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일 사이에 한 낮의 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린다.
이럴 때는 꼼짝 말고 방콕 에어컨 아래에서 지내는 것이 최상의 휴식일터.
오늘도 난 아직 끝내지 못한 한라산 둘레길을 돌고 있다.ㅎㅎ
여행의 재미는
첫째가 여행 가기 전에 여행지 정보를 알아보는 것.
둘째는 공항에서 뱅기를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는 것.
셋째는 여행 중에 예쁜 츠자들을 몰래 훔쳐 담는 것.ㅎㅎ
넷째는 집에 돌아와 후기를 쓰며 지난 여행을 되돌아 보는 것이 아닐까?ㅎㅎ
한라산 둘레길에서는 세번째 재미는 없었지만 후기를 쓰면서 아직도 걷고 있는 내모습을 그려본다.ㅎ
누군가는 마냥 걷기만 하고 있는 친구들을 보고 안쓰럽기도 하고 징하다고도 한다.
이 나이에 안쓰럽게 봐주는 것도 고맙고, 징하다고 하지만 그 속에 귀여운 징함이 있지 않을까?ㅎㅎ
한라산 둘레길 6구간(시험림길), 7구간(사려니숲길) : 14.6km
어제 끝냈던 수악길 끝에서 오늘은 시작한다.
지난 밤부터 비가 조금씩 내리더니 아침에도 가랑비가 내린다.
예보에는 10시 정도에 그친다고 했는데....
살짝 비를 뿌린 날씨가 걷기에는 더 좋을 듯...
안개가 살짝 끼고 가랑비가 오는 길을 홍 회장 친구찬스를 끝까지 이용한다.ㅎㅎ
출발지점에 도착해서 그냥 걸어도 되겠더만
홍 회장과 호근이는 이번 트레킹을 위해서 새로 구입했다는 우비를 입어봐야한단다.
옛날에 입어 봤던 판쵸우의가 생각난다.
구입해서 처음 입어보는 호근이는 오늘도 손이 많이 간다.
우비를 사주신 마눌님에게 보고하기 위한 인증샷도 해야한다는데...ㅎㅎㅎ
출발 전 인증샷은 이젠 필수가 되었다.
색깔이 확실해서 숲 속에서 잃어버리는 일은 없을 듯하다.
여기서도 담아주는 사람은 없지만 한꺼번에 인증샷을 담아본다.ㅎㅎ
오늘도 홍 회장과 김 회장은 여전히 코스 연구에 열중한다.
연구할 게 없다고 하는데도....ㅎㅎ
어찌 보면 약간 설정같아 보이기도 한다.ㅎㅎ
삼나무 숲이 나오니 갑자기 인증샷을 요구한다.
'삼남'이가 '삼나무'숲에 왔다고 하는 건가?ㅎㅎ
시험림길에 본격적으로 들어서니 숲이 멋있다.
그 사이로 나있는 산책길도 아름답다.
뭘 시험하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갑자기 뒤돌아서 닐리리 맘보라도 추는 듯하다.
시험림길에 신비한 마법의 힘이 있는 것은 아닐까?ㅎㅎ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행동들이 나타난다.
뭔가 심상치 않은데 괜찮은지 모르겠다.ㅎㅎ
어느덧 비도 그치고 목도 출출하고 쉬면서 막걸리 한 잔이 땡긴다.
호근이 컵에만 검은 막걸리(?)가 있다.ㅎㅎ
한 잔도 못 마시는 것은 아닌데 자기 관리가 철저하다.
맨날 뒷통수만 담다가 이렇게 앞통수를 담을려면 마신 막걸리가 다시 넘어 올만큼 앞으로 뛰어야 한다.
막걸리에 숨이 턱에 차지만 가끔 괜찮은 사진을 담을 수도 있기에...ㅎㅎㅎ
아주 특이한 무늬의 바위들이 있는 계곡을 지난다.
마치 헤리 포터의 영화에 나오는 괴기한 분위기가 떠오른다.
이건 왠 시츄에이션?
시험림길의 마법에 빠졌는지 감성적인 모습을 보인다.ㅎㅎ
우리가 한라산 둘레길을 걷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단다.ㅎ
하기야 둘레길이 너무 평평하고 잘 되어 있기에 둘레길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 법도 하다.
잘 조성된 삼나무 숲길이 나온다.
구간별로 전국 각 도의 이름이 붙어있다.
그 사이를 지나는 70대 할배들의 모습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인다.ㅎ
이번에는 편백나무 숲길을 지나간다.
갑자기 멀리 숲 속에서 우리를 지켜보는 눈이 있다.
노루다.
그들이 한참을 지켜보다가 그냥 돌아 선다.
늙은 할배들이라고 더 볼 게 없다고 생각한 듯하다.ㅎㅎ
야생 노루를 이처럼 자연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게 참으로 신기하다.
'노루'를 제주에서는 '노로'라고 부른다.
때로는 이 녀석들을 '사슴'이라고 부르기도 했단다.
그래서 제주에는 '노로'나 '사슴'이라는 지명이 많이 있다.
'사슴'은 옛날에 제주에는 살지 않았지만, 지금은 사람들이 기르던 사슴이 탈출해서 살고 있단다.
노루 궁뎅이를 이날 처음 봤다.ㅎㅎ
삼나무가 그냥 곧게 위로만 뻣는 게 아니라 이처럼 정원수같이 관리도 한다.
이런 정원수 하나 가져다 심으면 너무 좋을 듯하다.
몽글 몽글한 삼나무 잎이 신기해 보였다.
시험림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점심을 먹는다.
역시 핫앤쿡!
제육만 먹었더니 입에서 돼지 냄새가 나는 듯하다.ㅎㅎㅎ
다시 출발하는 데 역시 호근이는 손이 많이 간다.ㅎㅎ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호근이에게 따라다니는 호칭이 "손많이"가 되었다는 전설이 생겼다.ㅎㅎㅎ
사려니숲 길을 걷는다.
'사려니'라는 이름은 '실안이' 또는 '솔안이'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는데
여기서 '실' 또는 '솔'은 신성한 신의 영역이라는 의미로 즉 '신성한 곳'이라는 뜻이란다.
다른 유래로
'사려니'는 <실 따위를 흩어지지 않게 동그랗게 포개어 감다>라는 의미의 제주어인 '려니'로 보기도 한단다.
어쨋든 사려니길은 그런 신성함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길가에 <박새>가 많이 보인다.
예전에 백두산에 갔을 때 보았던 녀석인데 여기서 다시 보니 반가웠다.
꽃은 보기에 좋으나 독이 있는 식물이다.ㅎ
야! 츠자들이다.
근데 반대 방향이다.ㅎㅎ
저쪽에서도 관심이 있었는지 살짝(?) 돌아보기는 했는데...ㅎㅎ
몰래 숨어서 담을려고 했는데 눈치가 빨라서 금방 알아채 버린다.
작전이 작전에 실패했다.ㅎㅎ
심심할 때 하는 '돌아!'를 해봤는데 잘 안맞는다.
70대 할배들을 훈련 시키기가 참 힘들다.ㅎㅎ
사려니숲길이 거의 끝나가는 데도 발걸음이 가볍다.
이런 능력이면 둘레길 끝나고 바로 올레길에 도전해도 될 듯하다.
70대 할배들 맞아?ㅎㅎ
이처럼 가볍게(?) 사려니길을 통과해서 버스정류소까지 나왔다.
여기서 숙소까지 걸어도 얼마 되지 않는 거리(?)였지만
도로가 좁고, 차도와 둘레길이 별도로 구분되어 있지 않아 위험해서 버스를 타기로 했다.
내일은 다시 이곳과 연결되어 있는 절물휴양림으로 와서 시작해야 한다.
숙소에 들어가기 전에 카페에 들러 커피 한잔을 했다.
역시 호근이가 커피를 제공했다.
아직도 호근이의 커피향이 코끝에 남아 있다.ㅎㅎㅎ
교래뜰 팬션으로 들어갔다.
정원이 잘 가꾸어져 있었고 여러가지 야생화가 눈길을 끌었다.
여기 바로 근처에 삼다수 공장이 있어 팬션에서 이 삼다수 물을 끌어다 쓴단다.
그냥 수돗물을 마셔도 되고 샤워하면 몸에도 좋다고 주인이 자랑한다.
그 말에 훅 넘어가 찬물 샤워를 했다가 목 감기에 걸리는 사단이 나서 일주일 동안 고생했다.ㅎㅎㅎ
<당아욱>
< 청매화붓꽃>
<바위취>
<단정화>
<자란>
저녁은 닭백숙인지 뭔지 먹었는데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필름이 끊겼다.
홍 회장과 김 회장이 작정하고 술을 먹여댔다.
'빵꾸나시'라고 본 때를 보여줄려 했나?
술 못마시는 게 내 약점 중에 하나인데...ㅎㅎ
식당에서 어떻게 숙소에 들어왔는지 잘 기억이 안난다.
그렇게 제주에서 마지막 밤을 보냈다.
기억이 희미해서 더 이어갈 수 없지만 그래도 To Be Continued는 하고 싶다.ㅎㅎㅎ
To Be Continued...
첫댓글 지난 번에 사려니숲길에 갔을 때에는 시험림길은 통제가 되어 있어서 못 갔었는데, 그 길이 참으로 멋집니다.
잘 보고 갑니다.
70대 할배 들이여, 영원 하리라 !
시험림길은 한시적으로만 개방하기에 일정을
번개 김회장이 조정했습니다!
본인은 70대가 아닌가 봅니다.ㅎㅎ
역시 기다리고나 있었던 듯 첫 번째 댓글입니다.ㅎㅎ
후기를 여러번 쓰시더니 슬슬 Fiction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작가님! 잘만 드시며 흥분해서 제육비빔밥을 엎어놓더니....웬 돼지냄새라니~~~ 자발적으로 마무리 한잔하시고 필름이 끊어졌다구라~~¿ ㅎㅎㅎㅎ 편안한길 걷다보니 사설이 길어진것으로 이해할께요!
마무리가 머지않은듯!!!! 멋진꽃까지~ 수고하셨습니다! 최~~고!
어디까지가 리얼이고 어디까지가 픽션인지 잘 구분이 안 됩니다.
내가 걷기는 걸은건지도....ㅎㅎㅎ
술 마시고 획까닥?
이제보니 70대 할배가 아니고
70대 청춘들 이셔^^
넘 멋진 추억에 남는
한둘레길~ 구수한 설명과 함께
잘보고 잘읽었어요.
나 퇵직하고 이곳 1순위 점 찍었다
수고하셨어요♤♤♤♤♤
사무총장님 수준은 아닙니다.ㅎㅎ
재고해 보심이...ㅎㅎㅎ
그 즈음 사려니숲은 저도 지나갔습니다만 회엥하니 주마관산격으로.
주작가의 해설과 사진을 보니 더 가까이 다가오네.
즐감 감사!
어쩐지 지나간 냄새가 좀 나더라니..ㅎㅎ
구수합니다
기억력도 좋으셔요
요즈음 나이에는 기억력이 몇시간 안 간다는데
기억력이 떨어지니 픽션이 증가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