위에 얹히는 것도 있고 아래로 떨어지는 것도 있다.
그러므로 성인은 지나친 것을 버리고, 사치를 버리고, 교만함과 태만함을 버린다.
제30장 - 전쟁은 전쟁을 불러온다.
以道佐人主者, 不以兵强天下. 其事好還.
이도좌인주자, 불이병강천하. 기사호환.
師之所處, 荊棘生焉, 大軍之後, 必有凶年.
사지소처, 형극생언, 대군지후, 필유흉년.
善者果而已. 不敢以取强.
선자과이이. 불감이취강.
果而勿矜, 果而勿伐, 果而勿驕, 果而不得已, 果而勿强.
과이물긍, 과이물벌, 과이물교, 과이부득이, 과이물강.
物壯則老. 是謂不道. 不道早已.
물장즉로. 시위부도. 부도조이.
무위자연의 도로 임금을 보좌하는 사람은, 무력으로 나라를 강하게 만들려 하지 않는다.
무력은 무력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군대가 주둔한 곳에는 가시나무가 자라고, 큰 전쟁이 있은 후에는 반드시 흉년이 들게 된다.
정치를 잘하는 사람은 이루어 놓은 결과 이상의 것을 취하려 하지 않고,
자랑하는 태도를 갖지 않고, 공을 내세워 교만하지 않으며,
어찌할 수 없는 필연의 도리에 따라가되, 그 이상 강대해지려 하지 않는다.
만물은 장성하면 반드시 쇠퇴하기 마련이니, 강성한 것에 집착하는 것은 도에 벗어나는 것이다.
도에 벗어나는 것은 오래가지 못한다.
제31장 - 도를 아는 사람은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夫佳兵者, 不祥之器, 物或惡之, 故有道者不處,
부가병자, 불상지기, 물혹악지, 고유도자불처,
君子居則貴左, 用兵則貴右.
군자거즉귀좌, 용병즉귀우.
兵者, 不祥之器, 非君子之器.
병자, 불상지기, 비군자지기.
不得已而用之, 恬淡爲上, 勝而不美.
부득이이용지, 염담위상, 승이불미.
무기는 모두 불길한 것으로 누구나 항상 싫어하는 것이니,
도를 아는 사람은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군자가 자연에 따라 일할 때는 왼쪽을 귀히 여기고,
어쩔 수 없이 군사를 일으켜 전쟁을 할 때면 오른쪽을 귀하게 여긴다.
무기라는 것은 불길한 것이므로 군자가 사용하는 수단이 아니다.
군자가 어쩔 수 없이 무기를 사용함에 있어서는, 욕심 없이 담담한 것을 제일로 삼고,
승리를 거두어도 아름답게 여기지 않는다.
而美之者, 是樂殺人. 夫樂殺人者, 則不可以得志於天下矣.
이미지자, 시락살인. 부락살인자, 즉불가이득지어천하의.
吉事尙左, 凶事尙右. 偏將軍居左, 上將軍居右.
길사상좌, 흉사상우. 편장군거좌, 상장군거우.
言以喪禮處之, 殺人之衆, 以哀悲泣之. 戰勝以喪禮處之.
언이상례처지, 살인지중, 이애비읍지. 전승이상례처지.
그러나 승리를 아름답게 여기는 자는, 사람 죽이는 짓을 즐기는 자이다.
무릇 살인을 즐기는 자는 천하의 뜻을 이룰 수 없다.
좋은 일에는 왼쪽을 귀하게 여기고, 흉한 일에는 오른쪽을 귀하게 여긴다.
직접 병사를 지휘하는 장군은 왼쪽에 자리하고, 전군을 통솔하는 장군은 오른쪽에 자리한다.
이는 장례의 예에 따라 그렇게 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을 죽이게 되기 때문에 슬픈 마음으로 전쟁에 임하고,
승리를 하였다 하여도 장례식과 같이 예를 지켜나가는 것이다.
제32장 - 도는 한결같고 이름을 초월한다.
道常無名, 樸雖小, 天下莫能臣也, 侯王若能守之, 萬物將自賓.
도상무명, 박수소, 천하막능신야, 후왕약능수지, 만물장자빈.
天地相合以降甘露, 民莫之令而自均.
천지상합이강감로, 민막지령이자균,
도는 한결 같고 이름이 없으며 이름을 초월한 것이다.
도는 손대지 않은 통나무처럼 그대로인 것이며,
그것이 아무리 작다고 하더라도 천하도 감히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군왕이 만일 이러한 도를 따라 지킬 수 있다면, 만물은 장차 저절로 보배가 될 것이고,
천지가 서로 화합하여 단비를 내리고,
백성들에게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자연히 평등하게 다스려질 것이다.
始制有名, 名亦旣有. 夫亦將知止, 知止可以不殆.
시제유명. 명역기유. 부역장지지, 지지가이불태.
譬道之在天下, 猶川谷之於江海.
비도지재천하, 유천곡지어강해.
(통나무가 잘리고 쪼개져 많은 기구들이 생기듯)
이것저것 분별하는 이름을 가진 제도가 생겨나면, 이름을 가진 것의 한계를 알게 된다.
변하는 이름에 붙들려 있지 말고, 변함없는 도에 머물러 있을 줄 알면 위태로울 것이 없다.
도 있는 사람이 천하를 다스리는 것은,
산골짜기의 개울이 시내가 되어 자연히 강과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것과 같다.
제33장 -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 참으로 강한 사람이다.
知人者智, 自知者明. 勝人者有力, 自勝者强.
지인자지, 자지자명. 승인자유력, 자승자강.
知足者富, 强行者有志. 不失其所者久, 死而不亡者壽.
지족자부, 강행자유지. 부실기소자구, 사이불망자수.
다른 사람을 아는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이고, 스스로를 아는 사람은 밝은 사람이다.
남을 이기는 사람은 힘 있는 사람이고, 스스로를 이기는 사람은 강한 사람이다.
넉넉함을 아는 사람은 부유한 사람이고, 힘써 행하는 사람은 뜻이 있는 사람이다.
자기의 분수를 아는 사람은 그 지위를 오래 지속하고,
죽어도 잊혀지지 않는 사람은 영원토록 사는 것이다.
제34장 - 스스로 크다고 생각하지 않으므로 크게 된다.
大道氾兮, 其可左右. 萬物恃之而生而不辭, 功成不名有.
대도범혜, 기가좌우. 만물시지이생이불사, 공성불명유.
衣養萬物而不爲主. 常無欲, 可名於小.
의양만물이불위주. 상무욕, 가명어소.
萬物歸焉而不爲主, 可名爲大. 以其終不自爲大, 故能成其大.
만물귀언이불위주, 가명위대. 이기종불자위대, 고능성기대.
큰 도는 넉넉하여 한 곳에 못 박혀 있지 않아, 좌우로 없는 곳 없이 자유자재 한다.
만물은 도에 의해 생겨나지만 한 마디 자랑도 하지 않고,
(만물을 이루어 낸 공이 있지만) 그 공을 내 것으로 하지 않으며,
만물을 길러 내면서 그 주인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항상 욕심이 없고, 아무 것도 갖지 않으므로 작다고도 볼 수도 있으나,
세상 만물이 그 품에 돌아와 안기어도 주인이라는 생각을 갖지 않으므로, 크다고도 말할 수 있다.
도는 자신을 스스로 크다고 생각하는 일이 없기에, 그 큰 것이 참으로 큰 것이 되는 것이다.
제35장 - 진리는 평범하다.
執大象, 天下往, 往而不害, 安平太.
집대상, 천하왕, 왕이불해, 안평태.
樂與餌, 過客止, 道之出口, 淡乎其無味.
낙여이, 과객지, 도지출구, 담호기무미.
視之不足見, 聽之不足聞, 用之不足旣.
시지부족견, 청지부족문, 용지부족기.
도를 지켜 살아가면 세상 어디를 가도 방해하는 것이 없어,
항상 마음이 편안하고 화평하고 태평하다.
즐거운 음악과 좋은 음식이 있는 곳에서는 지나가던 나그네도 걸음을 멈추지만,
무위의 진리는 그것을 입 밖에 내더라도 담담하여 세속적인 맛이 없다.
눈 여겨 바라보아도 볼 수가 없고, 귀 기울여 들어보아도 들을 수가 없고,
그것은 써도 끝이 없는 무한한 기능이 있다.
제36장 - 얻으려면 먼저 주어라.
將欲흡之, 必固張之. 將欲弱之, 必固强之. 將欲廢之, 必固興之.
장욕흡지, 필고장지. 장욕약지, 필고강지. 장욕폐지, 필고흥지.
是謂微明, 柔弱勝剛强.
시위미명, 유약승강강.
魚不可脫於淵. 國之利器, 不可以示人.
어불가탈어연. 국지이기, 불가이시인.
장차 움츠리게 하려면 잠시 펴지게 해준다. 장차 약하게 하려면 잠시 강하게 해준다.
장차 없애버릴 생각이면 잠시 흥하게 해준다.
이것을 미명이라 한다. 모든 유약한 것은 모든 강하고 강한 것을 이긴다.
물고기가 연못 밖으로 나오면 살 수 없듯이, 국가를 다스리는 이기는 남에게 보여서는 안 된다.
제37장 - 자연에 맡기면 저절로 바르게 된다.
道常無爲而無不爲.
도상무위이무불위.
侯王若能守之, 萬物將自化, 化而欲作, 吾將鎭之以無名之樸.
후왕약능수지, 만물장자화, 화이욕작, 오장진지이무명지박.
無名之樸, 夫亦將無欲, 不欲以靜, 天下將自定.
무명지박, 부역장무욕, 불욕이정, 천하장자정.
도는 항상 하는 것이 없지만 하지 않는 것도 없다.
만일 군주가 자연의 도를 따라 지켜 나가면, 만물은 저절로 생성하고 발전할 것이다.
(저절로 생성하고 발전하게 만물에 맡기지 않고) 인간들이 조작하려고 하면,
나는 그러한 짓을 못하게 자연의 덕으로 진정시키리라.
(무명의 통나무와 같은 소박함으로) 자연의 덕은 욕심을 내지 않는다.
욕심을 부리지 않으니 고요하고, (욕심이 없어 고요하면) 천하는 저절로 바르게 된다.
제38장 - 도가 사라지니 인위적인 도덕이 나타난다.
上德不德, 是以有德. 下德不失德, 是以無德.
상덕부덕, 시이유덕. 하덕불실덕, 시이무덕.
上德無爲而無以爲, 下德爲之而有以爲,
상덕무위이무이위, 하덕위지이유이위,
上仁爲之而有以爲, 上義爲之而有以爲,
상인위지이유이위, 상의위지이유이위,
上禮爲之而莫之應, 則攘臂而仍之.
상례위지이막지응, 칙양비이잉지.
최상의 덕은 덕을 의식하지 않으므로 덕이 있는 것이고,
정도가 낮은 덕은 덕에 얽매이기 때문에 덕이 없다.
최상의 덕은 무위이며 자연스럽고, 정도가 낮은 덕은 유위이며 부자연스럽다.
최상의 인은 유위이며 자연스럽고, 최상의 의는 유위이며 부자연스럽다.
최상의 예는 유위이고 그 예에 반응이 없으면, 팔을 걷어붙이고라도 예로 이끈다.
故失道而後德, 失德而後仁, 失仁而後義, 失義而後禮.
고실도이후덕, 실덕이후인, 실인이후의, 실의이후례.
夫禮者, 忠信之薄, 而亂之首, 前識者, 道之華, 而愚之始.
부례자, 충신지박, 이란지수, 전식자, 도지화, 이우지시.
是以大丈夫, 處其厚, 不居其薄. 處其實, 不居其華, 故去彼取此.
시이대장부, 처기후, 불거기박. 처기실, 불거기화, 고거피취차.
무위자연의 도가 사라지면 무위자연의 덕이 나타나고,
무위자연의 덕이 사라지면 인위적인 인의 도덕이 나타나게 되고,
인위적인 인의 도덕이 사라지면, 인위적인 의의 도덕이 나타나게 되고,
인위적인 의의 도덕이 사라지면, 인위적인 예의 도덕이 나타나게 된다.
예의 도덕이라고 하는 것은 인간의 참다운 마음이 엷어진 것이며,
세상이 어지럽게 되는 시초가 되는 것이다.
세상의 일을 미리 내어보는 지식이란 것은 도의 알맹이 없는 겉치레와 같은 것이며,
세상을 어리석고 못나게 만드는 시초인 것이다.
그러므로 참다운 사람은 두터운 쪽에 머물러 있고 엷은 곳에 머무르지 않으며,
알맹이 있는 곳에 머물고 겉치레 쪽에 있지 않은 것이다.
그러므로 예와 지를 버리고 도를 택하는 것이다.
제39장 - 높은 것은 낮은 것을 근본으로 삼는다.
昔之得一者, 天得一以淸, 地得一以寧, 神得一以靈,
석지득일자, 천득일이청, 지득일이녕, 신득일이령,
谷得一以盈, 萬物得一以生, 侯王得一以爲天下貞. 其致之一也.
곡득일이영, 만물득일이생, 후왕득일이위천하정. 기치지일야.
태초에 하나를 받아 얻은 것이 있으니, 하늘이 그 하나를 받아 얻음으로 맑고,
땅이 그 하나를 받아 얻음으로 편안하며, 신은 그 하나를 받아 얻음으로 신령하고,
골짜기는 그 하나를 받아 얻음으로 가득 차며, 만물이 그 하나를 받아 얻음으로 생겨나고,
임금은 그 하나를 받아 얻음으로 천하를 곧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게 만든 것이 곧 그 하나이다.
天無以淸, 將恐裂. 地無以寧, 將恐發. 神無以靈, 將恐歇.
천무이청, 장공렬. 지무이녕, 장공발. 신무이령, 장공헐.
谷無以盈, 將恐竭, 萬物無以生, 將恐滅. 侯王無以貴高, 將恐蹶,
곡무이영, 장공갈, 만물무이생, 장공멸. 후왕무이귀고, 장공궐,
하늘이 맑지 못하다면 아마도 찢어질 것이고, 땅이 편안하지 못하다면 아마도 꺼질 것이며,
신이 영험하지 못하다면 아마도 신의 기능이 끝날 것이고,
골짜기가 가득하지 못하다면 아마도 세상이 메마를 것이며,
만물이 생겨나지 못한다면 아마 아무 것도 없을 것이고,
만일 임금이 곧게 하지 못하고 높은 것만을 귀하게 여긴다면 아마도 그 나라는 파멸할 것이다.
故貴以賤爲本, 高以下爲基, 是以後王, 自謂孤寡不穀.
고귀이천위본, 고이하위기, 시이후왕, 자위고과불곡.
此非以賤爲本邪, 非乎.
차비이천위본사, 비호.
故致數譽無譽. 不欲祿祿如玉, 珞珞如石.
고치수예무예. 불욕록록여옥, 낙락여석.
그러므로 낮은 것을 귀하게 하여 근본으로 삼고, 높은 것은 낮은 것을 밑바탕으로 한다.
그래서 임금은 스스로 외롭다 덕이 부족하다 선하지 못하다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천한 것을 근본으로 삼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칭송 받는 명예를 원하게 되면, 도리어 명예는 없어지게 되나니,
찬란하게 빛나는 옥같이 되기를 원하지 않고, 대굴대굴 돌처럼 구르는 것이다.
제40장 - 근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도의 움직임이다.
反者, 道之動, 弱者, 道之用. 天下萬物生於有, 有生於無.
반자, 도지동, 약자, 도지용. 천하만물생어유, 유생어무.
근본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도의 움직임이고, 부드럽고 약한 것이 도의 작용이다.
세상의 만물은 천지음양의 기운인 유에서 나오고, 유는 형체가 없는 도인 무에서 나온다.
[출처] 老子 道德經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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