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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정팀은 지난 18일 3번째 구간 출발에 앞서 국학진흥원에서 파이팅을 외쳤다.(왼쪽) 안동박물관을 지나(가운데) 안동 회곡리에 도착하고선 모두 신을 벗고 물에 들어가 시원한 족욕을 즐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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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10월 경남서 열리는 람사르 총회의 전국적인 홍보를 위해 달림이가 나섰다. 도내 각지의 마라톤 동호인들이 참여한 달림이는 강원도 태백에서 부산 을숙도까지 이르는 낙동강 물길따라 '도도히' 달릴 예정이다. 출발지인 태백 황지 연못 마당에서 도착지인 부산 을숙도 강어귀둑에 이르는 도상거리 436㎞다. 전 구간은 1구간에 약 44㎞씩 10구간으로 나누었다. 9달 동안 10차례 달리게 될 대장정 3구간 행사가 지난 18일 진행되었다. 레저 팀은 대장정 팀과 전 구간을 함께 달리며 달림이들의 숨소리를 전할 예정이다.
이번 대장정은 경남도가 주최하고 마산 3·15 마라톤클럽이 주관한다. 후원은 경남은행, (주)다솜 FOOD SYSTEM, 마산MBC, 마산시민치과의원, 신흥여객고속관광, 한국수자원공사 경남지역본부, 농협중앙회 경남지역본부, 무학, 경남도민일보가 함께한다.
안동호를 시작으로
낙동강이 호수로 변했다. 매실이 무르익어가는 국학진흥원의 마당에서 달리기는 시작되었지만 왼편에서는 거대한 안동호의 시작을 알리는 넓은 호수가 펼쳐진다. 안동호는 70년대 여섯 개 면의 쉰 네 개 자연마을 2만여 명의 주민들의 보금자리였던 곳에 생긴 호수다. 우리에게 청포도란 시로 유명한 이육사의 고향도 이곳 안동호에 잠들어 있다.
안동마라톤 클럽에서 25명이 같이 달리는 바람에 대장정의 행렬은 여느 때보다 길어졌다. 그래서 이번 3구간은 가나다순으로 A, B, C팀으로 나눠 달렸다. 대장정팀의 행렬이 길어지면서 함께 박자를 맞추기도 어려울뿐더러 소속감을 극대화하려는 준비팀의 아이디어다.
가장 연장자인 3·15 마라톤 클럽의 박태석(62)씨는 3구간에서도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대장정을 시작하고 한 번도 멈추지 않고 달린 것은 물론, 지난 11일 고성에서 풀 코스를 완주하고 일주일 후 다시 낙동강 마라톤 대장정에 참가하는 '모범' 선수다.
오천 유적지를 지나면 안동시내를 들어가기 전까지 한동안 낙동강을 보기 어렵다. 그래도 안동의 시골길을 구경하는 재미가 이어진다.
불두화, 부처를 닮은 사람들
안동 35번 국도를 달리다 보면 집이 드문드문 있다. 16만의 인구가 서울을 제외하곤 전국에서 가장 넓은 땅을 차지하고 있으니 인구밀도뿐만이 아니라 집도 듬성듬성 거리를 두고 있다.
와룡면 감애리에 들어서자 도로 곳곳에 수국과 비슷하게 생긴 불두화(佛頭花)가 하얀 꽃을 드러내고 있다. '부처 머리 꽃'이란 해석답게 부처님의 곱슬곱슬한 머리를 빼닮았다. 절집 마당에서 피는 것이 보통인데 이곳에선 도로 곳곳에 피어있다.
무성인 탓에 꽃씨를 뿌려 피는 것이 아니라 꺾꽂이로 옮길 수 있는 것을 생각하면 불심 깊은 이곳 마을 보살들이 일일이 옮겨 심은 것이라고 짐작된다. 부처님 오신 날인 사월 초파일에 꽃망울을 터뜨린 것이 아직도 하얀 꽃잎을 잃지 않고 있다.
도로와 인접한 집 마당에 여느 불두화보다 탐스럽게 꽃이 피어있어 다가가서 보니 꿀과 향이 없는 꽃에 벌 한 마리가 내려앉았다. 이내 벌이 떠나버리기 전에 사진을 찍고 있는데 마당에 모인 모든 가족들이 신기한 듯 쳐다보는 것이 아닌가. 당황한 탓에 "마라톤을 하는 중인데 꽃이 예뻐서…"라고 말을 흐린다.
김점순(72) 할머니는 대장정 팀이 신기했는지 하나하나 묻는다. 람사르에 대한 이야기까지 끝나고 떠나려 하자 할머니는 마당에서 손질하던 돌미나리를 한 단 집어주신다. 고맙다는 말만 남기고 부리나케 도망친다. 대장정팀은 벌써 시야에서 사라진 후다.
마라톤의 후유증 '술 배'
대장정팀을 뒤에서 호위하던 경찰차에서 귀에 익은 노래가 들린다.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가 경찰차의 스피커에서 흘러나온다. 센스쟁이 경찰관 아저씨들. 대장정팀의 나이대가 40~60대인 것을 상기한다면 이 노래는 취재팀을 위해 특별히 선곡되었을까.
후미 그룹에선 서로 맞장구치는 잡담이 오간다. 마라톤을 하면 술이 세진다는 이야기를 놓고 서로 '효과를 봤다'는 경험담이 이어진다. 술을 마셔도 쉽게 취하지가 않는다는 말에는 모두 동의했지만 술을 많이 마셔서 나오는 술 배는 마라톤으로도 어찌할 수 없다는 것도 모두 인정했다.
대표적인 본보기가 이종광 3·15 마라톤 클럽 사무국장이다. 1주일에 운동 한번 안 할 것 같은 몸매를 가진 이 사무국장은 도로 위에선 펄펄 난다. 항시 대장정팀보다 먼저 달려가 교통정리까지 하는 모습은 그의 몸매를 잊게 한다.
마침 태2리에 도착하니 안동소주 홍보관이 나온다. 일부 대장정팀이 입맛을 다시는 것이 안동소주 때문인지 목이 말라서 하는 행동인지는 불분명하지만 안동소주 홍보관을 눈앞에서 지나친다는 것은 애주가가 아니라도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는 격이다.
맞수가 있어 즐겁다
후미그룹의 '술 배'와 달리 선두그룹에선 맞수 간의 경쟁이야기로 후끈 달아올라 있다. 이상길(53) 씨와 박창원 씨의 중학교 동창간 마라톤 경쟁에 또 다른 변수가 생긴 것이다. 지난 2구간 때 선의의 경쟁을 다짐했던 두 맞수가 외나무다리에서 만나고 돌아온 것이다.
지난주 열린 보성 녹차 마라톤대회에서 관록의 박씨가 이씨를 이긴 것은 예상외였다. 얼마 전부터 상승세를 타며 자신감을 보였던 이씨의 우세를 점쳤기 때문이다. 결국, 이씨는 이날 낙동강 마라톤 대장정 3구간에서 스포츠형 머리를 하고 나오며 다시 의지를 불태웠다. 이씨의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행보로 대장정팀에는 이야깃거리가 하나 더 늘어났다. 다음 대회가 기대되는 이유다.
"람사르라고 들어봤니"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라는 도시 슬로건을 단 간판이 도로 곳곳에 있다. 간판도 심심해질 무렵 논밭이 이어지는 가운데 초등학생 아이 둘이 어머니를 따라 고추밭에 놀러 온 것이 보인다. 경산 서부초교에 다니는 심나영(12) 양은 취재진의 접근에 엄마에게 달려갔지만 이내 궁금해졌는지 다시 다가온다.
"너 '람사르'라고 들어봤니" "아니요. 그게 뭔데요" "습지를 보호하고자 지구의 사람들이 모인다고 학교에서 안 배웠니" "들어본 것 같은데 잘 모르겠어요." "이 홍보지 줄 테니 잘 읽어보고 내일 학교 가면 선생님에게 전해줘" "네".
안동사람은 무뚝뚝하다?
와룡면 소재지 진입 직전 태2리를 지날 때였다. 마당에서 나뭇잎을 줍고 계시던 고선행(67) 할머니가 지나가는 대장정팀을 보다가 대문을 나선다.
뭐 하는 사람들인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사람들이 달리는 것을 보고 반가웠는지 손을 흔들어댄다. 그렇게 즐거운 표정으로 손을 흔들 수가 없다. 안동사람들이 무뚝뚝하고 무표정한 얼굴로 산다고 하는 말은 이곳에선 거짓처럼 느껴진다.
안동 물 박물관 근처에서 휴식과 쓰레기 청소가 이어진다. 근처 늪지에는 고운 자태를 가진 학 한 마리가 물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다. 이곳에 아침저녁 안개라도 끼면 신선이 사는 곳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습지를 보호하자는 것이 람사르의 정신인 만큼 달림이들도 선전을 다짐하고 출발한다.
'사람 주행금지?'
안동에 들어서기 직전 국보 16호인 신세동 7층 석탑의 오른쪽으로 지났을 때 여성주자 한 명이 넘어졌다. 박영순(38) 씨다. 주위사람들의 부축으로 박씨는 다시 일어나 달렸지만 도로 가장자리에서의 사고는 위험해 보였다. 넘어진 원인은 도로에서 툭 튀어나온 과속방지턱에 걸린 것이다. 턱 대부분이 뽑혀있었지만 미처 발견치 못한 턱에 걸린 것이다. 차의 안전을 위한 시설물은 대개 사람이 마음껏 달릴 수 없게 만들어 버린다.
낙동강이 시원하게 굽이쳐 흐르는 안동시내는 한산했다. 휴일이라 결혼식이 많았는지 운동장 주변에는 양복이나 한복으로 곱게 차려입은 이들이 많았다. 이때를 놓칠세라 대장정팀 중 몇몇이 미리 준비한 람사르 총회 개최 홍보 팸플릿을 나누어준다. 갑자기 나타나 팸플릿을 나누어주는 대장정팀과 사진까지 찍는 안동시민들이 여유롭다.
낙동강에 발 담그기
안동 회곡리에 들어서서 다시 휴식을 취한다. 대장정 준비팀은 이곳에서는 낙동강 족욕과 람사르 퀴즈대회를 열었다. 바라보기만 했던 낙동강에 피로에 지친 발을 담그니 이만한 족욕이 어디에 있을까.
폐교가 된 풍동초교 근처에서 람사르 퀴즈대회는 기획팀 조재현(50) 씨의 사회로 열렸다. 대장정팀이 잊고 있던 람사르의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였다.
옛 영화만 남아 있는 풍산
풍산읍으로 들어섰다. 오백만 평에 이르는 풍산벌을 가진 경북 북부의 으뜸가는 곡창지대다. 안동 김씨가 모여 사는 대표적인 마을로 풍부한 소출로 명문 족벌을 양산한 곳이다. 주요관직을 독점하며 세도를 누리던 영화와 달리 붕당으로 조선 멸망의 원인이 된 곳이기도 하다. 세도가들이 많아서인지 달리는 곳곳에 석문정, 낙암정, 체화정, 삼구정 등 여러 정자가 있어 달림이의 감탄사를 자아내기도 한다. 풍산초교에서 3구간을 마무리 지은 달림이들은 안동지역 마라톤 클럽에서 지원한 안동 막걸리로 힘들었던 피로를 삼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