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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배운성화가의 가족도
설날이 생각난다
까치설날 부터 벌써 누빈 색동저고리에 다홍치마 입고 구멍가게 드나들던 사촌들이 생각난다
어릴 적 윗 댁 할머님댁으로부터 아랫집 우리 집과 이모님 댁까지
온 사촌들이 다 모여서 까르르까르르 대며 부산하게 누비고들 다녔다
어릴 때 함께 뛰어놀던 사촌이 오랜만에 고국을 방문한다니
그때 계동 골목을 가득 매웠던 어렸을 때의 설날 풍경들이 곱게 떠오른다
나와는 4살 터울인데 유난히도 밥만 먹으면 샛문으로 이모님 댁에 가서 그 여동생을 찾아보곤 했단다
어려웠던 시절이라서 대학 다닐 때는 못 만났는데
명동에서 한참 알바하고 다닐 때 우연히 명동 뉴욕제과 앞에서 이모님이랑 그 사촌들을 만났더니
E여대 K여고 다니던 누이와 동생이 얼굴을 붉히던 생각이 난다
이모님은 나를 뉴욕제과로 데리고 가셔서 버터크림빵이랑 초크릿크림 소라빵을 사주셨다
그 사촌여동생이 지금도 나에게 자주 국제전화를 해준다 필요한 거 말하라며
두 달 남은 지금부터 벌써 요번 주말에 오는 것처럼 전화가 오고 간다
집사람도 고기 다진 거 넣고 고추장 볶으고 들기름에 김부각 구운 김 올기쌀을 필요한 거 더 없냐고 하면서 준비한다
어릴 때 함께 자란 동심의 인연은 나를 햇순처럼 행복하게 한다
할머님께서 나를 앞세우고 걸으실 때 살짝살짝 보이셨던 외씨버선 수눅선은 유난히도 하얬다
지난 여러 가지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외씨번선은 조롱박가든님이 주신 말)
새해 새 시작을 하면서
돌이켜 봐 지는 것은
내가 젊을 때 핸디캡이 잇는 여학생을 냉정히 거절 못해준 거
어머님 혼자 되셔서 날 키우셨는데 소원이신 아버님 의사가운을 안 받은 거
이 사람에게 너무 많은 걸 요구한 거
등에 쇠막대가 들어서 자식들을 업어서 키우지 못한 거
세상이 나를 원했는데 그 길이 재미없다고 여겨버린 거
다 지난 전생으로 돌리며 마음에 새긴다
소식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 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고 하는
처서도 지나니 풀벌레 소리마저 처량하다
적막한 밤만 길어져
난 하얀 눈 오는 날이면 너의 입김이 깊어진다
처분하고 가야 하는 계절이니
가면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아도
이 마음은 놓지를 못한다
긴긴밤도 지나가고 마른 나뭇가지에도
푸른 붐기운이 돌면
너에게서 어떤 소식이라도 올렸는지
막연히 서쪽 하늘을 쳐다보며
눈시울을 적신다
그게 절기의 마음인가?
그래도 살아야 해서 밭 갈 준비를 한다
네가 좋아하던 망초대꽃 쪽은 안 갈을련다
무릎을 꿇고 기도하며
너의 안부를 묻는다
그랬던 또 한 해를 보내며
새 갑진년甲辰年 청룡의 해를 맞는다 엊그제 이런 글을 올렸는데
벌써 손주들이 신발도 현관에 내동갱이 쳐 벗으며 할아버지 저 왔습니다 큰 놈입니다
작은놈입니다 하며 큰절을 한다
갑진년甲辰年 청룡의 새해를 맞으면서
그전 글 '당신~ 루비 반지를 좋아했지?'에서
(https://cafe.daum.net/musicgarden/F44n/2261 ~원본보기)
처서가 지나니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달라졌다
담 밑에선 풀벌레 우는 소리 찌르륵찌르륵 들려오고
어느새, 초승달이더니 상현달로 들었다.
유난히도 남색 하늘이 높고 청명하여
간밤에 내 모습도 맑고 투명해졌는지 하얗다
아버지를 빼다 닮았다고 하더니
앞머리가 하얗게 세는 것이 어머니이다.
생각도 성격도 점점 어머니란다.
아주 늦게 한 결혼도 어머니인데, 성북동 골을 내려오시면서 어느 시인 초년병이
I love you. 하니까 I hate you. 하신 어머니를 닮아서
내가 집사람에게 걸핏하면 집을 나간다고 엇박자 한다.
철측을 세우는 것도 어머니여서 만사 원리원칙 고지 곧대로 해야 한다.
딸이 시집을 가고 나니 새 아기가 온다.
배달겨레 큰 명절
설날
음력 1월 1일은 설날입니다. 이 말의 말밑(어원)을 살펴보면 '설다, 낯설다'의 '설'에서 그 유래를 찾는 사람들이 있는데 처음 가보는 곳은 낯선 곳이고 처음 만나는 사람은 낯선 사람인 것처럼 설 역시 처음 맞이하는 '낯설은 날'로 생각한 까닭에서 비롯한다는 설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서럽다'는 뜻의 '섧다'에서 왔다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한 해가 지남으로써 점차 늙어가는 처지를 서글퍼하는 말이지요.
또 다른 유래는 '삼가다'라는 뜻을 지닌 '사리다'의 '살'에서 비롯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각종 세시풍속 책에는 설을 신일(愼日)이라 하여 '삼가고 조심하는 날'로 표현했습니다. 몸과 마음을 바짝 죄어 조심하고 가다듬어 새해를 시작하라는 뜻으로 보는 것이지요.
ⓒ 이무성 화백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설날에는 정성껏 준비한 제수를 차려놓고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웃어른들께 세배를 하며 떡국을 먹는 것은 어느 집이나 하는 통속입니다. 또 설날 재미난 세시풍속으로는 '양괭이 쫓기'라는 것이 있습니다. 양괭이 또는 야광귀(夜光鬼)라는 귀신은 설날 밤, 사람들이 사는 집에 내려와 아이들의 신을 두루 신어보고 발에 맞으면 신고 가버립니다. 그러면 그해 그 신의 주인에게는 불길한 일이 일어난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이 귀신이 무서워 모두 신을 감추거나 뒤집어놓은 다음 잠을 잤지요. 그리고 채를 마루 벽에 걸거나 장대에 걸어 뜰에 두었습니다. 그러면 양괭이가 와서 수없이 구멍이 나 있는 신기한 물건이 있는 것을 보고 그 구멍을 세느라고 아이들의 신을 훔칠 생각을 잊고 있다가 닭이 울면 도망간다는 이야기입니다.
또한 세주불온, 문안비, 청참, 오행점, 원일소발 따위의 재미있는 세시풍속도 있습니다만 모두 잊히고 말았습니다. 다만 섣달 그믐날 밤에 잠을 자면 눈썹이 희어진다며 밤을 새던 일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이것을 해지킴이, 곧 수세(守歲)라고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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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에 '김영조의 민족문화 바로 알기'를 연재했고 일본에 산재한 한국문화 유적지를 직접 찾아다니며 소개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맛깔스런 우리 문화 속풀이 31가지』, 『신일본 속의 한국문화 답사기』 등이 있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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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알뜨기 해보셨나요?
정월대보름
정월대보름
정월대보름에 하는 부럼 깨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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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에 이어 오는 정월대보름도 우리 겨레는 큰 명절로 지냈습니다. 정월대보름 달은 지구에 가장 가깝게 다가서기 때문에 가장 작은 때에 비해 무려 14퍼센트나 커서 한 해 가운데 가장 큰 달이지요. 정월대보름 날은 다채로운 세시풍속이 전해집니다. 특히 '복토 훔치기'란 재미난 풍속이 있는데 부잣집 흙을 몰래 훔쳐다 자기 집 부뚜막에 발라 복을 비손하는 것입니다. 또 '용알뜨기' 풍습이 있는데 이는 대보름날 새벽에 가장 먼저 용알이 떠 있다고 생각되는 우물물을 길어오면 그해 운이 좋다고 믿었습니다.
이날 풍속에 '더위팔기'라는 것도 있는데 이유원의 《임하필기》에서는 이를 두고 "당(唐)·송(宋) 사람들은 어리석음을 팔았으니 이것은 더위팔기와 같은 것이다"라고 그 유래를 밝히고 있지요, 또 '다리밟기'는 고려 풍속으로 다리 병을 물리치기 위한 놀이이고, 보름달의 두껍고 엷은 상태를 가지고 그해의 흉풍년을 점쳤으며, 곡식 이삭 늘어놓기, 부럼 깨물기, 줄다리기 놀이 같은 것은 모두 신라 때부터 이어져온 명절놀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정월대보름 먹을거리로는 오곡밥과 나물을 들 수 있는데 멥쌀·찹쌀·조·수수·보리를 넣어 지은 밥에 고사리·시래기·호박오가리 따위의 나물을 먹었습니다. 오곡밥은 많이 먹을수록 좋다고 해서 '나무 아홉 짐과 찰밥 아홉 그릇'을 먹기도 했는데 이것은 한 해를 부지런히 뛰며 살라는 뜻이란 생각이 듭니다. 또 예전에는 마을마다 한 해의 안녕과 무사를 기원하는 제를 지내거나 굿을 하던 풍속이 있었으나 이제는 동호인들끼리 옛 풍속을 재현하는 풍물굿 정도로만 볼 수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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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에 '김영조의 민족문화 바로 알기'를 연재했고 일본에 산재한 한국문화 유적지를 직접 찾아다니며 소개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저서..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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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에 '김영조의 민족문화 바로 알기'를 연재했고 일본에 산재한 한국문화 유적지를 직접 찾아다니며 소개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저서..펼쳐보기
출처
키질하던 어머니는 어디 계실까? 키질하던 어머니는 어디 계실까? | 김영조 | 인물과사상사
풍속부터 먹거리, 옷과 꾸미개, 민속품, 미술, 국악, 조선 철학, 24절기와 명절까지 우리 옛사람들의 문화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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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금연주]이선희 인연(왕의남자ost)_국악버전 ~ok
카페 게시글삶과 음악의 향기, 자작글, 자작곡(연주), 산문, 수필 벌써 설날이 생각난다 (큰 명절 설날과 정월대보름은 퍼옴)게시글 본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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