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fJ9rUzIMcZQ?si=NOGaAlIBKjwi1IBz
Queen / Bohemian Rhapsod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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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나 제대로 먹고 댕기냐
이 향아
" 밥이나 제대로 먹고 댕기냐 ? "
내가 집안에 들어섰다 하면 어머니는
대답 따위는 기다릴 것 없이 부엌으로 향했다
빵이나 떡은 군입정일 뿐 ,
끼니만은 밥이라고 고집하였다.
어머니
성산동에 살던 때가 생각납니다
모래내시장에서 김치거리를 사들고 걸어
오던 일
걷다가 쉬고 쉬다가 걸으며 어머니를 부려 기운 빼던 일
철로 건너 골목 끝에 대영약국이 있지요,
거기까지면 다 온 거지요
지금은 거기도 마을버스가 생겼겠지만
택시는 언감생심 타지 못하던
그때가 지금에야 사무칩니다
돌절구에 고추 갈고 마늘을 찧어
풋김치 색깔 곱게 버무리던 어머니
밥이 보약이니라 , 입맛 좋을 때 먹어라
사시사철 밥걱정에 편할 틈이 없더니
밥은 어머니의 오지랖, 어머니의 진리,
어머니의 사서삼경, 어머니의 규율, 어머니의
성경 말씀 , 어머니의 유언
어머니, 저도
자식들 밥 걱정에 동당대며 삽니다
밥은 먹었니 ? 더 먹으렴
유전하는 노래 하나 뼛속에 익혀
아침저녁 힘을 주어 불러댑니다
밥 먹어라 , 밥 먹어라 외쳐 댑니다
어머니가 제 안에서 걱정하는 겁니다
어머니의 큰 산 / 2012 시문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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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밭을 헤적이다 쿡 하고 가슴을 찔러오는 영원한 본향 어머니에 얽힌 시를 만났다.
몇 번을 읽고 읽고 다시, 그러다 떠오르는 나의 어머니 !
나는 어머니라는 말 보다는 엄마 라는 호칭을 더 좋아하고 , 엄마가 돌아가실 때까지도 엄마라고 불렀다.
일찍 과부가 되신 엄마에게 아들만 사 형제가 줄줄이 알사탕처럼 달려 있었다
딸 없는 집에 그 중, 둘째라 밥이나 집안 청소 , 살림에 관한 자질구레한 심부름은 도맡아 하였다.
열 살부터 밀가루를 치대어 수제비를 끓여댔으니 조선 천지에 나 만한 효자가 어디 있었겠으랴.
생활력없는 서울 깍쟁이 . 굶어도 남 한테 손 한 번 벌리지 못하는 성격인 엄마 , 무남독녀 외동딸이었으니 그 휘하에 우리 사형제의 처지가 어떠했을지 말하지 않아도 짐작할 것이다.
오늘 詩 안에서 무거운 김치거리 ( 고것이 은근히 힘을 빼는 무게다 ) 를 어머니에게 맡기고 시인은 아마도 공주처럼 서울 변두리 동네 모래내 골목을 도도하게 걸었을 것이다.
딸은 그리 살아도 당시 세상의 엄마들은 어렵고 가난하지만 먹을 것만은 誠을 다하고
心을 다하여 자식들에게 먹이려 하였을 것이다
그일은 엄마라는 자리에서 해야하는 책임이며
의무였고 그것은 誠을 넘어서는 거룩한 일이 아니었겠나 .
"밥 먹었니?"
늦게 귀가한 자식들에게 하는 첫 마디였을 이 말은 엄마의 무한 사랑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그 말 한 마디에는 세상 모든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어미의 진하고 깊은 사랑이 담겨있다
어렸을 때 옆집에 내 또래의 남자아이가 있었다
홀아비인 그 아이의 아버지는 막노동을 다니는 것으로 짐작되었다
어느 날 학교가 파하고 그 아이네 집으로 놀러 가게 되었다 . 어두컴컴한 방으로 들어가서 어둠에 눈이 익숙해졌을 때 방바닥에 놓인 밥과 찌개냄비, 시큼한 냄새가 피워오르던 김치종재기, 그것들을 바치고 있던 신문지 .
아이는 신문지 아래에서 누런 동전 두 개를 꺼냈다.
" 주연아 , 우리 이걸로 만화 보러 갈래 ?"
아이는 어둠 속에서 하얗게 치아를 들어 내보였다.
" 아니 나 숙제해야해 " 하면서 한 마디로 거절을 하였다만 훗날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의 아버지도 세상 어느 엄마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자기 인생을 희생하는 일이 의무나 책임일 뿐이라고 무감각하게 판단을 내리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 홀아비의 손으로 아들의 밥을 짓고 서툰 솜씨로 찬을 만들어 밥상도 없는 방 한가운데 차려놓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핏줄을 넘어서는 무한사랑일 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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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굶어 죽은 귀신이 책상머리에 붙었는지 툭 하면 밥 이야기 , 펼쳤다하면 밥에 관한 글을 만난다 .
혼자 살게 된지 딱 7 년을 넘기고 있다
한때 취미가 요리 따라 하기였으나 , 아이들이 제각각 따로 살게 된 후부터 그 취미도 시들해지고 말았다 .
가뜩이나 손이 큰 탓에 만드는 찬들이 적량을 넘으니 한 두 끼 지나면 물리게 되고 처리하기도 죄스럽고 귀찮아서 요즘은 인터넷 주문이나 재래시장에서 사다 소분을 하고 냉동실 어느 구석으로 던져 넣게된다
시장통 백반집을 지나다 보면 은근히 솟구치는 집밥의 향수에 서성거리게도 되니 어떻게 살아야할지 모르겠다 .
오늘 詩 한 편을 읽다 별별 생각이 다드는 것은 내게도 잠재되어 있을 법한 엄마의 거룩한 본능적 삶을 그리워 하면서 , 어느새 눈가가 촉촉해진다 .
길음지서 정류장에서 인수동 산동네를 가는 길지만 지루하지 않았던 동네.
엄마의 손을 잡고 걸었던 내 어린 날의 추억을 끄집어 내어 본다 .
2024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