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병원 순환기 내과 김형관 교수입니다.
최근 볼리브리스 (약품명 암브리센탄)가 발매되어 이 약제에 대한 관심이 있으신 것 같아 몇 가지 도움이 될까 해서 남깁니다.
우리나라에 들어온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요. 우리나라에서는 제가 가장 먼저 처방을 시작했고, 가장 많이 처방을 하고 있어서 그간의 경험과, 이 약제에 대한 외국 데이터를 기반으로 몇 가지 비교를 해 드리고자 합니다.
(참고로 정상 폐동맥압 수치는, 수축기 폐동맥압을 기준으로 하면 상한이 약 35~40mmHg 정도로 하고, 평균 폐동맥압 수치를 기준으로 하면 25mmHg이하입니다.)
1) 약품 자체에 대하여
트라클리어 (Tracleer)는 약품명으로는 보센탄 (Bosentan)이고, 볼리브리스 (Volibris)는 약품명으로는 암브리센탄 (Ambrisentan)입니다. 눈썰미 있으신 분들은 이 2가지 약제가 모두 이름이 --센탄 (--sentan)으로 끊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겁니다. 맞습니다. 같은 계열의 약제이지요. 하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트라클리어는 비특이적 엔도셀린 수용체 차단 (non-selective endothelin receptor blocker)을 하며 볼리브리스는 A형 수용체만 특이적으로 차단하는 (selective endothelin receptor blocker), 작용방식의 차이가 있습니다. 약간 어려우시지요? 약물이 수용체에 작용한다고 하는 것은 일종에 열쇠와 자물쇠의 관계라고 보시면 됩니다. 즉, 우리 몸에는 여러개의 수용체 (즉, 자물쇠)가 존재하여 각각의 수용체 (즉, 자물쇠)에는 이에 맞는 물질들이 붙어서 어떤 작용을 하게 됩니다. 엔도셀린이라는 물질이 열쇠에 해당하겠지요? 폐동맥 고혈압의 발생 및 진행에는 엔도셀린이라는 물질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데, 이 놈은 특이하게도 수용체 (즉, 자물쇠)가 A형과 B형이 있습니다. 이러한 A형과 B형 수용체에 엔도셀린이 붙을 수 없도록 이 2가지 수용체 (즉, 자물쇠)를 모두 막아버리는 역할을 하는 것이 트라틀리어이고, 이 중에서 A형에만 작용하는 것이 볼리브리스입니다.
2) 복용 방식 및 용량에 대하여
트라클리어는 하루에 2번 복용을 해야 합니다. 이에 반하여 볼리브리스는 하루에 한 번 복용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요.
용량은 트라클리어는 62.5mg (1알)으로 시작을 해서 부작용이 없다면 125mg (2알)을 하루에 2번 복용하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볼리브리스는 5mg (1알)을 하루에 한 번 복용하고, 10mg (역시 1알입니다. 볼리브리스는 알약이 5mg짜리와 10mg 짜리가 나와 있습니다)으로 증량해서 사용합니다.
3) 부작용에 대하여
폐동맥고혈압 약제가 가지는 일반적인 부작용, 예를 들면 두통, 코막힘, 피부반점, 오심 (메스꺼움), 구토, 근육통 등은 2가지 약제에 모두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제 개인적인 경험상 볼리브리스는 이러한 부작용이 거의 없습니다. 이 2가지 약제의 가장 큰 차이는 간독성에 있습니다. 볼리브리스는 이 약만으로는 간독성이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물론 초기에는 1% 미만에서 발생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었으나, 최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퍼센티지도 다른 약제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트라클리어는 약 15~20%에서 간독성이 발생하며, 따라서 간기능 검사를 매달 하는 것이 권고됩니다. 실제로 약 3년 전에 저희 병원이 주축이 되어서 우리나라 폐동맥 고혈압 환자분들에게서 트라클리어를 복용했을 때 간독성이 얼마나 나타나는지를 연구한 적이 있는데 약 17%에서 발생을 하더군요.
4) 다른 약제와의 상호 작용에 대하여
트라클리어는 다른 약제와의 상호 작용이 매우 많습니다. 특히 다른 종류의 폐동맥 고혈압 약제인 비아그라 (미국에서는 레바티오라는 상품명으로 판매됩니다)와도 상호작용이 있어 사용상의 주의를 요합니다. 또 와파린과도 상호작용이 있습니다. 이에 비하여 볼리브리스는 알려진 상호작용이 단 2가지만이 알려져 있으며, 이 2가지 약제 또한 일반적으로 폐동맥 고혈압 환자분들께 흔히 사용되는 약제는 아닙니다.
5) 약가에 대하여
2)번에서 설명드린 대로 트라클리어는 최대 효과를 얻기 위해 125mg (2알)을 하루에 2번 복용해야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한 알이 약 2만원 정도하니까 하루에 8만워 조금 더 들지요. 볼리브리스는 5mg짜리가 5만 2천원, 10mg짜리가 5만 3천원 정도합니다. 따라서 하루 복용을 가정하면 볼리브리스가 더 약값이 저렴합니다. 물론 트라클리어를 125mg으로 하루에 2번 복용할 수 없는 상황, 즉 간독성이 나타나서 62.5mg으로 복용할 경우는 트라클리어가 더 저렴하겠네요.
6) 보험 적용 문제에 대하여
이 부분은 트라클리어가 다소 좋습니다. 트라클리어는 우리나라에서 여러가지 원인의 폐동맥 고혈압에 보험이 적용이 됩니다. 단 이차성 폐동맥 고혈압에는 안 되지요. 볼리브리스와 가장 큰 차이는, 볼리브리스는 선천성 심질환과 연관되어 발생한 폐동맥 고혈압에는 보험이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트라클리어는 되구요.
7) 약효에 대하여
현재까지 연구된 데이터에 근거하면 약효는 2약제가 동일한 것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따라서, 어느 약제가 약효가 좋다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지요. 다만, 제 경험상으로는 트라클리어에 부작용이 있었던 분들이 볼리브리스에는 다소 부작용을 덜 느끼시는 것 같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따라서, 본인에게 부작용이 덜한 약제를 사용하시면 되고, 현재 트라클리어를 잘 복용하고 계시는 분들은 구태여 볼리브리스로 바꾸실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8) 약효가 나타나는 시점에 대하여
2가지 약제 모두 약효가 실제 느껴지는 시점은, 개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즉, 병이 어느 정도 진행이 된 상태에서 약제 복용을 시작했는지에 따라 차이가 발생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3개월 정도는 약효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보통이며, 따라서, 약효를 보기위해 심도자술을 반복할 경우 약제 복용 이후 3개월이 지난 시점에 시행하여 약효를 평가하는 것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권고합니다.
쓰다가 보니 너무 길게 되버렸네요. 도움이 되셨으면 하는데, 용어가 다소 어려우실지 모르겠습니다. 혹, 다른 궁금한 사항이 있으시면 게시판에 올려주세요^^.
김형관 드림.
첫댓글 자세한 설명 너무 감사드립니다.저희 어머니는 트라클리어 두 달 정도 복용하시다가 간독성 때문에 중단하셨던지라 트라클리어보다 간독성이 덜하다는 이 약에 대해 관심이 많았는데 이리 친절하게 설명해주시니 너무 감사드립니다. 벤타비스는 보험도 안되고 거기에 연세가 많으셔서 네블라이져 사용하시는 걸 힘들어하시는차에 이런 약이 나왔다는 소식이 그저 반갑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선생님.
자세한 설명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생소한 병에대해 두려워하지 말고 많이 공부하고 이겨내려고 노력해야겠어요. 매일매일 몸으로 느껴지는 증상에 무서워서 눈물만 났거든요.. 너무 감사드립니다.^^
도움이 되셨다니 다행이네요. 모든 병이 그렇지만, 긍정적인 마음자세가 질병 극복에 가장 중요합니다. 담당 교수님을 믿고, 꾸준히 약을 복용하세요^^. 반드시 증상이 좋아지시리라 생각합니다^^. 김형관 드림.
교수님이 이리 말씀하시니 정말 좋은생각 긍정적인 마음을 갖도록 항상 기억하고 실천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저도 트라클리어엔 간독성이 있어 볼리브리스 출시를 주의깊게 보고 있었는데요. 설명1) 에서 B형 자물쇠를 차단하지 않아도 볼리브리스가 트라클리어와 약효가 같다는 말씀으로 이해해도 되는 건가요? 혹시 우문인가요?
그리고 올해 간독성이 없는 또 다른 약이 출시 될 예정은 없나요? 반가운 마음에 질문이 많았네요. 감사합니다.
A형 및 B형 수용체 (즉, 자물쇠)의 역할이 조금 다릅니다. 결론만 말씀드리면 tiger님이 말씀하신 대로 B형 차단 여부에 관계없이 약효가 같다는 거지요. 임상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하면 그렇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약들은 간에서 대사가 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간독성은 있다고 보셔야 합니다. 다만, 내년에 임상 연구를 시작할 예정인 막시테탄 (Macitetan)이란 약제가 있는데, 간독성이 덜 할 가능성이 있기는 합니다. 이 약의 특징은 트라클리어와 비교했을때 엔도셀린 수용체 차단을 1000배 강하게 한다고 되어 있다는 겁니다. 기대가 되는 약제이기는 합니다. 이 이외에도 몇 가지가 있는데, 설명드리기 다소 복잡하네요. 김형관드림
인터뷰나 기사가 아닌 교수님이 이리 직접 말씀해주시니 피부에 와 닿고 희망이 생깁니다. 사실 처음 엄마가 발병하셨을때 선생님들이 워낙 겁을 주셨던지라서 정말 힘들었는데 이런 소식들은 조금더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게 엄마에게 힘을 드려야겠다는 마음을 다시 먹게 해주네요.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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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바쁘다는 핑계로 살면서 잃는 것이 많은 것 같아요. 그 중에 하나가 외래에서 충분히 설명을 못 드리는 거지요. 이렇게라도 부가적으로 설명을 적어 놓으면 나중에라도 읽어보실 수 있으니, 좋은 것 같습니다. 도움이 되시면 그것으로 충분하지요^^.
비교적 쉽게 설명을 자세하게 해주셔서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지금에라도 이렇게 우리 카페에 오셔서 시원한 답을 들을수있으니 우리 파랑새님들 정말 올해 땡잡았습니다.
교수님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일회성이 아니라 오랫동안 저희 횐님들을 위해서 좋은말씀 많이 전달해주시면 합니다^^
시간날때마다 들어와서 궁금하신 점에 대한 답변을 남기겠습니다. 항상 바쁘다는 핑계로 못하다가 이제는 정말로 생각했던 것을 실행해야 되겠다고 생각해서 시작한 일인데 좋아해 주시니, 제가 더 좋네요. 그런데, 답글 남겨주신 시간이 너무 늦네요. 일찍 주무시는 것이 좋은데^^.
교수님~ 볼리브리스를 먹고 온몸이 많이 부어 이뇨제 처방받고 트라클리어로 바꾸었습니다. 간독성이 있는 약이라 들었는데 모든 환자에게 나타나는 건 아니겠지요? 만약 이 약도 맞지 않는다면 엔도셀린 수용체 차단이 가능한 대체약은 있는건지요? 담당의사샘이 제가 좀 특이체질인 것 같다고 하셔서요,, 진단 받은지 얼마 안돼서 좀 걱정이 되네요 ㅜㅜ
간독성이 15~20% 정도에서 발생한다고 보시면 되고, 많은 부분은 125mg을 사용할 경우에 발생합니다. 간독성이 생겼을 때 약용량을 줄이고, 심하면 끊기도 하는데, 끊고서 간수치가 정상으로 온 이후 다시 시작했을때는 발생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간독성이 우려되서 트라클리어를 사용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그런데, 트라클리어도 볼리브리스와 같은 계열의 약제라서 말초부종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몰론 개인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요. 중요한 것은 개인 경험상 이뇨제를, 충분한 용량으로 사용하는 것 같아요. 어찌됐든, 부종이 좋아지셨다니 다행입니다^^. 꾸준히 복용하시고, 간수치 검사 잊지마세요. 김형관 드림.
아, 그리고 다른 엔도셀린 수용체 차단제는 시타센탄 (한글이 이것이 맞나 모르겠네요...)이라는 약제가 외국에 있었는데, 간독성이 너무 빈번하게 발생해서 허가 취소가 되었구요. 올해 임상연구에 들어가는 (저희 병원도 참여합니다) 막시텐탄 (Macitentan)이라는 약제가 있는데, 트라클리어에 비해서 수용체 친화도가 1000배 정도되는 강력한 약제로 알려져 있어, 기대가 되는 약제입니다. 따라서, 실제 임상에서 환자분들께 처방이 가능할 때까지는 약 3~4년 뒤에 얘기가 되겠네요. 다른 약제는 현재 없습니다. 외국에도요...
교수님 여기에 몇자 적으면 지금 너무 늦어서 보실련지 모르겠네요..
며칠전 어머니 볼리브리스받아와서 드시고있는데 좀 숨이 더차시고해서 그간 드시던 트라클리어 저녁에 한알 더드렸습니다..
괜찮을련지해서요..담달까지 뵐때까지 저녁에만 하나 같이 써도 될련지요해서요..그리고 계속더워하셔서 부채질에..아이스크림에.. 물을 자주찾고계시네요..별탈없으신건지..이거저거 귀찮게 해드려 송구하고요 새해복많이받으세요^^
우선 조금 일찍 오실래요? 예약이 없더라도 다음 주 목요일에 오세요. 10시30분에서 11시30분사이에 오셔서 외래 방으로 직접 오세요. 이번 주는 제가 학회로 외국에 있어서 진료가 없으니 일단 저녁에 남은 트라클리어를 한 알씩 같이 드셔보세요. 볼리브리스 약효가 아직 충분히 나오지 않을 시간이고, 부작용 우려로 5mg밖에 사용을 하지 않아서 그럴 가능성도 있어요. 드시고 싶은 음식은 드시게 하세요. 아이스크림도 많이만 아니면 좀 드셔도 됩니다. 2월 2일에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교수님 감사합니다!!!! 남은 트라클리어 있으니 저녁에 추가로 한알만 드리겠습니다 다음주 2/2일에 오전에 말씀시간에 뵙도록하겠습니다~ 바쁘신데 외국 학회 잘 다녀오시기바랍니다^^
교수님 일단 말씀데로 트라클리어 같이 드렸더니 이제 괜찮으십니다..트라클리어도 끊고 볼리브리스만 드렸으면 하는데 아직 힘들어하실까 자신이 없습니다.일단 내일은 그냥 지내고 예약된 23일에 뵙도록하겠습니다 만일 힘드시면 그사이라도 찾아뵙겠습니다.늘 많은관심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