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책의 숲에서 꿈을 찾다’ 저자 방누수씨 인터뷰
Q. 책을 읽고 나서 청소년들에게 권하는 독후 활동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지요.
A. 제 독서경험을 볼 때 책은 독자의 마음속에 담긴 지식과 경험, 가치를 겉으로 이끌어내는 자극제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책은 지식을 담고 있는 것이기에 이를 얻기 위해서는 내용을 암기, 숙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이런 방식의 독서는 청소년에게 짐을 가중시킬 뿐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배우고, 외워야 할 것이 산더미같이 쌓인 청소년들에게 책 내용까지 외우라고 하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죠.
저는 청소년들에게 독후활동이란 단어보다는 책 읽는 순간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책을 읽을 때 내용을 암기하려고 하지 말 것’, ‘책을 읽으면서 책 내용을 완전히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 것’, ‘책 내용을 국어숙제 푸는 정리, 분석하려고 하지 말 것’입니다.
책을 읽을 때는 책 내용을 느끼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책을 읽다가 뭔가 떠 오르는 생각이 있으면 그 생각을 멈추지 말고 계속 해라. 책을 보고 느끼는 게 있으면 그냥 자유스럽게 느끼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책은 지식도 중요하지만 자기 안에 있는 생각과 경험을 저자의 생각과 함께 연결시켜 겉으로 끄집어 내는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죠.
또 이런 식으로 자기 안에 있는 생각을 끄집어 냈을 때 비로소 “아! 그렇구나”하며 내용에 확신을 갖게 됩니다. 독후활동. 저는 이것 자체가 청소년들에게 부담을 주는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보며 느끼며 상상하고 그러다 어느 순간 “아!’하는 기쁨을 느끼면 된다고 봅니다. 책은 책일 뿐이고, 책을 우리에게 도움을 주고자 있는 것이지, 책 읽는 것 자체가 과제는 아니니까요.
Q. 작가님의 독서 습관, 책을 읽는 방법을 말씀해 주시지요.
A, 책 읽는 방법이나 습관은 따로 없습니다. 그저 책을 읽고 싶을 때, 읽고 싶은 책을 상황이 허락되는 만큼 읽습니다. 다만 글을 쓰는 사람이다 보니, 책을 읽다가 제 글을 읽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내용이 있으면 그 부분을 나중에 알아볼 수 있도록 표시해 주는 정도죠.
다만, 몇 가지 특징이 있다면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첫째, 책을 보다가 뭔가 생각이 떠 오르면 책을 덮고 그 생각을 멈추지 않고 끝까지 생각한다. 저에게 중요한 것은 저자의 이야기보다 그것을 통해 내가 느끼고 깨달은 사항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책을 볼 때는 서문과 목차의 구성을 이해한 다음 책의 세부 내용을 볼 때는 제가 읽는 부분이 전체 목차에서 어디에 해당하는 지를 확인하면서 봅니다. 이는 책을 보면서 저자의 사고흐름을 따라가고 싶기 때문이고, 책을 다 본 다음에 특정 내용이 필요할 경우, 그 부분을 쉽게 찾기 위해서입니다. 어차피 제가 본 책은 제 서가에 꽂혀있는데 그 내용을 굳이 암기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어떤 내용이 어디쯤에 들어 있는지 알고 있으면 되지 않을까요.
셋째, 한 달에 몇 권, 일년에 몇 권 읽겠다는 계획 같은 것은 만들지 않고, 그저 보고 싶을 때 본다. 책은 제가 필요한 것을 주는 도구이지 책 자체가 제 삶의 목적은 아니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넘치고 넘치는 목표 속에서 책 읽는 것까지 목표로 정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Q. 마지막으로 이 책에 실린 수많은 책 중에서 학생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책들을 세 권만 골라 추천해 주시기 바랍니다.
A. <고민하는 힘> (강상중/사계절) 이 책의 저자는 고민하지 않는 청춘은 죽은 나무와 다를 바 없다고 단정적으로 말합니다. 설사 해답이 없을 것 같은 고민도 당사자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주니까요. 특히 내가 누구인지, 어디로 가고 있는 지와 같은 고민은 인간이라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 같은 질문이죠. 이런 질문은 청소년 시절에 시작하지 않으면 평생을 따라다니며 해답을 달라고 아우성치는 고민입니다. 언젠가 해결해야 할 고민이라면 청소년, 지금 이 시절이 가장 좋은 시점이 아니냐는 저자의 말을 청소년들에게 전해주고 싶습니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니콜라스 카/청림출판) 이 책은 ‘기술은 중립적이며, 기술의 좋고 나쁨은 쓰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는 전제가 틀렸다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기술이 달라지면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의식과 행동 구조도 이에 따라 변한다는 것이죠.
책을 보면 인터넷을 많이 사용하면 우리 머리구조 자체가 인터넷 사용상황에 맞춰진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현란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인터넷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과거처럼 글자 하나하나를 읽기보다는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는 식으로 정보를 얻고, 생각을 통해 결론을 찾기보다는 결과 그 자체를 얻고자 한다는 것이죠.
결국 인터넷은 인간의 사고능력을 약화시켜 ‘빨리 빨리’만을 강조하는 사람으로 바꿔놓는다는 말입니다. 현대사회에서 요구하는 창조능력은 고요함과 사색의 결과입니다. 그런데 우리 주변상황은 이를 키워주기 보다 도리어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세상의 요구와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우리 주변상황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알려주고 싶습니다.
<샘에게 보내는 편지>(대니얼 코틀립/문학동네) 젊은 시절, 교통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정신과 의사가 쓴 책입니다. 그는 자신의 손자가 병에 걸린 것을 안타까워하다가 손자를 위해 책을 썼습니다. 병으로 인해 남과 다를 수밖에 없는, 그래서 자칫 잘못하면 사람들과 함께 있기 어려워 혼자만의 세상으로 들어가버릴 수도 있는 손자에게 저자는 남과 비교하지 말고 네 자신을 더 많이 들여다보라고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특질을 갖고 있기에 그것을 찾아 키우는 데 노력하라는 말이죠.
자신에 대한 확고한 정체성이 부족한 관계로 항상 누군가와 비교하며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지금 모습이 미래모습은 아니라는 것을, 바꿀 수 없는 것을 고민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그렇기에 현재 모습을 고민하기보다 미래를 위해 살아가라는 저자의 말을 들려주고 싶습니다.
이상으로 '청소년 책의 숲에서 꿈을 찾다'의 저자 방누수씨의 인터뷰를 마칩니다.
신진상 (신우성 입시컨설팅 소장) www.shinwoo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