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리그 실시 2달, ‘학원축구 문화 바꿨다’ |
[ 2009-06-01 ] |
지난 4월 4일 개막한 2009 전국 초중고 축구리그가 출범한 지 어느덧 두 달이 지났다. 팀당 7~8경기 정도를 치른 초중고 리그는 수십년간 지속되어왔던 학원축구의 시스템과 문화를 바꿈으로써 축구는 물론, 우리나라 학원 스포츠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출범 전만 해도 여러 가지 이유로 유보 또는 단계적 실시를 주장했던 지도자, 학부모들도 최근에는 긍정적인 반응이 늘고 있다는 일선 현장의 보고다. 아직 초기 단계이고 일부 문제점들도 나타나고 있어 섣부르게 결론을 내릴 수는 없겠지만, 이대로라면 초중고 리그는 성공적인 정착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초중고 리그에 참가하고 있는 지도자와 선수, 그리고 학부모들은 대회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의견을 들어보았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이젠 적응 먼저 중등부 서울 남부리그에 참가하고 있는 목동중 이백준 감독은 “일단 아이들이 정상적으로 수업에 참가할 수 있어 좋다. 1주일에 한번씩 경기하는 방식에 대해 조금씩 적응하기 시작했다. 경기와 경기 사이에 여유가 있으니까 기본기를 세밀하게 가르칠 수 있고, 그것을 주말 경기에서 매주 실전으로 시험할 수 있다는 점도 좋다”고 말했다. 강원도 원주 육민관중의 나승화 감독도“한국축구의 미래를 위해서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수업 다 듣고 훈련하고, 주말에 경기를 하다 보니 처음에는 선수들도 그렇고 나 역시도 낯설어 했지만 조금씩 정착이 되면서 안정되어가는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광양제철고의 주장인 김영욱은 “작년부터 챌린지리그를 하면서 다른 고교 선수들에 비해 리그제를 먼저 경험했는데 선수 입장에서는 매우 좋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몸을 만든 다음에 경기에 나설 수 있어서 부상도 적어졌다. 프로와 같은 방식이기 때문에 졸업한 이후에도 빨리 성인 무대에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대회를 반겼다. 서울 경신중 황신영도 만족감을 표시했다. “매주 경기를 치르면서 점점 실력이 느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는 몸을 끌어올리는데 중점을 두고, 목요일부터는 경기에 대비한 컨디션 조절에 신경을 쓴다. 수업과 병행하는 것도 생각했던 것보다는 그렇게 힘들지 않다.” 목동중 주장 서태우도 “우리 학교는 원래 수업을 다 마치고 훈련했기 때문에 큰 지장은 없다. 1주일 단위로 시합하고, 회복운동하고, 운동하고, 컨디션 조절을 하기 때문에 더 세밀해진 것 같다. 또한 계속 경기가 있다보니 집중력을 꾸준히 이어가야만 한다. 토너먼트에서 1경기 지면 끝인 것과 달리 계속 경기를 할 수 있어 좋다”라고 밝혔다. |
혹사 줄고 기술 축구 쪽으로 전환 초등부의 하태호 유소년클럽과 중등부의 대서중을 이끌고 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대구의 하태호 감독도 “일부 우려도 있었지만 한국축구가 언젠가는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해왔다. 다행히 선수들도 만족해하고, 부모님들도 매주 아이들의 경기를 볼 수 있어서 재미있어 하신다. 당장은 경기력에 문제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선수들이 성인이 됐을 때는 더 좋은 기량을 갖춘 선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그제 실시를 오래전부터 희망해 왔다는 서울 장훈고의 이규준 감독은 “예전 토너먼트 대회에서는 선수들이 너무 긴장해서 자기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런 점이 많이 해소됐다. 지금은 경기 내용을 중요시하고, 선수들도 자연스럽게 창의적인 기술 축구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축구 문화가 바뀌어 가고 있다고 보면 된다. 지도자 입장에서도 한두 경기는 요행을 바랄 수 있어도, 장기 레이스이기 때문에 팀의 색깔과 경기력을 갖춰야만 한다. 부담도 되지만 결국 지도자들의 능력을 높이는 계기가 되리라 본다”고 전망했다. 학부모들의 반응도 좋다. 광양제철고 오영준의 아버지 오정욱 씨는 “홈 경기가 열리면 언제든지 아들의 경기를 볼 수 있어 좋다. 주말 중 하루는 경기를 하니까 아이가 쉬는 날이 줄어든 점이 있지만, 좋은 선수가 되고 선진 축구가 되기 위해서는 감수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 마들 스타디움에서 만난 한 학부모도 “1주일에 1경기만 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혹사당하지 않는 것이 부모 입장에서는 제일 좋다. 수업하고 훈련하는 것에 대해서는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있다. 그러나 어차피 모두다 국가대표나 프로선수가 되지 않는다면 축구 이외의 길도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에 나는 찬성”이라고 밝혔다. |
경기장 문제 개선돼야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문제점들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제주 서귀포고 설동식 감독은 “제주 팀들은 인천과 인터리그를 하고 있는데 인천 쪽의 운동장 여건이 좋지 않아 힘들다. 경기를 준비하러 운동장에 가면 생활체육팀 분들이 여전히 운동장을 쓰고 있어 제대로 몸을 풀 시간이 없는 경우도 있다. 또 고등학교 선수들은 수업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선수들 눈높이에 맞는 교과 과정을 빨리 만들어서 별도로 수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장 문제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제기되는 문제로 대구 대서중의 하태호 감독도 “경기장 빌리기가 쉽지 않은지 장소가 자주 바뀐다. 우리의 경우 경북 팀들과 경기를 하려면 먼 거리로 이동을 해야 하는 점이 불편하다. 장기적으로는 홈 & 어웨이 방식으로 가야한다. 어쨌든 지금으로선 ‘놀토(노는 토요일)’를 이용해 격주로 리그를 하는 방식, 즉 주말에 2경기를 치르고, 다음 주는 쉬는 형태의 경기 방식도 고려할 만 하다”고 제안했다. 또 서울 동명초 윤종석 감독은 “원만하게 잘 진행되고 있지만, 심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심판들이 부족해 지쳐있는 상태에서 계속 경기를 치르다보니 심판들이 과부하에 걸린 경향이 있다. 경기를 원활하게 마치려면 심판의 역할이 중요한데 인원 부족으로 힘들어하고, 그로 인해 지도자들과 마찰이 생기는 것이 아쉽다. 심판 부족으로 한 심판이 계속 경기에 투입되다보니 과부하가 걸려 오심도 생기고 지도자들과 마찰이 벌어지는 경우가 있다. 또 한 가지 덧붙이자면 경기장에 오신 학부모님들 중에 일부가 항의를 너무 거세게 하시고, 경기장에 난입하고, 심판에게 욕을 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학교 운동장에서 경기가 있는데, 담배를 피우고 쓰레기를 버리는 모습도 보인다. 이런 부분들은 자제해주셨으면 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글=송기룡(KFA 행정지원국 부장), 인터뷰=이상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