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50곳 중 특목고는 전년보다 8곳 줄고 자사고 4곳 늘어 外高, 필기 없이 내신으로 뽑은 첫 세대… 순위 하락폭 커
진보 교육감들이 폐지를 추진하고 있는 자사고(자율형사립고)들의 지난해 수능 성적이 전년에 비해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외고·과고·국제고 등 특목고들의 수능 성적은 예년보다 하락했다. 자사고의 학력이 상승하는 반면, 특목고는 정체하거나 하락한다는 분석이다.
본지가 국회 새정치민주연합 박홍근 의원실과 함께 '2014학년도 수능 고교별 성적 자료'를 입수해 수능 2개 영역(국어·수학) 평균 1·2등급인 학생(재학생 기준) 비율을 분석한 결과, 수능 1·2등급 비율 상위 50위 고교 중 특목고는 29개, 일반고 11개, 자사고 10개 등으로 나타났다. 50위 내 특목고 수는 지난해 37곳에서 8곳이나 줄어든 반면, 일반고와 자사고 수는 각각 4곳씩 늘어났다. 전국 총 2319개 고교 중 특성화고와 예고·체고, 마이스터고 등을 뺀 1722개교를 분석했다.
수능 원서 접수 시작… 올해 11월 치러지는 ‘2015학년도 수능’ 원서 접수 첫날인 25일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서부지원교육청에서 수험생들이 원서를 내고 있다. 수능 원서접수는 9월 12일까지 전국의 고교와 85개 시험지구 교육청에서 진행된다. /윤동진 기자
수능은 전체 응시생을 성적 순으로 1~9등급으로 나눈다. 1등급(상위 4%)과 2등급(상위 7%)을 합하면 상위 11%에 드는 학생들이다. 따라서 수능 1·2등급은 해당 학교에 상위권 학생이 얼마나 많은지를 보여준다.
2014학년도 수능 시험은 수험생들이 A형(쉬운 수능)과 B형(어려운 수능) 중 선택해 치르는 방식이었다. 국어, 수학의 경우 학생 개인의 문·이과 지망에 따라 A형과 B형으로 나뉘었지만, 영어는 문·이과와 상관없이 학교별로 A·B형 응시 인원 비율이 불규칙적으로 나타나 학교의 학력을 측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 쉬운 A형을 학생들이 많이 선택한 학교가 1·2등급이 많이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올해 수능 영어 성적은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자사고 약진
작년 수능에서 자사고들은 대체로 성적이 상승했다. 용인한국외대부설고(구 용인외고)는 국어·수학 수능 1·2등급 비율이 71.8%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국에서 수능 우수 학생 비율이 가장 높은 학교였다. 강원도 횡성의 민족사관고는 3위(70.7%)였고, 울산의 현대청운고와 서울의 하나고는 각각 7위→4위, 21위→7위로 뛰었다.
일반고 중에서도 전국에서 학생을 선발해 뽑는 공주 한일고가 수능 1·2등급 비율이 70.8%로, 전국에서 2위를 차지했다. 같은 공주의 공주사대부고도 9위로 좋은 성적을 보였다. 하늘교육 임성호 대표는 "자사고뿐 아니라 전국 단위로 학생을 선발하는 일반고 성적이 다른 일반고보다 월등한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상위권 외국어고 하락폭 커
2013학년도 수능에서 외국어고는 1·2등급 학생 비율 상위 10개 고교 가운데 1~3위를 포함해 6개 학교가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2014학년도엔 상위 10개교에 포함된 외고는 대원외고 한 곳에 그쳤다. 2012학년도에 전국 1위, 2013학년도 2위였던 대원외고가 2014학년도엔 자사고에 밀려 5위로 떨어졌다. 30위 이내 외고 중에서 순위가 오른 학교는 경기외고(13→11위)가 유일했다.
이처럼 외고의 순위가 급락한 것은 2011년 외고 입시제도가 바뀐 것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개편된 외고 입시에서 필기시험과 영어듣기 평가가 폐지됐고, 입학사정관이 학생부(영어만 반영)·학습계획서·학교장추천서 등을 기준으로 선발하는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제도가 바뀌었다. 이렇게 바뀐 외고 입시로 들어온 학생들이 치른 첫 수능이 2014학년도 수능이다.
상위권 비율의 하락세가 뚜렷한 외고에 비해 국제고는 순위가 올랐다.
이 같은 학교별 수능 결과를 놓고 박홍근 의원은 "자사고 편중 현상으로 인한 학교 간 학력차를 줄이기 위한 교육 정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