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트의 눈물
허정
나는 어느덧 파리게트의 붉은 문을
열고 있었다. 평소에 익숙하던 그 문소리가
아니었다.뿌지지직 대답하는 슬픈 얼굴이
내 가슴을 때렸다. 가난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22살 앳띤 아가씨의 울음이
단팥빵 위에 쏟아지는 설탕시럽처럼
막 익은 도너츠가 내 몸에 온통
묻어도 나는 이제 더 이상 그 빵을
먹을 수가 없다. 이제 나는 파리바케트
빵은 절대 먹을 수가 없겠구나
갈대꽃
허정
순천만에는
별빛만 있는 것이 아니다
순천만에 즐비한 식당들이 불을 넣는
가을의 서늘한 불빛도 있다
늙은 갈대는 몸밖으로 어찌 저리
많은 갈대꽃을 밀어내는지
와온의 날개 짓
허정
늦은 봄날에 와온의 어느 카페에
서 있었다
그곳엔 흑두루미의 울음이 가득 하였다
이별일 것이라고 그래도 흐릿하게
남은 추억이 있을 것이라고 그런
가을, 흑두루미 왔다
잊고 또 그만큼 잊힌 채 꽤나 먼 곳의
몸짓으로 왔다
낮선 곳의 표정 없이
어라, 가을이네
허정
누군가의 자식으로 태어나
누군가와 친구하고
누군가와 사귀고
누군가와 결혼을 하고
누군가를 낳는 것에 대해
그 누군가라는 사람은
처음부터 정해진 것도 아니었으며
어쩌면 그 누군가가 아닌
다른 이와 인연을 맺었더라도
그러면 그런대로 저러면 저런대로
살아 갔을 터이지만
박인환 시인의 말처럼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그래도 우린 지금을 살고 있고
오늘에도 사랑은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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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문단 제46집 원고방
순천문협 46집 원고 제출 ㅡ허정
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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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01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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