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회원님의 관련글에 자극을 받아 잊고
있던 지나간 기억의 조각들을 다시 소환하게
되었네요. 재학중 군생활을 병장으로 만기전역하고 복학후 졸업반 시절에 우연히 대학극장에서 취업오리엔테이션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놔누어주는 입사원서를 받아 접수
시켰고 창덕여중에서 오전에 실시했던 일반관리직 필기시험(객실승무직은 오후시험)에 응시하여 엄청난 경쟁률(?)의 치열함을 운좋게 통과한 후 다시 면접까지 통과하는 행운까지 누리게 되어 이계통으로 진로를 설정하게 되었네요~
출근하면서 느껴보니 이 회사가 국영기업에서 민영화된지 얼마 안된 관계로 위아래 수직적인 관계가 군대처럼 많이 경직되어 있더군요. 그래서인지 고참졸병식의 선배들 텃세가 아주 심했고 객실승무직은 관리직보다 더 엄격한 기수문화로 갈등이 자주 일어나고 있음을 알게 되었죠. 또한 우리와 같은 시기에 공채로 남승무직으로 들어온 21기 중 한 예비역 해군대위출신은 바로 윗기수인 20기 선배들이 군대식으로 열차려를 시키며 군기를 잡고 있다며 직장생활이 너무나 힘들다며 하소연( 남자객실승무원을 단 한번 고졸공채를 20기로 선발했었고 이후에는 갈등때문인지 계속 대졸공채로만 선발)하면서 더구나 나이도 더 어린것들이 군대도 아닌 직장에서 기합을 주고 있다고 많은 동기수 스튜어드들의 불만이 대단하였죠.
여승무원들의 군기잡기는 오히려 남승무원을 능가하더군요. 제가 입사시 같은 시기에 여승무원 27기가 대졸공채로 들어 왔고 그당시에는 회사가 승승장구하며 발전하던 시절이어서 불과 반년도 안되어 28기가 다시 들어 욌죠.
그런데 문제의 발단은 나이에 따른 유교적서열 문화가 유독히 강한 한국의 풍토에서 이들 보다 선배기수인 26기가 인하공전 항공운항과 1회 졸업생(인하대학교가 대한항공계열 그룹이어서 전문대내 항공승무원양성학과를 정책적으로 신설)이고 2년졔 전문대 출신이니 대부분 27기 대졸공채보다 두살정도
어린 나이임에도 선배행세로 심하게 대하니서로간의 갈등이 아주 대단하다는 소문들을 너무도 자주 접하게 되었죠
항공기의 꽃, 여승무원과의 일화는 너무도 많았죠. 80년대 중후반 해외여행이 자유화되기 전만해도 항공기 스튜어디스에 대한 선망과 인기가 대단했었죠. 친구들 모임에 승무원친구를 데리고 참석하면 말로 듣기만 했지 처음 만나보는 스튜어디스란 존재에 온통 그녀에게만 뜨겁게 관심을 쏱느라 난리(?) 였죠.^^
유난히 유니폼을 입은 자태가 잘 어울렸던 그리고 비행을 마치고 귀가길에 잠시 들려 그당시 내가 좋아했던 하와이안 호스트 마카다미아넛쵸코릿을 살짝 건네주고 가던 따뜻한 미소(crew smile)가 특별히 예뻤던 그녀의 씰루엣이 오늘따라 클로오즈업되며 왠지 그시절이 많이 그리워지네요~
기수문화의 서열은 엄격하지만 반면에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남들의 부러움을 듬뿍 받고 입사하여 유난히 직업에 대한 자긍심과 애사심이 돈독하고 동기수간의 끈끈한 동지애가 강한 이들은 80년대 초반기에 고니회(당시 회사심볼로고가 비상하는 고니였고 웰컴투마이월드의 광고주제가가 티비화면에 펼쳐지면서 고니가 날갯짓하는 장면에서 착안한듯)라는 현직여승무원동우회로 태동을 시작하더니 수십년이 지난 지금 까지도 KASA(korean Air Stewardess Alumni)란 명칭으로 퇴직후 까지 이어지며 세계유일의 전직 여승무원 봉사단체로 거듭나면서 미주등 전세계적으로 탄탄한 조직력을 보여주며 아주대 권역외상센터에 5천만원을 기부하는 등 일일히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의 사회적 봉사와 헌신을 위해 애쓰는 이분들의 활약상을 보고 있노라면 비록 퇴역은 했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날개짓으로 세상을 밝혀 주고 있음에 한 때 회사에 몸을 담았던 사람으로써 훈훈한 미풍같은 감동에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관리직도 대졸공채는 4급직원 고졸공채는 5급직원으로 들어 왔는데 이역시 우리보다 몇년 먼저 들어온 5급 고참직원들의 텃세가
심했으나 회사에서도 이후로는 더이상 고졸직원(대부분 대학중퇴자 였음)을 뽑지 않았고 새내기 대졸직원이 초기에는 설움을 받았으나 그들보다 먼저 빠르게 대리 과장으로 진급하면서 자연스럽게 이 문제는 정리가 되었죠.
하루 2교대쉬프트제로 이어지는 녹녹치 않은 근무시간, 걸핏하면
파견나온 힘께나 쓰는 국가기관들의 경위서(벌금부과용)를 받겠다며 오라가라 갑질의
상전노릇을 회사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다 받아 주어야 했고, 문제가 발생한 항공기의 승객처리과정에서 불만을 느낀 분들의 Rank Discremination소송으로 해외 법정에 까지 서야 했으며, 중동특수의 영향으로 현지에서 다쳐서 비행기로 실려 오는 중환자들도 많았고 이들을 사전대리수속을 거쳐 앰브란스와 공항램프까지 들어가 핸들링해야 했고 88하계올림픽이 끝나고 곧 열린 장애인패럴림픽때는 어떤 경우에는 항공기 전체승객이 장애인및 그 관계자들로 꽉찼는데
큰 행사로 탑승게이트가 부족해 램프리모트에 항공기가 램프인해서 문이 열리면 기내로 올라가서 승객들을 일일이 안고 계단을 내려와야 했으며
체크된 베게이지가 도착이 안되었거나 데미지를 입었거나 일부 분실이나 도난이 발생한 경우 특히 인도인이나 유대계 진상고객을 맞이하는 일도 비일비재 했었죠.
그래도 오랜 직장생활을 하면서 나름 좋았던 기억도 많네요. 우선 틈나는대로 공짜티켓으로 어디든 여행 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릴 수 있었고, 물론 일반승객처럼 예약이 가능한 티켓조건은 아니었으나 우리 나름대로 북킹상황을 사전에 체크해가며 붐비지 않는 날짜를 선택하여 휴가스케쥴을 편하게 잡을 수 있었죠. 현지에 도착하면 힐튼이나 쉐라튼 하얏트 메리어트같은 호텔도 직원신분증 제시하면 50퍼센트 디시를 받아 숙박 할 수 있는 즐거움이 있었고 면세점도 할인혜택을 받았고 그랜드캐년에서는 헬기를 타는데 혹시나 해서 ID카드를 제시했더니 75퍼센트까지 할인받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죠.
해외에서 근무 할 때는 현지공항의 캐터링기내식사업부와 각 클라스별로 기내에 실리는 음식의 단가를 계산하여 계약을 맺는데
실리는 음식의 쿠얼리티가 계약된 스탠다드에 부합하는지의 체크란 미명(?)아래 일등석 장거리노선에 실리는 온갖 산해진미를 수시로 맛 볼 수 있는 호강(?)을 누렸죠.
제가 한평생 맛볼 수 있는 최고급 스테익과기타 거위간(지금은 푸아그라라는 이 프랑스 고급요리도 동물학대문제까지 불거지며 맛보기가 예전만 못한듯)이나 캐비어등을 이 당시 원없이 맛본것 같네요~^^
한 회원님이 올린 웰컴투마이월드란 당시
광고타이틀곡을 들을 때면 왠지 저도 모르게
제자신이 그시절로 타임머신을 타고 회귀하는것 같은 기분과 함께 아련하고 몽롱해지며 젊은날 행복하던 그시절이 눈앞에 펼쳐 집니다. 비행기를 타보기는 커녕 대학졸업 할 때까지 공항이란 곳 근처도 못가본 충청도 촌뜨기가 원래 영어교육과를 졸업하면 다른 동기선배들 처럼 영어교사의 길로 나갈 준비를 하던차에 교생실습 나가서 시범수업을 할 정도로 찍혀(?) 부속중학교 내정이 되어가는 싯점이었는테
생애진로를 과감히 바꾸게 되었으나 30년의
직장생활의 의미는 여러 악조건과 시련도 많았음에도
젊은 한 시절 행복하게 잘 놀고(?), 잘 먹고(?), 미지의 전세계 이곳 저곳을 수없이 다니며 구경한번 잘(?)했습니다로 감히(?)
정의하려고 합니다~^^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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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젊은 시절의 추억 이야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여승무원들이 기합을 잡을 때는 어떤 식이었는지 궁금합니다. 항공사에 근무하는 분들은 space available 로 참 여행을 많이 해서 부럽기만 합니다.
최근 킹더랜드 드라마에서 승무원 얘기도 나옵니다. 사무직, 호텔, 항공사등의 서열문화가 코믹하지만 적나라하게 나와요.
지난 과거를 소회하시며, 본인 사진도 share 해 주시니, 참 좋읍니다. 저희 카페가 얼굴있는 카페로 신용등급도 올라갈거 같습니다. 칼서비스가 좋은만큼, 땅콩항공같은 부작용도 있긴 하지만, 승무원들 군기도 상상이 됩니다.
영어 선생님~~
누구보다 잘 하셨을 듯 짐작되옵니다 ^^
젊고 아름다운 시절
넥타이의 글자를 한참 바라봅니다
이제도 그 시절처럼 젊은 맘으로 행복하시길
어머니의 안부도 이따금 전해 주시와요
그 효심이 모두에게 본이 되므로..
미지의 세계로의 멋진 여행도 잘 이루시길
홧팅입니다
나에게 있어서의 좋은추억들은 무덤까지도 가지고 가고싶은 최고의 나의 선물이지요.
이렇게 나이를 먹어가다보니 문득문득씩이나 이따금 좋았던 추억들을 꺼내보면서 우울한 일상을 지워보기도 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하얀여우님의 몰랐던 지난 이야기 반갑습니다.
내년봄 어쩌면 아산(온양)쪽으로가서 몇달살다가 올것같은대,그때는 만나서 맗은 예기도 해보고싶습니다)
그때까지 건강히 잘계십시요.
저도 잠간이지만, 4년 정도 에어라인맨을 거쳤습니다. 기내 근무는 아니고, 그냥 지상 업무였지요. 하얀여우님의 젊었을 때의 멋진 모습을 뵙게되니 정말 좋습니다! 세월은 가도 추억은 남습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소각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