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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세월호 10주기 추모 시
'해지는 곳에서 어느 인디언' - 인디언의 시
내 무덤가에 서서 울지 마세요.
나는 거기 없고
잠들지 않았습니다.나는 이리저리 부는 바람이며
금강석처럼 반짝이는 눈이며
무르익은 곡식을 비추는 햇빛이며
촉촉이 내리는 가을비입니다.
당신이 숨죽은 듯
고요한 아침에 깨면
나는 동그라미를 그리며
포르르 날아오르는
말 없는 새이며
밤에 부드럽게 빛나는
별입니다.
내 무덤가에 서서 울지 마세요.
나는 거기 없답니다.
죽지 않았으니까요.
2017년 '피어나다' 서촌노란리본공작소 작품전 중에서. (이미지 출처 = Flickr)
'해 뜨는 곳에서 어느 코리언' - 이병호
사랑하는 그대여,
좀 더 가까이 귀에 대고 말하자면
바람, 눈, 햇빛, 비
그 어느 것도 나는 아니요
그들 속에 나는 없답니다.
뺨을 스치는 바람 속에서
살아 있음의 환희를 느끼고
온몸 가득히 햇빛을 받으며
자신을 따뜻하게 감싸준
모든 사람들을 기억하고
어림없는 날갯짓으로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새와
아득히 높은
하늘에서 빛나는 별을 보며
반짝이는 눈으로 무한을 바라보고
영원을 꿈꾸는 그대의 마음속에
나는 살아 있답니다.
사랑하는 그대여
내 무덤가에 서서 울지 마세요
거기 서서 지난날을 돌아보며
우리가 함께했던 기쁨과 슬픔
위로와 상처를 불러 모아
연금술사처럼
모든 것을 사랑으로 바꾸고 있는
그대의 가슴속에
나는 이렇게 살아 있으니까요.
이병호 주교(빈첸시오)
전 전주교구장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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