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만족이 아니라 그들의 필요를 계산하라
가난한 사람에 대한 관심은 그리스도인의 정체성과 소명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로, 신구약 전체를 관통하며 성경에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주제다(신 15:4, 잠 14:31, 갈 2:10, 약 2:2-6). 시대와 상관없이 교회를 교회답게 하는 결정적 표지는 주변의 가난한 사람들을 보살피는 교인들의 모습이다.
요즘은 세계화된 경제와 인터넷 덕분에, 해외의 가난한 사람들을 도우려는 마음이 있다면 여러 가지 매력적인 대안 가운데 적합한 것을 선택할 수 있다. 일대일로 어린이를 후원할 수도 있고, 가축을 기부할 수도 있으며, 사업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 소액대출을 해줄 수도 있고, 마을에 우물을 파줄 수도 있으며, 아침마다 (자유무역 커피 대신) 공정무역 커피로 카페인을 보충할 수도 있다. 물론 그 외에도 많다.
그렇다면 개발도상국의 빈민들을 도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 여기서 ‘최선’이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의미한다. 빈민들이 가난을 벗어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적은 비용으로 큰 만족’을 거두는 방법들 말이다. 즉 같은 금액으로 가난한 사람에게 가장 큰 효과를 미치는 프로그램을 뜻한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경제학자의 도전
영리단체의 실적 평가는 간단하다. 이익을 보면 된다. 그러나 비영리 프로그램의 실적 평가는 훨씬 더 어렵다. 대다수 구호 및 개발 단체들은 자체적으로 평가를 실시하고, 내부 연구를 바탕으로 사업 효과를 판단한다. 하지만 기부자들(그리고 그리스도인들)은 그런 내부 연구의 결함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많은 구호 및 개발 기구들이 프로그램의 효과를 평가하기 위해 프로그램 참여자와 비참여자가 거둔 성과를 서로 비교한다. 그런 연구는 대부분 편향된 결과로 이어진다. 프로그램 참여자들은 대개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어 자발적으로 참여한 사람들로서, 프로그램이 없었다 해도 나름대로 발전을 이룰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이다. 즉, 이런 사람들의 성공은 꼭 프로그램 덕분이 아닐 수도 있다.
어떤 기구들은 프로그램 실시 ‘이전과 이후’를 비교 연구하여 전후의 차이를 ‘효과’로 해석한다. 하지만 이 또한 편향된 결과로 이어진다. 개발 프로그램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대개 삶을 개선하려는 욕구가 있는 사람들이다. 약물 남용 프로그램의 효과를 프로그램 실시 이전과 이후의 결과로만 판단할 수 없듯이(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중독자 본인이 가장 중요한 인과효과(causal effect)이기 때문이다), 빈곤 완화 프로그램도 이런 식으로 평가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소액금융 대출을 받는 사람들은 이미 삶을 개선하려는 욕구가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최근의 한 연구를 통해, 프로그램 실시 ‘이전과 이후’를 관찰했을 때는 소액금융의 효과인 듯 보였던 것의 75%가 착각이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물론 나머지 25%는 의미 있는 수치다).
어떤 개발 프로그램은 효과에 대한 ‘자각’을 중시한다. 하지만 아무리 정직한 자기평가를 시도하는 사람도 소위 ‘확신 편향’(confirmation bias)의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사람은 선천적으로 기존의 신념, 특히 자신의 행동이 효과적이었다는 신념을 뒷받침하는 증거에 끌리게 되어있다. 또 사람이든 조직이든 ‘우월 착각’(illusory superiority)에 빠져 자신의 성과를 체계적으로 과대평가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우리 중 90% 이상이 자신의 운전 실력이 평균 이상이라고 믿는다. (이런 연구를 늘 접하는 우리 같은 학자 부류도 이런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양이다. 또 다른 연구에 의하면, 학부 교수의 68%가 자신의 강의 능력이 상위 25% 안에 든다고 평가했다니 말이다.) 개발 기구도 사람이 운영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보통 사람과 마찬가지로 개발 기구들도 성공은 프로그램의 효과로, 실패는 통제 불가능한 외부 요인의 영향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프로그램의 효과에 대한 기부자들의 주관적 인상은 더 부정확하다. 예수님은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행 20:35)고 말씀하신다. 그래서인지 그리스도인들이 운영하는 빈곤 퇴치 단체들은 종종 ‘주는 것으로 복을 받는’ 확실한 느낌을 주기 위해 지나치게 노력하는 경우가 있다. 비영리단체들은 보통 잠재 후원자들에게 광고를 할 때 각종 성공 사례와 일화, 감동적인 이야기 등을 제시한다. 그런 방법을 통해 후원자들의 ‘기분’을 좋게 만들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목적을 위해 주의 깊게 선택된 일화들은 대개 평균적인 프로그램 참가자들보다 훨씬 큰 효과를 본 예외적인 사례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런 일화들만 보는 후원자들은 자신의 기부가 발휘하는 효과에 대해 편견을 갖게 된다.
빈곤 퇴치 활동의 효과를 평가하는 일이 이렇게 어렵기 때문에, 더더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어떤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 이해해야 한다. 사랑과 이해, 기부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진짜 사랑이 동기가 되어 어떤 행동을 했다면, 그 행동 결과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내가 아내를 정말로 사랑한다면, 나는 아내의 필요와 갈망을 주의 깊게 살펴 내 행동들이 아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려 할 것이다.
감정이 움직여 기부를 했지만 기부 결과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면, 기부 동기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자기도취가 될 수 있다. 진정한 사랑은 어떤 행동이 수혜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진지하게 고려한다. 사람들은 종종 삶을 변화시킬 희망이 전혀 없는 순간에도 사랑 때문에 연민의 행동을 하곤 한다. 죽어가는 사람의 곁을 지키는 경우 등이 그렇다. 하지만 많은 경우, 특히 가난한 사람을 돕는 경우에는 자신의 기부가 가져오는 실제 효과를 측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런 경우에도 기부의 효과를 알아보지 않고 맹목적으로 기부한다면, 그런 사람을 훌륭한 청지기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주는 자의 복은 받는 자의 복에 뿌리를 두어야 한다.
복의 평가
최근 몇 년 동안 발전경제학자들은 ‘받는 자의 복’을 평가하는 훌륭한 방법들을 많이 개발했다. 다행히도 우리 세대의 발전경제학자들은 의료 분야에서 여러 가지 유용한 분석 도구들을 빌려왔다. 예를 들어 무작위대조연구(randomized controlled trials, 신약의 효과를 알기 위해 실험군과 대조군을 비교하듯이, 특정한 개발 프로그램의 효과를 알기 위해 무작위로 수혜자와 비수혜자 그룹을 나누어 결과를 비교하는 방법/역주) 방법을 사용해 개발 프로그램들의 성과를 평가하면, 서로 다른 빈곤 완화 프로그램들의 상대적 장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무작위대조연구의 성과 확인 능력을 차용한 다른 새로운 평가 방법들도 상당히 효과적인 것으로 입증되었다.
그렇다면 개발도상국의 빈곤층을 돕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나는 개발 프로그램 분석을 전공한 최고의 발전경제학자들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요즘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원조 프로그램 중 몇 가지를 선택한 후, 기부금액당 비용효과와 성과의 측면에서 0점부터 10점까지 평가를 부탁했다.
코넬대학교, 듀크대학교, 예일대학교, 메릴랜드대학교,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UC버클리), 스탠포드대학교, 조지워싱턴대학교, 캘리포니아대학교 산타크루즈캠퍼스(UC산타크루즈), 미네소타대학교, 브랜다이스대학교, 미시간주립대학교, 터프츠대학교 그리고 세계은행에서 총 16명의 연구자들이 설문에 응답해주었다. 응답자들 중 다섯 명은 그리스도인경제학자협회(Association of Christian Economists) 회원들이다. 응답자들의 평가는 놀라운 일치를 보였다. 높은 점수를 받은 빈곤 퇴치 프로그램 중에 다른 응답자로부터 낮은 점수를 받는 경우는 전혀 없었다. 마찬가지로 낮은 점수를 받은 빈곤 퇴치 프로그램 중 다른 응답자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은 경우도 없었다. 내 점수는 조사 결과에 포함시키지 않았지만, 항목마다 내 의견을 덧붙여놓았다.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프로그램부터 순서대로 실었고, 각 프로그램 밑에는 해당 전략을 채택하여 활동 중인 기관들을 소개했다. (+는 기독교 관련 단체)
10가지 구호 전략의 평가 순위
1. 농촌지역에 깨끗한 물 공급(평점: 8.3)
오염된 물을 마시고 사망하는 어린이가 매년 100만 명에 달한다. 깨끗한 물을 공급할 수 있다면 어린이의 건강을 위협하는 수많은 문제를 예방하고, 유아 사망률도 극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의 효과를 뒷받침하는 과학적 증거도 많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연구에 의하면 농촌지역에 깨끗한 물을 공급하면 1년에 1인당 10달러 정도의 비용으로 유아 사망률을 35-50% 정도 낮출 수 있다. 최빈국의 유아 사망률은 종종 정상 출산아 1000명당 60-110명에 이르는데, 180-400달러 정도의 비용이면 깨끗한 물을 공급해서 한 아이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 발전경제학자들에게는 저렴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야말로 최상의 조합이다.
농촌지역에 깨끗한 물을 공급하기 위해 활동하는 개발 기구들 중 온라인 기부를 받는 기구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기금은 우물을 파고, 플라스틱 파이프를 놓고, 펌프를 설치하는 데 사용된다.
Living Water International+
LifeWater.org+
GlobalWater.org
WaterAid.org
TheWaterProject.org+
Flowing Stream Ministries+
2. 구충제 보급(평점: 7.8)
현재 세계 인구 네 명 중 한 명이 장내 기생충에 감염되어있으며, 이는 특히 개발도상국 어린이들의 만성적 허약, 무기력, 학습장애 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저렴한 가격에 놀라운 효과를 발휘하는 알벤다졸을 비롯한 여러 약품 덕분에 구충 사업은 ‘적은 비용으로 큰 만족’을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분야가 되고 있다.
UC버클리와 하버드대학교 연구진의 공동연구에 의하면, 개발도상국의 기생충 감염 지역에서 정기적인 구충 사업을 통해 어린이 한 명당 하루 50센트의 비용으로 학교 결석률을 25%나 감소시킬 수 있다. 주의사항이 하나 있다면, 대부분의 경우 구충제를 반복 투약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생충은 대개 발바닥으로 침투하기 때문에 특히 맨발로 다니는 아이들의 경우 반드시 반복 투약이 필요하다.
DeWormTheWorld.org
ChildrenWithoutWorms.org
3. 모기장 보급(평점: 7.3)
말라리아는 개발도상국 어린이들의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5세 미만 어린이 다섯 명 중 한 명이 말라리아로 사망한다. 45초마다 어린이 한 명이 말라리아로 죽어간다는 뜻이다. 다행히 오염된 식수나 기생충 감염으로 인한 건강 문제처럼 말라리아도 저렴한 비용으로 효과적인 퇴치가 가능하다.
모기장은 개당 가격이 5-10달러에 불과하다. 모기장은 비용 대비 효과가 뛰어난 덕분에 최근 비영리 기구들 사이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과학계도 모기장 보급 프로그램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다. 살충 성분을 첨가한 모기장은 말라리아 예방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되었다. 현대식 모기장은 내구성이 좋아 여러 해 동안 사용이 가능할뿐더러, 말라리아 감염을 50%, 말라리아로 인한 사망률을 20%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HisNets.org+
NetsForLifeAfrica.org+
NothingButNets.Net
4. 일대일 아동 결연 후원(평점: 6.9)
장기적인 개발 프로그램 중에서는 일대일 아동 후원이 최고점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후원자가 매달 25-40달러를 기부하면 한 어린이의 교육비와 교복비, 개인 교습비, 건강관리비가 해결되고, 후원기관이 종교단체일 경우 영적 돌봄까지 제공된다. 요즘은 많은 발전경제학자들이 아이에게 필요한 실질적인 교육비용을 제공할 뿐 아니라, 아이의 자존감과 장래 희망, 목적의식 등도 키워주는 아동 후원 활동에 호의를 보이고 있다. 그런 식으로 빈곤으로 인한 외적 장애뿐 아니라 내적 장애까지 완화시켜주기 때문이다.
나는 최근 미국국제개발처(U.S. Agency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의 지원을 받아 두 명의 연구자와 함께 ‘컴패션’이 실시 중인 아동 후원 프로그램의 장기적 성과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다. 총 6개국 1만 명 이상의 자료를 수집한 결과 1980-90년대에 걸쳐 컴패션 프로그램을 통해 후원을 받은 어린이들은 성장 후 삶에 상당한 변화가 생긴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는 이전에 후원을 받았던 아이와, 프로그램 도입 당시 나이가 너무 많아 후원대상이 되지 못했던 형제자매들의 삶을 통계적으로 비교해보았다. 후원을 받으며 성장한 아이들은 중등 교육을 마쳤을 확률과 사무직에 종사하고 있을 확률이 훨씬 높았다. 이들은 결혼도 하고 자녀도 낳았으며, 교회와 공동체의 지도자 역할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흙바닥이 깔린 전통 가옥보다는 전기가 들어오는 현대식 가옥에서 사는 확률도 높았다(연구 보고서는 연구자 집단의 평가를 거쳐 앞으로 <크리스채너티 투데이>에 게재할 예정이다/편주).
하지만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아동 후원은 다른 형태의 개입에 비해 어린이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크지만 상대적으로 비용이 많이 든다. 더욱이 일부 경제학자들은 ‘월드비전’이나 ‘세이브더 칠드런’, ‘플랜’ 같은 일부 단체들이 후원기금을 후원아동에게 직접 투자하는 대신 후원아동이 살고 있는 마을의 개발 계획에 사용함으로써 후원의 성과를 분산시켜 엄밀한 평가를 곤란하게 한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Compassion.com+
Children International
ChildFund.org
PlanUSA.org
WorldVision.org+
5. 화목난로(wood-burning stove) 보급(평점: 6.0)
세계보건기구의 추정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50%가 난방과 취사를 위해 (나무나 동물의 똥과 같은) 생물 연료를 사용하고 있다. 생물 연료는 두 가지 중요한 문제를 유발한다. 첫째는 삼림 파괴로, 매년 580만 헥타르의 열대우림이 사라지고 있다. 둘째는 실내 공기오염으로, 매년 160만 명 정도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목재 연료의 효율성을 높이고 굴뚝을 통해 유해 연기를 방출하는 난로만 있으면 두 가지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150달러면 다른 난로보다 목재 연료를 65% 덜 사용하고 유독 가스도 옥외로 방출해주는 새 오닐(Onil) 화목 난로를 구입할 수 있다. 무작위대조연구 방법을 사용한 최근의 한 연구에서 나와 동료 연구진은 오닐 난로가 연료 절감과 기침 감소에 상당한 효과가 있음을 발견했다. 15달러면 오닐 난로보다 연료 효율이 더 높은 최신식 ‘로켓 난로’를 한 대 공급할 수 있다. 하지만 로켓 난로는 (굴뚝에 연결할 수가 없기 때문에) 발열 능력과 실내 공기 오염 감소 효과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HlpsIntl.org
StoveTec.net
WorldStove.com
6. 소액금융 융자(평점: 4.2)
소액금융은 개발도상국에서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1억 9000만 명의 빈곤 인구가 소액금융을 이용하고 있다. 15년 전의 1350만 명에 비하면 상당히 증가한 숫자다. 정치적 성향과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소액금융을 지지한다. 진보주의자들은 소액금융이 민중의 발전을 상징하고 여성의 권리를 강화한다고 보고 있으며, 보수주의자들은 소액금융이 자본주의를 촉진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소액금융을 좋아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대출자들의 과도한 채무로 인해 긍정적인 효과가 상쇄되고 있다.
각종 연구 결과 소액금융은 기업가 정신의 제고와 사업 투자 확대, 수입 안정화 등에 어느 정도 기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한때 많은 사람들이 믿었던 것처럼 빈곤 퇴치의 만병통치약은 아니었다. 요즘은 개인도 키바(Kiva.org) 같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사업 자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직접 대출을 해줄 수 있다. 기존 대출이 상환되어야 신규 대출이 승인된다. 대출 금액은 대부분 25달러부터 시작된다.
Kiva. org
Opportunity International+
VisionFund+ (World Vision)
7. 교정수술 자금 지원(평점: 3.9)
개발도상국에는 구순구개열(일명 언청이)로 인해 정상적인 생활이 곤란한 어린이가 17만 명에 달한다. 구순구개열 어린이는 정상적으로 먹고 말하는 것이 어렵고 사회적 소외로 고통을 겪는다. 그러나 개발도상국에는 자녀의 구순구개열이나 백내장, 사시, 팔다리 기형 같은 외형적 질환을 수술해줄 형편이 되는 가정이 많지 않다. 교정수술 자금 지원은 그대로 두면 평생 차별을 받으며 힘겹게 살아가야 할 아이들에게 희망을 제공하는 활동이다.
스마일트레인(Smile Train)은 어린이 한 명당 250달러의 기부금으로 구순구개열 교정수술을 실시해주는 비영리단체다. 교정수술은 효과 면에서는 응답자들에게 확실한 지지를 받았지만, 다른 지원들보다 비용이 많이 드는 탓에 평점은 높지 않았다.
SmileTrain.org
OperationSmile.org
MercyShips.org
8. 가축 기부(평점: 3.8)
한 개발도상국 가정에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으로 젖소나 염소, 병아리 등을 보내는 일은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에게는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로 보일 것이다. 그래서 크리스마스는 동물 기부 단체에게 최고의 마케팅 시즌이다. 알파카를 끌어안고 행복해하는 볼리비아 소녀의 사진을 누가 외면할 수 있겠는가?
양은 70달러, 염소는 85달러, 물소는 250달러에 기부가 가능하다. 현재 헤퍼프로젝트(Heifer Project)를 대상으로 진행 중인 연구에 따르면, 기부받은 젖소 덕분에 유제품 소비가 증가하고, 기부받은 염소 덕분에 육류 소비가 증가하는 등 긍정적인 영향이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가축 기부가 다른 대안들에 비해 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진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게다가 효과 자체도 수혜자의 상황에 민감한 영향을 많이 받는다. 예를 들어 극빈자는 가축을 제대로 키워낼 자원이 없는 반면에, 이미 가축을 많이 소유한 사람들(분명 가축은 가장 잘 돌볼 수 있겠지만)은 굳이 가축이 필요하지 않다.
Heifer.org
SamaritansPurse.org+
World Vision’s Gift Catalogue+
9. 공정무역 커피 이용(평점: 1.9)
커피 재배 농민은 커피 가격의 급등락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수백만 가구에 달하는 커피 재배 농가들은 갑작스러운 수입 감소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다. 공정무역 커피는 전 세계의 공정무역인증 커피 재배 농민들에게 최소 ‘공정’ 가격(현재 파운드당 1.41달러)을 보장해준다.
공정무역 커피는 사기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토록 많은 관심을 끌면서 그토록 미미한 실효를 거두는 개발 프로그램은 다시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캘리포니아대학교 연구진이 최근 수행한 엄밀한 과학적 연구에 따르면, 13년 동안 공정무역 커피 네트워크에 참여한 커피 농가의 평균 수익 증가율이 사실상 0%인 것으로 밝혀졌다. 효과가 없는 것은 프로그램 설계상의 결함 때문이다. 커피 재배 농가는 공정무역상표인증기구(Fair-trade Labeling Organization)에 인증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공정무역 커피의 요구 수준을 맞추기 위한 비용도 든다. 커피 가격이 기준 가격인 1.41달러를 초과하면(예를 들어 요즘처럼 2.50달러 정도가 되면), 모든 생산자는 기본적으로 똑같은 시장 가격을 받는다. 공정무역 커피 프로그램의 실제 효과는 커피 가격이 기준 가격 이하로 떨어질 때 나타난다. 하지만 커피 가격이 낮은 해에는 공정무역인증을 받는 커피 농가들이 늘어나면서 공정무역 커피 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혜택을 상쇄해버린다.
더욱이 공정무역 프로그램은 지속적으로 커피 생산을 촉진하게 된다. 그러나 (커피가 공급 과잉 상태인 지금) 전 세계 커피 재배 농민들에게 최선의 선택은 모두가 커피 생산을 줄이는 일일 것이다.
커피 재배 농민에게 좀 더 도움이 되는 대안은 고가의 고급 커피를 재배하도록 유도하고, 커피 재배 농가의 어린이들이 교육을 통해 커피 재배 이외의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일 것이다.
GreenMountainCoffee.com
PuraVida+
GroundsForChange.com
10. 노트북 컴퓨터 지원(평점: 1.8)
최근 몇 년 동안 정보 격차 완화를 위해 개발도상국 어린이들에게 컴퓨터를 보급하는 프로그램이 많이 등장했다. ‘모든어린이에게노트북 컴퓨터를’(One Laptop per Child)이라는 단체는 개발도상국 초등학생들의 학업 환경 개선을 위해 노트북을 보급하는 활동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끌었다. 설문 응답자들은 노트북 컴퓨터 보급에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빈곤 국가의 보다 기본적인 필요를 고려할 때 다른 원조 활동에 비해 노트북 컴퓨터 보급이 비용 대비 상당히 비효과적인 프로그램이라고 평가했다. 노트북 컴퓨터 한 대 가격이면 20명에게 깨끗한 물을 공급하거나 한 초등학교의 전교생 400명에게 1년 동안 구충제를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미주개발은행(Inter-American Development Bank) 소속 경제학자들이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페루에서 실시한 ‘모든어린이에게 노트북컴퓨터를’ 프로그램이 학업 환경이나 장래의 교육에 대한 기대감 등에서 아무런 변화도 유도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One.Laptop.org
Carec4cd.com
computerAid.org
무엇이 필요할까
위에 발표한 순위에서 몇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대강 살펴봐도 대대적인 광고와 프로그램의 실제 효과 사이에는 거의 관련이(부정적인 관련조차)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빈민 원조 기구들은 자신들이 추진하는 프로그램에 대해 중립적인 제3자로부터 엄밀하고 과학적인 평가를 받아야 한다.
빈곤 퇴치 프로그램들도 이제 해결보다 예방을 강조해야 한다. 기아와 같은 위기 상황의 경우, 불행히도 예방보다는 일단 상황이 발생해야 자원을 동원하기가 쉽다. 예방은 문제 해결만큼 기부자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하지만 예방은 대개 훨씬 비용 대비 효과적이다.
문제는 비용 대비 가장 효과적인 일부 빈곤 퇴치 프로그램들의 현장 자료들이 인상적인 광고를 제작하기에는 너무 평범하다는 것이다. 깨끗한 물 공급과 어린이 구충제 보급, 모기장 보급 등의 프로그램은 전부 3위 안에 든 개발 활동들이지만, 많은 기부자의 관심을 끌어 모으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단체들이 엄밀한 평가를 받는다면 각자의 활동이 수혜자에게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객관적으로 보여줄 수가 있다. 그러면 기부자를 대상으로 하는 광고의 초점을 기분 좋은 기부를 강조하는 쪽에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쪽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 이러한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원조 기구들은 기금을 정직하게 사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복음주의교회재정책임위원회(Evangelical Council for Financial Accountability)같은 많은 조직들이 특정 단체가 기부금을 유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해준다. 빈민 구제를 위해 일하는 많은 비영리단체들은 그런 증명을 통해 기부자들을 만족시키려 한다. 그러나 재정적으로는 정직하지만 프로그램 운영은 효과적이지 못한 조직도 있을 수 있다. 거액 기부자들은 프로그램의 긍정적 성과에 대한 과학적 증거를 기부 조건으로 내세우기 시작했다. 소액 기부자들도 그렇게 해야 한다. 원조와 개발을 목적으로 기부를 요청하는 기관들은 자신들의 활동이 실제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음을 증명하는 신뢰할 만한 제삼자의 의견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역사적으로 미국에서 업무 수행과 관련된 투명성의 윤리는 주로 민간 기업과 법률 및 의료 분야 등에서 강조되었고, 최근 들어 대중의 요구로 인해 금융 부문에서도 차츰 강조되고 있다. 이제 동일한 수준의 투명성과 책임성이 원조 사업에서도 뿌리를 내려야 한다. 이것은 소액 기부자들이 자신들이 기부하는 조직에 이를 요구할 때 가능해질 것이다.
원조의 수혜자와 보다 밀접한 관계를 맺는 또 다른 확실한 방법은 개발 업무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교회와 지역공동체들이 장기적 제휴관계를 맺는 것은 양쪽 모두에게 삶을 변화시키는 기회가 될 수 있다. 5년 전쯤 나는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캠퍼스(UC데이비스)의 IVF 지부 친구들과 ‘마야인의 동반자’(Mayan Partners)라는 소규모 비영리단체를 시작했다. 과테말라 서부 고원지대의 원주민 마을에서 활동하는 단체다. 30명 정도의 동료들로 자연스럽게 구성된 조직인 ‘마야인의 동반자’는 원주민 마을에 지역 최초의 중학교이기도 한 기독교 학교 설립을 지원하고 있다. 또 의료진과 협력하여 진료소도 운영하고 있으며, 삼림 파괴와 폐 질환을 줄이기 위해 오염물질 배출이 적은 화목 난로도 도입했다. 1-2년에 한 번씩 조를 짜서 직접 학교를 방문하기도 한다.
우리가 하는 어떤 활동도 빈민을 구제하는 만병통치약으로 입증된 것은 없다. 항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발생한다. 때로는 일을 추진하다가 서로 오해가 생겨 감정이 상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서로를 위해 헌신하며 지금까지 이런 어려운 문제들을 극복해왔고, 우리의 장기적인 관계는 양쪽 모두에게 엄청난 축복이 되었다.
당신이 기부금을 내든 아니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몸소 일하기로 하든, 중요한 것은 당신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하는 행동이 그들의 삶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충분한 관심을 기울여 알아보는 것이다.
브루스 와이딕(Bruce Wydick)은 샌프란시스코대학교 경제학 교수이자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방문 교수. 「게임이론으로 본 경제개발」(Games in Economic Development)의 저자이며, 현재 과테말라의 커피 재배 농민에 대한 소설을 집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