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개혁 이것이 ‘핵심’ ③품목조합연합회 육성
○품목별 전문화 추세 무시ㆍ‘밥그릇 뺏길라’ 육성 난색
농협개혁의 핵심적인 방향이 농협중앙회의 신용·경제사업 분리로 굳어지면서 주요한 과제로 떠오른 사항이 품목(업종)조합연합회 육성과 도지역본부 개편 문제다. 농민들은 현재의 농협체제로는 농업의 개방화·전문화 추세에 대응할 수 없다며 품목조합연합회를 육성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농협은 반대입장이다. 도지역본부 개편 문제에서는 농민단체와 전문가, 농협중앙회 사이에 견해차가 나타나고 있다.
○농협법 개정…설립조건 대폭 완화, 주산지 지역농협 연합회 가입 허용
농민들과 전문가들은 그동안 농업의 개방화·전문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품목별·업종별 조합과 그 연합회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그 결과 2001년 12월 과수조합연합회가, 2002년 4월 양돈조합연합회가 정부로부터 설립 인가돼 현재 활동중이나, 활성화를 위해 더욱 지원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품목조합연합회를 육성해야 한다는 데는 정부나 농민이나 큰 이견이 없는 부분이지만, 농협중앙회측의 반대와 제도의 불비가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농협중앙회는 주산지 지역농협이 품목연합회에 가입할 수 있게 하고 품목별·축종별연합회를 자유롭게 설립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정하라는 농민들의 요구에 대해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품목조합의 경우 경영이 취약해 운영비 염출이 어렵고, 농협중앙회와 업무상 중복되므로 품목연합회 보다는 기존의 품목별전국협의회를 법인화해 사업을 수행하면 된다는 게 농협중앙회의 논리다. 농협은 이미 배추, 감귤, 고랭지배추협의회를 법인화하고 이를 통해 자조금 사업을 추진중이다.
제도적으로 연합회 설립과 육성이 용이치 않은 것도 문제다. 99년 9월 제정된 현행 농협법 138조에는 5개 이상의 품목조합을 회원으로 품목조합연합회를 설립할 수 있도록 했지만, 전국을 구역으로 하려면 품목조합의 2/3 이상을 회원으로 해야 한다. 특히 현 농협법에는 연합회의 원활한 사업 수행을 위해 무엇을 지원해야 하는지 명시돼 있지 않다.
그러나 품목별연합회 육성은 시대적 대세다. 농림부가 김정주 건국대 교수팀에 의뢰한 ‘농업관련 품목조합 전국연합회 설립에 관한 연구’ 보고(2002년)에 따르면 조합원의 68.8%, 직원의 62.1%가 연합회 설립에 찬성하고 반대한 의견은 조합원 15.2%, 직원 11.5%에 그쳤다. 동일 품목, 동일 업종의 조합이 연합회를 만들어 시장에 대응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협동조합의 자연스런 현상이다.
농민단체와 전문가들은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지도사업을 겸영하는 현재의 지역농협과 농협중앙회 체제로는 품목별 전문화라는 농업의 추세를 결코 따라갈 수 없다”면서 “품목별·업종별 조합을 육성하고 연합회를 자유롭게 설립토록 해 회원조직의 연합사업 기능, 품목별 농가의 대표기능 및 농정활동, 수급조절 집행기능 등을 담당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국농민연대는 이와 관련 △주산지 지역조합이 품목연합회에 가입할 수 있도록 제도 개정 △회원조합중 주력품목 생산조합을 전문조합으로 육성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품목협의회와 품목연합회를 결합시켜 농협의 내부 조직으로 하고 품목연합회의 지도·지원을 강화 할 것과 △품목별·축종별 연합회를 자유롭게 설립할 수 있도록 하고 지역단위에서도 연합회 설립이 가능하도록 하라는 입장이다.
아울러 중앙회 이사회에 품목조합연합회장과 품목조합 조합장 대표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진도 충남대 교수는 ‘과수농협 및 과수농협연합회의 발전방안(2001년 12월)’ 연구보고에서 “농가의 품목별 법인화가 더딘 상황이라면 과수를 중심으로 한 품목농협, 지역농협, 영농법인 등이 모두 가입하고 과수농협연합회가 조직적 구심체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케 하면 된다”고 말했다.
■ 지역본부 개편
○본부장 선출직 전환 놓고 ‘의견 분분’
지역본부 개편과 관련, 전국농민연대는 도지역본부장을 선출직으로 전환, 해당 지역내 조합장들이 조합장 가운데 1인을 호선해 선출하고, 지역본부장에게 명예직 대표권과 중앙회의 당연직 이사 자격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대신 전문경영인으로 부본부장을 임명하고 경영권을 부여하자는 방안이다. 한농연 관계자는 “본부장이 직원출신이면 회원조합 발전보다는 중앙회 조직유지에 급급하게 된다”면서 도지역본부장을 선출직으로 바꿔 이후 자연스럽게 연합회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농협중앙회측은 지역본부는 독립된 법인이 아니고 중앙회의 지사무소이므로 선출직으로 대체하기는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별도로 농협중앙회는 지난 3월3일 농협개혁방안에서 지방분권에 맞춰 자금지원 기능을 지역본부에 넘기는 등 역할을 강화하자는 안을 낸 바 있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중앙회 신·경분리와 연합회 개편을 전제로 한다면 현 체제에서 도지역본부장만 선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장종익 한국협동조합연구소 소장은 “중앙회를 신·경분리하면 신용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본부는 협동조합은행의 은행업무사무소로 전환하면 되고, 지도·농정·교육·경제사업등 지역본부의 다른 기능은 비사업적 중앙회와 신용사업연합회·경제사업연합회 등으로 분화된다”면서 “따라서 지역본부장 선출직 논의는 비본질적인 것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