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빕니다!
이 게시물은 페이스북 그룹 대한성공회 서대구교회 애은성당 West Daegu Anglican Church에서 인용해온 것입니다.
애은성당은 지난 5월 21일 승천대축일에 대구 서쪽 금호강변 달성습지에서 야외예배를 드렸습니다.
이날은 박용성 바르나바 신부님의 초대로 대구환경운동연합의 정수근 선생님께서도 함께해주셨습니다.
박용성 바르나바 신부님의 설교문과 정수근 선생님의 강연문을 함께 공유합니다.
원문 출처: 대한성공회 서대구교회 애은성당 West Daegu Anglican Church | 소박한 숲속미사, 습지는 이뻤습니다 | Facebook
원문 게시물 작성자: 박용성 바르나바 신부님
(위 링크를 클릭하시면 페이스북에서 직접 볼 수 있습니다.)
소박한 숲속미사, 습지는 이뻤습니다.
어머니들이 준비한 식사는 맛있었구요
정수근님의 강연은 은혜로웠습니다.
설교문과 강연문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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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천, 하늘과 땅의 만남(설교문)
박용성 대한성공회 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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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땅이 하나가 되고 아름다운 강과 나무가 어우러지는 습지에는 우리 뿐만이 아니고 수많은 생명이 꿈틀댑니다. 불어오는 바람, 흘러가는 구름, 따뜻한 햇볕, 어우러져 살아가는 수달과 고라니와 물고기들, 이 모든 것이 하느님의 아름다운 창조세계를 보여주기에 그만입니다. 여러분과 함께 하늘과 땅과 강이 만나는 달성습지에 온 것에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승천대축일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시고 다시 살아나셔서 제자들에게 나타납니다. 그리고 평화를 선물하면서 어서 빨리 나의 증인이 되어 세상속으로 달려가라는 말씀을 하십니다. 그리고 하늘에 오르신 날이 오늘입니다. 땅과 하늘이 만나는 것, 인간과 하느님이 만나는 것을 예수님이 하늘에 오르시는 승천대축일의 의미인 것을 우리는 잘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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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죽고 하늘로 떠나는 것에 인생의 숨겨진 진리가 담겨 있습니다. 이별이 미리 예견된 것이라면 떠나는 이에게는 너무나 안타까우면서도 아쉬움이 남을 것입니다. 내가 없는 동안 남은 이들은 잘 지낼지, 오랫동안 나를 기억할 수 있을 것인지, 해야될 것들이 너무나 많은데 안타깝기만 합니다.
부활하시고 이제 하늘로 떠나실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들었던 마음입니다. 갈릴리에서부터 지금까지 힘들고 병들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늘 치유와 회복의 기적을 보여주었고, 살아가면서 어떻게 하느님의 진리를 발견해야 되는지 늘 친절하게 가르쳐 주었던 예수님입니다. 그 예수님은 세상을 진정 아름답고 정의롭고 사랑스러운 하느님 나라로 바꾸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세상과 부딪히며 걸어왔던 그동안의 예수님의 길이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다는 사실! 그래도 그 길만이 하느님께 가는 참 진리이고 생명을 살리는 옳은 방법이라는 사실! 당신이 떠난 빈 자리를 아쉬워 할 제자들을 애틋하게 바라보며, 당신이 했었던 일이 하느님이 가르쳐 준 사랑이라는 것을 알기를 바랬습니다. 당신이 걸었던 길에 실패와 상처가 도사리고 있었고 그 끝에는 십자가의 죽음이 놓여 있었지만, 하느님께서 빛을 비추어준 승리의 길이었고 기쁨의 길이었다는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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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곳 아름다운 달성습지에서, 하늘로 오르신 예수님을 기억합니다. 땅에서 하늘로 승천하신 예수님은 땅과 하늘을 이어주는 존재입니다. 인간과 하느님의 관계가 끊어진 것을 온전히 회복시켜 주는 존재라는 뜻입니다. 오늘 복음서 속에서 예수님은 하늘로 올라갈 당신을 대신해서 세상속에서 살아갈 제자들이 해야 될 사명을 분명히 말씀합니다. 하느님의 사랑이 언제나 진리라는 사실, 정의가 불의를 이긴다는 사실, 생명이 죽음을 물리친다는 사실, 아름다움이 악함을 몰아낼것이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약속합니다.
부활하시고 승천하시면서 당신의 증인이자 제자가 되라는 이야기는, 하늘의 뜻을 거스르며 살았던 그동안의 잘못을 용서하겠다는 약속이고, 우리에게 새로운 '생명' 새로운 '발걸음'을 다시 시작할수 있다는 희망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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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성공회는 5Marks라고, 선교를 위한 5개의 중요한 지표가 있습니다. 그 중 다섯 번째가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보존하며, 지구 생명의 회복과 유지를 위해 노력합니다.’ 입니다. 승천대축일, 당신의 사랑하는 아들을 이 땅에 보내시고 다시 하늘로 부르심은 땅과 하늘의 만남이자 인간과 하느님의 만남입니다. 그리고 인간과 모든 생명의 진정한 만남입니다. 승천대축일은 그동안 자연과 수많은 생명에게 저지른 인간의 잘못을 하느님께서 용서하겠다는 선언이고, 다시 생명을 살리고 자연을 회복시켜 하느님이 창조하신 아름다운 자연속에서 평화롭게 살수 있을 것이라는 인간에 대한 응원의 메시지인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들에게 당신의 증인이 되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위로이자 축복입니다. ‘예수님 당신 안에 하느님이 계시고, 그 하느님은 삐뚤빼뚤 걸어가는 우리들의 순례길을 생명의 길, 평화의 길로 늘 인도한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이 창조하신 모든 생명을 사랑하고, 자연 속에 깃든 생명과 평화의 숨소리를 귀기울여 듣는 애은성당 교우이기를 소망합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말씀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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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질서와 공존의질서를 회복해야(강연문)
정수근 대구환경연합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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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습지는 대구를 대표하는 습지 중 하나입니다. 대구에는 유명한 습지가 달성습지와 안심습지, 팔현습지, 반야월습지가 있습니다. 모두 금호강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즉 강 자체가 거대한 습지인 것입니다.
이곳 달성습지는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 빚어놓은 천혜의 자연습지입니다. 진천천도 만납니다. 즉 세 강이 만나는 세물머리입니다. 습지는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정말 중요한 기능들을 합니다. 다양한 습지 식물들로 인해서 온도와 습도 조절과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지구온난화를 막아주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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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는 생물 다양성의 보고이자 다양한 야생 동식물들의 서식처로 기능을 합니다. 이곳에 특히 야생동물들이 터를 잡고 살아갑니다. 이곳에는 지금 삵, 너구리, 고라니, 수달과 같은 포유류와 수리부엉이, 황조롱이, 원앙 등과 같은 조류와 능구렁이와 남생이, 맹꽁이 같은 파충류까지 확인된 것만 해도 12종의 법정보호종이 살아가는 곳입니다. 아마 더 있을 겁니다.
이렇듯 습지는 금호강은 야생동물들의 집입니다. 원래는 산과 강이 연결돼 있었지요. 그런데 그런 산들이 지금은 다 단절돼 있습니다. 주로 도로들로 인해서 말입니다. 강 양안 쪽으로 다 길을 내버리니 이들 야생동물들이 산으로 이동하거나 피신을 하려 해도 갈 수가 없습니다. 딱 고립돼 있습니다.
무릅쓰고 갔다가는 로드킬을 당할 수밖에 없지요. 그래서 걱정입니다. 가령 큰 비가 올 때는 이 친구들이 어떻게 피신을 하는지 그것이 의문입니다. 강 전체에 강물이 들어차버리면 이들 야생동물들이 피신할 데가 없습니다. 그냥 빠져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산과 연결된 곳에 길을 내는 것은 정말 지양해야 하고 꼭 길을 내야 한다면 야생동물들 이동통로를 충분히 만들어줘야 합니다. 그래야 이들이 피신이라도 할 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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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화원동산도 달성습지와 잇닿은 연결된 생태계였습니다. 그런데 이곳에 생태탐방로라는 산책길을 만들어놨습니다. 이것을 건설할 당시 엄청 반대를 했습니다. 그런데 공사가 착공되고 나서 이 공사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결국 막아내지는 못했습니다. 결국 이 산책길은 완공돼 가동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밤새 개방을 했습니다. 스피커에 음악도 틀었습니다. 화려한 조명까지 밝혔습니다.
이런 장치들이 인간들에게는 필요할지 몰라도 이곳 야생동물들에게는 치명적이거든요. 교란 요소이거든요. 그래서 싸웠지요. 적어도 가동을 하려면 야간 시간에는 이동을 금지하게 하라, 조명을 꺼라. 스피커도 꺼라. 이런 조건을 내걸고 싸워서 조명과 스피커가 사라지고 밤에는 사람들이 이동을 못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밤은 야생의 기간이거든요. 가장 왕성히 활동하는 시간입니다. 그런 시간까지 인간이 침입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지요.
이곳 달성습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몰 이후에는 사람이 들어올 수 없도록 만들어놓은 것입니다. 즉 낮은 인간의 시간이고 밤은 야생의 시간인 것입니다. 그래서 일몰 이후엔 이곳 출입이 금지됩니다. 그것은 참 잘한 일이지요. 이렇게 조절해야 합니다. 그래야 공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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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강은 야생동물들의 집입니다. 마지막 남은 피난처입니다. 그런데 지금 그곳까지 인간들이 들어가 마지막 남은 그들의 피난처마저 내놓으라고 하고 있습니다. 오토캠핑장을 만든다. 야구장을 만든다. 축구장과 주차장을 만든다. 최근에는 파크골프장을 우후죽순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탐욕입니다. 이것은 인간의 지나친 욕심이란 것입니다. 이렇게까지 해선 안됩니다. 만물의 영장으로서의 품위를 지켜야 합니다. 마지막 남은 야생의 공간을 더 이상 침범하지 말고 그대로 제발 놔주시길 바랍니다.
오히려 단절된 생태계를 복원시켜주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들이 평화롭게 살 수 있습니다. 그들도 이 땅에서 더불어 살도록 하느님이 창조한 피조물들입니다. 그들이 이 땅에서 잘 살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그러니 더 이상 야생의 공간을 빼앗지 말고 우리는 멀찍이서 이런 제방길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공존의 질서를 회복해야 합니다. 그것을 위해서 함께 노력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