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1. 7. 7. 수요일.
동네 이발소에 들러서 머리카락을 짧게 깎았다.
이발사는 머리카락을 잘랐으나 턱수염은 면도하지 않았다. 나는 집에서 머리를 감고 갔기에 이발사는 금방내 머리카락을 감겼고, 머리카락에 묻은 물기를 수선으로 닦아낸 뒤 뜨거운 열기로 가르마를 타는 것조차도 하지 않았다. 머리카락에 기름을 조금 발랐다, 흉내내는 정도로...
나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겁이 나서 지난해 봄부터 이발소에 가는 것을 극도로 꺼려했으며, 또 이발소에 가더라도 면도조차도 거절했다. 이발사가 고개를 숙여서 내 얼굴을 들여다보면서 턱수염 등을 깎는 과정에서 코로나가 전염될까봐 우려되었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초기부터 나는 이발소에서는 면도를 아예 하지 않았다.
세발하고, 머리를 감는 등 모든 과정에 걸린 시간은 13분. 요금은 10,000원. 몇 해나 이 가격이다.
이발한 뒤에 잠실 석촌호수로 나가서 한 바퀴(2,565m)를 천천히 걸었다. 젊은 여자들이 걷는 것보다도 더 느리게 걷는 나.
그런데도 무릎뼈가 욱신거렸다. 연골이 많이도 닳았다는 증거.
서호 화장실에 가는 길목에는 작은 화단이 있다.
최근에 화단을 정리했을까? 뽑아서 내버린 잡초 속에 화초 한 포기를 발견했다. 뿌리가 뽑힌 채 말라비틀어졌다. 혹시라도 살릴 수 있을까? 주머니에서 화장지를 꺼내서 뿌리를 감싼 뒤에 어깨에 매는 손가방에 넣었다.
집에 돌아와 화분 흙속에 묻고는 물을 조금 부어주었다. 살아났으면 싶다.
나는 물건 저장 강박증에 걸렸을까?
하찮은 물건이라도 오래 사용하려고 하고, 풀 한 포기라도 소중히 여긴다.
이런 나와는 달리 인터넷 뉴스에는 아래와 같은 기사가 떴다.
물건이 없어서 못 판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여성들이 들고 다니는 백 하나의 가격이 666만원 ~ 1,120만 원.
이런 사넬 손가방을 들고 다니면 그만큼 인격이 돋보이는 것일까?
위 사진은 인터넷 뉴스에서 내 임의로 퍼왔다.
잘 활용하겠습니다.
세상사람들은 모두가 다 부자인가 보다.
나만 빼놓고...
'명품가방'과 '고가가방'은 무슨 차이일까?
나는 집밖에 나갈 때에는 어깨에 걸쳐매는 손가방을 챙긴다. 가방 속에는 내 핸드폰, 지갑, 화장지, 손수건, 볼펜과 종이 등 잡다한 게 잔뜩 들어 있다. 가방 속이 낡고, 헐었고, 떨어졌기에 찐덕거리는 테이프를 잔뜩 붙였다.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가방 속은 너덜거린다.
실밥이 터지고, 천으로 된 속거죽이 낡고 달아서 헐렁거리는 것처럼 내 인격도 그럴 게다. 그런데.. 한 번 건드려 보면 금세 알 게다. 얼마나 빡 센지를...
1949년 1월에 태어난 나. 산골마을에서는 모든 게 부족했다. 산골마을에서 보는 물건들은 얼마나 그렇고 그런 것들이었다.
수십년이 지난 2021년인 지금. 정말로 서울특별시는 별천지이다. 별라별 물건들이 넘쳐나고 ... 멀쩡한 물건도 쓰레기장에 마구 버린다. 특히나 아파트 단지에는 이사 가고, 이사 올 적마다 멀쩡한 가구 등 생활도구를 마구 버린다.
나한테는 아깝다. 주워서 내 집으로 끌고 왔으면 좋으련만 그 무거운 가구들과 생활용품을 운반할 능력이 전혀 없다.
넘쳐나는 물건... 쓰레기로 처리하고... 그거 다 돈인데..
이런 내 눈에는 위 '샤넬가방'이 합당할까?
미쳤다. '클래식백 맥시' 가방 하나의 가격이 1,120만 원이라니...
2020년 가을추수가 끝난 뒤의 시골 쌀값은 1가마니(80kg) 19만원으로 치면 위 금액으로는 58,9가마니이다.
80kg x 58.9가마니 = 4,712kg. 이런 무게를 한 손에 들고 다니냐?
* 지난해 가을 내가 사는 시골에서는 쌀가격은 한 가마니당 19만원이 채 안 되었다 .
아파트 단지 안에는 쓰레기 처리장이 곳곳마다 있다. 정말로 많은 쓰레기들이 나온다. 특히나 일회용 플라스틱 박스, 물건을 쌌던 비닐용지가 산더미처럼 나온다. 저 많은 쓰레기를 수거하면 어디에서 어떻게 처리할까? 재활용(새로운 물건을 만들거나 연발전소 등에서 연료로 사용)할 수 없는 쓰레기는 어디에 묻을 것일까?
아마도 대한민국에서는 5만 년 뒤에는 기괴한 물질의 산유국이 될까? 새로운 물질을 대량생산하는 신종자원 국가일까?
허영이 낳은 병폐이다.
'가장 흔한 것이 가장 소중하다'는 생각을 지닌 나. 나는 그저 작고 허름한 물건이라도 정말로 소중하게 여겨서, 어떻게 하면 다르게, 다양하게, 마모되어 더 이상 쓸 수도 없는 끝까지 다 활용할까를 모색해야겠다.
2021. 7. 7. 수요일. 흐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