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회관 앞 앵두나무 다 익으면 떠났던 사람들 돌아올 것입니다 잎보다 먼저 오판화(五瓣花)가 피듯이 앵두는 한 순간에 다 익는 법 없습니다 설익은 것들이 푸른 잎사귀 위로 쫑긋할 때 농익어 주름진 것들은 황토 물들이며 사라집니다 앵두가 익을 무렵 앵두는 지고 지는 열매를 주우러 모여든 할머니들은 기웃한 삽짝 같은 기억을 앵두칠합니다 붉게 물든 혓바닥이 만든 광채에 이끌려 골목을 뛰어다니는 핵과(核果)같은 아이들도 앵두를 얻어먹으러 이 골목에 멈춥니다 여기가 아니라면 누가 앵두의 시절을 믿을까요 앵두가 익을 무렵, 없는 나무에 손 뻗어 앵두를 흘리는 어린 소녀들을 보았습니다 초저녁 그믐 달빛 젖어 앵두장수 떠나가고 시간을 잃어버린 할머니들은 오랜만에 주인 없는 앵두 앞에서 홍조를 띱니다 연서(戀書)같은 꽃 기별 듣거들랑 누이처럼 오구려 앵두는 익어도 오지 않는 사람들 있어 벌레 먹은 꽃받침처럼 황혼에 역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