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큰 나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나무
현진오 (이학박사, 동북아식물연구소장)
지구상에서 가장 큰 생물은 무엇일까?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큰 것으로 알려진 동물은 흰긴수염고래다. 북태평양, 북대서양, 남극해 등에서 사는 이 포유동물은 길이 33m, 몸무게 200톤에 이르며, 혀 무게만도 2.7톤이나 되고, 갓 태어난 새끼가 무려 2톤이라니 놀랄만한 크기다. 이미 멸종하여 현존하지 않는 것을 포함한다면 가장 큰 동물은 공룡이다. 1986년 미국 뉴멕시코주에서 화석이 발견된 사이스모사우루스라는 공룡은 길이가 39-52미터에 이르렀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가장 큰 공룡으로 알려져 있다. ‘사이스모사우루스’는 걸어갈 때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땅이 쿵쾅거렸다는 데서 붙여진 이름으로서 우리말로는 ‘지진용’이라고 한다.
지구상의 생물 가운데 동물이 가장 클 것이라는 선입견과는 달리 지구상에서 가장 큰 생물체는 식물, 나무다. 무게로만 따져보더라도 큰 나무는 무게가 2000톤에 이르므로 가장 큰 동물의 10배에 달하는 셈이다.
지구에서 가장 큰 생물체인 나무는 얼마나 높이 자랄 수 있을까? 또, 무엇이 나무의 최대 높이를 결정하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나무는 영양분이 풍부하고, 스트레스가 적으며, 광선에 대한 경쟁이 없는 곳에서 크게 자란다. 이 때문에 숲 속에서 다른 나무와 경쟁하며 자라는 나무보다 혼자 떨어져서 자라는 나무가 더 크게 자랄 수 있다.
나무의 최대 높이를 결정하는 데는 물리적이고 기계적인 면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식물의 말단부까지 거미줄처럼 이어져 있는 물관과 체관이 중력으로부터 압력을 받기 때문에 어느 높이 이상이 되면 물과 양분을 공급하기 어렵게 된다. 최근 미국 노스아리조나대학 코크 박사팀은, 이러한 물리적인 이유 때문에 나무가 가장 크게 자랄 수 있는 높이는 122-130미터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 현재까지 기록으로 남아 있는 가장 큰 나무는 높이가 143미터에 이른다. 현존하지는 않지만 1885년에 측정된 호주 바우바우산의 유칼리나무는 높이가 무려 143미터에 이르렀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현재 가장 큰 나무로 알려져 있는 것은 미국 캘리포니아 훔볼트 레드우드 주립공원에 있는 아메리카삼나무(redwood, Sequoia sempervirens)로서 높이 112.7미터, 수령 600년을 자랑한다.
‘가장 큰 나무’는 ‘키가 가장 큰 나무’라는 뜻 외에도 ‘생물량이 가장 많아서 덩치가 가장 큰 나무’라는 의미로 잘못 쓰이는 경우가 많다. 이런 오류는 우리나라의 많은 웹 사이트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심지어 어린이 교육용으로 만들어진 곳에서도 발견된다.
생물량이 많아서 세계에서 가장 큰 나무로 알려진 것은 미국 캘리포니아 세코이어 국립공원에 있는 ‘제너럴 셔먼 트리(General Sherman Tree)’로서 수종은 아메리카삼나무다. 밑동 최대직경이 11.1m에 이르며, 껍질 두께만 61센티미터, 수령 약 3000년으로서 뿌리를 포함해서 무게가 2000톤으로 추정되는 거대한 나무다. 하지만 이 나무의 키는 83.8미터밖에 되지 않으므로, 세상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는 아닌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산 나무도 관심의 대상이다. 살아서 5000년, 죽어서 7000년 등 1만 년이 넘게 산 나무가 기록되어 있는데, 미국 뉴햄프셔주 화이트마운틴의 슐먼 그로브에 있는 브리스틀콘 소나무가 그것이다. 이 나무는 몸통 두께가 1센티미터 자라는데 50-70년이나 걸린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나무는 경기도 양평군 용문사의 은행나무다. 천연기념물 제30호로 지정되어 있기도 한 이 나무는 높이 57미터로서 국내에서 가장 높다. 수령 1100-1300년, 줄기둘레 14m에 이르며 동양에서 가장 큰 나무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신라 경순왕의 세자였던 마의태가가 나라 잃은 슬픔을 안고 금강산으로 가는 길에 심었다고도 하고, 신라의 의상대사가 지팡이를 꽂은 것이라고도 전해지기도 한다. 암나무이며 가을철에 은행이 15가마씩이나 열린다고 한다. 이 은행나무의 높이에 대해서는 문화재청은 62미터, 수목학자 고 이창복교수는 61미터로 밝힌 바 있으며, 근래에 상단부가 꺾여서 현재는 높이 57미터로 알려져 있다.
이 은행나무가 가장 큰 나무라는 것은 학계의 정설이다. 하지만 은행나무는 중국 원산으로서 사람이 인위적으로 심는 나무이며 대개의 경우 경쟁이 없는 환경에서 자라게 마련이다. 따라서 자연 상태에서 가장 크게 자란 나무와는 의미가 다르다.
자연 상태에서 크게 자란 나무들에 대한 자료는 그리 많지 않은 실정이다. 현재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확보하고 있는 자연 상태의 큰 나무에 대한 자료로서는, 높이 29미터로 측정된 경상북도 울진군 소광리의 소나무, 역시 29미터로 측정된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 성황림의 전나무 정도이다. 인공조림지에서 자라는 나무의 키로는 전라북도 무주에 조림한 독일가문비나무가 42미터로서 가장 큰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조림한 잣나무 가운데는 강원도 홍천군 풍천리에서 26미터까지 자란 것이 기록되어 있다.
자연 상태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들 가운데 어떤 것이 가장 큰 나무인지를 밝히는 것은, 접근이 어려운 사정 등으로 인해서 정확한 파악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학자들은 홀로 자라는 나무가 아니고 숲을 이루는 나무로서는 가장 큰 나무가 새로 발견된다 하여도, 조림지의 나무보다 작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조림지에서는 간벌 등을 해주기 때문에 경쟁이 덜 심하게 일어나므로 나무가 크게 자라는 데 있어서 자연 상태보다 더욱 좋은 조건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림환경부 신준환 부장(산림생태학)은 “자연 상태에서 산림청이 자료를 가지고 있는 독일가문비보다 더 크게 자란 나무는 없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소나무의 경우 30미터 정도까지 자랄 수 있을 것이며, 자생수종인 전나무나 가문비나무의 경우에도 42미터는 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홀로 자라는 나무로는 용문사 은행나무, 숲을 이룬 나무 가운데는 조림지에서 자라고 있는 42미터짜리 독일가문비나무가 가장 큰 나무”로 추정했다.
온대 지방에서 크게 자라거나 오래 사는 나무들은 소나무 종류, 세코이어 종류, 삼나무 종류 등 대부분 침엽수들이다. 침엽수는 모두 겉씨식물에 속하며, 속씨식물에 비해 더욱 원시적인 식물로 일컬어진다. 현재보다는 과거에 더욱 번성하였던 식물인 것인데, 오래 사는 나무 가운데 하나인 은행나무도 활엽수이지만 속씨식물이 아니라 겉씨식물에 포함된다.
신 부장은 “가도관을 가진 침엽수가 도관을 가진 활엽수에 비해서 수분 수지(收支)에서 유리하며, 침엽이 활엽보다 수분스트레스에도 강하므로 활엽수보다는 침엽수가 더욱 높이 자라기 마련”이라며 “우리나라에서도 수분이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는 지역에서 가장 큰 나무로 자랄 것으로 추정되는데, 우리나라에서 수분이 가장 잘 보장(保藏)될 수 있는 지역인 경기도 광릉, 강원도 진동리 등을 조사했지만 현재까지는 42미터가 넘는 나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가장 큰 나무인 용문사 은행나무의 수령은 용문사가 창건된 연대를 기준으로 추정하여 계산한 것일 뿐 실측된 것은 아니며, 1100년 내지 1300년으로 추정하고 있을 따름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나무는 경상북도 울릉도에 있는 향나무로 나이가 2000년이라고 알려지기도 했지만, 믿을 만한 증거가 부족하여 공인되고 있지는 못한 실정이다.
국립수목원 표본연구실 이유미 연구관(수목학)은 “나무 나이는 일반적으로 줄기에 구멍을 뚫어 채취한 나이테를 보고 측정하는데, 오래된 노거수들은 줄기가 온전하게 보전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나이를 측정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전설이나 설화가 있을 경우에 그것을 기준으로 하여 나이를 추정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울릉도 향나무의 경우에는 줄기가 갈라져서 일부가 없어져 버렸기 때문에 연대측정 자체가 불가능하고, 울릉도의 역사 기록이 매우 짧기 때문에 인문학적으로도 나이를 추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 과학적인 측정방법을 사용하여 밝혀낸 가장 나이 많은 나무는 주목이며, 그 나이는 1400살이다. 이 주목은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팀에 의해 정확한 수령이 밝혀졌는데, 2004년 정밀측정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수령이 1800년쯤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었다. 강원도 정선군 사북면 두위봉에 자라고 있으며 높이 17미터, 가슴높이지름 149센티미터에 이른다.
한편, 가장 큰 나무에 대가 되는 개념으로서, 세상에서 가장 작은 나무로는 암매(돌매화나무), 콩버들 등이 거론된다. 이들은 북극에 가까운 고위도 지방에서 자라는 나무로서 바람과 추위에 견디기 위해 키를 낮추어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 암매는 극지 가까운 곳이나 높은 산에 분포한다. 한반도에서는 유일하게 한라산 정상 부근에서만 자라고 있는데, 이 나무 분포의 세계적 남방 한계선으로 추정된다. 키가 5센티미터 이하로서 매우 작으며 바위 겉에 붙어서 산다. 콩버들은 한반도의 경우 백두산 해발 2700미터 이상의 높은 산지에서만 자라고 있다. 역시 키가 5센티미터 이하로 매우 작다.
세상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나 가장 덩치가 큰 나무,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로 기록된 것들은 어디까지나 사람들 눈에 띈 나무들 가운데 최고일 뿐이며, 지구상 다른 어느 곳에 더 높이 자란 나무가 있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고, 매우 높다. 자연의 신비는 이런 데서 비롯되는 듯싶다.
(사진 설명)
1. 세상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로 일컬어지기도 하는 미국 세코이어 국립공원의 ‘제너널 셔먼 트리’. 하지만 이 나무는 덩치가 가장 큰 나무일 뿐, 키가 가장 큰 나무는 아니다.
2.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나무인 용문사의 은행나무. 높이 57미터로서 가장 높이 자란 나무이며, 나이는 1100-1300살로 추정되고 있다.
3. 세상에서 가장 작은 나무로 일컬어지는 나무들. 한라산의 암매나 백두산의 콩버들은 키가 5센티미터 이하로서 매우 작기 때문에 풀로 착각하지 쉽다.
4. 우리나라에서 가장 나이 많은 나무로 알려져 있는 울릉도 도동의 향나무. 수령 2000년으로 추정한 적도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만한 역사적, 과학적 증거가 부족하다.
첫댓글 동남아 열대우림에서 가장 크게 자라는 나무로는 콩科의 나무로 말레이어로는 Tualang (Koompasia excelsa)이라고 부르는 나무가 있습니다. 보통 키가 50미터가 넘고 100미터까지도 자라니 '나무의 왕'이라는 별명이 그럴듯합니다.
아~~~그렇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