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지전-문제 모음 23제(2차).hwp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백호산군이 왈,
“대개 만물의 경중을 알고자 할진대 저울만 같음이 없고, 송사의 곡직을 알진대 양쪽의 말을 들음만 같음이 없나니, 한 쪽의 말만 듣고 선불선(善不善)을 가벼이 판결치 못할지라. 소진*의 말로써 진나라를 배반함이 어찌 옳다 하며 장의*의 말로써 진나라를 섬김이 어찌 그르다 하리오. 소장(訴狀) 양쪽의 말을 같이 들은 연후에야 종횡을 쾌히 결단하리니, 다람쥐는 우선 옥으로 내리고 서대쥐를 즉각 잡아 와서 상대한 연후에 가히 밝게 분변하리라.”
하고, 오소리와 너구리 두 형졸로 하여금 서대쥐를 빨리 잡아 대령하라 분부하니 두 짐승이 명을 듣고 나올새 오소리가 너구리더러 일러 왈,
“내 들으니 서대쥐 재물이 많으므로 심히 교만하매 우리 매양 괴악히 알아 벼르던 바이러니, 오늘 우리에게 걸렸는지라. 이놈을 잡아 우리를 괄시하던 일을 분풀이하고 또 소송당한 쪽 전례는 위에서도 아는 바라. 수백 냥이 아니면 결단코 놓지 말자.”
하고 둘이 서로 약속을 정하고, 호호탕탕한 기분을 발호하고 예기는 맹렬하여 바로 구궁산 팔괘동에 이르러 토굴 밖에서 소리 높여 부르며 가로되,
“서대쥐 고소를 당함에 백호산군의 명을 받아 패자(牌子)*를 가지고 잡으러 왔나니 서대쥐는 빨리 나오고 지체 말라.” 독촉이 성화 같은지라.
비복들이 이 말을 듣고 혼백이 흩어져 버리는 듯 놀라서 급급히 들어가서 서대쥐께 연유를 고할새 서대쥐 호흡이 급해지고 땀이 배어 등을 적시는지라. 모든 쥐들이 이를 보고 눈을 둥글고 두 귀 발록발록하여 허둥지둥하거늘 서대쥐 왈,
“너희들은 놀라지 말라. 옛말에 일렀으되 칼이 비록 비수라도 죄 없는 사람은 해치지 못한다 하였으니 우리 본디 죄를 범한 바 없는지라 무엇이 두려우리오.”
인하여 자손과 노복쥐를 데리고 토굴 밖으로 나오니 오소리와 너구리가 서대쥐 나옴을 보고 더욱 의기양양 하는지라. 서대쥐 오소리를 보고 흔연히 웃어 가로되,
“오 별감은 그 사이 평안하셨느뇨. 나는 층암절벽 한 곳에 토굴을 의지하고 그대는 천봉만학 절승처에 산군을 모시니 유현(幽顯)*의 길이 다른지라. 마음은 항상 그윽하나 승안접사(承顔接事)*를 일차 부득하더니 오늘 관고(官故)로 말미암아 누추한 곳에 왕림하여 의외로 청안(淸眼)을 대하니 패자예차는 서서히 수작하려니와 일배 박주(薄酒)*를 잠깐 나누기를 바라노니 허락함이 어떠리오.”
오소리는 본디 마음이 순한지라, 서대쥐의 대접이 심히 관후함을 보고 처음에 발발하던 마음이 춘산에 눈 녹듯이 스러지는지라. 서대쥐더러 왈,
“우리 백호산군의 명을 받아 서대쥐와 다람쥐로 더불어 재판코자 하여 빨리 잡아오라 분부 지엄하니 빨리 행함이 옳거늘 어찌 조금이나 지체하리오.”
장자쥐 왈,
“오 별감 말씀이 옳은지라, 어찌 두 번 청함이 있으리오마는 성인도 권도(權道)함이 있나니 원컨대 오 별감은 두 번 살피라.”
모든 쥐들이 일시에 간청하며 서대쥐는 오소리의 손을 잡고 장자쥐는 너구리를 붙들고 들어가기를 청하니, 너구리는 본래 음흉한 짐승이라 심중에 생각하되,
‘만일 들어가는 경우에는 죄인 다루는 데 거북할 테니 정신을 차려야 한다. 그리고 기왕 뇌물을 받으려면 톡톡히 실속을 차려야 한다.’
하며 소매를 떨치고 거짓 노왈,
“관령은 지엄하고 갈 길은 멀고 날은 저물어 가는데 어느 때에 술 마시고 놀며 희롱하리오. 관령이 엄한 줄 알지 못하고 다만 일배 박주에 팔려 형장(刑杖)이 이 몸에 돌아오는 것은 생각지 못하는가. 나는 굴 밖에 있으리니 빨리 다녀오라.”
하고 말을 마치며 나와 수풀 사이에 앉아 종시 들어가지 않는지라. 서대쥐 이 말을 듣고 오소리더러 너구리를 청하라 권하매, 오소리 나아가 너구리를 이끌어 가로되,
“서대쥐 이처럼 간청하거늘 어찌 차마 거절하리오. 잠깐 들어가 동정을 봄이 좋도다.”
너구리 가로되,
“그러면 ㉠전례는 어찌한다 하느뇨.”
오소리가 너구리 귀에 대고 대강 이르니, 너구리 그제야 오소리와 더불어 가니 화려한 누각이 굉장한지라. 전각에 올라 서대쥐와 더불어 좌정 후에 다람쥐 송사한 일을 두어 마디 수작하더니 얼마 안 되어 안으로서 주찬이 나오는지라. 잔을 잡아 서로 권할새 수십 배를 지난 후에, 장자쥐 화각(畵角) 모반에 황금 스무 냥을 담아 서대쥐 앞에 드리니, 서대쥐 황금을 가져 오소리 앞으로 밀어 놓으며 가로되,
“이것이 대접하는 예는 아니나 서로 정을 표할 것이 없으매 마음에 심히 무정한고로 소소한 물건으로 옛정을 표하나니 두 분 별감은 혐의치 말고 나의 적은 정성을 거두소서.”
오소리 웃으며 왈,
“서대쥐의 관대함이 감사하던 중 이같이 후의를 끼치시니 받는 것이 온당치 못하오나 감히 물리치지 못할지라. 그러나 서대쥐는 조금도 염려치 말고 다람쥐와 결송케 하면 내일 재판할 때에 우리 둘이 집장(執杖)할 터이오니 어찌 다람쥐를 중죄(重罪)하여 서대쥐의 분풀이를 못하리오.”
하고 인하여 서대쥐와 더불어 떠나더라.
- 작자 미상, 「서동지전(鼠同知傳)」 -
*소진, 장의: 중국 전국시대에 활약한 달변의 정치가.
*패자: 지위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에게 공식적으로 주는 글.
*유현: 사람의 눈에 띄지 아니하는 곳과 눈에 띄는 곳.
*승안접사: 웃어른을 만나 뵙는 일.
*박주: 맛이 좋지 못한 술.
위 글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서술자의 직접 개입이 나타나지 않는다.
② 인물이 처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③ 회상 형식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있다.
④ 섬세하고 치밀한 묘사로 비장감을 자아내고 있다.
⑤ 사건 전개에 따른 인물의 심리 변화를 드러내고 있다.
작중 인물의 생각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서대쥐: 두 형졸에 대한 나의 대접이 소홀하여 부끄럽다.
② 백호산군: 다람쥐 말만 듣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③ 너구리: 이 기회에 서대쥐에게 돈을 뜯어내야겠다.
④ 장자쥐: 형편에 따라 원칙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⑤ 오소리: 평소 서대쥐의 행실이 불만스러웠다.
㉠에 내포된 의미로 알맞은 것은?
① 죄를 자백하겠다고 하는가?
② 음식은 준비했다고 하는가?
③ 재물을 바치겠다고 하는가?
④ 재판정에 나가겠다고 하는가?
⑤ 교만함을 사죄하겠다고 하는가?
위 글을 읽고 나서 보인 학생의 반응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진실성 없이 겉과 속이 다른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두었군.
② 관(官)의 힘에 기대어 위세를 부리는 인물을 풍자하고 있군.
③ 인정세태를 그리기 위해서 동물을 주인공으로 삼는 기법을 사용했군.
④ 돈의 힘을 알고서 능란하게 쓸 줄 아는 인물의 처세를 보여주고 있군.
⑤ 절차를 까다롭게 하여 백성을 괴롭히는 재판 제도의 불합리성을 비판하고 있군.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의 줄거리〕전쟁에서 공을 세운 서대주(다람쥐)는 다른 다람쥐들을 초대하여 잔치를 베푼다. 잔치에 참석한 다람쥐는 자신의 딱한 사정을 호소하여 음식을 얻어 근근히 살아간다. 그러나 겨울이 오자 다람쥐는 다시 굶기 시작한다. 그는 다시 서대주에게 구걸하지만, 종족의 형편 때문에 청을 거절한다. 이에 다람쥐는 앙심을 품고 그를 관청에 거짓으로 송사(訟事)*할 것임을 계집 다람쥐에게 말한다.
계집 다람쥐가 이 말을 듣고 크게 꾸짖어 가로되,
“낭군의 말이 그르도다. 모든 것이 세상에 나매 신의를 으뜸으로 삼나니, 서대주는 본래 남과 다를 바 없고, 서로 왕래가 없으나, 다만 한 번의 만남을 생각하고 다소간 음식를 쾌히 허락하여 주었사옵니다. 서대주가 낭군을 후히 대접하였으나 낭군은 한 번도 감사함이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무슨 면목으로 또 음식을 청하여 주지 않았다고 오히려 관청에 송사(訟事)를 하고자 합니까. 이는 적반하장(賊反荷杖)이요, 은혜를 원수로 갚음이라. 서대주는 본디 너그러운 사람이라 반드시 후일에 낭군을 위하여 사례할 날이 있으리니 비록 천한 여자의 말이나 깊이 살피어 후회할 지경에는 이르지 않도록 하옵소서.”
다람쥐 듣기를 마치고 크게 노하여 가로되,
“너 같은 천한 계집이 나를 가르치고자 하느냐. 계집은 마땅히 장부가 모욕을 당하면 분개해야 옳거늘 오히려 서대주를 너그러운 자라 일컫고 날더러 포악하다 꾸짖으니 이는 내 형편이 가난함을 보고 나를 떠나 서대주에게 가고자 함이라. 예로부터 아내는 반드시 남편을 따르는 것이 부부의 도리거늘 부귀를 따라 딴 마음을 두니, 갈려면 빨리 가고 머뭇거리지 말라.”
계집 다람쥐 발딱 화를 내어 눈을 부릅뜨며 귀를 발룩이고 꾸짖어 가로되,
“그대로 더불어 남녀 간의 연분을 맺어 아들 두고 딸 을 낳아 동고동락(同苦同樂)하며 부귀를 뜬구름같이 알고 빈천을 낙으로 알아 남편을 따라 같은 때에 죽으려 했지만, 더러운 말로써 나를 욕하니 이는 한 때의 끼니를 아끼려고 나를 내치고자 함이라. 옛말에 이르기를 조강지처(糟糠之妻)는 버리지 않고 어려울 때 친구는 잊지 않는다 하였거늘, 오늘날 가난하고 못살 때의 쓰고 단 것을 함께 한 것은 생각지 아니하고 나를 이같이 욕하니, 두 귀를 씻고자 하나 강이 멀어 한이로다. 그대는 스스로를 돌아보아라.”
계집 다람쥐는 말을 마치며 짐을 꾸려서 훌쩍 문 밖으로 나가더니 자취가 보이지 않더라 .
다람쥐 허리를 굽히고 머리를 숙이며 형졸을 따라 백호궁 앞뜰에 이르러 품속에서 일장 상소문(上疏文)를 내어 받들어 올리는데 백호산군(白狐山君)이 그 상소문을 받아 본즉 사연에 가로되,
( ㉠ )
- 작자 미상, 서동지전(鼠同知傳) -
* 송사(訟事) : 백성끼리 분쟁을 관부에 호소하여 판결을 구함.
위 글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진지한 자세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② 여성의 뚜렷한 자기 주장이 나타나 있다.
③ 서술자의 말로써 인물의 성격을 드러내고 있다.
④ 우화적 수법으로 불합리한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⑤ 인물의 대립된 견해를 통해 주제를 드러내고 있다.
‘계집 다람쥐’의 말하기 방식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상황에 맞게 말을 꾸며 대고 있다.
② 상대방의 말에 맞장구를 치고 있다.
③ 상대방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④ 우격다짐으로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고 있다.
⑤ 자신의 의도를 숨기면서 상대를 회유하고 있다.
㉠에 들어갈 상소문의 내용으로 가장 어색한 것은?
① 서대주의 과거 악행
② 서대주의 가족 관계
③ 자신의 억울한 상황
④ 자신의 어려운 처지
⑤ 서대주에 대한 처분
<보기> 화자가 ‘계집 다람쥐’에게 할 수 있는 말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기>
지아비 밭 갈러 간대 밥고리 이고가,
반상(飯床)을 들오대 눈썹의 마초이다.
친코도 고마오시니 손이시나 다라실까.
- 주세붕, 오륜가-
① 남편의 행동이 옳지 않더라도 따르도록 하세요.
② 당당하게 맞서 남편이 잘못을 고치도록 하세요.
③ 남편이 바로 설 수 있게 다른 방도를 찾으세요.
④ 당신의 능력으로는 불가능하니 순리를 따르세요.
⑤ 도리를 깨닫도록 정성껏 공경과 예의를 갖추세요.
위 글의 ‘다람쥐’와 <보기>의 ‘장끼’를 비교할 때, 적절한 것은?
<보기>
까토리 하는 말이,
“아직 그 콩 먹지 마소. 설상(雪上)에 사람의 흔적이 있으니 수상한 자취로다. 다시금 살펴보니 입으로 훌훌 불고 비로 쓴 자취 심히 괴이한 고로 제발 덕분 그 콩일랑 먹지 마소.”
장끼란 놈 하는 말이
“네 말이 미련하다. 첩첩이 쌓인 눈이 곳곳에 덮였으니, 모든 길에 발길이 막혔거늘, 사람 자취 있을쏘냐?”
까투리도 잠자코 있지 않고 입을 연다.
“그렇더라도 간밤 꿈이 크게 불리하니 깊이 헤아려 처리하시오."
장끼가 또 하는 말이,
“내 간밤에 한 꿈을 얻으니 옥황상제께서 나를 산림처사에 봉하시고, 만석고(萬石庫)에서 콩 한 섬을 내 주셨으니, 오늘 이 콩 하나 그 아니 반가우랴? 주린 배를 채워 보자.”
까토리 홀로 경황없이 물러서니, 장끼란 놈 콩 먹으러 들어가 혀뿌리로 들입다 꽉 찍으니 수레 마치듯이 와지끈 뚝딱 푸드득 변통 없이 덫에 치였구나.
- 작자 미상, 장끼전-
① 다람쥐는 장끼와 달리 이성적이다.
② 장끼는 다람쥐와 달리 사리분별에 밝다.
③ 다람쥐는 장끼와 달리 신중한 모습이다.
④ 장끼와 다람쥐는 개인적 욕망보다 사회적 욕망을 앞세운다.
⑤ 장끼와 다람쥐는 가부장적 사회의 권위적 가장의 모습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