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21일 금요일 저녁.
서울 압구정동의 한 이름난 술집에 낯익은 얼굴들이 한자리에 모여있다. 이들은 현재 각 방송사의 주요 오락프로그램의 진행자를 맡으며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연예인들이다. 대다수가 방송경력 10년을 넘는 30대 중,후반의 연령대이기도 하고, 또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현재 국내에서 다섯손가락 안으로 꼽히는 대형 연예기획사인 P사와 D사 소속 연예인들이란 점이다. 이들중엔 대학 연극영화과 시절부터 선후배나 동기의 학연으로 얽혀있는 사람들도 있고, 방송사 공채가 있던 시절 함께 입사했거나 1,2년차의 선후배란 점 때문에 그 시절부터의 인연이 10년이상 이어지고 있는 사람이 대다수다. 공교롭게도 바로 그들중 대다수가 현재 국내 최대의 연예기획사인 P사와 D사 소속이고 게다가 방송3사 주요 오락프로그램 진행자를 몇 년째 독식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요즘 방송은 P사와 D사 소속 연예인들이 다 해 먹는다는 여론의 비난을 받고 있기도 하지만. 어쨌든 그들 30대 중,후반에서 40대 초반 연령대에 이르는 현역 오락프로그램 진행자들 사이는 매우 끈끈한 우정과 동료애로 뭉쳐져 있기도 한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바로 이 30대 현역 오락프로그램 진행자 그룹을 농담반, 진담반으로 아무개 라인이니, 누구 라인이니 하는 식으로 부르기도 했지만, 실제 그런 라인식의 인맥이 존재하는것인지는 확인된 바는 없고. 한가지 분명한건 이들중 대다수가 P사와 D사 소속 연예인이라는 것. 그리고 60년대 중,후반에서 70년대 초반에 태어난. 따라서 현재 30대 중,후반에서 40대 초반에 이르는 연령대에 있는 방송경력 10년 이상의 연예인들이라는 점이다. 이들중 대다수가 개그맨 출신이기도 하지만 게중엔 원래 가수로 연예계 활동을 시작했지만, 요즘은 가수활동보담은 방송,오락프로그램 패널로의 활동이 더 눈부신 사람도 더러있다. 어쨌든 그 P-D 그룹 (편의상 지금부턴 이렇게 호칭하겠다) 멤버들이 연말을 맞아 송년회를 겸한 모임자리를 갖고 있는 것이다.
송년회 자리에 제일먼저 도착한 것은 현재 방송3사 오락프로에서 가장 눈부신 활약을 보여주고 있고, 2년전 K 방송사의 연예대상을 수상하기도 한 유승진, 그리고 경상도 출신으로 구수한 사투리와 입담으로 수년전부터 꾸준히 사랑을 받아오고 있는 박덕수, 유도선수출신으로 개그맨으로 데뷔 방송활동을 시작한 조금 이채로운 경력을 지니고 있는 95kg의 거구 장성호, 그리고 강원도 출신인 역시 개그맨 출신 방송인 김동민,김동철, S대 출신으로 개그맨으로 데뷔한 형대조와 이항재, ‘ 보나와 철민이 ’란 듀엣가수로 10대후반이던 90년대 후반에 가요계에 데뷔 10집까지 음반을 냈지만 지금은 가수활동보담은 역시 오락프로를 종횡무진하고 있는 보나와 김철민, D 기획사 사장 신동혁처럼 역시 FD로 방송활동을 시작 10수년째 역시 각종 오락프로그램 사회자로 인기를 누려온 최광일, 역시 가수로 연예활동을 시작했지만 별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그뒤 방송진행자로 전성기를 맞은 현주(본명은 유현주), 현주와 엇비슷한 경력을 갖고있어 리틀 현주라고도 불리는 보라(본명은 진보라), 그리고 역시 90년대 초반에 데뷔 어느덧 나이 40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 둘딸린 아줌마기도 하지만 최근엔 한류열풍을 타고 일본에까지 진출하는등 갈수록 기염을 토해내고 있는 개그우먼 신나라 등이다.
모이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어나자 술과 안주를 시키고 술잔이 오가기 시작한다. 연말이니만큼 아무래도 이들의 최대 관심사는 연말에 있는 방송3사의 시상식 특히 ‘ 연예대상 ’이 화제가 될 수 밖에 없다. 바로 내일 K 방송사의 연예대상 시상식이 있고 다음주 토요일엔 M 방송사의 연예대상이 예정되어 있다. 그리고 올해부터 처음 연예대상을 신설했다는 S 방송사는 M사보다 하루 빠른 금요일에 시상식을 개최한다.
“ 헹님, 한잔 받으이소. ”
박덕수가 유승진에게 술을 한잔 따라준다. 방송에서도 유독 그 진한 경상도 사투리가 돋보이는 덕수이기도 하고, 바로 그러한 점이 오히려 덕수의 매력이자 개성이기도 하다.
“ 헤임요, 마 우리끼리니께네 솔직하게 한번 말씀해 보이소. 이번에도 대상 받고
싶지 않은교 ? ”
“ 허허 참...왜그래, 임마 ? ”
승진과 덕수는 한 2년전까지 한 오락프로그램을 같이 진행해온 사이이기도 하고 그전부터도 친분이 두터웠던 사이다. 나이도 승진이 덕수보다 두 살 많지만, 방송경력으로 따진다면 무명시절이 길었던 승진이 덕수에게 대선배. 따라서 그런 승진이 덕수의 방송 초창기시절 친형처럼 이모저모로 잘 보살펴주고 챙겨주었던 그런 사이이기도 하다.
“ 나야 뭐...2년전에 받았었는데...그래도 솔직히...욕심은 좀 난다 임마...하하하... ”
개구쟁이 같은 승진 특유의 웃음소리를 크게 내보며 그는 덕수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준다. 승진에게 덕수는 정말 귀여운 남동생처럼 느껴지는 듯 하다.
“ 사실 나도 나지만 성호형도 언제 한번은 탔어야 하는 사람이지 뭐...가만보면 생
각보다 은근히 상복이 없었던 성호형이기도 한데말야... ”
덕수 옆자리에 앉아있는 성호는 95kg의 우람한 체구 때문인지 그 한 사람의 존재만으로도 이 자리가 꽉 차 보이는 느낌이다. 덕분에 성호 옆자리에 앉아있는 여가수출신 방송인인 현주나 보라는 승진의 눈엔 제대로 보이지 않을 지경이다. 아마 현주와 보라 두 사람을 나란히 세워놓아도 성호의 어깨와 허리둘레보다는 짧지 않을까. 승진이 자신의 이름을 언급했지만 성호는 별다른 대꾸할말은 없는지 묵묵히 안주만 젓가락으로 집어먹고 있다.
“ 동민이형... ”
승진과 덕수보다 조금 떨어진곳에 앉아있는 사람은 김동철과 김동민이다. 유난히 큰 얼굴에 통통한 체구로 ‘ 찐빵맨 ’이란 별명까지 갖고있는 동철. 덕분에 마른체구인 동민과 나란히 앉아있으면 그 모습이 대조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나이는 동민이 동철보다 한 살 많다.
“ 왜 그래요 얼굴이 ? 무슨일 있어요 ? 안색이 좀 어두워보이는데... ”
“ 아냐, 무슨일은. 별일없어. ”
동철이 그렇게 말하자 동민은 별일 없다며 웃음을 지어보인다. 같은 고향출신으로 함께 연예계에 데뷔하기도 한 두 사람이지만, 이상하게 두 사람의 지난 10년간 방송가에서의 활동은 대조를 이루었다. 동민이 전성기를 구가할땐 동철이 슬럼프였고, 동철이 전성기일땐 동민을 방송가에서 보기 힘들었다. 김동민은 현재 M 방송사의 연예오락 정보프로그램과 일요일 오전에 방송되는 또다른 오락프로그램을 수년째 진행해오고 있긴 하지만, 몇 년전 이혼의 아픔을 겪기도 한 동철은 최근 한 오락프로그램에 패널로 다시 나오게되기 전까진 TV에서 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무렵까진 오히려 동민이 ‘ 테마여행 ’이란 드라마와 코미디프로 형식을 반반씩 섞은 프로그램에서 수년째 주연을 맡으며 당시에 이미 M 방송사 연예대상을 수상한바가 있기도 하다. 동철이 동민에게 술을 한잔 따라준다.
“ 기운내요 형. 그리고, 내년엔 형도 잘 돼야지. 장가도 가야하고. ”
“ 녀석...갑자기 장가 이야긴 왜 나와... ”
예의상 해보는 소리든, 아니면 진심으로 자신을 걱정하는 이야기든간에 맨 마지막에 나온 소리는 동철의 마음을 상하게한다. 어쨌든 상처가 있는 자신아닌가. 고마워해야하는건지 아니면 화를 내야하는건지. 참 헷갈리는 상황이다.
“ 됐다. 난 이제 여자라면 지겨워...생각해보니 그냥 혼자살때가 편했다는 생각도
들고... ”
“ 그나저나 우리 신사장은 왜 이렇게 늦나. ”
신동혁. 아니 이젠 그도 신동혁 사장이라고 불리는게 더 어울릴지 모른다. 작년 봄, 드디어 노총각 딱지를 떼고 올해 득녀를 하기도 한 그는 결혼 직후 연예기획사인 D사를 차렸고, 자연스럽게 그와 친분이 있는 스타급 연예인들이 대거 영입되었다. 덕분에 다분히 비난과 조롱이 담겨있는 P-D 그룹이란 말이 생겨나기도 했지만, 여하튼 요즘 P-D 멤버들중 가장 신수가 훤해진 사람은 신동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고 했던가. 웬만한 P-D 멤버들이 모두 송년회 장소에 모였음에도 아직 보이지 않는 신동혁이 그제서야 장소에 나타난다.
“ 여어 ! 친구들 ! ”
마침내 동혁이 그 특유의 밝은 미소를 보이며 송년회 장소에 도착했다. 그리고는 마치 사원들을 격려하는 회사 사장님처럼 멤버들의 어깨를 한번씩 툭툭 쳐보이며 악수를 한다.
“ 아이구, 신사장. 늦었소이다. 자,자 이리와요. 여기 앉고...아니 그전에...이렇게
왔으니 대표로 인사말이라도 한번 하셔야 하는 것 아닌가 ? ”
“ 아, 하하하...아닙니다. 무슨 별 말씀을...인사말이라뇨 당치도 않죠. 제가 여기서
무슨 대표자격이 있는것도 아니고. ”
하긴 그렇다. 우선 단순히 숫자상으로만 따져도 이 자리에 있는 연예인중 D사 소속 연예인보다 P사 소속이 많다. 나이로야 71년생인 신동혁보다 연장자가 수두룩하고, 사장과 연예인중 누가 더 높은지를 따지자면 별도로 100분토론이라도 벌여야 할거다. 하지만 어쨌든 이 자리에서 유일하게 기획사 사장이란 신분을 갖고있는 신동혁이라서인지 자연스럽게 마치 무슨 대표라도 된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 하여튼 신사장이 요즘 보면 볼수록 점점 더 신수가 환해지시는 것 같아요. 장
가가시더니 사업도 날로 번창하시고, 거기다 이젠 아이아빠까지 되시고...부러워
요. 정말 부럽습니다 신사장 ! ”
정말 동혁의 요즘 모습이 부러워죽겠는지 찬사의 말을 늘어놓은 사람은 S대 출신으로 개그맨으로 데뷔 현재는 모 방송사의 연예프로 MC를 맡고있는 형대조다. 사실 신동혁뿐만 아니라 작년과 금년엔 유난히 노총각 방송인이 여럿 총각딱지를 떼기도 했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중에도 유도선수출신 방송인 장성호가 작년 가을에 결혼을 했고, P-D 멤버는 아니지만 어느덧 40대에 접어든 노총각 모 가수도 작년에 여자 스포츠스타와 결혼 화제가 되었다. 또다른 인기 작곡가겸 방송인도 열두살 연하의 방송인과 결혼했고, 아직 결혼한 것은 아니지만 유승진 역시 모 방송사 아나운서와의 열애설이 나기도 했다. 당시에 당황한 승진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시인도 부인도 아닌 애매한 입장을 밝히긴 했지만, 방송가에서도 그리고 팬들도 승진의 열애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분위기다. 따라서 이 자리에 있는 노총각 멤버인 가령 형대조라든가 이항재, 박덕수 같은 이들은 총각딱지를 뗀 신동혁이나 장성호등이 부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사실 말이 났으니 말이지 난 결혼은 진짜 부담스러워. 가정이라든가 그런 굴레
에 예속되는것도 별로고...그렇지 않아요 솔직히 ? 방송활동이라든게 아무래도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살아야 하는 직업이다보니 오히려 독신으로 사는게 더 편한
것 같애. ”
그렇게 말한 사람은 역시 신동혁처럼 방송진행자 경력 십수년째를 자랑하고 있는 최광일이다. FD 출신으로 방송에 데뷔, 언젠가부턴 소위 바람둥이 컨셉을 갖고있는 그이기도 하지만. 그가 정말 바람둥이인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방송에서 재미를 위해 그와같은 캐럭터를 연출해내는것인지 그 속마음은 알 길 없다. 한가지 분명한건 최광일은 현재 미혼이라는 점이다.
“ 광일아 ! ”
“ 왜, 남기원 ? ”
그런 최광일을 부른 것은 현재 K 방송사에서 그와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남기원이다. 장성호처럼 국가대표 선수까지 지낸 경력은 아니지만 그도 어쨌든 운동을 한 적이 있어 많이 단련된 몸이고, 강렬한 눈빛이 인상적이다. 아들둘이 모두 하필이면 그의 눈빛을 닮아 득남직후에 탄식조로 자신을 닮은 아들에 대한 푸념을 하기도 했다는 일화로 유명한 사람이다.
“ 내가 봤을 때 넌 자유주의자로 살게 아니라 장가를 가야해. 그래야만 니 바람
둥이 습성이 딱 없어지지. 여자한테 쥐여살면서... ”
“ 짜식이... ”
놀리듯이 말하는 기원에게 광일이 그렇게 말한다. 악의섞인 농담은 아니기에 대수롭지 않게 받아넘기는 것이다.
“ 자자 ! 여러분 ! ”
술자리 여기저기서 삼삼오오로 수다떠는 소리가 한참을 흥겹게 오가는 가운데 신동혁이 잠깐 자리에 일어나 다시 좌중을 주목시킨다.
“ 제가 굳이 이 자리에 계신 노총각 여러분들게 한 말씀 드리자면, 다 저처럼 이
렇게 얼굴도 잘 생기고 성격도 좋고 입담도 좋고 그리고 돈도 잘 벌어야만 여자
가 따르기 마련입니다. 그 동서고금 불변의 진리만은 여러분들이 꼭 좀 명심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시겠습니까 여러분. ”
“ 하하하...예,예 잘 알아 모시겠습니다 신사장. ”
동혁에게도 약간의 왕자병이 있는것일까. 하긴 인기가수 루비의 표현처럼 이목구비가 또렷하고 오밀조밀한 동혁의 인상은 매우 호감가는 얼굴인것만은 확실하다. 흥겨운 송년모임 자리가 계속되는 가운데, 조성옥이 슬며시 일어나 조현종앞에 큰 대접 하나를 가져다준다. 흥겨운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아까부터 어두운 눈빛으로 있던 현종이다.
“ 녀석... ”
그런 조현종이 안쓰러워 보이는지 내뱉은 성옥. 두 사람은 원래 90년대 후반 ‘ 조 브라더스 ’란 남성 듀엣 가수로 데뷔한 멤버들이다. 하지만 조 브라더스의 활동은 5년정도를 하고 마감했고, 그뒤엔 역시 제각기 각종 오락프로의 진행자등으로 활약해온 두 사람이기도 하다. 그러다 얼마전부터는 역시 한 방송사 오락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다시 친밀해진 두 사람이기도 하다.
“ 더들어 ! 기운내라고 오늘 이 형이 한잔 따라주는 술이다. ”
“ 형... ”
현종이 고개를 들어 성옥을 본다. 그래도 이런 자리에서 자신에게 신경써주는 사람은 ‘조 브라더스’를 함께 하던 조성옥밖에 없구나. 하지만 그럼에도 현종은 사양하며 성옥에게 말을 건넨다.
“ 제가 이런자리에 끼어도 되는건지...그럴 자격이 있는건지 몰라 참 많이 망설
였는데...그래도 이렇게 절 불러준건만도 고마운데... ”
현종이 그러면서 더더욱 미안해하고 죄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이자 그런 현종의 마음을 풀어주려는듯 동생뻘이 되는 박덕수와 김동민이 격려의 말을 건넨다.
“ 그러지말고 기운내요 형. 사람이 살다보면 한번 실수할수도 있는거지...뭘 그까
짓것 가지고 의기소침해 하고 그래요 ? 기운내요. 연예인도 사람인데 어떻게 실
수를 안 하고 살수가 있나. ”
“ 맞아요. 지금의 이런 모습은 우리가 원래 알던 현종이 형 모습이 아니에요. 예
전처럼 다시 밝게 웃고 농담도 잘하고 짖궂게 장난도 치는 그런 현종이 형으로
돌아와줘요. ”
덕수와 동철이 번갈아가며 현종을 위로하지만 현종은 두 사람이 거듭 따라주며 권하는 술까지 사양하며 한마디 한다.
“ 너무 그러지마라... ”
P-D 그룹의 다른 동료 예능인들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처량해보인다.
“ 너희가 그런식으로 위로해주니 나만 더 비참해지는것 같다. ”
덕수가 다시금 그런 현종을 바라본다. 덕수는 자신의 잔에 채워진 술을 비우고 뭔가 작심이라도 한 것 처럼 말을 이어간다.
“ 사실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
다른 P-D 그룹 동료들이 덕수가 대체 무슨말을 하고 싶어 저러는 것인가 시선을 그쪽으로 향하고 있는 가운데 그의 말이 계속되고 있다.
“ 연예인이 무슨 수도생활을 하는 성직자나 그런것은 아니잖아요. 솔직히 우리나
라 사람들...대체 평상시 연예계나 연예인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건지 궁
금할때가 많아요. 솔직히...예전 60,70년대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순진해서 TV에
나오는 연예인이나 방송인 이런 사람들에 대한 막연한 신비주의같은 환상이 있었
어요. 하지만 요즘은... ”
“ ...... ”
“ 대체 어디서 들은 그런 카더라가 많은지...대체 연예계의 복잡한 속사정을 어떨
땐 일반인들이 더 잘 알때가 많아요. - 뭐 개중엔 너무 터무니없는 루머나 실제
보다 너무 지나치게 부풀려진 그런 소문들도 많긴 하지만... - 그러나 또 그런 소
문들중 일부분은 부인하기 힘든 사실도 어느정도 포함되어 있으니까요...어찌되었
거나...연예계가 막연히 신비롭고 환상적이기만 한 그런곳 아니라는것...요즘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거잖아요. 근데 대체 왜들 그러는건지 모르겠어요 ? ”
“ 그건 덕수말이 일리가 있어. ”
덕수가 뭔가 작정하고 벼르는것이 있는지 술 한잔을 기울이며 울분을 계속 토해내자, 무슨 말을 하고싶은건지 대충 짐작하겠다는듯 묵묵히 듣고만 있던 광일이 기어이 한마디 거든다. 그의 말이 이어진다.
“ 가만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어떨때보면 연예인들이 마치 굉장히 도덕적이고
건실하게 살아야하는 그런 사람들인것마냥...어떤 강박관념이 있거나 그런 착각
에 빠져사는것 같아요. 덕수 말마따나 연예인이 무슨 수도자도 아니고...무슨 만
인의 모범이 되어야하는 사회지도층...그런것도 아니잖아요. 아닌말로...연예인
옛날로 치면 광대에요. 그 소위...딴따라라구 !!! 그리고...연예계,방송계 알고보면
어두운 이면도 많다는것...요즘은 알만한 사람들 다 알면서. 대체 우리보고 어쩌
라는거에요 ? 우리가 수도자에요 ? 우리가 무슨 성직자냐구 ? 왜 우리는 늘 그
렇게 대중에 노출되어 있으면서...사소한 잘못 한두가지라도 저지르면...마치 무
슨 진짜 천하 몹쓸 짓이라도 저지른 패륜아라도 되는양...두번다시 하늘을 보
고 살면 안 되는 대역죄인이라도 되는양...왜 그렇게 다들 손가락질하고 매도
하고 그러는거냐구 ? 아니 도대체...우리나라 사람들...연예인에게 거는 기대
치가 뭔데 ? 정말 너흰 무슨 바람,공기만 먹고사는 신선,도인처럼 살아야한다.
그런 생각들이라도 하고 있는거야 ? 솔직히 그런거 아니잖아. ”
하고픈 이야기를 속시원하게 털어놓고보니 광일에게도 그 나름대로의 쌓여진 울분이라도 있었는듯 순간 눈물이 고이기까지 한다. 취중인 탓이기도 한걸까. 그런 광일을 다소 걱정되는듯 그와 동갑내기이기도 한 개그맨출신 스타 MC 유승진이 진정시킨다. 그리고 그도 한마디 한다.
“ 광일이도 말했고 덕수도 이야기했지만 이건 나 역시 오래전부터 한번 해보고
싶었던 이야기기도 해요. 연예인을 우릴 그냥 있는 그대로 봐주면 안 되는거에
요 ? 아까 덕수도 잠깐 이야기했지만...요즘은 다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것처
럼 연예계나 방송계...무조건 환상적이거나 신비롭고 그런곳 아니에요. 그거 모
르는거 아니잖아 ? 분명 어두운 이면도 존재하고...무엇보다 우리도 사람이에요.
우리도 남들 즐기는것만큼 즐기고...웃고싶을땐 웃고...힘들땐 힘들어하고...또 살
다보면 가끔 사소한 실수나 잘못도 저지르는 그런 보통 사람들일뿐이에요. 그런
우리...그냥 인간 그 자체로만 받아들이고 이해해주면 안되는거냐구. ”
“ 그만들 좀 해. ”
덕수도 광일도 승진도 결국 누구 때문에 이런 이야길 하는것인지 모를 현종도 아닐터인지라, 그쯤에서 그들을 만류하려 한다. 그리고 탄식조로 내뱉는다.
“ 그만해. 내가 그렇다고...옳고 그름을 판단 못할 그럴 사람도 아닌데...솔직히 내
잘못이 지금 덕수나 승진이가 말한것처럼...그런 ‘에이...살다보면 한번 실수할수
도 있는거지...’ 그런 수준의 잘못은 아니라는것 나도 알아. 헌데 그런 날 두고 너
희가 그런 이야길하면 내가 더 비참해지는구나. ”
승진이 그런 현종에게 다가와 손을 한번 잡아본다. 그리고 위로와 격려의 말을 건넨다.
“ 나도 솔직히 형이 뭐 꼭 잘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아니...솔직히 나도 형 소식
처음에 접했을때 좀 화도 났어요...아니 그래 지난번 도박사건 물의 때문에 그렇
게 욕먹고...방송정지까지 당했으면서...이 형 아직도 정신 못 차렸나. 그러고서 외
국까지 나가 ‘해외원정도박’으로 물의까지 빚나...화도 나고 했어요. 하지만 내 말
은... ”
“ 그렇다고 형이...무슨 천하 몹쓸 패륜짓이라도 저지른 대역죄인도 아니고...아닌
말로 국민세금으로 형이 그러고 다닌것도 아니고 자기가 벌어 자기가 즐긴걸...
그게 이렇게 욕먹어야 할 일이냐구. 그리고 어쨌든 우리가 이렇게 모인거...형
위로해주고픈 그런 마음도 조금은 있어서 다들 이렇게 모인거 아냐. 그러니 형
...형도 이제 충분히 그동한 자숙하고 반성했으니까 오늘만큼은 즐겨요. 그만큼
했으면 형도...이제 다시 즐길 자격 충분히 있어. 힘내요 형 !!! ”
그러면서 정말 파이팅이라도 하자는듯 주먹을 쥐어보이기까지 하는 승진. 현종이 흘끔 그런 승진을 바라본다.
“ 정말... ”
“ 나 오늘 즐겨도 되는걸까 ? ”
그래도 아직 이런 술자리를 갖는다는것. 아무리 방송사 연말 시상식을 앞두고 평상시 교류와 친분이 있는 예능MC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은 축제전야 같은 ‘송년모임’이긴 하지만, 자신이 과연 벌써 이런데 끼어들어 술마시며 즐겨도 되는 그럴 자격이 있는 몸인지. 그 부분에 대한 자격지심이 여전히 가슴 한켠을 짓누르고 있던 현종은 동료 개그맨,MC들의 거듭되는 위로의 말에 조금은 활기를 되찾는것 같다. 살짝 보이는 현종의 미소를 보자 갑자기 성옥이 어디선가 1000cc 맥주 피쳐잔 하나를 가지고 온다. 그리고 거기 맥주도 아닌 소주를 가득 따른다.
“ 자 !!! 어서 들어 !!! 이만큼은 마시고 즐겨야 천하의 조현종 같지 !!! 안 그래 ?
오늘은 연말이야 !!! 다 같이 즐기는 송년파티 !!! 축제라고 !!! 그러니 더 이상 꺼
려하지 말고 즐겨 !!! 즐기란말야 !!! 우리 현종이가 비록 ‘사소하지 않은 잘못’을
저지른것은 사실이지만 평생을 대역죄인이나 패륜범죄자라도 된 양 하늘을 보지
못하고 숨어 살아야하는 그런 대죄(大罪)를 지은건 분명 아니잖아 ? 우리가 허락
했으면 된 거야 !!! 즐겨 !!! 즐기라구 조현종 !!! ”
하지만 그래도 현종은 여전히 술을 마시는것은 부담스러운것인지 조금은 머뭇거린다. 이러다 자칫 또 어떤 지나가는 손님의 눈에 띄워 휴대폰 동영상에라도 찍혀 인터넷에 올려지기라도 하면 어쩌나. 그야말로 전전긍긍이다. 그런 현종을 격려하며 부추기는 목소리가 계속 터져나온다.
“ 힘내요 형 !!! 조현종 파이팅 !!! ”
“ 왕년의 인기 듀엣가수 ‘조 브라더스’의 동생이자 명 MC 출신 조현종. 그의 재
기는 이루어져야 한다 !!! 조현종 파이팅 !!! ”
“ 힘내라 !!! 힘내라 !!! 힘내라 조현종 !!! 재기하고 힘내라 !!! ”
거듭 자신의 용기를 북돋아주는 P-D그룹 멤버들의 격려성 멘트가 이어지자 겨우 용기를 얻은 현종이 결국 피쳐잔에 가득담긴 소주를 들이키기 시작한다. 그렇게 기운을 되찾은듯한 모습의 현종. 술을 들이키는 모습에 사뭇 놀란 눈길이 이어진다.
“ 허억~~~!!! ”
“ 왜들그래 ? 니들 내가 술먹는 모습 처음보냐 ? ”
“ 아니아니 뭐 처음은 아니지만...야 진짜...천하라도 들이킬 기세다 너. ”
현종의 술먹는 모습이 워낙 기운차고 당차 보여서일까. 그야말로 두주불사라도 되는듯한 기세를 보여준 현종의 들이킴. 조성옥이 그런 현종을 놀리듯 한마디 거든다.
“ 천하 !!! 하하하...아무 우리 현종이...이 세상에 있는 술과 여자는 전부 차지하
고 봐야 그래야 성이 찰 녀석일거다. 이 조현종이란 녀석이 알고보면 그런 녀
석야. 에라이...이놈아... ”
사고뭉치 동생을 둔 형같은 심정으로 성옥이 약간의 면박을 주고, 듣고보니 다소 억울한면이 있는지 현종이 한마디 한다.
“ 아니, 잠깐잠깐...형 그건 아니에요. 여자야 여기 최광일이가 밝히지 내가 밝혀
요 ? 술하고 도박질하는것은 모를까...여자는 진짜 아니다. 바람둥이는 내가 아
니라...여기 세상이 다 아는 최광일이지 !!! 여러분 전 진짜 바람둥이는 아니에요
그건 오해하지 마세요 !!! ”
적어도 자신이 바람둥이가 아니라는것 만큼은 확실히 각인시키고 싶은지 적극적으로 항변하고, 어찌되었거나 그런 현종의 모습에 여기저기 화기애애한 웃음이 피어난다. 흥겹고 즐거운 P-D 그룹 예능 MC들 송년모임이 그렇게 이어지고 있는것이다.
“ 여러분 !!! ”
남자들만의 수다가 계속 오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한쪽에서 고음의 소프라노 소리가 들린다. 가수출신 방송진행자인 현주다. 벌써 취기가 오른것일까. 현재 현주와 함께 같은 오락프로에 출연중인 보라가 옆에서 그런 현주가 걱정되는지 슬며시 말려본다. 하지만 현주는 보라의 만류하는 손짓을 가볍게 뿌리친다. 그리고 한마디를 내뱉는다.
“ 제가 오늘 여러분께 중대한 고백을 하나 하려고...합니다 ! ”
평소 솔직담백한 성격이 매력으로 느껴지기도 했던 현주다. 헌데 오늘 갑자기 중대한 고백을 하겠다니. 그것도 P-D 그룹이 모두 모인 송년모임 자리에서.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것일까.
“ 제가요...사실은... ”
“ 이 자리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 ”
폭탄선언이나 다름없는 소리다. 여기 이 자리에 있는 멤버들이 모두 이 나라에서 내노라하는 톱스타급 방송 진행자들이니. 이중 누가 스캔들이나 열애설이 터져도 그것만으로도 톱뉴스감인것만은 틀림없다. 하지만 취중이니 괜히 헛소리를 하는건 아닐까. ‘ 여전사가 간다 ’란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하고 있는 보라나 개그우먼 출신인 신나라, 김편주등도 걱정스럽다는 듯 그런 현주를 본다.
“ 김철민 ! ”
현주는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갑자기 조금 떨어진쪽이 보나와 함께 앉아있는 김철민을 가리킨다. ‘ 보나와 철민이 ’란 듀엣으로 90년대 후반 데뷔 10년 가까이 가수활동을 해왔고, 역시 요즘은 각종 오락프로를 종횡무진하는 만능 엔터테이너로 잘 알려진 연예인이다.
“ 나 너 사랑해 ! ”
“ 헉 ! ”
20명이 넘는 P-D 그룹 멤버들이 놀라는 소리보다 철민의 놀라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릴 지경이다. 원래 타고난 성격이 순박하고 수줍음을 많이 타는 철민이다. 바로 그런면 때문에 소위 ‘ 어리바리 ’한 이미지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그이기도 하지만. 그런 철민이 난데없이 당대의 톱스타 현주의 프로포즈를 받았으니, 그 놀라움과 충격이 오죽할까. 하긴 두 사람은 지난 몇 년간 각종 오락프로그램을 통해 이런저런 인연이 많았던 사이이기도 하다. 친구이상 연인이하쯤의 감정이 얼마든지 발생할수 있는 사이라고나 할까. 나이는 철민이 현주보다 세 살 아래다.
“ 작년에...금년에...참 우리 P-D 그룹뿐 아니라 많은 노총각, 노처녀 연예인들이
총각,처녀 딱지를 뗐는데...야 ! 까놓고말해 나도 이제 내년이면 서른셋이다. 나
도 이제 노처녀 딱지는 떼고싶다 이말야 ! 김철민 ! 너 나랑 결혼해줄래 ? ”
그러더니 미리 준비를 해왔던것인지 옆의 가방에 있던 꽃다발을 하나 꺼낸다. 모두 긴장하는 눈빛이 역력하다. 정말 이대로 이 자리에서 또 한 쌍의 연예계 커플이 탄생하게 되는것인가. 너무 놀라 어쩔줄 몰라하는 것은 철민이뿐만 아니다. 그와 10년 가까이 듀엣으로 활동해온 보나도 이 놀라운 상황을 멀뚱멀뚱 지켜보고만 있다.
“ 그건 안돼 ! ”
헌데 갑자기 그 자리에서 적막을 깨며 카랑카랑하게 터져나오는 소리가 있었다. 개그우먼 신나라다.
“ 그건 안돼 절대로 ! ”
“ 엥 ? ”
“ 아니, 이건 또 뭐야... ”
현주의 취중 프로포즈도 갑작스럽고 놀라운 상황이긴 했지만, 신나라의 갑작스러운 반대외침도 황당한 일이었다. 보나가 어이없다는 듯 나라를 바라보며 항의하듯 말한다.
“ 아니, 뭐에요 도대체 ? 언니가 뭔데 안된다고 하는거에요 ? ”
원래 다혈질인 보나의 성격이기도 했지만, 신나라가 이렇게 대놓고 현주와 철민의 사이를 반대하는 것이 정말 어이없고 이해가 안 갔다. 나라와 현주. 어쨌든 지난 1-2년 이상 ‘ 여전사가 간다 ’라는 오락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하고 있는 사이 아닌가. 어느정도 친분이 생길수 있는 시간이었고 또 그럴만한 사이일거라 짐작하고 있었는데.
“ 편주야... ”
나라는 아랑곳없이 자신의 옆자리에 앉아있는 편주를 부른다.
“ 언니, 술 좀 한잔 따라줄래 ? ”
“ 네, 언니. ”
묵묵히 나라에게 술을 따라주는 편주지만 그녀 역시 지금 이 상황이 이해안가기는 마찬가지다. 편주가 가득 따라준 술 한잔을 단숨에 비우고 나라가 말한다.
“ 다들 지금부터 내 이야기 잘들어... ”
좌중엔 침묵이 흐른다.
“ 지금 여기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다들 알다시피 현재 방송3사의 각종 오락프
로그램에서 맹 활약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야. 대개는 30대 중,후반에서 40대 초
반에 이르는 연령대들이고, 데뷔한 시기도 거의 엇비슷하지. 보통 90년대 초,중반
경 에 데뷔한 사람들이니까... ”
“ 그런데...그게 현주언니랑 철민이 오빠가 사귀면 안되는거랑 무슨 상관이에요 ?
”
“ 가만히 내 이야기좀 들어봐라 ! ”
보나가 다시 끼어들려하자 나라가 나무라듯 대꾸한다.
“ 어쩌면 우리가 그동안 그렇게 친분이 두터웠던 것은 그렇게 데뷔한 시기도 비
슷하고 방송계에서 활동한 시기도 엇비슷하고...각자 한두번씩 슬럼프나 무명생
활을 겪기도 했고...그런 공통점들이 있기 때문일거야. ”
“ 항간엔 요즘 오락프로들 P-D 그룹이 다 해먹는다는 비난여론이 있긴하지. 사실
방송가를 오래 주름잡을수 있었다는건 그만큼 우리들 실력이 뛰어났기 때문이기
도하지만, 우리에게 그런 비난여론이 있는 현실도 분명 잊어서는 안돼 ! ”
나라의 이야기야 다들 납득이 가고 또 그것이 실제 현실이기 때문에 다들 별다른 대꾸가 없다. 하지만 한창 흥겨웠던 송년모임 자리는 그만 푹 가라앉고 말았다. 현주의 갑작스런 철민에 대한 프로포즈로 분위기가 잔뜩 고조되었던 순간 아니었던가.
“ 내가 볼땐...당분간 큰 이변이 없는한 우리 P-D 그룹의 전성기는 계속될거야.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겐 그만큼 책임이 막중한거고...거듭 말하지만 우리가 학연
이나 기획사와의 인연, 공채동기등...이런저런 인맥으로 얽혀있는 현실만큼은 분
명히 인정하고 있어야해. ”
“ 헌데 여기에다 혼인관계까지 얽혀지면 사람들이 우릴 어떻게 보겠나 ? 아마
지금까지보다 더한 악플에 시달리게 될지도 모르는거야. 사실 혼인은 인륜지대
사란말도 있는거지만...그만큼...뭐 어쨌든 우리나라 구조 자체가 다들 학연,지연
혈연으로 얽혀있어 거기서 부정부패가 생기는거기도 하지만...그래서 P-D 그룹
의 연혼관계는 자제해야겠다...그러잖아도 내 그런 이야길 언젠가 한번쯤은 하
고싶었는데...마침 잘 되었군. 내 말 무슨말인지 알겠어 ? 우리끼리 혼맥으로까
지 얽히는건 자제해야한다는 말야. ”
다들 나라의 말에 수긍을 하는것인지 여기저기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보인다. 자신의 뜻을 이해해주어 고맙다는 말을 나라는 덧붙인다. 하지만 현주의 표정이 울적하다. 울음이라도 터트릴것만 같은 현주의 손을 나라가 잡는다.
“ 미안하다 현주야. 하지만 이게 다 결과적으로 너를 위한 일이기도 해. 알았어 ?
언니가 다 널 위해 하는 소리였어. ”
현주는 흐느끼고 있다. 그런 현주를 나라가 다독여준다.
“ 하지만 그래도 너무해요...아무리 주위 시선이 무섭기로 인간의 순수한 감정까지
자제해야한다는 말인가요 ? 전 진짜...순수한 마음으로... ”
“ 그래,그래. 내가 니 마음을 왜 몰라 ? 하지만 공인(公人)이 달리 공인인가 ? 보
통 사람들과는 달리 자제해야할건 자제해야 하는거야. ”
어찌되었든 화기애애했던 송년모임 분위기가 푹 가라앉고 말았다. 그 원인제공자가 되어버린 나라로선 미안하게 된 일이다. 나라는 석준환을 본다.
“ 석준환씨 ! ”
석준환. 그를 가수로 부르는게 좋을까. 개그맨으로 부르는 것이 좋을까. 나라가 지금 지목한 석준환은 사실 비운의 남자다. 현재 신나라와 김편주 그리고 현주,보라등이 출연중인 ‘ 여전사가 간다 ’를 진행하고 있는 남성 방송인이긴 하지만, 그도 사실은 가수로 데뷔한 사람이다. 그것도 무려 15년전인 90년대 초반. ‘ 슬픈사랑을 아세요 ’란 제목의 발라드곡으로 부푼꿈을 안고 가요계에 첫발을 내딛었다. 그러나 운명의 장난도 이보다 더 고약한 장난이 있을수 있을까. 하필 바로 똑같은 시기 한 아이돌 스타 그룹이 동일한 제목의 댄스곡을 발표한 것이다. 아이돌 1세대라 할만한 그 그룹은 ‘ 슬픈사랑을 아세요 ’로 90년대 초반 사회에 첫발을 내딘 X세대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받았고. 석준환의 ‘ 슬픈사랑을 아세요 ’는 그런 노래나 가수가 있었는지 기억하는 사람조차 없었다. 준환이 그 90년대 초반의 충격을 딛고 다시 방송활동을 재개한 것은 90년대 후반의 일. 당시 독특한 목소리와 재미있는 언변으로 자주 방송을 타던 명 대학교수의 목소리를 성대모사하며 종종 이런저런 오락프로에 게스트로 나오곤 했다. 그러던 준환이 본격적으로 뜨기 시작한건 90년대 후반 심야시간에 방송하는 한 중견 개그맨이 진행하는 토크쇼프로에서였다. 지금은 준환 역시 P-D 그룹 멤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명 방송진행자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준환에게도 그런 아픔이 있었던 것이다.
“ 분위기도 바꿀겸 노래나 한곡 불러주시는게 어때요 ? 바로 석준환씨의 그 저주
받은 명곡 ‘ 슬픈사랑을 아세요 ’로. ”
“ 아니 그...아니 신나라씬 왜 하필이면 지금 그런 이야길... ”
기뻐해야 하는건지 슬퍼해야 하는건지 많이 헷갈리는 표정으로 준환이 말한다. 어찌되었든 자신의 노래를 여러사람 앞에서 부를 기회가 있다면, 한때 가수지망생이었던 그리고 1집 데뷔에서 묻혀져버린 아픔이 있는 사람으로써 기쁘기 한량없는 일이지만. 어쨌든 ‘ 슬픈사랑을 아세요 ’에 얽힌 사연은 준환에게 아픈추억 아닌가. 준환이 망설이자 여기저기서 그의 이름을 연호하는 소리가 들린다.
“ 석준환 ! 석준환 ! ”
두어번 사양하다 결국 준환은 무대로 올라선다. 사실 원래 모임자리에서 함께 노래도 같이 부르려고 가라오께 무대가 있는 가까운곳에 자리예약을 잡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 스타트를 석준환이 끊게 된 것이다. 아픔이 있는 그의 데뷔곡 ‘ 슬픈사랑을 아세요 ’로.
‘ 차마 말하지 못 하는 / 슬픈 사랑을 아세요 /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만 보는
그런 사랑을 아세요
믿기 힘들어도 진실이에요 / 이렇게 당신에게 빠져들줄은 / 꿈에도 상상못했어
/ 당신의 눈빛이 너무 가여워 / 밤마다 꿈을 꾸는데
사랑은 달콤한 독약 / 씁쓸한 겨자 초콜렛 / 이렇게 당신의 호수에 빠져들면 /
난 어쩌란 말야
밤마다 꿈을 꾸며 가슴저미는 / 그런 사랑을 아세요 / 당신의 눈물에 사로잡힌
/ 그런 사랑을 아세요
차마 고백하지 못했던 / 슬픈 사랑을 아세요 / 다가설 기회없어 화만냈던 /
그런 나쁜 나를 아세요
악마처럼 달콤하게 속삭여주고 / 천사처럼 괘씸하게 찌르고 갔던 / 그 지독한
사랑의 호수 / 당신의 양말까지 사랑스러운 / 이 느낌을 어쩌란말야
당신의 향기에 취해버려 / 밤마다 울고 있는데 / 당신이 울면 내가 더 아파 /
밤마다 꿈을꾸며 슬피우는 / 그런 사랑을 아세요 / 당신의 발가락에 사로잡힌
/ 슬픈 운명을 아세요 ’
- 끝 -
첫댓글 축제전야라는 좋은 소설 두고 두고 잘 감상하겠습니다.감사합니다.
훼드라 작가님이 소설방에 불을 밝히시면 괜히 마음이 기쁩니다 좋은 글 마음에 담아 읽습니다 감사합니다^^
작가님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
걍 울나라 유명 예능MC,방송인들 모델로 해서 연말 시상식 앞둔 송년모임 비슷한 자리를가상상황으로 만들어본 꽁튼데...거기에 대해선 별다른 이야기가 없구만...연예계에 관심이 없어서 모르는거냐...아님 읽어보질 않아서 모르는거냐...-.-(뭐 어느정도 예상하긴 했다만...)솔직히 소설이라기 보단 걍 낙서처럼 쓴거긴 하지만...
첫댓글 축제전야라는 좋은 소설 두고 두고 잘 감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훼드라 작가님이 소설방에 불을 밝히시면 괜히 마음이 기쁩니다
좋은 글 마음에 담아 읽습니다 감사합니다^^
작가님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
걍 울나라 유명 예능MC,방송인들 모델로 해서 연말 시상식 앞둔 송년모임 비슷한 자리를
가상상황으로 만들어본 꽁튼데...거기에 대해선 별다른 이야기가 없구만...
연예계에 관심이 없어서 모르는거냐...아님 읽어보질 않아서 모르는거냐...-.-
(뭐 어느정도 예상하긴 했다만...)
솔직히 소설이라기 보단 걍 낙서처럼 쓴거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