쵸콜렛을 가지고 학교까지 온 하빈은 거의 완성되어 가는 쵸콜렛을 몇 번이나 몰래 들여다봤다.
"뭐해?"
강우가 하빈의 어깨를 툭 치며 묻는다.
"으응? 하하핫^^;;; 아무 것도 아니야.. 헤헤^^"
"오늘... 뭐 좋은 일 있냐? 상당히 즐거워 보인다?"
"후후^^ 그냥.... 즐겁기도 하고...."
--좀... 걱정되기도 해... 형이 날... 거부할까봐..
하빈의 눈에 휙 스쳐 지나가는 그림자를 강우는 발견하지 못했다.
"후우~ 하빈아... 있지..."
"응.."
"너..말이야.."
"응.."
무슨 일인가 싶어 눈을 크게 뜨고 강우를 쳐다보는 하빈을 향해
강우는 뭔가를 말하려다가 곧 입을 다물었다.
"아니... 아니다. 선생님 왔다. 나 그만 잘란다."
"...-_- 수업 시간에 공부 좀 하는 게 어때?"
"너도 잘 거잖아."
"...-_- 딱.. 걸렸군. 쳇.."
"....-_- 우리가 1, 2년 친구냐..? 잘 자라."
"그래. 너도 잘 자."
정말이지..
수업시간과는 어울리지 않는 대화를 하는 두 사람이었다.
"..오랜...만이네.."
승준의 표정이 약간 일그러지는 걸로 보아 그리 반가운 손님은 아닌 듯 하다.
"네^^ 오빠. 나 안 보고 싶었어요?"
강희가 생글생글 웃으며 승준에게 다가섰다.
"나... 특정한 팬들에게만 잘 해주고 그러지 않아.
잘 해주고... 좋아해 주는 건 고마운데.... 이제 연습실엔 그만 찾아와라."
"네? 에이~~ 오빠.. 왜 그래요??"
강희는 여러 남자들을 유혹했던 매력적인 미소를 머금고 승준의 팔에 매달렸지만
승준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강희의 손에서 팔을 빼내었다.
"다음부터는 못 들어오게 할거야. 원래 연습실에 매니저랑 백댄서들말고는 못 들어와."
"치이... 오빠~~ 나랑 보통 사이가 아니잖아요."
"맞아. 너랑 보통 사이가 아니야. 팬과 가수의 사이지."
차가운 듯한 승준의 말에 강희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
문을 열고 들어오던 하빈은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는 승준과
짜증나는 기분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백댄서들을 보며 일순간 당황했다.
자기 때문에 연습실 분위기가 망가진 것 같아 미안하다.
"강희야. 원래 처음부터 딱 한 번만 오기로 했었잖아.
이제 그만 돌아가고..... 다음부터는 오지마."
"치이~ 하빈이 오빠까지 저한테 이러기예요?"
"여긴.... 팬들과 만남의 장소가 아니라 연습실이야.
모두 곤란해하잖아."
하빈은 좋게 말하려고 노력한 것이지만 강희는 기분이 상했는지
양미간을 찌푸리며 하빈에게 한발짝 다가섰다.
"우리 오빠가 뭐라는지 아세요? 나보고... 더러운 년이라더군요.
그러면서 오빠 편을 들어주는 거예요. 동생은 그 따위로 욕하면서..."
"그래... 강우가 그럴 녀석이 아닌데...."
"오빠가 사랑에 미쳐서 그래요. 아무래도 오빠를 좋아하는 것 같은데요.
하긴... 오빠.. 워낙에 예쁘게 생기고... 여자 같으니까....
남자들이 가지고 싶겠죠? 밤에 품에 안아보고 싶겠죠?
쿡.. 오빠.. 어떤 형이랑 같이 산다면서요?
매일 밤 그 사람이랑 침대에서 뒹구는 건 아닌지 몰라.
하긴... 여자도 반할 만큼 예쁘게 생긴 오빤데, 같이 사는 사람이 참을 수가 없...."
쫘악!!!!
빈정대는 강희의 말은 연습실에 크게 울린 소리와 함께 멈춰질 수밖에 없었다.
공기를 일순간에 깨뜨리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에 모두 화들짝 놀라며 하빈과 강희를 주목했다.
무거운 침묵이 연습실에 숨막히리만큼 가득 찬다.
강희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하빈을 쳐다봤고,
빨갛게 부어오른 얼굴에 천천히 손을 올렸다.
그러더니 갑자기 앙칼지게 소리를 지르며 울기 시작했다.
"야!! 이 나쁜 놈아!! 니가 뭔데 날 때려?
왜? 내가 옳은 말만 하니까... 걱정되던? 앙?
야!! 이 나쁜 새끼야!!! 너 나한테...."
"닥쳐!!!"
하빈의 강한 목소리가 단번에 강희의 말을 끊는다.
"사람은.... 화가 나도... 해야할 말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는 거야.
니가 한 말은... 어리광으로 받아주기엔... 너무 심한 말이었다."
--승준이 형이... 욕을 먹는다는 생각을 하니까....
나도 모르게 손이 올라갔어... 형은.... 형은.....
정말.. 그런 사람이 아닌데....
"너... 내가 어떤 사람인 줄 알아?"
"그래. 알아. 대충은..... 강우가 매일 옆에서 조잘대거든.
너네 학교 남자애들을 휘하에 거느리고 살고,
학교 일진이란 놈도 너한텐 꼼짝 못한다고..?
니가 한 번 자주면... 남자가 어떤 일이든 한다고 하더군."
"그래? 잘 아네. 너.... 죽을지도 몰라.
니가 날 때린 거.... 애들한테 말하면 너 죽을 걸?
왕따 당할 수도 있고....."
강희의 협박에 하빈이 피식 웃는다.
"그래? 한 번 해봐. 왕따를 당하는 건 무섭지 않아..
죽는 것도... 솔직히 별로 안 무서워."
".......두고봐.. 이하빈..."
"응... 잘 지켜볼게.."
여유만만한 미소를 띠고 자신을 쳐다보는 하빈의 모습에 강희는 씩씩거리며 연습실을 나가버렸다.
강희가 나가고 나자 모두 박수를 치고 환호를 하고 난리가 났다.
진작에 미워했던 사람이라 통쾌하게 한 방 먹은 강희의 모습에 상쾌하기까지한 그들이다..
하지만 승준은 처음부터 끝까지 멍하니 앉아서 하빈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런 승준을 보며 하빈을 쓴웃음을 지었다.
--형.... 내가... 싫어..? 이런 모습은... 보여주는 게 아니었나봐...
근데... 날 욕하는 건 상관없는데......
형... 이야기가 나오니까... 나도 모르게... 욱하는 바람에...
물론... 강희는... 형인지 모르고 말했지만....
나... 그냥.. 화가 나서... 그래서.....
--하빈아.....
....너...정말......
......멋있다...
-_-
그랬다.
승준은....
여린 모습만 보여주던 하빈의 화끈한 모습에 다시 한 번 반했던 것이다.-_-
--무대 위의.. 형은...
정말.. 눈부셔..
평소에도.... 햇빛을 가득 담아놓은 그 미소로....
내 눈을 뜰 수 없게 하지만....
무대 위에 있을 때....
형은.... 햇빛을 가두어 놓은.... 유리병이 아니라....
태양...이야....
나의... 태양....
무대에서 내려온 하빈은 승준에게 인사할 새도 없이 후다닥 집으로 뛰어갔다.
빨리 가서 완성 못한 쵸콜렛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뭐가 그리 바쁜지 쌩하니 사라지는 하빈의 뒷모습을 승준을 착찹한 기분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하빈아. 나야..."
피곤에 지쳐 돌아온 승준이 언제나 마음을 놓으며 부르는 이름....
약간 지친 듯한 말투가 작게 울린다.
"응^^ 형 왔어~~!!!"
이어서 들려오는 밝은 하빈의 목소리....
탈칵..
문 열리는 소리...
그리고... 승준을 편안히 맞아주는 하빈의 밝은 미소....
꽤.. 오랫동안... 반복되어온 일상....
예측할 수 있을 만큼... 오랫동안....
하지만.... 어찌 생각하면... 그리 오래지 않은 시간동안.....
"그래.. 오늘 너무 피곤하다."
"에휴~ 그래..^^ 얼른 들어와."
하빈이 옆으로 비켜서며 방긋 웃는다.
--예쁘다... 하빈아....
니가... 여자였더라면....
좀 더.. 쉽게... 너에게 다가갈 수 있었을까?
내 사랑이 좀... 더 쉬울 수 있을까?
.....아니..겠지..?
그 때도... 난.... 너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기 힘들어하겠지..?
정말로... 사랑하니까....
쉽게... 말 할 수 없겠지..? 지금처럼....
승준은 겉옷을 벗어 탁자 위에 올려놓고, 소파에 몸을 쭉 펴고 앉았다.
"형.."
남자치고는 너무 가느다란 하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응?"
"나... 형한테 줄 거 있어."
마치..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이라도 하듯...
장밋빛 홍조를 머금은 하빈의 미소가 너무 예쁘게 승준에게 다가온다.
승준은 피곤이 싹 달아나는 것을 느끼며 소파에서 일어섰다.
뒷짐을 지고 하빈이 승준에게 한발자국 다가온다.
"뭐.. 줄 건데? 쿡^^ 먹을 거야?"
"웅.. 어떻게 알았어?? 0.0"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는 하빈의 모습이 귀엽다.
"몰라. 경민이 녀석한테 전염됐나보지.. 쿠쿡^^"
"응...^^"
평소 같으면 낄낄거리며 웃었을 승준의 농담에도 웃지 않는 하빈의 모습에
승준은 조금 긴장을 했다.
하빈은 괜히 두근거리는 심장을 향해 마음 속으로 속삭인다.
--고백하는 게 아니야. 그냥... 쵸콜렛을 주는 거야..
아까 연습도 했잖아. 쵸콜렛을 준 다음에...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로....
'우정 쵸콜렛이야^^'라고 말하는 거야.. 이하빈... 딴 생각하지마!!!
뒷짐을 지고 굉장히 망설이는 하빈을 승준이 똑바로 쳐다본다.
승준의 맑은 다갈색 눈동자에 하빈의 얼굴이 비추인다.
"형..."
"응?"
"이거...."
승준의 앞으로 수줍게 모습을 드러낸 빨간색 상자...
"이게.. 뭐야? 내가 오늘 생일인가??"
웃으며 상자를 열어본 승준은 잠시 말을 할 수 없었다.
상자 안에 하트 모양으로 예쁘게 담긴 쵸콜렛이 너무 예뻐서....
화악 올라오는 달콤한 쵸콜렛 향기에 취해서...
그리고... 그리고....
자신의 심장이 아닌 것처럼 뛰는 심장을....
달래기 위해서.....
"헤헤^^ 그거... 우..."
승준이 오기 전까지 열심히 연습한 하빈의 말은
승준의 다음 행동에 의해 잘리고 말았다.
쵸콜렛 상자를 옆에 내려놓은 승준은 하빈을 꽉 끌어안았다.
자그마한 하빈의 몸은 승준의 넓은 가슴에 확 파묻혀 승준에게 동화된다.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는 승준의 달콤한 향기가 하빈을 취하게 한다.
긴장한 상태로.. 금방이라도 떨어져 나갈 것 같은 심장을 붙잡고 있느라 뻣뻣하게 굳어있던 하빈은
승준의 말에 의해 스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아니... 녹아버리고 말았다.
승준의 빨간 입술이 하빈의 귓가에서 달싹인다.
"...빈..아.... 빈아.... 빈아....."
그가... 부른 이름이....
참... 아름답게 들린다.
아무 것도 아닌... 평범한 이름인데....
그의 입을 통해 나오니까... 아름답기 그지없다.
"혀..형...?"
하빈의 목소리가 갈라져서 나온다.
좀 더 예쁜 목소리를 내고 싶었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지금은... 서 있는 것조차 힘이 든다.
몸이 마치 제 것이 아닌 양, 따로 따로 움직이는 것 같다.
"아무 말도.. 하지마... 빈아...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어...
아주... 오래 전부터... 널... 처음 봤을 때부터...."
"......."
하빈이 말없이 승준의 가슴에 머리를 기댄다.
향긋한 샴푸 냄새가 승준에게 전해져 온다.
"빈아...."
"....."
"사랑해..."
"......."
"정말... 많이.. 사랑해....
내가.... 내 마음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내 마음이 온통... 너로 마비되어....
다른 생각은 할 수 없을 정도로....."
"...형..."
겨우... 목소리가 나온다.
지금...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상황인지....
이걸... 믿어도 되는 건지....
이런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나기도 하는 건지....
혹시 꿈은 아닌지....
입을 열어 말을 했다간....
무참히 깨어져버릴 꿈은 아닌지.....
하빈은 한없이 생각을 해보았다.
"사랑해..."
달콤한.. 목소리....
지금까지 먹었던 어떤 쵸콜렛보다...
더... 달콤한 목소리가 하빈의 귀를 감싼다.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의 나직한 음성만이 하빈의 청각을 자극한다.
그동안 멈춰있던 눈물이 주르륵 흘러 승준의 가슴을 적신다.
뜨겁게... 뜨겁게... 승준의 가슴을 적셔 내린다.
승준의 팔에 힘이 들어가 하빈을 꽉 끌어안았다.
"......나도... 형.... 나도...."
하빈은 승준에게 기대었다.
이제... 마음놓고 기대도 된다는 것을 느끼고 싶어서....
하빈의 기대에 응답이라도 하듯....
승준의 가슴은 이제까지보다 훨씬 더 탄탄하게 하빈의 몸을 받아들였다.
믿을 수 없었던.... 마법이....
조금씩.... 실행되고 있었다....
말없이 하빈의 손을 잡고 차에 탄 승준이 간 곳은
사람이 없는 어두운 밤바다였다.
"..형... 여긴..."
"바다에... 오고 싶었어. 빈이... 너랑 같이..."
"......."
봄이라 그런지 차가운 바닷바람 때문에 하빈의 몸이 미세하게 떨린다.
그 차가움이... 믿을 수 없는 지금 이 현실을 조금 현실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하빈은 괜히 웃음이 나왔다.
"헤헤..^^"
"왜 웃어?"
"아니.. 그냥.... 좋아서....."
"뭐가?"
"...형이랑.... 같이... 바다에.. 온 게....*^^*"
하빈의 목소리에 숨겨진 작은 떨림이 너무나 사랑스럽다고 느끼며
승준은 가만히 하빈을 쳐다봤다.
하빈의 뒤로 까만 배경에 반짝이는 보석들이 펼쳐져 있다.
별빛 가운데 서 있는 하빈...
--예쁘다...
승준의 눈이 하염없이 하빈을 바란다.
"좀... 춥다..^^ 봄이라 그런가?"
작은 입으로 중얼거리며 몸을 움츠리는 하빈의 몸을 승준의 팔이 감쌌다.
마치 승준의 몸에 맞춘 듯, 승준의 품에 꼭 들어맞은 하빈은
숨이 멎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마비된 양 가만히 서 있었다.
승준의 시원한 향기가 바다 내음과 섞여 하빈의 코를 자극한다.
"빈아.."
그의.... 음성....
너무나.... 감미로운.... 그의... 음성....
"응?"
"우리...괜찮을까?"
"뭐가...?"
승준의 팔이 하빈을 단단히 보듬어 안는다.
"우리...사랑...괜찮을까?"
하빈이 살며시 몸을 돌려 승준을 바라본다.
승준이...하빈의 얼굴 가까운 곳에서 숨을 쉬고 있다.
승준의 탄탄한 몸에 하빈의 몸이 바짝 밀착되어 있다.
하빈이 천천히 손을 들어 승준의 볼을 쓰다듬는다.
하빈의 검은 눈동자에 승준의 모습이 가득 차 있다.
"..형... 두려워..?"
승준은 말없이 하빈을 꽉 끌어안았다.
"......."
"형... 난..... 하나도 안 두려워...
난.... 내 사랑을.... 후회하지 않고 싶어..."
"빈아..."
"응?"
"두렵지 않아... 후회하지도.. 않을 거야..
모든 걸 다 버린대도... 만약... 내 모든 걸 다 버려야 한다고 해도....
난.... 후회하지 않을 거야...
지금...나.. 너무 행복하다.
너 때문에... 아주 많이 행복하다."
"...형....나도...많이 행복해... 아주..많이..."
하빈의 이마가 승준의 가슴에 머무른다.
둘은 그렇게 바다의 축복을 받으며 밤이 지나도록 그 곳에 서 있었다.
"왜?"
"니가 준 건데... 오래오래 간직해야지~~"
"바보... 이거 안 먹고 그냥 놔두면 썩어서 언젠가는 버려야 되지만...
형이 먹으면..... 형의 몸 속에 영원히 남아있는 거잖아."
"흠.. 그런가..?"
바다에서 밤을 새고 와서 잠도 안 자고 쵸콜렛 때문에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
"그렇다니까.... 바보 형아야~!!!"
"그래, 그래^^ 그럼 오늘 내가 혼자서 다 먹어버려야지~~"
"으구.. 그러다가 이빨 썩는다..-_-"
"괜찮아, 괜찮아.*^^* 내가 틀니를 끼면....음...
우리 빈이가 밥을 꼭꼭 씹어서 먹여주면 되잖아.."
"으웩!! 더러워...-_-"
"뭐가 더럽다는 거야~~ 헤헤헷*^^*
아~~ 오늘은 촬영하러 가서 미친 듯이 촬영에 열중해야지~*^^*"
연신 꽃미소를 날리는 승준이 귀여운지
쿡쿡대며 웃던 하빈은 시계를 보고 화들짝 놀라며 학교를 향해 후다닥 뛰어나갔다.
"뭘 그렇게 먹어싸?"
"냠냠냠.."
"...-_- 미안한데... 내 말에 대꾸 좀 해줄래?"
"..냠냠..쩝쩝.."
"...승준아... 저기 말이야... 부탁인데.... 나 좀 잠깐 쳐다봐 주면 안 돼?"
"쩝쩝..냠냠..냠냠.."
"ㅜ.ㅠ 너... 말이다... 내가 심각하게 물어보겠는데...
정말 나보다 쵸콜렛이 더 좋다는 거냐? 응?
결국 나는 그런 존재였던 거야??
니가 우적우적 씹어먹는 쵸콜렛보다 못한 존재였던 거냐구!!!
정말... 그럴 수 있는 거야?
내가 지금까지 너한테 해준 게 얼만데...
응? 응? 야~!! 유승준!!!"
"쩝쩝쩝.."
"....-_- 그래.. 그랬던 거구나. 그랬던 거야..
결국... 난 쵸콜렛조차도 될 수 없었던 거야.."
"....냠냠냠.."
"히잉~~ 유승준 미워, 미워~!!!"
갑자기 달려들어 승준의 가슴을 토닥토닥-_-치는 경민 때문에
목이 매였는지 승준의 켁켁거린다.
"켁... 너... 갑자기 왜 그래...?"
"갑자기라니!! 갑자기라니!!! 지금까지 계속 너한테 말 시켰는데..!!!
너무한 거 아냐?? 응? 너무한 거 아니냐구!!!"
"아하하^^ 그랬어? 아~~ 내가 일에 너무 열중해 있어서.. 하하핫^^;;;"
"뭐야~!! 쵸콜렛 먹고 있는 거 다 봤어!!!
이거 뭐야? 강희한테 받은 쵸콜렛이냐?"
찌푸린 얼굴로 말하는 경민의 말에 승준의 씨익 웃는다.
"...-_- 뭐, 뭐냐, 그 미소는...."
"쿡..^^ 내가... 강희한테 받은 걸 이렇게 먹겠냐? 쿠쿡^^"
".....그럼... 누구한테 받은 거야? 설마...너...?"
"훗..^^ 후후훗^^ 에헤헤헤^0^ 냐하하하하하*^0^*"
"...야, 야.. 너.. 하빈이한테 받은 거야?"
경민의 다급한 목소리에 승준이 씨익 웃는다.
"응..(^ ^)(_ _)(^ ^) 헤헤^^"
연신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승준을 보며 경민이 미소를 짓는다.
"야아~ 고백했냐?"
누가 들을 새라 손을 승준의 귀에 대고 소곤소곤 물어보는 경민..
"웅^^"
"뭐래?"
"..응... 나도...라고 말했어.."
"나도?"
"응... 내가... 사랑해..빈아..라고 말했거든..."
"짜슥...!!! 능구렁이 같으니.. 이러니 저러니 하더니만... 쿡^^"
승준의 머리를 밉지 않게 쥐어박으면서도 승준보다 더 큰 미소를 짓는 경민이다.
왠지....너무나 기쁘다.
너무 기뻐서... 정말 소리라도 치고 싶은 기분이다.
"야!!!"
"응?"
"둘이... 행복하지 않으면.... 너.. 미워할 거다."
"쿡..^^ 걱정 마. 절대!!! 그럴 일은 없을 테니까...."
"무슨 일이야?"
평소와는 달리 심각한 강우의 모습이 왠지 낯설게 느껴진다.
"그냥.... 그냥.... 쿡^^ 그냥..."
"......"
강우의 미소가 씁쓸하게 보이는 이유는 뭘까?
강우는 쓴웃음을 지우지 못하고 메뉴판을 펼쳤다.
"아이스티 레몬이지?"
"으응..."
벌써 10년을 함께 해왔기에, 하빈 자신보다 하빈을 더 잘 아는 것 같다.
"아이스티 레몬이랑.... 모카 커피요.."
강우는 아르바이트생이 멀어져 가는 걸 멍하니 지켜보고 있었다.
"쿡^^ 뭐야? 너 저 알바생한테 관심 있냐? 응?"
하빈의 장난스런 말에도 강우의 표정은 그리 변하지 않는다.
다만 아르바이트생의 뒤를 따랐던 눈동자가 하빈을 향해 있을 뿐이었다.
".......하빈아.."
"응?"
"너 말이야..."
"응?"
하빈이 빨간 입에 예쁜 미소를 그리며 대답을 하자 강우는 한숨을 푹 내쉬며 몸을 뒤로 기대었다.
"너...있지...."
"응..."
".......후우... 아니다.."
"뭐야? 무슨 말을 하려는 건데?"
"......아무 것도.. 아니야.."
"에이~~ 아무 것도 아닌 게 아닌데... 무슨 일이야? 응?"
".....하빈아... 나...말이지..."
"주문하신 커피와 아이스티 나왔습니다."
강우의 말을 막 시작하려 할 때, 마침 다가온 아르바이트생에 의해
강우의 말을 끊겼다.
그리고 그 침묵은 꽤 오랫동안 끝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침묵을 먼저 깬 것은 강우였다.
"하빈아... 있잖아.."
"응..."
"나..."
강우의 목소리가 갑자기 작아진다.
하빈은 제대로 알아들으려 맞은 편으로 몸을 숙였다.
"...널... 너무 많이 좋아하는 것 같다..
그냥... 친구라고 생각하기엔... 힘이 들 정도로...."
"..!!!!....."
유명한 커피숍이라 시끄러운 커피숍에서 강우의 목소리가 뚜렷이 하빈에게 다가온다.
하빈은 지금 들은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뜨며 강우를 응시했다.
장난...이라고 생각하기엔...
강우의 표정이 너무나 심각하다..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강우의 눈이... 너무나... 슬퍼 보인다.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강우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빈은 탁자에 팔꿈치를 대고 몸을 앞으로 수그린 상태에서 한동안 강우를 쳐다보고 있었다.
모든.... 소음이 사라진 것만 같이.... 고요한 둘만의 공간이었다.
이번엔... 하빈의 갈라진 목소리가 침묵을 비집고 들어왔다.
"...강우야... 하핫...^^;;; 너..왜 그러냐? 너답지 않게...
임마... 장난이 너무... 심하잖아...."
"....하빈아... 내가.... 내가.... 장난을 아무리 많이 쳐도....
10년 동안... 사랑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거 봤니..?"
".......강우야...?"
"널... 너무 많이 좋아해.... 사랑하는 것 같아...
나도... 이 말을 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을... 고민했어..
넌..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꽤 오래 전부터... 널 좋아하고 있었어.."
"강우야.."
"많이.. 좋아해, 하빈아.."
"나... 남자야..."
하빈의 말에 강우가 피식 웃는다.
그리고 하빈의 자세 그대로 몸을 굽혀 하빈과 얼굴을 가까이 한다.
숨결이 바로 앞에서 느껴질 만큼 강우가 가까이 왔지만 하빈은 몸을 빼지 않았다.
강우의 눈동자에 하빈의 놀란 얼굴이 그대로 비추었다.
"정말?"
"으응?? 그, 그럼.. 정말이지.. 우리 학교... 남학교잖냐.."
"쿡... 하빈아...."
강우가 웃으며 몸을 다시 뒤로했다.
"나... 너랑 10년을 같이 지냈다.. 물론 목욕탕을 함께 가지는 못했지만...
그게 당연한 거겠지... 넌... 남탕엔 들어올 수 없으니까...."
이번엔... 정말 하빈의 눈이 얼굴을 덮어버릴 만큼 커졌다.
"가...강우야.. 그,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그것도 모르겠냐..? 내가... 바보냐...? 그것도 모르게?"
"강..우야..."
"솔직히.. 처음엔 힘들었지.. 내가 널 너무 좋아한다는 걸 알았을 땐....
내가... 남자를 좋아한다고 생각했을 땐... 정말... 괴로웠지..
근데.. 말이지.. 넌... 남자가 아니었어..."
"........"
"지금... 널 모르는 사람들은... 니가 여자라고 아는 사람들도 많을 걸...
이렇게.... 여자 같은데... 모를 리가 없잖아..?"
"...언제...알았어...? 내가.... 여자라는 거....?"
"2년 전에...."
"...어..떻게...?"
"...저... 그게.... 흠... 새...생..리..."
".....//////......"
"...///////....."
"...니.... 방에...있는 걸 봤어...
맘대로 뒤져서 미안해... 그냥...너에 대한 걸 더 많이 알고 싶은 마음에..."
".../////....그, 그래..."
".....왜... 그런 거야..?"
".....그게...."
하빈의 말에 귀기울이던 강우는 하빈의 말이 다 끝나자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정말로..... 그런 집이 있구나... 후우..."
".........."
"언제... 니가 여자라는 걸 밝힐 건데...?"
"할머니.. 돌아가시면....."
"그럼... 그 때까진... 결혼도 못 하는 거야?"
"......."
"그럼.... 몰래... 남자친구 사귈 수는 있는 거지?
어차피.... 난... 니 친구니까..."
"...강우야..."
"우리... 친구 사이는...이제 그만 두고... 애인 사이할래..?"
"......저......"
--내가... 승준이 형이랑... 사랑하는 사이라고 하면....
그러면... 승준이 형... 인기에... 지장이 가겠지..?
형이.... 연예계 생활을 하기 힘들겠지...?
승준을 사랑한다고 말하려던 하빈은 여러 가지에 생각이 미치자 다른 말을 했다.
"미안.... 아직... 여유가 없어.. 내 마음에..."
".....후우... 그래..."
강우의 슬픔이 하빈에게도 전해져 오는 것 같다.
"....그럼.... 그냥..... 내가 쫓아다닐게.. 니 마음에... 여유가 생길 때까지..."
"아, 그... 그러지 마.."
"왜.. 그래.....?"
"미안... 강우야... 그러지 마.. 우리 그냥 친구로 지내자.."
"...쿡..^^ 싫어... 난 니가 너무 좋다구.."
"....강우야...."
"니가.... 마음을 열 때까지... 난 너와 함께 있을 거야..
그러니까... 힘들면.. 내가 있다는 거... 잊지 마. 알겠지?"
"...으응... 고마워.. 강우야..."
작가님 닉네임은 민이님이구여..
멜주소는 blueaskysaint@hanmail.net 이니깐...
감상 마니 보내주시고...이소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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