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링의 베이스는 '가족'
그들에게 맞춤옷을 입힌다
인테리어 스타일링 그룹 ‘꾸밈 by 조희선’을 운영 중인 조희선 대표. 그녀는 공간의 마술사다. 공간에 아름다운 옷을 입히는 것에서 나아가 공간 구조를 변모시키고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는데 능수능란한 것. 특히 비용은 적은데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하게 필요한 작은집에 대한 스타일링 노하우가 강점이다. 가족에게 맞춤옷을 입히듯 공간을 그려나간다는 그녀의 집은 어떤 모습일까 찾아가본다.
꾸밈by조희선(www.ccumim.com)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요? 옷으로 치차면 핸드메이드죠! 집 하나 스타일링 하는데 한 달 이상을 온전히 할애해야 하니까 대량생산할 수 없는 작업이에요. 사실 집을 예쁘게 꾸미는 데 목적을 두기보다 식구들에게 저마다 맞춤옷을 지어 입히는 기분으로, 콘셉트에 맞는 공간을 창조하는데 가장 큰 중점를 둡니다.” 예쁜 것은 그 다음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시너지효과가 되어야 한다는 게 8년차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인 그녀가 체득한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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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이 커감에 따라 서재콘셉트로 변모시킨 거실이다. 베란다를 확장한 부분에 더블침대보다도 큰 소파를 들여 가족들의 편안한 휴식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아파트 1층 세대여서 거실에서 주차장이 보인다. 반창을 내어 조경수만을 조망할 수 있게 했다.
그녀는 10년 넘게 전업주부로 지내다가 2002년 자신의 집을 직접 리노베이션 한 것이 모잡지사에 소개되면서 스타일링 작업을 시작한 케이스다. 그때만 해도 그녀의 역할은 실내의 마감재나 꾸밈재만을 바꾸는 홈드레싱에 가까웠다. 그녀가 본격적인 발돋음을 하게 된 것은 우연한 기회에 건축 작업과 만나면서다. 6개월의 고군분투 속에서 전기분전함이니, 정화조 배수트랩이니, 온수분배기니 하는 건축물의 하드웨어 구조를 속속들이 꿰뚫게 되었다. 그후부터 그녀의 작업은 날개를 달았다. 실생활에 필요한 하드웨어가 어떤 것인지,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알게 된 그녀는 아파트의 공간 자체를 새롭게 창조하는 리노베이션 작업이 무서울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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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거실에 자동으로 조작할 수 있는 영상스크린을 설치하고 음향기기를 갖춰 홈시어터기능을 겸하고 있다. 2 거실을 확장할 때 남은 내력벽 뒷면에 간이 서재를 만들어 공간을 활용하고 있다.
아줌마, 전업주부로 지낸 세월과 아이가 둘이나 있고 작은 평수부터 살림을 늘려온 경험들이 새 출발의 밑천이 되었다. 한때 여행칼럼니스트로도 활동했을 정도로 그녀의 취미이자 특기인 여행에서 디자인, 건축물들을 꾸준히 스크랩해 온 것도 도움이 됐다.
그녀가 특별히 애착을 쏟아 온 분야는 작은 집에 대한 스타일링이다. 대게 20~30평대의 집들은 비용은 한정적인데 공간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하게 필요하게 된다. 전문가의 손길이 절실한 곳인 만큼 클라이어트의 만족도가 높기 때문에 스타일리스트로서의 보람도 크다.
“제 작업의 기본은 가족이에요. 아무리 작은 공간이라도 가족 구성원마다 한가지의 위시리스트를 찾아서 현실화시켜 주고 싶은 마음에 가족들과의 미팅도 적극적으로 하고 구석구석 숨은 공간에 그 배려를 담아냅니다.” 그런 마음으로 일해 온 덕분인지 그녀도 이제 명성이 났다. ‘조희선에게 주는 디자인비가 아깝지 않다’는 이야기들이 들려온다. 그녀의 작업에는 한 가지 과정이 더 추가된다. 공사가 끝나고 일주일간 집을 비워 둔 채 주거공간의 기능을 시뮬레이션하는 것. 일종의 사전점검제도다.
“요즘은 집들이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변모되고 있어요. 내 집에서 즐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그 대안을 줄 수 있는 전문가는 많지 않아요. 여기에 목말라하는 클라이언트들이 주로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를 찾고 있지요. 그들을 만나보면 천편일률적으로 공급되는 주택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요. 자신의 삶에 맞춰서 용도변경을 하려면 하드웨어를 바꿔야 하는데 지금의 집들은 전혀 가변성이 없어서 너무 힘이 들기 때문이죠. 달라지는 사람들의 욕구에 맞춰서 주택건설사들도 발 빠르게 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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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일랜드형으로 꾸민 주방의 풍경이 독특하다. 안쪽에는 조리대와 개수대 일체가 구성되어 있고 상판은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넓게 뽑아냈다. 워킹맘인 그녀가 좀처럼 모이기 힘든 가족들과 자주 대면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짜낸 묘안이다.
국내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분야를 초창기부터 일궈온 그녀는 최근 로얄토토에서 강의를 시작했고 새봄부터는 현대문화센터에 강사로 나갈 계획이다. 지금껏 쌓아온 노하우를 보다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전문가가 되고자 하는 후배들에게도 도움을 주고 싶어서다.
주택의 하드웨어까지 재구성하는 실력파 스타일리스트
그녀의 집도 가족구성원의 성장과 함께 여러 차례 변화를 거쳤다. 지금 살고 있는 30평형대 아파트는 이제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생이 된 두 아들의 입시를 앞두고 향후 5~6년 정도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1년 전 고친 집이다.
포인트는 가족모임의 중심공간으로 사용되던 거실을 서재형 컨셉으로 변화시켜 집안 전체의 분위기를 차분하게 유도하고, 구석진 자리에 있던 주방공간을 집의 중앙으로 이동해 일상이 바빠진 가족들과 주부의 대화공간으로 변모시킨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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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삼파장 램프 위에 스프링쿨러를 덮어 빛이 확장되도록 연출한 복도는 감각적인 분위기가 물씬하다.
2 현관 입구의 표정. 전기분점함을 월 패널로 가렸다. 3 우드 느낌의 타일로 마감한 욕실 공간. 욕조를 없애고 샤워부스를 들여 쾌적하고 넓은 공간을 연출하고 있다.
거실은 서재와 함께 홈시어터 공간으로도 기능한다. 베란다를 확장해 넓힌 거실 창가에 슈퍼싱글보다도 큰 넉넉한 소파를 들여놓고 영화를 좋아하는 남편과 아이들이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소파 반대편 거실바닥이 끝나는 지점의 천장에 110인치 스크린을 매달고 자동으로 작동할 수 있게 한 점도 아이디어다. 기존 집들의 베란다 확장과는 다른 점이 엿보이는데, 보통 거실에 접한 베란다를 확장한 경우 통유리를 사용하는 것과 달리 어른 허리춤 정도 올라오는 반창을 달고 아랫부분은 벽을 만든 것이다. 그녀의 집처럼 주차장이 내다보이는 1층 세대인 경우 고려해볼만한 설계다. 소음도 덜하고 단열에도 효과적이며 조경수들만 보이기 때문에 실내에서 내다보이는 바깥 표정이 훨씬 쾌적해진다.
거실의 한쪽 벽면에는 책장과 수납장이 가득 들어섰다. 나무 판재를 벌집 모양으로 짜 넣은 책장이 모노톤의 공간에 리듬감을 선사하며 붉은 컬러 벽지로 도배한 수납장에선 경쾌함이 묻어난다. 문짝에 벽지 도배는 언제든 싫증날 때 쉽게 갈아치울 수 있기 때문에 집안 분위기를 경제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실속 아이템이다.
거실과 마주한 주방은 화려하고 감칠맛이 난다. 온가족이 함께 식사할 기회가 줄어들자 그녀는 과감하게 식탁을 구석공간으로 보내고 다이닝 기능과 조리 기능을 겸한 주방을 계획했다. 긴 대리석 상판을 ㄱ자로 높게 두르고 키큰 의자를 배치한 홈바+아일랜드 조합의 주방이다. 안쪽에는 개수대와 조리대를 구성하고 상판은 식사를 할 수 있는 너비로 맞췄다. 아일랜드 뒤편 벽면은 타일로 마감했는데 반사된 조명으로 인한 홀로그램 효과로 여느 레스토랑 못지않은 분위기가 연출된다. 가사 일을 하는 동안 가족들과 쉽게 대면할 수 있는 이 구조는 워킹맘에게 유용한 아이템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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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6학년이 되는 작은 아들의 방은 유치하지 않으면서 활동적인 느낌을 담는 데 주력했다. 전체적으로 회벽 처리된 느낌을 주고 침대 주변은 스포츠 컨셉의 벽지를 붙여 활기를 주었다. 2 중학교 3학년이 되는 큰 아들의 방은 대학시절 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실버톤에 펄 감이 있는 블루 벽지로 마감했으며 침대 뒤편에 넉넉한 수납장을 두었다.
두 아들의 방은 확장 공간 활용에 중점을 두었다. 한 뼘의 공간도 허비할 수 없을 정도로 좁은 공간에서는 여러 가지 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가장 규모가 작은 막내 방은 베란다를 트니 길쭉한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방문 입구에 세운 수납장을 가벽처럼 사용해 전기배선을 빼내고 책상도 공간에 맞게 직접 짜 넣었다. 큰 아이방은 가구 스페이스를 줄이는 대신 기능은 살리고 침대 뒤편 공간을 창고로 활용하는 등 수납에도 완벽을 기했다. 부부의 방은 더욱 알뜰하게 계획됐다. 기존 벽 안쪽에 또 다른 가벽을 세워서 새로운 공간을 창출해낸 것. 벽과 가벽 사이에 생긴 빈 공간에 드레스룸, 파우더룸을 들였다.
나무 느낌의 타일로 마감한 욕실은 애초에 있던 욕조를 없애고 샤워부스를 만들어 공간 활용도를 높인 케이스다. 아이가 5~6살만 돼도 욕조가 필요 없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삼파장 램프 위에 스프링쿨러를 덮어 빛이 확장되도록 연출한 복도는 별도의 아트월이 필요 없을 정도로 감각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가족에게 맞춤옷을 지어주는 마음가짐으로 일한다는 그녀의 집 또한 실용성과 편안함이 빛나는 공간들로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