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필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볼펜처럼 만년필도 닙에 압력을 가해 사용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오해를 할 수 있고, 그렇게 사용하면 닙의 변형 또는 마모를 발생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만년필은 닙이 지면을 스치면서 슬릿이 벌어져 잉크가 내려와 글이 쓰여지는 방식이기에 닙의 성질, 종이의 성질, 만년필의 무게와 만년필을 파지하고 글을 쓰는 사람의 조절능력에 따라 필감도 다르고, 씌어진 글씨도 다른 것 같습니다.
저는 최근 라미 알스타, 라미 룩스를 가장 자주 사용합니다. 라미에 점점 빠져들다가 최근에 다이알로그 3을 구입해 사용하며 다시 한 번 네 가지 조건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라미 알스타나 룩스는 모두 스틸닙이어서 필감이 나쁠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지만 길든 후 필감은 매우 부드러우며, 동시에 사각거리는 맛도 느끼게 합니다. 최근 캡을 분리해 두고, 글쓰기를 한동안 해 왔습니다. 가볍게 사용하니 편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다이알로그 3을 구입하고 나서 펜의 크기와 무게감에 놀랐습니다. 한동안 무거운 펜을 사용하지 않다가 47그램 펜을 사용하게 되면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펜을 가볍게 파지하고, 펜을 지면에 내려놓으면 펜의 무게가 그대로 닙에 압력으로 작용하므로 글씨는 EF가 무색해질 정도로 두꺼워집니다. 종이가 잉크를 잘 흡수하는 경우라면 사태는 더 심각해집니다. 그럴 때 만년필 파지법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만년필을 파지하고, 살며시 지면에 닙이 닿게 하면서 글씨를 쓰면 14K 닙의 부드러움을 그대로 느끼면서 지나치게 글씨가 두꺼워지는 것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사실 과거 서예를 배울 때 붓을 전적으로 허공에서 파지하고 조절해야 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그에 비하면 만년필을 사용하는 것은 팔이 지지대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힘조절은 훨씬 쉽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무거운 펜을 사용하기 부담스러워 하는 분들이라면 47그램의 만년필은 실사용에는 부적합하지 않을까 합니다.
다이알로그의 14K 닙은 매우 부드러우며, 스틸닙에 길들여진 사람에게는 너무 연성처럼 느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거운 바디에 연성에 가까운 닙이므로 만년필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라면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리트랙터블 펜의 매력, 독특한 디자인이 주는 심미감은 비할 데 없이 만족스럽습니다.
첫댓글 궁금했던 펜인데 세세한 리뷰 감사합니다. 생긴 건 가볍게 보이는데 47그램이나 되는군요ㄷㄷ
네 저도 오랫동안 관심갖다 영입한 펜이라 기대에 못미치는 점이 있지만, 한동안 가장 아까는 펜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캡리스와 비교하면 어떤 장단점들이 있나요?
캡리스와 동일합니다. 라미닙의 표준닙을 캡리스형으로 만든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