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의 121회 정기연주회는 창단 20주년을 기념하여 '두드림의 세계
2004'라는 제목을 걸고 '한 여름, 타악과 함께 하는 다이나믹 부산'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
우고 있다. 레퍼토리를 보면 [국악 관현악을 위한 신모듬], [팀파니를 위한 협주곡 打], [풍물놀
이를 위한 협주곡 상쇠], 최소리의 [번민, 히로시마의 기억, 비단길], 그리고 마지막으로 [타악
기를 위한 국악관현악 신뱃놀이]등으로 되어 있어, 전체적으로 타악을 중심으로 하는 곡들로 되
어 있다. 전에 시립 무용단 공연에서 [백두대간]을 보고 타악의 현란한 연주에 너무나 강한 인상
을 받았었고, 시립예술단에서 배부한 CD를 통해 [상쇠]를 감상하면서 그 실황연주를 한번 접하
고 싶었으며, 최소리의 연주는 전에 구입한 최소리 연주곡집 [소리를 본다]란 제목의 3장의 CD
와 1장 VCD로 된 전집 감상을 통해 상당히 강한 인상을 받았었기 때문에, 20일 [슈만 앙상블],
21일 [레미제라블] DVD 상연회 관람을 하느라고 분주한 와중에 다시 22일 연이어 연주장을 찾
았다. 7월 22일 7시 30분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요새 더위가 장난이 아닌데, 어쩌면 이 더위를
한 방에 날려 버릴 수 있는 타악의 신명나는 두드림을 체험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안고.....
공연장에 이르니 더위 때문인가? 관중들이 엄청나게 많다. 대다수가 방학을 맞이한 학생들 같
았는데, 아마도 방학 숙제로 연주회가 소개되었는가 보다. 숙제든 뭐든 학생들에게 이런 연주회
를 경험하게 하는 취지는 좋은데, 이거 잘못하면 감상 분위기가 흐려지지나 않을지 걱정이 된
다. 이미 달랑 2회 밖에 남지 않은 정기 회원권으로-7월 25일 한이다- 예약도 않은 채로 자리를
배정 받으니 2층으로 가랜다. 2층 다열 1번, 2층이긴 하지만 정 중앙 맨 앞이라 위치는 좋다. 소
리의 울림을 공명 상태로 접하기도 좋고... 자 이제 신나게 두드리는 현장으로 가 볼까나.... 그런
데... 내 기우가 조금도 틀리지 않아 도대체 관중석이 진정되지 않는다. 내 저놈들 성향을 잘 아는
데 어지간해서 진정되기가 불가능하다. 연주단이 다 입장하고 지휘자가 입장해서도 소란은 그치
지 않아 내 신경이 다소 날카로워져 있는데, 지휘자는 사물패들의 우람한 두드림 소리를 끌어내
며 그 소란을 잠재워 버린다. 쾅! 쾅! 쾅쾅쾅!
첫 곡 박범훈 작 [국악관현악을 위한 사물놀이 협주곡 신모듬]. 전 관현악의 울림과 四物들의
어울림. 四物과 관현악의 일체감 있는 연주와 주고받기. 관현악은 독주악기의 섬세함보다는 합
주의 위력으로 四物과 서로 대결한다. 四物이 농악장단으로 휘몰아치다 합주로 밀어 붙이니, 장
구 이어서 징, 그리고는 그 리듬을 타고 관현악으로 바통 넘기기! 재미있네! 이어 같이 한 바탕의
흐드러진 리듬 풀어 해치기로 이어진다. 이건 문자 그대로 한바탕의 신명나는 놀이마당이다. '신
모듬'이란 말이 '신난다.', '신명난다', '신바람'의 신으로 사용된 것이라든가? 지휘자도 덩달아
신명이 나는 듯, 관현악과 사물패 양쪽을 마구 쥐어 흔들어대며 장쾌하게 몰아 붙이다 四物패에
게로 그 신명을 넘겨준다. 이어 익숙한 농악 리듬이 펼쳐지는데, 버슴새 예술단의 두드림은 대단
히 능숙하다. 지휘자의 인도로 관중들도 박수를 쳐대며 신명을 나누어 갖다가 다시 관현악의 울
림으로.... 지휘자가 사물과 관현악 양쪽을 통제하느라 바쁜 가운데, 와장창 끝났다. 시각 7시 55
분. 글쎄... 신명내기는 멋지게 이루어졌지만 관현악부에서 조금 섬세한 감정의 표출도 있었더라
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다음 곡 이경섭 작 [팀파니를 위한 협주곡 打]. 사물패들의 四物 대신에 팀파니를 놓는다는 말
인데, 글쎄... 팀파니라는 서양악기로 사물과 동등한 효과가 나려나? 그런데 연주가 시작되면서
들려오는 악기소리.. 이게 무슨 악기지? 밑에서 소리가 치밀어 올라 오는데, 그기에 팀파니가 어
울린다. 팀파니는 시향단원인 김왕진씨. 팀파니와 관현악이 서로 음률을 나누어 갖고 이어 팀파
니의 두들김으로... 같이 어울리다가 이젠 조용한 분위기로 우르릉거리는 팀파니. 팀파니에 이
런 효과가 독특하지... 그것을 받는 피리와 가야금, 거문고의 장엄한 멜로디가 좋다. 왼쪽 뒤편에
서 울려오는 빨간색의 모듬 북 소리도 인상적이네! 이어 관을 중심으로 기묘한 멜로디가 나오더
니 잇달아 터져 나오는 팀파니. 팀파니가 마치 드럼처럼 다루어지다 관현악으로.... 관현악은 아
까처럼 일체감이 강조된 연주다. 그런데 계속 들리는 저 악기소리는 뭔가? 이어 팀파니가 다시
울고 태평소가 일정한 박자로 받아주다가 다시 총주로... 이어 팀파니가 다양한 여운을 지닌 울
림으로 지속시키다가 일순 폭발하면서 관현악 끌어내기. 이번의 지휘는 주로 관현악을 향하고
있다. 그런데 관현악의 음계가 좀 특이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느낌을 받고 있는데, 팀파니
가 울기를 딱 그치더니 호각소리로 뒤에 있는 모듬 북을 불러 올리고 그것을 몇 번 반복하더니
(상당히 코믹했다), 이어 다같이 와장창 끝. 8시 15분. 여기서도 느낌은 유사했다. 섬세함보다는
일체감이 강조되었는데, 팀파니라는 악기는 최소리가 음반을 통해 선보였지만 대단히 다양한 음
의 색채를 드러낼 수 있는 악기인데, 일체감만 너무 강조되다 보니, 소리의 다양한 폭은 사라지
고 그냥 둔탁한 울림만 지나치게 과장된 듯 했다. 그래서 북 장고 징 괭과리의 다른 음색을 지닌
악기로 연주되는 사물보다도 오히려 소리의 다양성이 죽어진 듯 했다. 신명의 효과로도 좀 떨어
지고....
세 번째 연주곡 최상화작 [풍물놀이를 위한 협주곡 상쇠]. 四物, 4개의 작은 북, 4개의 큰북, 2
개의 중간 북 등장. 처음 관현악과 모듬북들간의 조응으로 시작되더니 사물놀이에 이어 타악들
의 독주, 이어서 앞의 반복. 그 효과야 뭐 대단한 것이지만 너무 물량적으로만 생각하는 것인지
는 모르되, 전에 본 [백두대간]의 엄청난 효과에 비하면 좀 왜소하다. 이어 타악군들의 박자를
업고 관현악 울기. 이어 유장한 관의 울림. 상당히 감정을 담은 처연함이 좋다. 가끔 이런 부분이
있어야 감정의 적절한 조절이 되는데.... 그 뒤를 잇는 작은 북, 사물패, 다음 전 타악군, 그리고
전 관현악으로 매끈하게 이어지기. 멋지네! 이어 관현악이 타악군에 힘을 보태어준 뒤 스톱! 이
제 예의 그 신들린 타악들의 두드림이 나오겠지. 항상 그랬으니까....(뭐 이것도 일종의 매너리즘
이 아닐지...) 과연 타악군들의 신들린 두드림이 나온다. 내 그럴 줄 알았지.... 눈부신 리듬 분할
로 사정없이 두들겨대기. 두들김은 혼란스러운 듯 하지만 그 속에 일정한 규칙이 엿보인다. 질서
가 있는 듯 없는 듯, 혼란 자체인듯 하지만 그 속에 언뜻언뜻 비치는 우주의 질서. 이거야말로 한
국예술의 묘미다. 마지막 신나는 굿거리 장단으로(맞나? 나 아직 한국 장단 이름에 밝지가 못해
서...), 이어 다른 타악군들의 도움을 받으며 사물패들이 터뜨리기. 자알 한다!! 이어 같이 미치기
(?) 지휘자는 멍하니 바라보며 가만 있는데, 잘도 한다. 혼란 속에 숨어 있던 질서를 관현악이 받
아 규칙적으로 박자 밟기를 하는데, 그 뒤를 잇는 타악군들은 또 다시 앞의 것 못지 않은 두들김
으로 대응한다. 타악군들이 두들겨대니 할 일이 없어진(?) 지휘자는 오히려 관중석으로 돌아서
서 관중에게 박수를 유도하며 관중들을 놀이마당으로 끌어 모은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그때 타
악군들은 더욱 침착해지더니 이어 울부짖듯 치솟으며 징을 치던 연주자가 괭과리를 들고 나와
두 상쇠가 흥겨움을 나누며 같이 어울린다. 두드림의 향연, 관중들의 박수... 그기에 항거하듯 엄
청난 속도와 위력으로 치닫는 타악군들. 아이구! 지휘자도 신이 났네! 사물패에서 징이 다시 울
리며 관현악과 함께 마지막 피치로... 그러다 쾅! 8시 35분. 한국인들은 신명이야 참 대단하다. 장
장 두세시간에 걸치는 판소리 완창을 하고 나서도 다시 뒷소리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그 끈질긴
신명풀이, 그러기에 어쩐지 신명이 다 풀리지 않은 듯 하다. 그게 최소리의 연주에서 풀리려나?
최소리의 연주는 장당 상당한 가격을 주고 구입한 CD와 VCD를 통해 익숙하게 접해 왔다. 특
히 VCD를 통해 본 그의 연주 모습은 한국적인 새로운 리듬 탐구를 위한 진지한 자세를 엿볼 수
있어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이번에 연주된, [번민], [비단길], [히로시마의 기억]은 이미 VCD
를 통해 그 연주모습도 눈에 익다. 긴 머리카락, 하얀 의상으로 등장해, 발로 팀파니를 누른 채 연
주하기. 북 가장자리를 두드리기. 4개의 기타를 나란히 두고 기타를 마치 북처럼 두들기기, 북채
집어 던지기등 이번 연주에서 나온 모든 모습들이 이미 눈에 익다는 말이다. [번민]의 연주가 시
작될 때 먼저 울리는 신디사이저 음향! 세상에! 이제 완전히 대중음악으로 가겠다는 말이구나!
국악 연주에 신디사이저라니.... 그 신디사이저 음향으로 분위기를 잡아가는 가운데, 최소리 등
장. 긴 머리카락, 하얀 의상, 한 손에 북채를 세 개 씩 들고 등장하는 익숙한 모습 그대로 먼저 북
가장자리 두드리기. 낮은 소리로.... 혼란스러운 울림으로... 그 뒤를 이어오는 관현악. 그런데 신
디사이저와 관현악이 우는 가운데 북소리가 울리니 어쩐지 그 북소리가 외롭게 구천을 떠돈다
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음반에서는 저 북소리만 따로 나왔던 것 같은데, 어떻게 관현악의 서
러움을 북 장단이 받아낼 수 있으랴! 그러니 어찌 북소리가 유난히 외롭게 울린다는 느낌을 가지
지 않으랴! 오히려 북은 그 관현악의 음향을 혼란스러움으로 받는 듯 하다. 그러니 자꾸만 독주
자가 외롭게 보이기만 한다. 그 외로움을 이겨내려는 듯, 관현악을 억누르고 혼자 치솟기. 북 가
장자리를 치며 혼자 황홀경으로 빠져들며 저만치 앞서 달려가니 그 주위로 천천히 맴도는 관현
악. 그래도 북소리가 외롭기는 여전하네... 이건 조화가 아니야! 혼자만의 외로운 울부짖음이랄
까? 무엇이 저 인간을 저토록 외롭게 하는지 의아하게 느끼는 가운데 연주가 끝났다 시각 9시 5
분. 연주자의 모습에서 느껴지던 그 외로움이 그의 번민이었을까.......
다음 곡 [비단길]. 4개의 기타를 가로로 놓고 그냥 두들기기. 이거 참 독특한 음색을 낸다. 기
타를 그렇게 연주할 수 있다는 사실도 몰랐고...(음반을 보기 전에는). 특수 제작된 기타로 독특
한 울림을 '보이면', 신디사이저와 관현악이 그 뒤를 이어 서러운 곡조를 읊조린다. 약하게 울리
는 4개의 독주기타. 들릴 듯 말 듯 울리는 기타를 위해 나즉나즉 울리는 관현악. 하지만 아무리
낮게 울려도 그 소리는 기타의 두들김 소리를 잔인하게 짓눌러버린다. 귀를 쫑긋하고 들어야 간
신히 들리는 낮은 독주 악기 소리가 가련하다. 그기에다 관중의 박수 소리까지 끼어 드니 독주
악기가 더더욱 외로워지는 것 같다. 나중에는 완전히 묵음된 듯한 느낌을 주는 독주악기. 이 연
주가 이런 식으로 연주되는 것이 아니구나. 연주자는 연주가 끝난 것 같지 않게 북채를 기타 위
로 던져 버렸다. 사실 이 연주는 전혀 만족스럽지가 못하다. 음반으로 들을 때는 일체의 잡음이
제거된 채로 기타의 그 찰랑거리는 소리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더랬는데., 그리하여 정말 내가 비
단길을 밟고 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었는데, 4개의 기타를 가로놓고 두들기는 그 특이한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는데, 이번 연주는 그것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이건 이번 연주의 신명 운운하는
것과도 맞지 않은 짙은 서정의 곡인데 그 서정도 드러나지 않았고....
정격연주의 모습답지 않게 최소리는 마이크를 잡고 몇 가지 해명을 했다. 뭐 준비가 좀 덜 되었
다는 등 하는 말들.... 연주회에서 그런 말하면 안 되는데..... 그럼 여기 앉은 관중은 뭐란 말인
가.... 차라리 연주회의 포맷 설정이 좀 잘못된 것이 아닐지.... 세 번째 곡 [히로시마의 기억]. 음
반에 딸려온 화보 집에 보면 새까맣게 퍼져 있는 핏자욱 위에 빨간 공, 노란 공의 모습이 상당히
충격적으로 그려져 있다. 히로시마의 기억은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인류의 아픈 기억이다. 그 기
억은 연주에서 두들김으로 나타난다. 발로 북을 밟고 두들김. 이거 팀파니를 두들기며 하던 것
이 아니었던가? 어쩐지 팀파니보다 울림이 작은 듯 해! 그 뒤를 잇는 신디사이저, 그리고 가야
금, 거문고, 해금등 관현악이 울면 예외 없이 발로 북을 밟고 하는 타악 연주는 외롭기 짝이 없
다. 이어 관현악과 북이 소리 나누어 갖기. 4개의 북은 짓밟히고, 두들김을 당하고 있지만 음반으
로 들을 때보다는 복의 음향효과가 별로 시원치가 못하다. 차라리 북이 독주로 나올 때는 효과
가 괜찮은 듯 하다. 하지만 그때는 또 관중의 박수소리가 북소리를 묻어버리고 만다. 영 불만스
럽네! 북 가장자리를 두들기는 약한 소리 뒤 박수소리가 나오니 오히려 박수소리가 그 음향에 주
인이 되는 듯하다. 그 주인(?)을 향해 최소리는 북채를 집어 던졌다. 관중들은 비명을 질러댔지
만 나는 시계를 보았다. 시각 8시 25분. 차라리 음반이 났겠어.....이게 신명하고 무슨 관계가 있
어......
마지막 곡 원일 작곡 [타악기를 위한 국악 관현악 신뱃놀이]. 느릿느릿 천천히 시작. 합주의
묘미를 잘 살린 연주다. 뱃노래의 곡조가 분명해지면서 저 뒤편의 타악군들의 울림도 분명해진
다. 그러다 뚝 그치고... 가야금, 거문고, 피리, 해금 그리고는 와장창! 타악의 박자가 빨라지고 다
시 흐드러진 리듬 판으로 그러다 뚝. 다음에 이건 뭔가? 피아노와 피리의 이중주? 해금이 울고
피아노는 여전하고 그러더니 타악군으로 이어지고... 그런데 이 리듬 참! 국악에 이런 리듬도 있
었나? 마치 아프리카 흑인들의 무속 리듬같다. 가야금 거문고 주자들까지 타악기를 들고 연주하
더니 피아노와 더불어 뱃노래를 다시 복원. 하항! 이게 이렇게 연결되는 것이었구만! 재미있네!
타악의 풍요함을 관현악의 색채감과 결합시켜 한참 이어가다 다시 조용히 이어 크게 부풀며 쾅!
그런데 아직도 신명이 남았나 보다! 피아노와 가야금, 거문고가 서서히 속도 올리기. 이제 마지
막이리라. 멜로디가 분명해지며 전체의 윤곽이 확실하게 드러나는데, 일제히 찬란히 솟았다 꺼
지더니 마지막 끝자락을 끌며 거창하게 솟다가 북소리의 타악 소리로 흐드러지기. 왼쪽, 가운데
뒤쪽, 오른쪽으로 왔다갔다 하더니 그것을 이어 성악군들 등장. 이젠 완전히 뱃노래다. 관현악,
성악군, 거기에다 관중들까지.... 이건 연주회가 아니다. 그냥 같이 어울려 노는 한바탕 놀이 마당
이다. 무대도 관중석도 없는 모두가 하나되기! 이거 어째 대중음악 콘서트장 같아! 관중들은 괴
성을 질러대고 무대 위의 연주자들도 같이 흥분(?)했다. 하지만 마지막 마무리는 관현악과 타악
의 거창한 울림으로 끝을 내었는데... 하하! 박호성 지휘자님 왜 이러십니까? 지휘자가 최소리 흉
내라도 내시는 건가? 아예 지휘봉을 관중석으로 던져 버린다. 흡사 느낌은 '이제 지휘 때려 치우
겠다'고 하시는 것 같다. 물론 그런 뜻이야 아니겠지만 어쨌든 관중들과 하나되어 보고 싶다는
몸부림은 관중석 앞에서 파도타기 박수를 끌어내는 모습에서 종종거리며 달려가면서 퇴장하는
모습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그러고 나서 또 앵콜이 있었던가? 이미 분위기는 흥청망청하는 분위기이지, 차분하게 가라앉
을 분위기가 아니다. 그 흥청대는 기분으로 난 자리에 일어설 수 밖에 없었다. 돌아오는 길에 과
연 국악의 대중화가 어떤 것일지 많이 생각해 보았다. 전에 보았던 [금정악회]의 정악 연주는 대
중에게 등을 돌린 채 고집스럽게 상고적 취향을 지켜가려는 몸부림의 결산이라면 이번 연주는
그야말로 관중과 하나되기를 집요하게 추구한 결과이다. 그런데 그것이 어찌 보면 자꾸만 서구
취향으로 기울어 가는 것이 아니가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 한국 농촌에서 농민들의 불렀
던 노동요와 한국 산조의 그 처연한 세계, 시나위 가락의 그 절절함을 현대적으로 혹은 대중적으
로 다시 승화시키는 길은 없을까? 난 국악의 전문가가 아니어서 그 방안에 대해서는 그림자조차
도 잡을 수가 없는데, 국악의 대중화를 위해 부심하고 있는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에서라도 그
모색의 자취를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지울 수가 없었다. 신자유주의와 비속한 세계주의가
판을 치고 있는 현재에 세계의 흐름과 공유하면서도 한국인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개성과 색
채가 제대로 살아있을 때, 한국인으로서의 우리의 정체성이 확립되는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한다
면 내가 세계화의 추세에 발맞추지 못하는 구닥다리 세대이기 때문인가? 아무리 그렇더라도 난
자꾸만 그 세계가 그리워진다는 느낌은 지우지 못한 채 집에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한국의 소리가 그리운 부산시민 김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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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립관현악단 121회 정기연주회] 후기
김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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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0.24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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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많은 부분 공감하구요^^* 음.. 별건 아니지만.. 조금 제가 아는 부분을 보태자면요^^.. 사물놀이에서 뒤부분 신나게 쇠끼리 짝쇠하고 정신없이 휘몰아 치는 부분은 굿거리가 아니라..휘모리라고 합니당^^* 그리고 최소리님이 들고 모듬북을 치셨을 때 들고 계셨던건 북채,궁채,열채 였구요..
<비단길>기타 연주 때 사용하신 채는 열채(장구채)입니다^^* 바다무대를 통해 본 첫 공연이라 저에겐 아주 뜻깊었구요.. 부끄러버서^^:; 제대로 인사도 못했지만 다음에 기회가 있겠쬬^^* 음..결론은 님의 감상후기 잘 읽었습니당~^^*
장단이 휘모리인건 알겠는데, 박자가 그 박자인지 몰라서 그랬습니다. 비단길 연주때 장구채인 것은 제가 관찰력이 좀 부족해서 미처 알아 보지 못했군요, 모듬북을 칠 때의 채이름은 제가 미처 몰랐는데 많이 배웁니다. 지적해 주시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