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음악의 이해 - 전인평
1.들어가는 말
아랍음악은 우리 나라 사람에게는 매우 생소한 음악이다. 우선 지역적으로 멀고, 문헌을 구하기가 어려워 아랍음악에 대한 연구가 대단히 어려운 형편이다. 필자는 이미 1989년에 {동양음악}을 쓴 바 있다. 이 책은 중국·일본·인도·인도네시아 네 나라를 다룬 책이다. 그래서 아랍음악·터키음악·페르시아음악을 더 보충하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하고 있었다. 이런 연구는 아시아 음악교류의 형편을 알아보자는 필자의 연구 선상에서 필수적인 과제이다. 그러던 중, 필자는 1997년 1월부터 6월까지 이집트의 카이로와 터키의 이스탄불을 근거로 중동지방에서 6개월을 보냈다. 이 기간 동안, 나름대로 고생도 하고 애를 많이 썼지만 마치 구름 속을 지나 온 것 같은 아리송함을 떨칠 수 없다. 이 지역의 음악 연구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영어 문헌을 구하기가 무척 어려웠다는 점이다. 음악 문헌은 아랍어로 쓴 것이 대부분이고, 영어 소통이 가능한 음악인을 만나기가 무척 어려웠다. 한편으로는 배타적인 음악인의 태도가 의욕을 꺽고 있었다. 아랍어도 못하면서 아랍음악을 어떻게 논하느냐고 핀잔하면서 우선 아랍어를 배우라고 권하는 소리를 여러 차례 들었다. 또한 한국음악을 전공하는 필자로서는 아랍음악의 장단 중 몇몇 장단이 우리 나라 장단과 흡사한 구조라서 흥미를 끌었다. 그리고 이 비슷함이 우연의 일치인지 아니면, 교류에 의한 비슷함인지 풀어야 할 큰 숙제를 안고 돌아왔다. 아랍음악은 우리뿐만 아니라 유럽사람들에게도 무척 생소한 음악이다. 그래서 서양 사람이 영어로 쓴 문헌은 유럽 사람의 안목으로 아랍음악을 본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많다. 그래서 아랍에서는 인도의 딸라와 마찬가지로 장단이 중요하다. 그러나 서양음악에서는 장단이 발달되지 않았고,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그것을 간과하기 쉽다. 그로브 음악 사전을 보아도 장단에 관해서는 자세히 논하지 않고, 간단히 1/2쪽 정도로 적고 있다. 아랍음악을 들은 사람들은 대체로 두 가지로 반응한다. 하나는 아랍음악은 도대체 알아들을 수 없는 이상한 음악이라는 것이고, 만약 음악에 관심을 갖는 전문가라면 유럽음악 체계와 아주 다르다는 점에 놀란다. 그리고 이 음악이 엄청난 긴 역사를 가지고 있고, 12-13세기 유럽 중세 음악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음악이라는 것을 알고는 다시 한 번 놀란다. 아랍음악을 처음 들은 사람들은 '음악이 왜 이렇게 슬플까, 아랍 역사에서 무엇이 이토록 음악을 슬프게 만들었을까' 하고 생각한다. 우리 나라 판소리를 듣고 외국인들이 '한국 음악은 슬픈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흡사하다. 아랍은 대개 동아랍과 서아랍의 두 갈래로 나눈다. 동아랍은 이집트·레바논·시리아·이라크·사우디 아라비아 지역을 이르는 것이고, 서아랍은 모로코·알제리아·튀니지아 지역을 이르는 것이다. 해마다 11월초에 열리는 카이로의 아랍음악축제에는 앞의 나라 외에 스페인 연주단도 참가하고 있다. 아랍음악은 7세기부터 9세까지 존속한 우마이야드(Umaiyyad)와 압바시드(Abbasid)시대 아랍의 궁중음악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 시대 동아랍의 전통음악은 특히 페르시아 음악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9세기 이후에는 터키 음악의 영향을 받았다. 따라서 아랍의 음악이론·연주법·악기의 명칭이 페르시아·터키와 비슷한 것이 많다. 오늘날 아랍음악 사회는 대체로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앞의 여러 나라 공통의 아랍음악, 서양음악 그리고 각 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민속음악이 그것이다. 그래서 음악학교에서는 아랍음악과 서양음악을 가르치고, 민속음악은 교육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었다. 이 글은 6개월 동안의 현지 답사에서 무엇인가 남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쓰게 되었다. 그래서 아랍음악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기초적인 안내가 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세계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늦었지만 우리도 아랍음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먼저 아랍음악의 이해를 위하여 아랍음악의 선법て장단을 소개하고 악기て음악형식 그리고 간단한 역사적 변천을 살피고 마지막으로 현대 아랍음악을 소개할 것이다. 그리고 아랍음악에 관한 정보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자료를 제공하려고 한다. 필요한 사람은 연락을 바란다. 2. 아랍음악의 선법 서양음악에서는 1/2음이 가장 좁은 음이지만, 아랍음악은 1/4음이 가장 좁은 음이다. 그러나 모든 마캄에서 1/4음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라스트(rast) 마캄은 제3-제4음이 3/4음이다. 나하완드(nahawand) 마캄은 c단조 음계와 같다. 아잠(ajam) 마캄은 B┒ 장조 음계와 같다. d단조를 제2음은 반음 낮추고, 제3음은 반음 올리면, 히자즈(hijaz) 마캄이 된다. 이 때 c┐은 그냥 c┐ 으로 두거나 반음을 내려서 연주할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제6음과 제7음 사이가 증음정이 된다. 이런 음악은 흔히 영화에서 아랍적 분위기를 표출할 때 흔히 사용한다. 아랍음악은 성악이나 기악이나 모두 중세에 이미 고도로 발달되어 세련된 음악에 이르러 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유럽음악인들은 아랍음악을 원시적인 유목민 음악 수준 정도로 이해하는 사람이 많다. 아랍음악은 서양음악이 오늘날의 화성학과 기보법을 확립한 16세기 이전에, 이미 고도의 음악으로 발달한 상태였다. 다만, 아랍음악은 화성을 발달시키지 않고, 단선적인 선율에 리듬 변화와 장식음을 강조하는 음악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그리고 서양음악이 장조와 단조라는 두 가지 조성으로 단순화한 반면에, 아랍음악은 선법에 기초하여 다양한 선율을 만드는 방법의 연구에 힘을 기울였다. 그러나 서양음악은 화성을 발달시켜 음을 층층이 쌓아나가는 실험을 계속해 왔다. 이것은 독창과 합창 그리고 대규모 관현악으로 꾸민 바그너의 오페라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여기에서는 화성적인 깊이와 풍부한 음색 변화를 볼 수 있다. 아랍음악은 음의 표현에 힘을 기울인다. 그리고 다양한 선법(makam)을 사용한다. 그래서 서양음악의 표현에 익숙한 사람은 아랍음악이 매우 단조로운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아랍음악은 주로 성악적이다. 따라서 순 기악곡이 매우 적다. 또한 화성적이 아니고 선율적인 음악이다. 그래서 제창이나 8도 관계로 여러 악기가 함께 연주하면서 악기마다의 장식음을 사용한다. 사실 아랍음악에서 화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유럽 중세 음악의 옥타브 겹침과 4도て5도 병행은 아랍음악의 영향이 전해진 것이다. 병행 4도·병행 5도 수법은 이미 10세기의 이론가 이븐 시나(Ibn Sina, 980-1037)가 언급한 바 있다. 병행 8도는 타디프(tadi'f)라 하고, 병행 4도는 타르킵(tarkib)이라고 하였다. 이 중 이븐 시나가 가장 좋아한 것은 병행 4도였다. 그러나 오늘날의 아랍음악에서 화성적 요소를 찾기란 쉽지 않다. 작곡가들조차 화성 연구에는 힘을 기울이지 않는다. 만약 화성을 쓰면, 서양음악과 흡사하게 되기 쉽기 때문이다. 세속적인 아랍음악은 돈이 많은 부잣집이나 칼리프의 궁전을 중심으로 번성한 것이다. 세속 음악의 주제는 주로 사랑 노래이다. 아랍음악은 매우 감상적이어서 향수에 젖게 한다. 결코 야단스럽거나 청중을 압도하지 않으며 듣는 사람의 가슴에 호소하는 음악이다. 아랍음악의 공연 양식은 성악·기악·무용이 함께 어우러지는 형태이다. 춤과 함께 연주되는 음악은 필연적으로 강렬한 리듬을 필요로 한다. 아랍음악은 화성적이 아니고 선율적인 음악이다. 그래서 제창이나 옥타브 관계로 여러 악기가 함께 연주하면서 악기마다의 장식음을 사용한다. 또한 리듬도 다양하다. 우리 나라의 장단과 같은 개념이 있다. 아랍음악가에게 마캄을 물어보면, 대체로 그 마캄의 중요한 선율형을 들려준다. 음계음이 어떤 음으로 구성된 것이냐고 물으면 명확한 대답은 미루고 그런 것은 책에 있노라고 대답한다. 아랍음악가가 음계 개념으로 마캄을 이해하기 시작한 것은 대략 1930년대 이후이다. 이전에는 옥타브 관계 음계로 마캄을 설명하지 않고, 선율형의 개념으로 마캄을 이해해 왔다. 1932년에 카이로에서 중요한 음악회의가 있었다. 이것은 이집트 푸아드(Fuad) 1세가 소집한 것인데, 그 목적은 아랍음악가들이 여러 가지로 사용하는 마캄의 음정을 통일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회의에서 미세한 음정은 결정하지 못하고 말았다. 어떤 안도 실제 연주에서 다양하게 나오는 미세한 미분음을 만족시키는 이론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회의에서는 최소 음정을 1/4음으로 한다는 것, 그리고 1/4음을 서양악보로 적을 때 사용할 임시기호를 결정하였다. 그 이전에는 가장 작은 음정을 사람에 따라 1/3, 1/4 혹은 1/5 음정을 쓰기도 하였다. 그래서 오늘날 연주하는 마캄에는 네 가지 음정을 사용한다. 즉, 1/4음·1/2음·3/4·온음이다. 오늘날의 마캄에서 1/4음이 항상 나오는 것은 아니다. 1/4음이 나오는 곳은 대개 앞꾸밈으로 사용하는 등 장식음으로 사용할 때 많이 나온다.
1) 아랍의 기보법 체계
기보법 체계는 알파벳과 숫자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음 높이는 문자 혹은 알파벳으로 나타내고, 숫자는 음의 길이를 나타냈다. 35개의 부호를 사용하여 음 높이와 루트의 괘법을 표시하였다. 부호 아래에 숫자를 적어서 음 길이를 나타낸다. 즉, 2는 8분음표를, 4는 4분음표를, 6은 부점 4분음표를, 8은 2분음표, 12는 점2분음표를 나타낸다. 오늘날 서양의 오선악보를 아랍음악에서 사용하면서 1/4음을 다음과 같이 표기한다. <표 1> 아랍음악의 미분음 표기법 (원문 참조하세요)
1/4음 올리는 표 |
┐의 세로선 하나 뺀 것 |
1/4음 내리는 표 |
♭에 빗금 하나 더한 것 |
1/2음 올리는 표 |
┐ |
1/2음 내리는 표 |
♭ |
3/4음 올리는 표 |
┐에 세로선 하나 더한 것 |
3/4음 내리는 표 |
♭의 왼편에 세로선 하나 더한 것 |
2) 아랍 음계
아랍 음계는 2옥타브로 만든다. 중앙 C를 중심으로 한 옥타브 위, 한 옥타브 아래로 넓혀서 만든다. 중심음 C는 라스트라고 부르는데, 이 말은 페르시아어로 '보통의' 또는 '정상의' 라는 뜻이다. 이 중심음 라스트는 사람이 쉽고 편안하게 낼 수 있는 소리를 말한다. 1933년에 카이로에 왕립음악학교(Royal Academy of Music)를 세우고, 1953년에 아랍음악학교(Arabic Conservatorie)를 세웠다. 이 학교는 아랍음악과 서양음악을 함께 가르치고 연구하게 하였다. 그렇게 해서 유럽음악과 아랍음악과의 비교 연구를 통하여 아랍음악을 유럽음악 용어로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아랍의 전통 기보법에 의한 악보를 유럽의 오선악보로 역보하는 작업이 활발히 전개되었다. 이렇게 유럽식 악보가 보급되자 일반인들이 훨씬 쉽게 아랍음악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전통기보법 중 타블라츄어는 악기마다 다른 기보법을 썼다. 예를 들면, 루트는 부호로 괘의 위치와 연주법을 표시하고, 숫자는 음의 길이를 표시하였다. 또한 아랍의 숫자는 원래의 아라비아 숫자임에도 불구하고, 아랍 이외의 사람들은 알기가 어렵다. 예를 들면 0은 5를 나타내고, V는 7을 나타내고, ·(점)은 0을 나타낸다. 그래서 0·은 50이고, 0··은 500을 나타낸다. 아랍어로 된 책을 보면, 처음에는 쪽수를 찾을 수도 없을 지경이다. 그래서 이 전통적인 악보는 외국인에게 알 수 없는 비밀부호처럼 보인다. 이러한 난해함은 서양의 오선보가 도입되면서 해소되었다. 이제는 아랍 전통음악인들 조차 오선보를 쓰고 있다.
3) 여러 가지 마캄
아랍음악사에 등장한 마캄은 모두 113개이다. 이 중에서 현대에는 13개만 사용한다. 몇 개의 마캄에는 1/4음이 없다. 그리고 어떤 것은 장음계 혹은 단음계와 같은 것도 있다. 1/4 내리는 표는 ♭에 빗금을 긋고, 1/4 올리는 표는 ┐중 가로 금 하나를 뺀 부호를 사용한다. 라스트(rast): 이 마캄은 C장조 음계에서 e와 b를 1/4 내린 음계이다. 이 마캄에서 c는 라스트라고 부르고, 한 옥타브 위의 c'는 카르단(kardan)이라고 부른다. 라스트 나와(rast nawa): 이것은 앞의 라스트와 같은데, 다만 으뜸음이 g이다. 그래서 b는 1/4음 내리고, f는 1/4음 올린다. 이렇게 되면, 앞의 라스트를 완전 5도 조옮김한 것이 된다. 나하완드(nahawand): 이것은 c단조 음계와 같은 마캄이다. e♭은 쿠르디(kurdi)라 부르고, a♭은 니므르-히사르(nimr-hisar)라고 부른다. 아잠 우사이란(ajam usyran): 이것은 B♭음을 으뜸음으로 하는 장음계와 같다. B♭은 보통 아잠 우사이란(ajam usyran) 또는 그냥 간단하게 아잠이라고 부른다. 히자즈(hijaz): 이것은 d단조의 음계에서 두 번째 음(e)을 반음 낮추고, 세 번째 음(f)을 반음 올려 만든 것과 같다. 그러나 제7음 c┐은 올리지 않고 그냥 c로 내기도 한다. 히자즈 카르(hijaz-kar): 이것은 c단조에서 두 번째 음을 반음 내린 것과 같다. 베이얏(bayat): 이것은 F장조에서 음을 d까지 내려 으뜸음을 삼고, e음을 1/4음 내려 만든 음계와 같다. 시가(sigah): 이것은 C장조 음계에서 e를 1/4음 내리고, a를 반음 내린 음계를 만든 다음, 세 번째 음에서 시작한 음계와 같다. 지하르 카(jihar-kar): 이것은 F장조와 완전히 같은 마캄이다. 나크리즈(nakriz): 이것은 매우 특이한 선법이다. 마치 g단조와 c단조를 합한 것과 흡사하다. 처음 3음은 c단조와 같지만, 다음의 진행은 g단조처럼 보인다. 그리고 이 마캄은 옥타브와 3도를 음역으로 삼고 있다. 그래서 19음이 기본 음계가 된다. 이 마캄에 나오는 f┐음을 히자즈라 부른다. 화라 화자(farah-faza): 이것은 g단조 음계와 같은 것이다. 사바(saba): 이것은 상행 음계와 하행 음계가 19음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마캄은 d음으로 시작하여 10번째 음인 f음을 꼭대기로 하여 내려온다. 음계음 중, g, b 그리고 d는 반음 내리고, e는 1/4음 내린다. 이 마캄은 완전 5도인 f와 c에 각각 반음 g♭과 d♭이 연접되어 있다. 이 음악은 마치 우리 나라 시조 음계와 흡사한 느낌을 받았다. 페르시아어로 사바는 '새벽'이라는 뜻이 있다. 히자즈 카르쿠르드(hijaz-kar kurd): 이 마캄은 c단조에서 d음을 반음 내린 음계와 같다. 그리고 옥타브에 3도를 더하여 모두 19음으로 구성된다. 이 중에서 a♭은 변화한다. 그대로 쓰거나 반음 올리거나, 1/4음 내릴 수도 있다. 후세이니(husseini): 이 마캄은 베이얏과 같은 것인데, 다만 d로 시작하는 베이얏을 a로 시작한 것이다. <악보 1> 14가지 마캄
3. 아랍음악의 장단
아랍음악에서 장단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 나라 음악에서 장단이 없으면 음악이 안될 만큼, 아랍음악에서도 장단은 중요하다. 아랍음악에서 장단은 선율선의 흐름을 인도하고 제한한다. 아랍음악인은 음악 연주에 반드시 장단을 인식하며 음악을 이끌어 나간다. 아랍에서 리듬을 나타내는 말은 우술(usul)이다. 그리고 우리 나라의 장단처럼 일정한 길이를 반복하는 것을 두룹(durub)이라 하고, 두룹의 복수형은 다룹(darub)이다. 아랍 장단을 이야기할 때는 둠(dum)과 텍(tek)이라는 두 가지 구음(口音)을 사용한다. 둠은 다프(daff)의 가운데를 치는 것으로 음이 낮고, 텍은 가장자리를 치는 것인데 음이 높다. 그리고 약박으로 카(Kah)가 있다. 카는 텍보다 훨씬 가벼운데, 텍 다음에만 나오는 음이다.
1) 아랍 장단에 관한 문헌
아랍음악의 장단 연구는 시학(詩學, prosody)과 관계 있다. 처음으로 장단에 관한 기록을 남긴 사람은 8-9세기의 알 킨디(al-Kindi)이다. 그는 무거운 것과 가벼운 것, 두 종류로 나누었는데 이것은 느린 것과 빠른 것을 말한다. 알 킨디의 분류에는 느린 것 3가지, 그리고 빠른 것 5가지가 있다. 그리고 소리를 내는 박자와 소리가 나지 않는 박자, 이렇게 두 가지 박자가 있다고 분류하였다. 그래서 소리를 내는 박자는 O로 표시하고,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은 .(점)으로 표시하였다. 이 표시는 음의 길이를 나타내지 않고 타악의 타점을 표시한 것이어서 완전한 리듬을 알 수 없는 것이었다. 알 킨디의 분류는 다음과 같다.
<표 2> 8-9세기의 장단
'heavy'/slow |
'light' /fast |
thaq?l awwal |
O |
O |
O |
. |
|
khafif al-thaq?l |
O |
O |
O |
. |
|
thaq?l thãn? |
O |
O |
O |
. |
O |
mãkh?r? |
O |
O |
. |
O |
. |
ramal |
O |
. |
O |
O |
. |
khafif al-ramal |
O |
O |
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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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afif al-khafif |
O |
O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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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jay |
O |
O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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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 sounded beat; . - unsounded bea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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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킨디 이후 더욱 발전한 장단을 표시한 사람은 사피 알딘(Safi al-Din)이었다. 사피 알딘이 고안한 방법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원에 장단을 표시하는 방법이다. 즉, 원을 그리고 원을 장단의 매듭수만큼 나누고, 여기에 시간 단위나 소리 부호를 나타내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오늘날 인도에서 기본 장단의 모습을 설명하는 방법으로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 다른 방법은 타악기 구음을 이용한 것이다. 즉, taてnaてtanてnan의 구음을 이용한 것이다. 그래서 ta와 na는 1의 시간 단위를 가진 것(짧은 것)이고, tan과 nan은 두 시간 단위를 가진 것(긴 것)으로 생각하고 적는 것이다. ta와 tan은 장단의 머리에 오는 것이고, na는 중간에, nan은 장단의 끝에 오는 구음이다. 그리고 한 장단은 그 장단의 성격에 따라 2-4개의 매듭으로 나눈다. 장단을 본격적으로 다룬 책은 13세기의 사피 알딘의 키탑 알아드바르(Kitab al-adwar, Book of cycles, 장단론)이다. 사피 알딘의 책에는 모두 8가지 장단이 있는데, 그 중 마지막 한 가지를 제외한 것이 아랍에서 당시 사용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두 가지는 페르시아 음악에서도 사용한 것이라 한다.
<표 3> 13세기 사피 알딘의 장단 표시
thaq?l awwal |
Oo.Oo.Ooo.O.Ooo. |
(3+3+4+2+4) |
thaq?l thãn? |
Oo.Oo.O.Oo.Oo.O. |
(3+3+2+3+3+2) |
khafif al-thaq?l |
O.OxO.OxO.OxO.Ox |
(2+2+2+2+2+2+2+2) |
thaq?l al-ramal |
Ooo.Ooo.O.O.O.O.O.O.Ooo. |
(4+4+2+2+2+2+2+2+4) |
ramal |
O.O.O.O.O.O. |
(2+2+2+2+2+2) |
khafif al-ramal |
O.Oo.O.Oo. |
(2+3+2+3) |
hazaj |
Ooo.Oo.Oo.O. |
(4+3+3+2) |
fãkhiti |
O...O.O...O...O.O... |
(4+2+4+4+2+4) |
O - initial time unit of foot(always sounded); O - medial time unit (optionally sounded); . - final time unit (not sounded); x - final time unit sound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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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 알딘의 키탑 알아드바르에는 몇 가지 다른 형태의 장단도 나온다. 그리고 어떤 것은 숫자가 바뀌기도 한다. 예를 들면, 라말(ramal)은 2+2+2+2+4로 나오기도 하고, 2+4+2+4와 4+2+4+2는 모두 라말의 변화형이라고 한다. 그리고 2+4+2+4는 2+3+2+3(khafif al-ramal)의 대용으로도 가능하다고 한다. thaqil thani는 3+3+2로 나와 숫자는 유연성이 있다. 어떤 것은 축소하기도 하는데, 예를 들면 4+3+2+2(hazaj)는 4+2가 되기도 한다. 어떤 것은 확대하기도 하는데, 예를 들면 4+2+4+4+2+4(fakhiti)를 2+4+4+4+4+2 +4+4+4로 확대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아랍 장단은 하나의 형태에 다른 것을 더 부가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그래서 점점 확대되어 15세기 말 알 라디키(al-Ladhiqi) 장단은 18매듭으로 되어 있었는데, 이 정도의 것이 보통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몇 몇 예를 들어보면, 복잡한 것이 많이 있다. 타킬(thaqil)은 48박, 다릅 알파타(darb al-fatah)는 88박, 챠하르 다릅(chahar darab)은 96박의 장단이다.
2) 현대 아랍음악의 장단
아랍 장단은 흔히 복합 리듬을 쓴다. 예를 들면, 다와르 힌디(dawr hindi)는 7/8인데, 이것은 3/4+4/4의 장단이다. 어떤 장단은 매우 길고 복잡한 것도 있다. 세타 아솨랄 엘 마스리(seta asharak al masri)라는 장단은 '16명의 이집트인'이라는 뜻인데, 32/4로 적혀있다. 리듬 구성은 4+4+4+2+4+4+2+8로 분할한다. 오늘날의 아랍음악에서 장단을 담당하는 악기는 주로 다프이다. 아랍음악의 장단을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매우 많다. 그 중에서 오늘날까지 사용하고 있는 것은 10개 정도이다. 아랍 장단의 구음은 둠(dum)과 텍(tek)이다. 둠은 다프의 중앙을 치는 것으로 무거운 소리이고, 텍은 가장자리를 치는 것인데 가벼운 소리이다.
<악보 2> 현대 아랍음악의 장단
1. Masmudi aghir |
6. Dawr Hindi |
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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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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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Masmudi Kabir |
7. Sankin |
8/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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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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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Sama' i Darij |
8. Mudawwar |
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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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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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Sama'i Darij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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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Nadawwa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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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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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Saraband |
10. Zarafat |
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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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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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 |
te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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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아랍 악기
아랍의 고전 오케스트라에서 사용하는 악기는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이 중에 중요한 것만 살펴보겠다. 선율악기로는 우드·까눈·라밥·까만자·산투르·네이·부죽(터키 루트) 등이 있다. 타악기로는 다프·두르바케(durbakkeh)·나카랏(naqqrat) 등이 있다. 우드('oud): 우드는 아랍에서 가장 널리 사용된 악기이며 유럽으로 건너가 루트가 되었고, 중국으로 건너와서는 비파가 되었다. 화머(Farmer)의 연구에 의하면, 이 악기는 페르시아의 바르바트(barbat)에서 비롯된 것으로 6세기에 아랍 세계에 소개되었다. 모양은 우리 나라의 비파에 비해 울림통이 둥글고 크며 기둥은 몸통에 비하여 빈약하다. 길이는 가장 넓은 부분의 두 폭 정도이고, 넓이는 깊이의 두 배 정도 된다. 5개의 줄은 나일론으로 되어있고 각각의 줄은 같은 음을 두 줄로 조율하여 실제는 10줄이다. 까눈(qanun): 까눈은 아랍어권에서 흔히 사용되던 살터리(psaltry)라는 악기를 개량한 것으로 아랍의 고유악기이다. 모양은 사다리꼴이고 깊이가 10cm 정도이고, 비스듬한 쪽에 24개의 줄이 걸쳐있다. 줄은 삼중인데, 동물의 벨(gut)이나 나일론 줄을 매 놓은 것이다. 아래쪽(가장 긴 쪽)은 82cm이고, 위쪽은 42cm이다. 소리판의 반은 나무이고 반은 가죽이다. 연주는 뿔로 만든 채고 친다. 조율은 줄이 여러 줄이어서 꽤나 어렵다. 소리는 하프시코드 소리와 흡사하다. 라밥(rabab): 라밥은 중세 바이올린족 악기 중, 가장 초기 형태의 악기이다. 이 라밥은 바이올린의 조상이다. 아랍에는 두 가지 라밥이 있다. 라밥 알 사히르(rabab al sha'ir)는 한 줄이고 이것은 베두인이나 양치는 유목민들이 사용하는 것이다. 라밥 알 마감(rabab al magham)은 두 줄이고, 마을의 반직업적인 가수들이 민요를 부를 때 사용하는 것이다. 라밥은 중세 스페인에 들어가 라베 모리스코(rabe morisco)가 되었고, 이것은 후에 서부 유럽으로 들어가 레벡이 되었다. 까만쟈(kamanjah): 까만쟈는 바이올린과 흡사한 현악기이다. 중세 유럽에서 까만쟈는 아주 중요한 악기였다. 이것은 아랍 관현악단(takht)에서 아주 중요한 악기였는데, 지금은 서양의 바이올린으로 완전히 대체되었다. 산투르(santur): 산투르는 이라크에서 기원한 페르시아 악기인데 12세기에 지금의 이스탄불인 비잔틴을 통해 유럽에 소개되었다. '산투르'라는 이름은 그리스어 살테리온(psalterion)에서 온 것이다. 이 악기는 밤나무로 만든 넓은 사다리꼴 모양으로 되어있으며 4겹으로 된 18개의 청동 줄을 사용한다. 음색은 하프와 비슷하며 연주에는 매우 가볍고 얇은 채 두 개를 사용한다. 산투르는 유럽의 민속음악에 흔히 사용되는 달시머(dalcomer)라는 악기에 해당하는데, 이것이 19세기에 실학자였던 홍대용에 의해 우리나라에 전해져 양금이 되었다. 네이(nay): 네이는 대단히 오래된(기원전 3,000년) 관악기이며 그 모양은 우리 나라의 대금과 비슷하다. 길이는 대개 90cm 정도이고, 2 내지 6개의 손가락 구멍이 관 아래쪽에 있다. 음색은 대단히 아름답고 따뜻하다. 아래 음역과 높은 음역의 음색 대비는 아주 훌륭하다. 이 밖에 일종의 백파이프인 미즈웨즈(mijwez)는 시골 마을에서 자주 사용한다. 부죽(buzuq): 부죽은 터키쉬 루트(turkish lute)라고도 한다. 이 악기는 몸체는 우드보다 작고 목이 아주 길다. 줄은 두 줄인데, 철사로 만든다. 노래 반주에 흔히 쓴다. 다프(daff, riq): 다프는 우리가 잘 아는 탬버린과 같은 것이다. 둥그런 틀에 가는 줄을 한 면만 메운다. 가장자리 안쪽에 작은 쇠판을 달아 잘랑거리게 한다. 다프의 연주법은 왼손으로 잡고 오른손으로 북면을 친다. 연주법을 나타내는 구음(口音)은 둠(dum)과 텍(tek)이 있다. 둠은 오른손을 펴서 중심을 치는 것으로 강세가 있다. 우리 나라 장구 장단에서 북편을 치는 것과 같다. 텍은 오른손 손가락 끝으로 북면의 가장자리를 치는 것인데 강세가 없다. 우리 장구의 채편과 같은 효과이다. 두르바케(durbakkeh): 두르바케는 금속이나 토기로 둥글게 만든 통에 양피지를 메워 만든 것이다. 대중음악의 춤곡 또는 민요 반주에 쓴다. 그러나 고전음악 연주에도 참여한다. 두르바케의 연주는 악기를 옆으로 잡아 허벅지 위에 놓고 연주한다. 오른손으로 북면의 가운데를 치면 둠이 되고, 가장자리를 치면 텍이 된다. 왼손은 오른손 음이 내는 음의 장식음을 낸다. 왼손은 가장자리를 친다. 베를리오즈가 오페라 '트로이 사람들'(Troyans) 중에 나오는 노예 춤 장면에 이 두르바케(이탈리아 이름으로는 tarboukah)를 썼다. 나카라(naqqarah, kettle drum): 나카라는 유럽음악에 사용되는 팀파니와 같은 것이다. 보통 쌍으로 사용한다. 이 팀파니는 유럽에서 16세기 이전에는 사용하지 않았다. 영어의 '솟모양 북'을 나타내는 kettle drum이라는 말은 16세기 이전에는 없었다. 쵸서의 '케터베리 이야기'에 nakeres가 나온다. 이것을 셰익스피어는 햄릿에서 kettle drums라고 불렀다. nakeres 또는 nakers는 십자군 전쟁 때 아랍지역에서 유럽으로 전파된 나카라를 이르는 말이다. 프랑스에서는 이것을 nacairesa라 부르고, 이탈리아에서는 naccheroni라 불렀다.
5. 아랍음악의 연주 양상
연주회의 양상은 텔레비전이 출현한 오늘날까지도 전통적인 양상이 남아있다. 이집트의 유명한 가수 움 쿨쑴(Um-Khulthum)의 독창회를 예로 들겠다. 가수가 먼저 연주를 시작하기 전에, 두 부분으로 구성된 기악적 서곡을 연주한다. 첫 부분은 우드나 까눈으로 기악 독주곡을 연주한다. 이렇게 독주곡을 연주하는 동안 청중은 앞으로 들을 음악의 마캄을 예감하고 마음을 정돈한다. 이 독주 부분은 서양음악에 익숙한 사람이 들어도 아주 편안한 음악이다. 다음에는 탁트, 즉 관현악이 이어진다. 이 관현악은 유니즌 또는 옥타브 병행 진행으로 연주한다. 그래서 서양 화성음악에 젖어있는 사람들은 단조로움에 꽤 충격을 받는다. 관현악은 우드·까눈·네이·슈바베(shubbabeh, 피리 종류)·산투르·바이올린으로 편성한다. 최근 어떤 마캄에서는 아코디언·피아노·기타를 함께 편성하기도 한다. 타악기는 다프·두르바케 그리고 나카라도 가끔 등장한다. 사실 피아노는 다시 아랍 음정으로 조율하지 않는다면, 아랍음악 연주에는 적절한 악기가 아니다. 왜냐하면 피아노는 1/4음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레바논 작곡가인 튜휙 수카르(Tewfig Sukkar)는 피아노 곡으로 히자즈-카르 마캄을 이용한 적이 있다. 그는 연주 전에 피아노 조율을 이 선법에 맞도록 1/4음과 3/4음으로 조율하고 연주하였다. 다음에는 가수가 나와 '야 레일'(ya leil)의 주제로 즉흥 연주를 한다. 야 레일은 '오 밤이여'(o!, night)라는 뜻이다. 즉흥 연주의 가사는 오직 '야 레일'만 사용한다. 이것은 '낮 동안의 걱정에서 헤어나 편안히 쉬도록' 기원하는 의미라고 한다. 이 때 가수는 자기의 음악성과 기교를 보인다. 이후 본 곡이 나온다. 본 곡은 카시다(qasidah)·무와샤(muwashah)·둘랍(dullab)·다와르(dawr)로 구성된다.
6. 아랍음악의 형식
아랍음악의 형식을 크게 나누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기악과 관련한 형식이고, 다른 하나는 성악과 관련한 형식이다. 성악 형식은 카시다·다와르·타와쉬(tawasheeh)·마우왈(mawwal)·야 레일·무와샤가 있고 기악 형식에는 바쉬라프(sashraf)·사마이(samai)·타밀라(tahmilah)·둘압·탁심(taqsim)이 있다.
1) 성악 형식 (1) 카시다 카시다는 선율적인 레시타티브이다. 우리 나라 판소리의 아니리와 소리가 합해진 것과 같은 양상이다. 이 음악은 시의 운율과 깊은 관련이 있다. 카시다는 아랍시의 가장 고전적인 것으로, 시형이 매우 형식적이다. 카시다는 적어도 10줄의 시이다. 각 줄은 둘로 나누어지고, 이 반은 다시 3개 또는 4개의 타화일(taf'il, 복수:sptaf'ilah)로 나뉜다. 10줄은 모두 같은 박자로 구성된다. 즉, 매 행은 똑 같은 운으로 되어 있다. 이것은 슈베르트나 브람스의 가곡이 시의 운율을 기본으로 하여 선율을 만든 것과 흡사한 작곡 방법이다. 요즘은 움 쿨쑴과 압둘 와햅(Abdul Wahhab)이 녹음한 1920-30년대의 카시다를 들을 수 있다. 특히 움 쿨쑴은 뛰어난 가창력의 가수로 지금도 아랍 사회에서 사랑을 받고 있다.
(2) 다와르 다와르는 이집트 기원의 노래 형식이다. 아주 가벼운 분위기의 음악으로 대중 음악에 뿌리를 둔 것이다. 이 음악은 지난 50여년 동안 유명한 가수들이 공식 연주회에서 이 음악을 연주하게 되자, 대중적인 음악의 경계를 넘어 이제는 순수 음악으로 대접받게 되었다. 다와르는 마답(madhab)·다우르(dawr)·카플라(qaflah)의 세 부분으로 나뉜다. 마답: 마답은 가수가 처음 노래하는 부분으로 주제 제시부이다. 독창자가 부르고 나면, 합창단이 두 세 번 반복한다. 다음에는 유니즌으로 연주한다. 이때 가수는 조용히 기다린다. 성악과 기악 사이에 간주곡이 있는데, 이것을 라지마(lazima)라고 한다. 다와르: 다와르는 이 곡 전체의 이름이면서 부분 이름이기도 하다. 이 부분은 주제를 다른 마캄(선법)으로 변주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종지 부분을 화려하게 변화하여 끝내는 것이다. 종지에서 독창자가 높은 음역으로 화려하게 노래하면, 합창자는 낮은 음역으로 대응한다. 다와르의 끝 부분은 단순히 '아'로 노래하는데, 꾸밈음·글리산도·절분음 등으로 화려한 변화를 보인다. 카플라: 카플라는 종결 부분이다. 독창자와 연주자가 유니슨으로 첫 부분 마답(madhab)을 반복 요약하고, 점차 하강하여 으뜸음에 이른다.
(3) 타와쉬 아랍시의 하나인 타와쉬는 8세기 경, 안달루시아에서 처음으로 이 이름을 사용하였다. 그래서 줄의 수·줄의 길이·박자·운이 규칙에 잘 부합한다. 이 시는 중국의 시형처럼 운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이름은 음악에도 전용되어 사용되었다. 이 음악은 유절형식이고, 매우 형식적인 시이다. 지금은 타와쉬를 고전적인 성악 작품의 형식으로 전해오고 있다. 이것을 음악에서는 무와샤라고도 한다. 지금은 고전 성악곡 중 대부분이 무와샤 형식을 채용하고 있다. 예로부터 전해오는 곡은 매우 적었지만, 후세에 작곡가들이 이 형식에 많은 작품을 만들었다. 타와쉬 즉, 무와샤는 여섯 가지 형태가 있다. 그 중에서 가장 흔히 사용하는 것으로 타와쉬 말루프(tawasheeh ma'luf)와 타와쉬 다르베인(tawasheeh darbein)이 있다. 타와쉬 말루프는 선율이 단순하고 짧은 장단(darb)으로 연주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선법은 한 가지 마캄(선법)만 사용한다. 중간에 속도를 점점 빨리 하거나 점점 느리게 하여 변화를 주기도 한다. '말루프'라는 용어는 튜니시아에서 스페인과 아랍 기원의 모든 음악을 일컫는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다. 타와쉬 다르베인은 두 가지 다른 장단을 연결하여 긴 장단을 만들어 사용한다. 어떤 때는 앞 뒤 장단이 서로 관계 있는 것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음악의 다양성을 높이기 위하여 전조를 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마우왈과 야 레일이 있다. 마우왈은 '마우왈'이라는 시를 노래하는 음악이다. 이것은 일정한 형식이나 리듬이 없이 자유스럽게 즉흥으로 연주하는 것이다. 원래는 가벼운 성격의 음악이었지만, 지금은 고급 예술음악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레바논 출신의 사바(Sabah)와 와디스 사휘(Wadiees-Safi)는 마우왈 전문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 야 레일은 성악 독주곡으로 'ya leili, ya eimi'(오! 나의 밤이여, 오! 나의 눈이여)하는 말을 되풀이하며 노래하는 것이다. 반복할 때는 선법과 스타일을 바꾼다. 이것은 일종의 가사 없는 카덴짜와 같은 것이다. 독창자는 자신의 기교를 보여주기 위하여 고난도의 트릴·글리산도·장식음 등을 구사하여 노래한다. 처음에 기악합주로 연주를 시작하여 웬만큼 시간이 흐르면 적당한 곳에서, 독창자가 연주자에게 연주를 중단하도록 신호를 보낸다. 그리고 잠시 침묵이 흐른다. 이 시간에 독창자는 전쟁에 나가는 병사처럼 긴장감을 가지고 숨을 고른다. 청중들은 독창자가 들려 줄 기교에 한껏 기대감으로 부풀어오른다. 독창자가 여러 가지 선법 변화를 주고, 여러 가지 기교를 발휘하여 연주한 다음, 끝 부분은 원래의 조로 다시 돌아와 조용히 마친다.
2) 기악곡 형식 (1) 바쉬라프 이 음악은 터키의 페스레프(turkish pesrev)와 관계 있다. 이 곡은 엄격한 형식의 기악 전주곡이다. 비교적 긴 장단을 사용한다. 바쉬라프는 4-5 부분으로 구성된다. 세 부분으로 구성하는 예는 없다. 각 부분을 하낫(hanat)이라 하고 복수형은 하-나-트(xaanaat)라 한다. 첫 부분은 주제를 제시하고 선법을 확립하는 부분이다. 둘째 부분은 관계조로 조바꿈을 한다. 그리고 선법의 낮은 음역으로 주제를 발전시킨다. 셋째 부분은 선법의 높은 음역으로 주제를 발전시킨다. 넷째 부분은 원래의 주제를 되풀이하며 요약한다. 다섯째 부분이 있을 경우에는 앞의 두 번째 부분을 다른 조로 옮겨 변주하는 것을 삽입시키고, 나머지는 같다.
(2) 사마이 이것은 전주곡 성격의 음악인데, 바쉬라프보다 더 가벼운 느낌이다. 점차 화려하게 진행한다. 형식은 4부분 혹은 5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처음 세 부분은 사마이 타킬(samai thqil) 장단의 음악이다. 이 장단은 5/4 혹은 10/8박이다. 나머지 부분은 사마이 다리즈(samai darij) 장단의 음악이다. 이 장단은 3/8 또는 6/8박으로 앞보다 더 활발한 음악이다. '사마이'라는 말은 '듣는다' 라는 동사에서 온 것인데, '청취'라는 의미이다. 데르비쉬(dervish) 춤은 이 형식에 맞춰 춤을 춘다.
(3) 타밀라 타밀라는 2부분 형식의 기악곡이다. 첫 부분은 변화하지 않는 부분으로 오케스트라가 유니슨으로 여러 번 반복한다. 둘째 부분은 독주 악기로 즉흥연주를 하는 부분이다. 흔히 우드나 까눈이 독주악기로 등장한다. 이 부분은 독주자들이 자기 기교를 자랑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4) 둘압 둘압이라는 말은 바퀴를 나타내는 페르시아 말에서 온 것이다. 둘압은 여러 곡이 이어질 때 연결 역할을 하는 짧은 기악 간주곡이다. 이것은 기악으로 빨리 연주된다. 선율은 짧은 선율이다. 이 선율은 두 번 연주되고 나면, 다른 성격의 구절이 뒤따라온다. 마지막에는 으뜸음으로 하강 종지한다.
(5) 탁심 탁심의 복수형은 타카심(taqasim)이다. 이것은 일정한 장단과 형식 안에서 즉흥으로 연주하는 독주곡이다. 그러나 유럽의 소나타 형식과 같은 일정한 형식이 없는 자유로운 형식의 음악이다. 곡은 진행 중에 관계조로 전조 한다. 그리고 우드나 까눈 연주자는 자신의 기교를 청중에게 보이는 부분이 나온다. 종지는 원래의 선법으로 돌아와 끝난다. 탁심은 보통 조곡 형식의 성악곡 전주곡 역할을 한다.
7. 아랍음악의 역사적 변천
아랍음악의 초기 역사는 잘 알 수 없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회교에서 유래한 것이 아니고, 이보다 몇 세기 앞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남부 아라비아에는 기원 1000년 전에 이미 화려한 문명이 꽃피워 있었다. 음악 또한 사회생활에 중요한 부분이었다. 기원 전후까지도 남부 아라비아에는 음악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 더구나 가산 기독교 왕조(Christian Kingdom of Ghassan, 현재의 시리아와 레바논)와 알 리라(Christian Kingdom of Al-lira, 현재의 이락) 왕조는 3-7세기의 중요한 문화적 중심지였다. 알 히라(Al-hira)는 음악적 중심지였다. 이것은 '젊은 페르시아왕 바람 슈르(Bahram Shur)를 음악 공부를 하도록 알 히라에 보냈다.'라는 기록만 보아도 알 수 있다. 히자즈(Hijaz)·메카(Mecca)·우카즈(Ukaz)는 당시 예술가들이 모여 활동하는 중심지였다. 우카즈에는 아라비아에서 온 시인과 음유시인들이 경연을 벌였다. 이곳에서 우승한 사람은 기량을 인정받아 높은 위치를 보장받았다. 당시 사용하던 악기는 몸통을 가죽으로 씌운 루트와 살터리·관악기·탬버린 등이었다. 당시 사회 형편 중, 재미있는 것은 세도가들이 각 가정마다 몇 사람의 소녀 가수를 두고 있었다. 또한 주막에는 손님의 여흥을 돋우기 위하여 여성 성악가를 고용하고 있었다. 이들은 우드와 타악기를 반주 악기 삼아 아랍노래를 불렀다. 여성들도 악기를 가지고 노래 부르면서 축제에 참가하였다. 이와 같이 여성들이 축제에 참여하는 것은 오늘날에도 지방에서 그 전통이 전해오고 있다. 이슬람이 아랍세계에 전해오면서, 음악은 뒷걸음질을 하였다. 사실 코란에는 음악을 금기시하는 구절이 없는데도 이와 같이 음악이 위축한 것이다. 마호메트는 하디자(Khadija)와 결혼식을 하면서, 축하하기 위하여 음악을 연주하였고 또한 딸, 파티마(Fatima)의 결혼식에도 음악을 사용하였다. 마호메트의 친구 중에는 음악인도 많았다. 그러나 주막의 노래하는 소녀들이 풍기가 문란해지고 인식이 나빠지면서, 후에 '노래하는 소녀'(mughanniyya)는 창녀와 같은 Emtdm로 사용하게 되었다(이 말은 지금도 같은 뜻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것은 소녀 가수들이 노래만 하는 것이 아니라 투숙객의 요구에 따라 몸을 팔았기 때문이다. 이슬람 이후, 이러한 사회적인 평판이 나빠지고 비난이 높아지자 이를 모면하기 위하여 주막에서는 남성 가수를 고용하였다. 남성 노래꾼은 이들이 남자임에도 손톱에 물을 들이고 여자 복장을 하고 노래를 하였다. 이렇게 되자 음악은 나쁜 것, 음주나 방탕과 관련 있는 것으로 연상하게 되었다. 엄격한 이슬람 지도자들이 음악을 배격하게 된 배경에는 이와 같은 사연이 있었다. 그러나 이스람은 유목민 사회를 개화시키고, 상호간에 밀접한 관계를 맺도록 유도하는 작용을 하였다. 그래서 이슬람은 아랍세계를 문명화시키고, 무엇보다도 히자즈를 정치적 중심도시로 발전시켰다. 메디나로 칼리프의 자리가 옮겨지면서, 이 도시는 아랍 사람뿐만 아니라 외국인에게도 중요한 도시가 되었다. 그러자 이곳으로 아프리카·그리스·페르시아 음악가들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자연스레 자기 출신지의 음악과 악기를 이곳에 소개하였고, 이 음악은 현지 음악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비아랍적 요소는 매우 드물었다. 7세기 무렵 유명한 음악가로는 여성 가수였던 시리아의 아자 알 마일라(Azaa-al-Makla)가 있다. 그는 아랍음악을 배운 뒤에 페르시아 노래를 배워 페르시아 노래도 자신의 연주 곡목에 넣었다. 그녀는 다마스카스에서 매주 음악회를 열었는데, 이 자리에는 당시 지식인과 작가들 그리고 유명인사들이 모여들었다. 이 음악회는 매우 인기가 있어서, 멀리 메카까지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관습은 현대 이집트 출신의 가수 움 쿨쑴과 그 제자들도 이어가고 있다. 그녀 역시 장안의 재력가와 저명인사를 모아 놓고 독창회를 열곤 하였다. 이 시기의 유명한 가수로는 투웨이스(Tuweis, 632-710)가 있다. 이 사람은 최초의 이슬람 직업 음악가였다. 투웨이스는 당시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던 여장 남자가수가 아니었다. 그는 남자 복장을 하고 노래하였고, 가창력이 뛰어났을 뿐 아니라, 예술가곡이나 기나 알 무트칸(ghina-al-mutqan) 발전에 큰 공헌을 하였다. 다음에는 음악이론에 관하여 살펴보자. 파머의 연구에 의하면, 아랍은 8세기 말 그리스 문헌을 번역하기 훨씬 전에 이미 독자적인 음악이론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이 아랍 이론의 바탕은 고대의 셈족이론이었다. 사실 그리스 이론의 확립에 공헌한 것은 바로 셈족의 음악이론이었다. 아랍음악 이론에 관한 것으로는 7세기에 처음으로 보인다. 이것은 대개 이븐 미스자(Ibn Misjah, ?-715)의 노력에 의한 것이었다. 이븐 미스자는 페르시아 음악을 배우고 그리고 비잔틴 음악이론가에게도 배웠다. 그가 확립한 이론은 아라비아 반도에 확산되었다. 당시 어떤 학자들은 페르시아와 그리스 이론에 매달려 있었다. 이븐 미스자는 페르시아와 그리스 이론은 오직 페르시아와 그리스 음악을 설명하는 데만 사용하여야 하고, 아랍음악은 따로 다른 이론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9세기 중엽, 고대 그리스 음악이론서가 아랍어로 번역되자, 그리스 음악이론이 영향을 더 강하게 나타내기 시작하였다. 음악은 알 무지키(al-musiqi)라고 하다가 후에 알 무지카(al-musiqa)라고 하였는데, 이로서 음악학이 학문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아랍 사람은 페르시아의 이론과 그리스 이론 중, 자신이 필요한 이론을 받아들여 독자적인 이론을 전개해 나갔다. 이렇게 정립한 이론은 마침내 유럽으로 들어갔다. 아랍음악 이론이 유럽으로 들어간 통로는 스페인과 시실리의 대학들, 특히 코르도바·그라나다·세빌리야·시실리의 대학이 중심적인 역할을 하였다. 9세기의 지도적 이론가는 알 킨디였다. 알 킨디는 9세기 중엽의 학자로, 바그다드에서 활약한 사람이다. 알 킨디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을 섭렵하고, 특히 수학과 연계시킨 연구를 한 사람이다. 그가 아랍어로 남긴 이론서는 지금까지 남아있는 아랍어 문헌 중, 가장 오랜 문헌으로 남아있다. 알 킨디가 남긴 저서 중, {선율작곡론}(Risala fi Khabar Talif al-Alhan)에는 처음으로 리듬(iqa)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와 같이 알 킨디가 리듬을 언급한 것은 아랍음악의 이론이 유럽에 들어간 것에 대한 움직일 수 없는 증거이다. 또한 이 책에는 음성학적인 기보법이 나와 더욱 중요한 문헌이 되고 있다. 이 책은 지금 영국의 대영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10세기의 이론가로는 알 파라비(Al-Farabi;Alpharabius, 897-959)가 있다. 알 파라비는 훌륭한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였고, 또한 우드를 능숙하게 연주하는 실제적인 음악가였다. 그는 음악을 예술로서 감상할 뿐 아니라 과학 연구의 소재로도 삼았던 사람이다. 그는 터키 출신인데, 그리스 음악 이론을 공부한 뒤, 바그다드로 건너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배웠다. 그리고 현재의 시리아 알렙포(Aleppo)로 옮겨 사이푸드 다울라(Sayfud-dawla) 궁정에서 살았다. 알 파라비는 {키탑 알 무지키 알 카비르}(Kitab-al-Musiqi-al-Kabir (the great book of music))를 썼다. 이 책은 아랍음악에 관한 최초의 정교한 아랍음악 이론서로서, 선법론·장단론·악기론을 다루고 있으며, 생리학적 음향학도 다루고 있다. 알 파라비와 같은 시대의 음악학자로는 아부 파라즈(Al-Faraj-al- Isphahani)가 있다. 그는 {키탑 알 아가니 알-카비르}(Kitab al Aghani al-Kabir (the great book of songs))를 남겼다. 이것은 음악가들에 관한 일화와 생애를 간단히 적고, 당시 전해오던 노래를 모은 것이다. 이 문헌은 음악뿐만 아니라 아랍시 연구에도 중요한 문헌이 되고 있다. 이븐 시나는 악기는 연주하지 못하였지만, 음악을 과학적 철학적 측면으로 고찰한 문헌을 남겼다. 사피 우두 딘(Safiy-ud-Din)은 바그다드의 마지막 칼리프 궁에서 활동한 사람인데, 아랍음악의 이론을 다룬 {키탑 알 아드와르}(Kitab-al-Adwar (book of verse))를 썼다. 그는 선법 개혁에 공헌한 사람이다. 이 책은 지금 영국의 대영박물관에 전해온다.
8. 서양음악 이론에 미친 아랍의 영향
11세기 경, 아랍은 유럽 어느 나라보다도 학문이 발달하였다. 아랍어는 학문언어로 자리잡았고, 아랍의 수학·기하학·음악학·천문학이 유럽으로 전파되었다. 스페인의 대학에는 스페인 학생뿐만 아니라, 영국·프랑스·독일 학생들이 들끓었다. 그들은 그리스 음악이론뿐 아니라 아랍 문헌의 아랍 이론에도 관심을 보였다. 이와 같은 접촉은 유럽에 아랍음악 이론이 소개되는 계기가 되었다. 파머와 리베라(Ribera)는 유럽음악에 미친 아랍음악의 영향에 관한 연구로 정평이 난 사람이다. 이들은 12세기 전반 유럽의 정량음악이 아랍에서 기원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와 같은 정량음악은 알킨디·알 파라비·이크완 알 사파(Ikwan-al-Safa;10세기 Basra의 이론가)·이븐 시나로 이어져 온 것이다. 이것은 12세기 전반 코르도바의 음악학교(Music School of Cordowa)에서 교습되었다고 한다. 당시 코르도바 음악학교는 음악학의 고장이었고, 많은 유럽 학생들이 음악을 공부한 곳이었다. 아랍음악은 서양음악사에서 음높이에 관한 중요한 공헌을 하였다. 당시까지 유럽에서 명확한 음높이를 표시하지 못하는 네우마를 사용하고 있었다. 9세기에 이르러 아랍에서 현악기의 운지 위치와 운지법을 표시하는 기보법을 창안하였다. 이 악보는 음의 길이를 나타내는 특별한 표를 운지법 아래 적도록 한 것이다. 9세기 전까지 유럽에서는 오직 두 가지 음길이 밖에 알지 못하였다. 두 가지란 롱가와 브레비스였다. 그러나 아랍음악에는 이미 수학적으로 계산한 6가지 싯가가 있었다. 또한 아랍 스페인의 음유시인들이 유럽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이들이 유럽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연주한 음악은 기악반주 성악으로 유럽 사람들에겐 이전에 듣지 못하던 것으로 새로운 음악이었다. 이 과정에서 아랍의 우드가 루트로 개량되었다. 우드의 구조는 당시의 유럽 어떤 현악기보다 음계를 정확하게 낼 수 있는 구조였다. 그래서 유럽의 초기 노래와 춤곡의 뿌리는 아랍에서 기원한 것이 많다.
9. 현대 아랍음악
20세기에 들어서자, 아랍세계는 정치적·경제적·문화적인 쇠퇴의 길로 들어섰다. 그리고 미국·영국·프랑스 문화와 새롭게 접촉하면서, 아랍 문화를 비판적으로 보는 안목을 길렀다. 그러자 아랍 문헌을 다시 평가하게 되었고, 아랍 문화 부흥운동의 힘쓰는 계기가 되었다. 세계 제1차대전 후, 오토만 제국이 붕괴하자, 유럽과의 접촉이 더 활발해졌다. 이러한 아랍 문화 부흥운동은 먼저 레바논이 주도했고, 후에 카이로까지 확대되고, 이후 전 아랍세계로 퍼졌다. 아랍 문화 부흥운동이 시작되자 자연스레 음악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집트의 작곡가이자 가수인 사이드 다르뷔시(Sayyid Darwish)는 고문헌을 연구하여, 무와샤형식을 성공적으로 재현하였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움 쿨쑴은 카시다 형식의 노래를 불러서 아랍 노래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데 성공하였다. 그래서 '아랍음악을 지킨 목동'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1930년 대에 압둘 와합(Abdul-Wahhab)은 이 카시다 형식의 형성에 도움을 많이 준 사람이다. 압둘 와합은 이 외에도 서양음악의 형식을 빌어 많은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 냈다. 1930년대 후반과 1940년대 전반에 새로운 아스마한(asmahan)이라는 훌륭한 가수가 나타났다. 그녀는 서양의 콜로라투라에 영향을 받은 것같은 가볍고 색채적인 노래를 불렀다. 아스마한의 남자 형제인 파리드 엘 아트라쉬(Farid-el- Atrash)는 유럽의 탱고나 룸바 같은 춤곡에서 영향을 받은 대중적인 노래를 불렀다. 그의 음악은 아주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다. 1950년대에 이르러 무대는 이집트에서 레바논으로 바뀌었다. 이곳에서 새롭게 민요와 민속 춤곡 음악의 바람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1956년 레바논의 발벡(Baalbek)에서 국제 민속 축제가 열리고, 페이로우즈(Feyrouz)·사바(sabah)·와디 엘 사피(Wadi-el-Safi) 같은 가수의 음악이 녹음되어 발매되었다. 이 축제는 젊은이들에게 민속음악에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전에는 젊은이들이 오직 헐리우드의 영화 음악에 빠져, 아랍 민속음악은 관심도 없고, 민요는 한 곡도 부르지 못하는 형편이었다. 이후부터 데브케(dehkeh) 춤이 유행하게 되어, 이제는 모두들 이 춤을 추고, 이 춤을 추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이 축제는 카밀레 차모운(Camille Chamoun) 부인이 시작한 것이다. 이 부인의 뒤에는 1956년 5월 데브케를 연구하여 보존사업을 벌이려고 레바논에 온 러시아 안무가 모이세이프(Moisseif)가 있었다. 모이세이프는 시간이 나는대로 시골 마을을 돌아다니며 데브케 음악을 연구하였다. 이렇게 하여 데브케 음악이 살아남았다. 지금은 레바논뿐 아니라 시리아·욜단까지 데브케 춤을 가르치지 않는 학교가 없을 만큼 널리 보편화되었다. 한편 페이로우즈(Feyrouz)는 민요 교육에 선도적 역할을 한 사람이다. 페이로우즈는 레바논뿐 아니라 아랍어권에는 아주 유명한 사람이다. 그녀는 노래를 잘 부르고 매력적인 성대의 소유자였다. 이런 성공의 뒤에는 민요를 새롭게 편곡한 남편과 남자 형제들의 공헌이 크다. 그녀는 미국의 카네기 홀에서도 공연을 하여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 새로운 편곡이라는 것은 아랍 취향을 잃지 않는 범위에서 피아노나 아코디언을 사용하여 간단한 화성을 넣어 편곡한 것이다. 페이로우즈가 출연한 영화로 <반지 파는 사람>(The Seller of Rings)이 있다. 이것은 아주 새롭게 서양식으로 음악을 처리하였는데, 일주일만에 상연을 끝낼 정도로 대실패였다. 이것은 서양음악이 아랍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가를 알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현재도 아랍의 대중 음악은 아랍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음악이 유행하고 있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학문적인 발전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이다. 1931년 이집트의 왕 파우드 1세는 카이로에 음악학교를 세웠다. 1953년에는 베이루트에 국립음악학교를 설립하였다. 이 두 학교의 학생들은 서양음악과 아랍음악을 함께 배우면서 실기와 이론을 배운다. 이곳에서는 과거의 도제식 교육과 달리 현대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가르치고 있다. 이제는 우드와 까눈을 배우는 학생들도 새로운 악보와 방법으로 배운다. 카이로 음악학교에서는 특히 1/4음을 잘 익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 학교에는 아랍 지방의 악기도 수집て전시하고 있다. 물론 피아노·바이얼린을 비롯한 서양악기도 가르치고 있다. 튜니시아에는 특별히 고대의 무화샤핫(muwashahat;ma'luf)을 가르치는 학교가 있다. 이것은 특히 스페인의 옛 안다루시아 지방 음악을 잘 보존한 정통적인 음악이다. 시리아에는 다마스카스와 알렙포에 음악학교가 있다. 아랍음악의 미래에 대하여 여러 가지 생각이 있다. 과연 아랍음악이 유럽음악의 홍수 속에서 '국민음악'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인가? 또한 러시아의 글링카를 중심으로 일어났던 국민주의운동과 같은 운동이 성공할 수 있는 것인가? 아랍음악으로 유럽음악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야 하나? 과연 작곡가가 유럽의 교향곡·협주곡·오페라 등의 양식으로 작곡하였을 때, 이것을 아랍음악으로 성격지울 수 있는 것인가? 사실 유럽음악의 화성학과 관현악법은 온음계적 음악에 기초한 것이다. 유럽음악은 1/4음정을 용인할 수 없다. 이 음을 쓰면, 화음이 깨지고 만다. 아랍음악 선법 중에는 모두 1/4음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것을 피해 유럽식으로 작곡할 수도 있지만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실험을 조심스레 실현한 작곡가가 있다. 레바논 출신 미국 작곡가 아니스 훌라이한(Anis Fuleihan)은 아랍 민요를 주제로 하여 피아노 조곡을 작곡하기도 하였다. 튜휙 수카르(Tewfic Succar)는 아랍 선법을 이용하여 현악4중주를 작곡하기도 하였다. 베이루트의 아메리칸 유니버시티(American University of Beirut)의 살바도르 아르니타(Salvador Arnitar)교수는 아랍 악기의 음색을 교묘히 이용하여 오리엔탈 조곡을 썼다. 보고스 젤라리안(Blghos Gelalian)도 레바논 민요 선율을 이용한 작품을 썼다. 로버트 라흐만(Robert Rachmann)은 아랍음악을 잘 보존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그는 1932년 카이로 아랍음악 세미나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아랍 전통음악에 정통한 사람이 서양음악을 배워 교향곡 같은 서양음악을 작곡해 보라고 권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이 두 가지 면에 정통한 천재가 나올 수 있을까 궁금하다. 그리고 나온다면 언제가 가능한 것인가? 피아노 제작자인 호프만(Hoffman)은 베이루트의 조셉 샤히네(Joshep Chahine)를 위하여 특별한 피아노를 만들었다. 일반적인 유럽의 피아노에 페달을 달고, 페달을 누르면 1/4음을 연주할 수 있도록 고안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 이 피아노는 보편화하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럴까? 화음을 많이 사용하는 피아노에서 1/4음은 무척 곤란한 음이다. 함께 울리면, 영락없는 불협화음이 되기 때문이다. 이제 아랍세계는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차드르 속에서 빠끔히 세상을 내다보는 여인의 눈길에 호기심이 넘친다. 물밀듯이 몰려오는 서구 사상은 언제까지나 이 여인들을 차드르 속에 가두어 둘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1/4음·3/4음으로 무장한 아랍음악도 유럽의 웅장한 교향악과 마이클 잭슨의 음악 앞에서는 도리 없이 빗장을 풀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 되었다. 아랍음악가들은 '아랍음악이 유럽음악의 뿌리 역할을 하였노라' 는 자부심으로 살아왔다. 아랍음악은 '지금 앞으로 다가올 21세기의 변화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 하는 고민에 빠져있다. 이 고민은 아랍과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곧 우리 나라 국악계의 고민이기도 하다. 그리고 세계 음악 발전을 위하여 어떻게 공헌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두 지역의 공통적인 과제이기도 하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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