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제목에 BISQC가 무엇인지 의아해 하실 분들을 위해 설명해드리자면^^
Banff International String Quartet Competition... 밴프 국제 현악 4중주 콩쿨 입니다.
현악 4중주는 바이올린 둘, 비올라, 첼로 이렇게 4명이 한팀으로 이루어지고, '실내악의 꽃' 이라고도 불리우는데요.
전 세계적으로 대세인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클래식 콩쿨 또한 숨어있는 인재를 발굴해내는 등용문 역할을 합니다.
특히 이쪽 세계는 성공의 문이 굉장히 좁아서 돈도, 빽도 없이.. 실력만 있는 친구들에겐 콩쿨이 유일한 희망이기도 하구요..
이 콩쿨은 3년마다 한번씩 밴프센터에서 1주일간 개최되는 음악 콩쿨 이자 축제이고 작년이 30년째 되는 해 였습니다.
제가 워홀을 결심하면서 밴프로 목적지를 정하고, 2012년 비자를 받았지만 2013년에 오게 된 이유가
이 콩쿨 때문이기도 했었는데요,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져있지 않지만 클래식 음악인들은 잘 아는 유명한 콩쿨입니다.
저는 워홀 오기 전에 한국에 있을때 동아일보 문화사업팀에서 주최하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 관련 일을 4년간 했었는데요
재미있는게 뭐냐면.. 저는 언론사 관련해서 연줄이 있었던것도, 타고난 스펙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대학교 3학년때, 한국에서 서양음악을 전공하는 평범한 학생으로써 진로를 고민하던 때, 나름 해외 유학에 관심도 있었고..
단순히 해외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또래 피아니스트들을 만나보고 싶어서 자원봉사를 했던 인연이 그렇게 닿았다는것..
그 때 2주간 했었던 자원봉사가 제 진로를 정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고, 다른 전공으로 석사까지 하게 된 계기가 되었네요.
사실 저는 남을 도와주거나 자원봉사를 즐겨 하는 편도 아니고 그냥 제가 관심 있는 분야에만 적극적인 편인데요,
솔직히 말하면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기 보다는 공연도 (공짜로) 보고 싶고, 관계자들고 알고 지내고 싶고, 외국인들이 일하는 모습이나, 행사가 진행되는 과정들을 알고 싶은 마음이 더 컸습니다. ^^ 그런 목적들을 다 채울수 있는 가장 적합한 포지션이 자원봉사자 라는것을 알았기에.......ㅋㅋㅋ (저 절대 순수하지 않습니다...... 세상이 절 이렇게 만들ㅇ...)
이때도 딱히 자원봉사를 모집한다는 이야기는 없었지만, 밴프센터 홈페이지에서 담당자 이메일을 찾아 보냈습니다.
나는 한국에서 워킹홀리데이로 와있는 누구다, 지금은 팀홀튼에서 일하고 있고...
관련해서 이런 학위가 있고, 한국에서는 이런 일을 해왔고, 내가 밴프에 온 이유 중에 하나가 이 콩쿨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혹시 내가 너네 콩쿨에서 일할수 있을까? 나는 자원봉사라도 상관없다. 어쩌고 저쩌고...
그렇게 이메일을 보낸지 이틀만에 전화가 왔습니다. 메일 줘서 너무 고맙고 만나보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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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로 따지자면 예술의전당 음악당 같은 곳인 밴프센터의 Music & Sound buliding
인터뷰 보고 나오는 길에 한장 찍은 사진인데... 이날 엄청 두근두근 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너도 국제 콩쿨에서 일 해봐서 알겠지만 여기는 참 일손이 부족한 곳이다. 이런 얘기를 하면서...
당시 제가 투잡을 하고 있는데다 성수기때라 데이오프나 휴가를 받을수가 없어서 풀타임으로 일을 할 수가 없다고..
콩쿨 기간 내내 시간이 될때마다 틈틈히 와서 일하기로 했습니다. 콩쿨 관계자들 한명씩 인사도 시켜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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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콩쿨 기간동안에는 밴프센터의 모든 가로등과, 밴프센터로 향하는 모든 가로등에 홍보물이..
한국말로는 가로등 배너라고 하는데 영어로는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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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티켓 부스 앞에 펼쳐진 엑스배너, 콩쿨 일정과 공연 패키지 티켓에 대한 정보가 나와 있습니다.
본격적인 자원봉사 일은 공연 시작 며칠 전.. 프로그램북 나왔다고 와줄수 있냐고 해서,
팀홀튼 오전 근무를 마치고 밴프센터로 출근해서 일을 했는데요.. 기억을 되살리려 그날 밤 제가 썼던 일기를 보니..
"프로그램북이 나왔다. 8월 31일 다음에 8월 1일이 되는 오타를 발견해서 얘기했더니 관객들이 귀여운 실수라고 생각하고 하하하 웃어줄꺼라고 말하는 긍정적이고 쿨한 매니저와 함께 일하는 기분이 남다르다. 한국에서 일했을때 이런 경우엔 라벨지를 덧붙였다고 하니까 굿아이디어 라고 근데 우린 스티커가 없는데다가 더 중요한 일은 후원을 받는일이라면서 후원을 유도하는 종이쪽지?를 프로그램북에 끼워넣는 단순작업을 시키길래 열심히 했다ㅋㅋ ...그리고 한국에서는 프로그램북을 판매한다는 사실에 조금 놀란것 같았다. 이번 콩쿨엔 총 10개의 팀이 참가하는데 참가자를 소개하는 게시판을 만들다 말았다. 왜 만들다 말았냐면 오버타임 하지 말고 퇴근하라고 해서.. 내일 하면 된다고ㅋㅋ 그리고 나서 매니저도 코디네이터도 칼퇴근을 했다. 야근이 없는 이곳은 정말 좋은곳이다. 새벽 2~3시까지 같이 야근했던 사람들 생각이 많이났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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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북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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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한 구석에서 하는 이런 단순작업... 이었지만 하루종일 서서 샌드위치 만드는것보다 좋더라구요ㅜㅜ
앉아서 음악들으며 커피마시면서 옆 사람들이랑 수다도 떨면서....ㅋㅋ
이날 알았습니다. 캐나다에도 직업에 귀천이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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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오타 페이지.... 8월 31일 다음에 8월 1일이 되는 이런 어이없는 실수를..ㅋㅋ
한국에서는 인쇄 맡기기 전에 여러사람들이 이런거 참 꼼꼼하게 보는데;;
오히려 저보고 너 이거 어떻게 찾아냈냐며 되게 예리하다고... 독수리의 눈을 가졌다며...;;;
한국에서는 프로그램북을 판매하기도 하고, 모든 자료들은 기록으로 보관하기 때문에
상사들이 작은 실수에도 굉장히 예민하게 군다고 얘기했더니 왜 프로그램북을 가지고 장사를 하냐며
참 분위기가 한국과는 많이 다르더라구요...^^; 나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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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제가 만들다만 참가자 소개용 게시판..ㅋㅋㅋ
한국에서는 무조건 그날 해야하는 일은 다 끝내고 가라고.. 일을 제시간에 처리하는것도 능력이라며...
능력이 없는 저는 맨날 야근 했는데ㅠㅠ 여기는 무조건 오버타임 하지 말라며....
이때만 해도 일이 제대로 돌아가기나 할까 하는 걱정도 들었습니다.
매니저나 코디네이터나 너무 일을 설렁설렁 하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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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콩쿨 시작 첫째날, 저는 오전에 팀홀튼에서 일을 해야 했기에..
더 이상의 오피스 업무는 할수가 없었고 공연이 있는 오후에
4개의 팀이 두곡씩 연주를 하는 동안 저는 로비에서 기념품을 팔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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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어려웠던게 이 카드 기계인데요, 사람들이 현금으로 계산하면 상관없지만
카드로 계산할때는 카드 머신이 따로 있는게 아니라서.. 수기로 영수증에 금액을 적고
이 영수증도 카드 종류별로 다 다르더라구요... 먹지(?) 같은걸로 카드 번호를 스캔하는 그런 시스템..
물론 매니저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었으니 자원봉사자인 저에게 맡긴 일이었겠지만.....
돈이 오고 가는 일이다보니 저 나름대로 긴장했었던것 같네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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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연주되는 곡이 담겨있는 악보들도 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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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티(from 밴프 티 하우스), 그리고 발음이 BISQC와 비슷해서 아이디어 상품이라는 비스켓도 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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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도 팔고, 터치 스크린에도 사용할수 있고 뒤에는 형광펜이 달린 완전 좋은 펜(ㅋㅋ)이랑 자석도 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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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놀랬던건 한번만 입어도 목이 쭉쭉 늘어날 것 같은 티셔츠가 35달러 였는데
제일 잘 팔리는 대박 아이템이었다는거...........
그밖에 에코백 5달러, 펜이랑 텀블러가 각각 10달러, 비스켓이 4달러...
프로그램북 판매를 하지 않는 대신에 이런 잡다구리 한것들로 추가 수익을 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그리고 공연이 진행되는 홀은 950석 정도의 규모인데 그중 500명 정도의 관객이
숙식과 모든 공연이 포함된 패키지 티켓(굉장히 비쌉니다)을 구입한 사람들이라는 사실에 또 한번 놀랐습니다.
대부분이 클래식을 사랑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ㅋㅋㅋㅋ
휴가처럼 축제처럼 우아하게 즐기러온 사람들이 진심으로 부러웠네요
이 당시에 밴프센터에서 서버로 일하던 제 친구들은 이 손님들 때문에 바빠 죽는줄 알았다고...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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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 한켠에는 제가 만든 참가자 소개 게시판과 심사위원 소개 게시판이 있었구요
그 앞에 수첩들에 관객들이 응원 메세지를 적으면 연주 팀들 돌아갈때 나중에 기념품 처럼 선물해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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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관객층이 다 올드 하죠? ㅎㅎㅎ 목걸이를 건 사람들이 패키지 손님 입니다.
저 목걸이만 있으면 티켓도 필요없고 밴프센터 내에서 모든 서비스가 공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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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이틀간 진행된 리사이틀 라운드가 끝나고, 탈락된 팀들과 올라간 팀들로 나눠지는데..
올라간 팀들은 하이든의 곡을 연주해야 하는 하이든 라운드가 시작 되던날!!
하이든 라운드 하는 날에는 로비에서 하이든 아저씨가 계속 돌아다니며 관객도 맞아주고 사진도 찍어주고..
뭔가 놀이공원에서 캐릭터 인형 만난것 같은 느낌? ㅋㅋㅋㅋ
하이든 라운드 다음은 로맨틱 라운드라고.. 낭만주의 시대 작곡가 곡을 연주하는거였구요,
그 다음은 파이널 라운드라고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3팀이 1등 2등 3등을 가리는건데
파이널에서는 베토벤의 곡을 연주해야 하고, 다른 라운드에서는 베토벤을 연주할수 없는 규정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뭐랄까 그만큼 더 희소성이 있다고 해야할까요... 베토벤은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작곡가이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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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3팀인데 하필 첫팀과 세번째 팀이 곡이 겹치네요...ㅋㅋㅋ 그래도 좋았습니다.
마지막 팀인 도버 콰르텟은 콩쿨 기간 동안 제가 개인적으로 응원했던 팀이기도 했는뗴
마지막 악장을 연주할때는 이제 진짜로 끝이구나.. 하는 생각에 아쉬움도 들기도 했구요.
2013년에 내가 밴프에 있다는 사실에 굉장히 감사하는 마음도 들었구요..
짧았던 일주일이었지만 실내악의 꽃이자 엑기스나 다름없는 현악 4중주곡들에 푹 빠질 수 있었던
소중하고도 행복한 추억으로 남을것 같은 느낌...^^
콩쿨 무대 말고도 갈라콘서트, 매일 로비에서 진행되었던 전시, 인터뷰, 메세지북 등등
다양한 컨텐츠를 보고 배울수 있었던 점들..
무엇보다도 여유롭고 널널해보이지만 야근없이 체계적이었던 스탭들의 일하는 방식이 가장 인상적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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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공연 전 인터미션때, 관객들에게 공짜로 나눠주는 쿠키.. 두꺼운 빈츠 맛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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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다 끝나고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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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 준비하는 동안 기다리는 관객들에게 로비에서 간단한 리셉션을..
저도 관객인 척 폭풍 드링킹 했던 정말 맛있었던 샹그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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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과 심사위원들 한자리에 모여서... 인터뷰 영상도 보여주고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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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시상식입니다. 제가 응원하던 팀이 1등의 영광을 거머쥔 감격스러운 순간!! ㅜㅜ
만약 제가 2016년 여름에도 밴프에 있는다면, 아마 이 콩쿨에 자원봉사자든 스탭으로든 또 참여하고 싶은데요...
혹시 자원봉사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밴프에 참 이벤트가 많거든요.
친구들 보니까 마라톤이나 자전거 대회, 각종 축제들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기도 하고
(9월 말에 멜리사에서 1년에 한번 주최하는 엄청 큰 마라톤이 있어요..
끝나고 스탭파티도 거하게 하는데 외국인 친구들 사귀기 좋겠죠^^)
파크캐나다 에서도 자원봉사자 모집할때가 있더라구요..
워홀로 와 있는 동안 자원봉사 한번쯤 해보는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어쨌거나 저는 관계자의 추천서와 더불어 이력서에 쓸 한줄이 더 생겼습니다.
언젠가 한국으로 돌아가 다시 같은 분야에서 일을 하게 된다면 분명 도움이 되겠지요..... 씨익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4.09.18 12:11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4.09.19 09:58
첫댓글 정말 많이 도움이 되겠는데요. 한국에 돌아 가면....언제쯤 돌아 가실려고...
그러게요 여기 삶이 좋다가도 일하다 가끔씩 울컥할때면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는건가 싶기도 하고.. 근데 뭐 저만 그런건 아니겠죠ㅋㅋ 잘 지내시죠? 요새는 어디계세요?
지금 벤쿠버 다운타운에서 일해요. 게스타운쪽에 출근하면서 관광객들 많이 보죠. 물론 레이크루이스에 더 많이 왔었지만....회사동료들하고 서로 말도 잘 안하고 분위기가 살벌해서 ....레이크 루이스 있을때가 더 생각나는 거 같아요.
안녕하세요^^ 방금 카페 가입하고 한바퀴 돌아보는데 뿔잘린사슴님 글 찾아 읽는것만으로도 카페가입한 보람이 있네요^^ 이 행사는 3년마다 있나봐요? 티켓구입이랑 한번 알아봐야겠어요.캐나다 이사온지 넉달째라 요런 깨알같은 정보 너무 감사할따름입니다! 저도 우연히 만날수있기를...
네 이건 3년마다 있는 행사라... 매년 가을쯤에 하는 필름페스티벌도 유명한데 영화 좋아하시면 그것도 알아보세요^^ 은근히 즐길것들이 많은데도 몰라서 못가면 억울하잖아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