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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헤어져야 하는 인연이라면
헤어질 수 없는 만남이라면
너의 아픔을
너의 향기를
어떻게 안으라고
어떻게 만나라고
어떻게 헤어지라고
너무 아프고 귀해서
온 하늘의 별들은 말을 잊는다
빗장 (다음 이미지에서)
오늘도 그 부인이 그냥 지나간다
나를 본 거 같은데 고개를 더 숙이고 지나간다
마른 체형에 눈을 내려 뜨고 항상 미안해하는 듯 길옆으로만 지나간다
며칠 전에 그분 남편에게 내가 엄청 화를 낸 것이 영 걸린다
조금만 참고 한번 더 조리 있게 말해 볼걸
동네 이집저집 신고를 하고 다녀서 다시는 못하게 내가 너무 질러버린 것이
미처 이 아픈 부인을 생각 못한 거다
아무리 말이 안 통하고 말해주면 더 의기양양해하고 거드름을 피는 것에
나도 중심을 잃고 말은 것이다
이 사람 시켜서 그 부인께 밥 한번 하자고 연락했더니
무슨 큰 죄지은 사람처럼 미안하다고만 연발하며
요다음 미국 다녀와서 자리를 주선해 보겠다고 하더란다
지금은 나를 경찰에 고소한다고만 저러니
나보고 맞대응하지 말아 달라고 연신 미안하다고 하며 부탁하더란다
여자가 시집와서 사모님 소리 들어가면서 충분히 살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있는데
부인이기에 동네에 저렇게 고개 숙이고 다니고
나 보고도 미안해하니
여자의 일생이 이런 경우도 있나 싶다
얼굴도 쌍꺼풀에 갸름하니 미인형이고
허투루 다니는 거 한번 도 못 보았는데
경제적 여유 있는 남편 만났으면서도 미안해해야 하고 고개를 숙이고 다녀야 하니
그 부인을 따로 만나자고 할 수도 없고 난감만 하니 맘이 아프다
여자의 아픔은 세상을 녹인다
오늘도 저녁절에 석촌호수를 도는데
그 미국 시민권이 저만치서 고급 방한용 아웃도어 입고 오다가 윗길로 가버린다
설 때 한국에 있다면 이 사람보고 설음식이라도 돌려 보라고 해도
조금 시간을 가져보자고 한다
어떤 요행이라도 생겼으면 좋겠다 그 집은 원룸 투룸 전용 건물이니
이사가 잤다
가끔 이삿짐 하는 인부들 하고 큰 소리가 난다
요즘은 직접 관계된 고객 말도 먹어버리는 세상인데
건물주라고 까다롬을 피면 한번 울려 매 버린다
건물주라도 건물에 조심히 해달라고 부탁하려면 계란 하나씩 떨어트린 쌍화차라도 내놓고 부탁해야 하는 세상이다
점점, 있는 티 나이 티 내면 십대들도 먹다 남은 커피도 건물에 던지고 가는 세상이다
여자로 시집온 것이 무슨 죄라고 고개를 숙이고 미안하다고 말해야 하는지
마음이 자꾸 간다
집사람보고 그 집 이사 들고 날 때 이삿짐 인부들하고 그 미국시민구권자하고 큰 소리 나면
나에게 바로 연락하라고 하며
내가 그 친구 편을 응원해줘 보련다고 했더니
부인이 신신당부하면서 미안하다고 저러니
제발 기다려 보란다
나는 그 부인한테 더 미안하고
빨리 해결해 주고 싶은데 나보고 서두르지 말란다
그 부인이 무슨 죄라고 영 내 마음이 안 좋고
그 후론 그 부인을 마주치려면 내가 죄지은 것만 같아
나도 고개를 떨어트리니
빨리 해결해야겠다
여자는 자식들이 잘 되면 가장 큰 행복이고
남편에 자식까지 잘 되면 친구들 간에서 신사임당이란 소릴 듣는다고 하던데
동네 부인이지만 웃는 미소 좀 보이게 해드리고 싶다
갸름하니 미인형이신데 어둡다
남편이 재력도 있고 부부 사이도 좋은 거 같던데
서울 생활이 어려운 건가
어디나 사는 건 다 마찬가지일 텐데
부인 좀 활수 있게 살게 하시지
요즘 다들 자기 몫으로 살고 핵가족 시대에 가정 중심인 시대에
남자에 의해서 여자의 일생이 달라지면 그건 아닌데
없어서 기 못 피는 것도 아니고
활수 있게 하고 이웃집 부인들과 동네 어귀에서 라도 만나면 말도 많이 나누고 그랬으면 좋겠다
그 부인에게서도 꽃 가슴 같았던 세월이 있었을 텐데
화들짝 핀 웃음소리가 있었을 텐데
대문짝 만한 내 가슴에 미안함만 남는다
'24.01.18 석촌호수
크리스 디 버그 / "눈이 내리네" Snow is Falling - 크리스 디 버 / 일마레님
https://youtu.be/ndDvNIZ4v-c?list=TLGGfnt_NFk_hI0yNTAxMjAyNA
https://cafe.daum.net/musicgarden/F4LC/7230 ~원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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