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 차 >
1. 들어가며
2. 새터민 취업에 영향 주는 3대 요인 1) 취업능력 2) 인적네트워크의 형성 3) 채용환경
3. 남한 사회 인식의 문제점 1) 새터민 취업문제에 대한 편견 2) 새터민 취업에서 정신건강문제
4. 새터민 취업개선 대책 1) 적응단계에 따른 분리 대응 2) 기업들의 새터민 채용 환경의 조성 3) 경쟁력 있는 단위에 대한 취업 기회보장
5. 나오며 |
1. 들어가며
남한 정부가 노숙자문제를 비롯하여 많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지만 이미 1만 명이 넘는 북한주민들의 입국을 승인하였다. 그리고 이들의 사회적응을 위해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의 남한 사회 정착 현실은 어떠한가?
지난 해 <월간중앙> 8월호가 국내거주 탈북자 29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1.5%가 한국사회에서 차별받고 있다고 대답했으며, 또 응답자의 70.5%가 '기회가 주어지면 미국으로 망명하고 싶다'고 답했다. '제3국으로 이민 갈 생각이 있다'는 답도 66.4%에 달했다.1)
이는 한국사회에 들어온 북한주민들의 순조로운 정착을 위한 한국사회의 노력이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으며, 적지 않은 문제점들을 내포하고 있음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새터민들의 적응에서 초미의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것은 취업문제이다. 취업을 통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새터민들은 적응을 잘해 나가고 있다. 그런데 새터민 취업문제는 남한주민들도 겪고 있는 문제이다. 1만 명 시대를 맞이해 정부의 새터민 정착지원 부담도 더 늘어난 현재의 상황을 감안하면 새터민들의 취업문제해소를 위한 당국의 지원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는 새터민들에 대한 정부의 정착지원활동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를 성찰해 보아야 할 것이다.
오늘날 남한에 온 북한주민들의 적응에서 제기되는 문제는 분단과 함께 파생된 체제상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므로 새터민들의 적응문제를 논의함에 있어 두 가지 측면, 즉 새터민 자신들의 역할 뿐 아니라 이들의 적응을 돕기 위한 한국사회의 역할을 동시에 고찰하여야 한다.
발표자는 이러한 시각에서, 또 1만 명 새터민 시대를 맞이한 오늘의 시점에서, 새터민 적응에서 초미의 문제로 나서고 있는 취업2)문제를 가지고 정부의 정착지원활동이 효과를 보기 위한 대책문제를 논의하려 한다.
2. 새터민 취업에 영향을 주는 3대 요인
작년도 노동부 발표 자료에 의하면 6월 말을 시점으로 새터민 입국자 7천700여명 중 구직자로 등록한 사람은 2013명(전체 입국자의 26.3%)이며 고용지원센터를 통한 취업자는 310명(전체의 4%ㆍ구직등록자 중 15.4%)에 불과하다. 즉 국내에 들어온 새터민 중 취업에 성공한 비율이 4%에 밖에 못 미치고 있다 한다.3)
새터민들의 취업에서 제기되는 문제점들을 알려면 이것에 영향을 주는 3대 요인을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새터민들의 취업에는 세 가지 요인이 영향을 준다. 즉 취업능력과 인적네트워크이며, 마지막으로 기업의 이해관계이다
위의 세 가지 요인들은 새터민들의 취업이라는 행위에 대해 개별적으로 그리고 인접한 요인들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영향을 준다.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새터민들의 취업능력이다.
지난해 대한적십자사가 펴낸 ‘새터민 정착지원 연구보고서’를 보면 한국사회에서 당면한 어려움으로는 ‘취업능력 부족 ’(35.8%)을 가장 많이 꼽았다. 취업능력은 기술 및 실무적 능력과 육체적 능력으로 나눠볼 수 있다. 이는 새터민 스스로 노력과 관계되는 부분이다.
둘째, 인적네트워크의 형성이다.
인적네트워크는 새터민들에 대한 취업정보의 획득이나 취업 알선, 직업 유지와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많은 경우 취업활동에 필요한 인적네트워크는 새터민들 스스로의 노력보다 정부기관이나 민간단체, 평소 알고 지내는 친지들의 도움에 의해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2005년 1월부터 통일부가 새터민정책을 '보호' 중심에서 '자립·자활' 중심의 정착지원으로 바꿨다. 새 제도 아래에서는 하나원 퇴소 후 새터민들이 직업훈련을 받거나 자격을 취득하여만 장려금을 받을 수 있게 하였고 직업훈련을 마친 후 연속적인 취업에 들어가서 그것도 1년 이상 계속 근무해야만 취업 장려금 등을 받을 수 있게 해놓았다.
그러나 이 제도가 성과를 내려면 하나원 수료 후에도 새터민 자신의 능력에 맞는 직업교육, 취업활동을 수행하기 위한 인적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도록 당국과 새터민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셋째, 기업의 이해관계이다.
기업들이 새터민 채용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다음 두 가지 이해관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즉 금전적 이해관계와 명분과 경영측면의 이해관계가 있다. 전자의 경우 남한 근로자에 비해 어느 정도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는가하는 문제, 정부로부터 받게 되는 고용기금문제 등이 포함된다. 후자의 경우 새터민을 채용함으로써 사회적으로 기업 이미지를 얼마나 제고시킬 수 있는 것인가 하는 문제, 장기적으로 새터민 고용으로 기업 운영에 얼마나 보탬이 될 것인가라는 문제와 관련이 있다. 이런 기업들의 이해관계는 새터민들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고용 안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세 요인들 사이의 관계를 보면 다음과 같다. 인적네트워크는 새터민과 기업 사이를 이어주는 중계자의 역할로 나타난다. 새터민들의 취직시 때로는 직장생활을 유지하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새터민 구직단계에서는 인적네트워크 형성이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 반면 직장생활단계에서는 새터민과 기업과의 관계가 직업을 유지하는 데서 중요하다. 새터민들의 직업유지기간이 1년에 못 미치는 경향이 많은 것이 기업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새터민의 취업활동에 영향을 주는 3대 요인 가운데 어떤 요인의 역할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대책이 달라질 것이다.
예를 들면 새터민들의 취업에서 제기되는 문제점들을 새터민들의 취업노력부족과 관련된 새터민들의 문제로 본다면 새터민들의 취업유도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4)
그러나 인적네트워크 형성이나 기업들의 새터민 채용 환경을 보장해주는 측면에 정책의 초점을 맞춘다면 고용지원센터들의 역할을 강화하거나, 새터민 채용기업들에 대한 인센티브를 늘리는 게 중요할 것이다. 물론 이런 정책을 조합해서 병행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3. 남한 사회 인식의 문제점
1) 새터민 취업문제에 대한 편견
새터민들의 취업 문제점을 지적한 기존 글들을 보면 취업이 어려운 원인으로 기술실무능력의 부족, 인맥의 부족, 조선족보다 더 열악한 취업환경, 새터민 지원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취업방임태도 등을 지적하고 있다. 최근에는 새터민들의 취업이 농업분야가 유리하다는 논거까지 들고 나오고 있다.
물론 부분적으로 맞는 내용이다. 그러나 전반적 새터민들의 취업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새터민들을 취업에 유리한 분야로 보낸다고 해도 해결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그것은 경쟁력이 떨어진 전반적 새터민들의 취업문제에 대한 기업들의 금전적 이해관계로부터 빚어지는 부정적 태도이다.
그런데 새터민들의 취업문제에 대해 논의한 글들이나 대책 안들을 보면 기업들의 이러한 태도, 기업들의 이해관계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단적인 예로 2005년에 발표된 새터민 정책을 보면 과거에 비해 새터민들의 취업유도를 목적으로 한 대책이 많아 그 부작용까지 제기되고 있다.5) 이에 비해 새터민 채용기업들의 이해관계를 충족시키기 위한 대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새터민 취업 문제를 일면적으로 본다는 의문을 가지게 한다.
2) 새터민 취업에서 정신건강문제
다수의 새터민들은 빈곤한 북한 내 생활, 사선을 넘나들면서 겪은 오랜 탈북 생활로 인해 육체적 건강, 특히 정신건강에 심각한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통일연구원 발표 자료에 따르면 연구에 참여한 대상의 54.7%가 경도 우울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6)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새터민들이 대부분이 일하고 있는 분야가 육체적 능력을 중시하는 3D 업종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새터민 취업문제에 관한 글들을 보면 한국의 노동시장에서 새터민들의 기술실무적 능력을 뒷받침해주는 육체적 능력이 부재한점에 대해서는 무관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새터민들의 취업에서 제기되는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건강문제에 따른 채용환경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들도 고민해보아야 한다.
4. 새터민 취업개선 대책
1) 적응단계에 따른 분리 대응
새터민들의 취업에서 제기되는 문제를 적응단계에 따라 고찰하여야 한다. 즉 정착초기와 적응기를 분리해 대응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취업에서 제기되는 문제점들이 적응단계에 따라 엄연히 다른데 있다. 새터민들의 취업에 필요한 기술 실무적 및 육체적 능력에서 정착초기와 적응기는 다르며, 인적네트워크의 형성 정도도 다르다.
정착초기에는 취업정보도 부족하며, 북한생활과 탈북생활에서 얻은 병적 질환이 많은 탓으로 기술 실무적 능력은 물론 육체적 능력 또한 남한 근로자들을 따라잡기가 힘든 상황이다.
실례로 지난 5월 전남 경찰청은 지난해 말 하남공단 50여 업체에 새터민들의 취업을 알선했지만 90%가 건강상 문제로 취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경찰들이 새터민 ‘신변지킴이’에서 ‘건강지킴이’로 역할을 전환해 활동하고 있다.7)
반면 적응기에는 정착초기에 비해 잘 적응해보려는 초심이 떨어지나 인적네트워크도 형성되게 되며 기술 실무적 및 육체적 준비도 훨씬 좋다. 그러므로 새터민들의 적응기 특성에 맞는 취업프로그램의 개발하도록 하여야 한다. 정착초기 남한주민에 비해 육체적 조건이 열악한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야 한다.
2) 새터민 채용환경 보장
취업문제해결에서 새터민 채용단위들의 이해관계를 조성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범정부적으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중소기업들은 정부에서 새터민들에 대한 고용으로 받게 되는 정부 지원금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러한 채용환경에서는 직장생활에서는 스트레스를 받기 쉽다. 현재의 새터민 채용환경은 금전적 이해관계가 기본인 기업들이 참여하는 구조라 볼 수 있다. 명분이나 경영측면의 이해관계를 가진 기업이나 단체들도 참여하는 구조로 확장하여야 한다.
필자가 만나 본 새터민들 가운데 종교단체나 교육시설들에서 운영하는 3D업종에서 일하는 새터민들은 임금이 적어도 일하는 과정에 받는 스트레스가 적어 좋다고 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종교단체나 민간단체들에서 오늘과 같은 상담활동 뿐 아니라 관련부문에 대한 취직이나 새터민 자활공동체의 운영과 같은 직접적인 활동에 참여하게 하여야 한다.
3) 경쟁력 있는 분야에 대한 취업의 기회보장
현재의 특수한 남북관계 아래에서는 새터민들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는 있다. 실례로 새터민들의 취업문제가 많이 제기되고 있는 고용지원센터를 들 수 있다. 이와 같은 분야의 취업상담업무의 경우 한국에서 공부한 새터민 출신들이 담당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어떤 조사에 의하면 새터민 10명 중 5명이 인연관계가 있는 새터민들로부터, 그리고 나머지 5중 2명은 신변보호를 맡은 담당경찰의 도움으로 취업정보를 접한다고 한다. 취업문제 관련 정보를 확보하는 데서 이제는 먼저 남한 사회에 적응한 새터민들이 새로 입국하는 이들에게 초기에 유용한 취업정보를 제공하면 보다 도움이 될 것이다.
새터민 관련활동분야나 통일교육, 남북경협분야 일자리에서 새터민들이 맡아 안을 수 있는 몫은 분명히 있다. 이러한 분야들에 취업의 기회를 보장해주면 새터민들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발휘하게 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물론 새터민 사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어 전반적 새터민들의 사회 적응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5. 나오며
본 발표에서는 새터민들의 취업에 대한 인식에서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발표 자료에서 나타나듯 새터민들의 취업문제에서 제기되는 문제점에 있어 소수자인 새터민 일면에서만 조명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또 그 대책을 논의함에 있어서도 육체적 능력을 보완하거나 경쟁력 있는 분야에 대해 취업의 기회를 주는 것과 같은 채용환경보장 문제가 제기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점들이 생겨나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한마디로 새터민들에 대한 한국 사회의 잘못된 인식에 있다. 한국사회는 새터민들이 사회적응에 있어 “로마에 오면 로마법대로 따라야 한다”는 식의 일방적인 순응을 요구하고 있다.
물론 소수자인 새터민들이 한국사회적응에 있어 동화되지 않고서는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어렵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이 새터민들의 적응문제를 고찰함에 있어 일방적 동화를 요구하는 행태로 전개되어서는 안 된다.
일방적 동화행태는 편견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기존 인식 아래에서는 한국사회의 역할을 축소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현 남북관계의 흐름에 비추어 새터민들의 한국사회적응은 무조건적인 적응이 아닌 ‘통합’의 관점에서 인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관점에 서면 한국사회의 역할도 강조될 수 있고 이로 인해 새터민들의 정착지원효과도 높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새터민들에 대한 인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남한 국민들은 휴전선너머에 있는 북한주민들보다 곁에서 보게 되는 새터민부터가 민족화해의 대상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새터민들에 대한 포용과 상생이 민족화해의 첫 걸음이라는 인식을 가질 때 새터민 적응문제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질 수 있다. 이러한 시각을 통해 나온 대책들은 새터민들의 적응에 긍정적 영향을 주어 이들이 민족화해의 걸림돌이나 대한민국에서 방황하는 집단이 아닌 평화통일의 활력을 부어넣는 새로운 세력으로 등장할 수 있는데 적지 않게 기여할 것이다.
1)『연합뉴스』2006년 7월 17일자.
2) 본 글에서의 취업이라 하면 구직 및 직장생활을 의미한다.3)『연합뉴스』2006년 7월 25일자.
4) 2005년부터 실시된 새터민 정책은 정착금을 수단으로 하는 취업 장려금 제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출처: 한반도 평화 연구원 세미나/학술행사 / 관련자료와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