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어는 원시 한어(韓語)에서 이어져 온 말로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후 경상도 지방이 중심이 되어 발전하였다. 이렇게 통일된 언어는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말의 근간이 되는 것으로 고려어에 이어진다.
신라 시대의 기록은 한자(漢字)를 빌려 우리말을 표기한 것이기 때문에 본래의 모습을 정확히 알기는 어려우며, 당시의 표기 체계로 고유어명사표기(固有語名詞表記), 서기체 표기(誓記體表記), 이두(吏讀), 구결(口訣), 향찰(鄕札) 등을 볼 수 있다.
1. 고유명사 표기법 : 고유명사 표기는 우리 국어 표기의 가장 첫 단계라 말할 수 있다. 이 표기법의 원리는 다음의 두 가지이다.
① 한자의 의미를 버리고 음(音)만 빌려 오는 경우
예) ‘소나’를 표기하기 위해 ‘素那’로 적고 그 음을 읽음(素: 흴 소, 那 : 어찌 나)
② 한자의 음을 버리고 뜻(訓)만 빌려 오는 경우
예) ‘소나’를 표기하기 위해 ‘金川’으로 적고 그 뜻을 빌려옴 (金: 쇠 금, 川: 내 천)
→ 고유명사 표기는 신라 지증왕 때 국호와 왕호가 한자어로 바뀌고, 경덕왕 때
지명을 중국식으로 고칠 때까지 많이 쓰인 것을 볼 수 있다.
예) ① 왕명의 표기 : 제31대 소지왕까지 우리 고유어를 썼다.
· 고유어 사용 : 유리이사금(儒理尼斯今) 눌지마립간(訥紙麻立干),
소지마립간(炤智麻立干)
· 한자식 칭호 : 법흥왕(法興王), 문무왕(文武王)
② 관직명(官職名) · 인명(人名) : 고유어로 불리던 것이 신라 중기에 이르러
특권 계급부터 차차 한자어로 바뀌게 되었다.
· 角干(각간), 아찬(阿湌): 의미는 확실하지 않지만 한자어에서 온 벼슬
이름은 아님
· 得悟(득오), 于勒(우륵), 耆婆郞(기파랑), 居柒夫(거칠부) : 고유어로 된
이름으로 추정됨
· 金大問(김대문), 金庾信(김유신), 崔致遠(최치원) : 한자에서 온 인명임
③ 지명 : 제35대 경덕왕 때 주로 고유어로 불리던 지명을 두자로 된 한자식
이름으로 바꾸게 되었다.
· 永同郡 本 吉同郡(영동군본길동군)
: ‘길다’의 뜻을 가진 永으로 지명을 표기한 경우. 즉 한자의 뜻을 빌려
지명을 표기하게 된 유형
永同郡 本吉同郡 景德王改名 今因之(영동군 본길동군 경덕왕개명 금인지)
→ 영동군(永同郡)은 본래 길동군(吉同郡)인데 경덕왕이 이름을 고쳤으며,
지금 이를 그대로 쓰고 있다.
- 삼국사기 권 제34
《고등학교 국어 하) 1. 우리말이 걸어온 길. p 21》
· 淸風縣 本 高句麗 沙熱伊縣(청풍현 본 고구려 사여리현)
: 沙熱伊 → 사널이(서늘하다)
· 蒜山絃 本 買尸達絃(산산현 본 고구려 매시달현)
: 買尸: 마늘 → 蒜(마늘 산), 達(달, 고구려에서 山을 달이라 함)
2. 이두(吏讀) : 한자 어휘에 우리말 부사나 조사, 어미 또는 특수한 말만 한자의 음과
훈을 빌려 쓴 것
예) · 必于 七出乙 犯爲去乃(비록 칠출을 범하거나)
― 음으로 읽는 글자 : 必于(필우-비록), 乙(을), 去乃(거내-거나)
― 뜻으로 읽는 글자 : 爲(위-하다)
· 三不出有去乙(삼불출잇거늘)
― 음으로 읽는 글자 : 去乙(거을-거늘)
― 뜻으로 읽는 글자 : 有(유-있다)
4. 구결(口訣) : 토(吐)라고 한다. 한문 원문은 그대로 두고 그 구절 끝에 문맥을 쉽게 하기 위해 토를 단 것이다. 따라서 구결은 생략해도 문장의 의미는 통하게 된다. 주로 한자의 음을 이용해 표기한 점은 이두와 비슷하나, 사용 목적 및 내용은 다르다.
한문을 읽을 때 한자와 한자를 변형한 약체자(弱體字)를 사용하여 문법적 관계를 나타내는 표기이다. 한문의 순서를 그대로 좇아 토(吐)를 다는 방식을 순독구결(順讀口訣) 또는
음독구결(音讀口訣)이라 하고, 우리말 구조에 맞게 재구성하여 읽도록 하는 방식을 석독구결(釋讀口訣)이라 한다. 구결 문자를 제거하면 온전한 한문문장이 된다. 신라 때에 이미 이루어진 방식으로 짐작하지만, 고려시대의 불경에서도 많이 발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