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독재자>에서
주목할 점은 크게 두 가지인 것 같다. 첫째, 유성영화를
거부해오던 채플린의 첫 유성영화라는 점과, 둘째, 전쟁 중
제작된 영화로써 현 체제를 비판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채플린이 바버와 헨켈의 대사를 유성영화에서 어떻게 표현했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바버의 경우, 기존에 찰리채플린이 연기했던 주인공들처럼 슬랩스틱이나
팬토마임이 대부분의 대사를 대체한다. 헨켈의 경우, 히틀러
특유의 독일어를 패러디해서인지, 대사가 언어로써 관객들에게 전달되기 보다는 코미디적인 요소로 이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바버가 한나와 데이트하는 도중 라디오로
방송되는 헨켈의 연설을 듣는 장면을 보면, 헨켈의 악센트에 맞춰 바버가 우스꽝스럽게 춤을 추듯 도망친다. 캐릭터의 언어가 음악처럼 쓰일 수 있다는 점에서 채플린의 센스가 돋보였다. 하지만
전체적인 대사 면에서 유성 영화의 필요성이 그렇게 강조되지는 않았다. 히틀러를 풍자하는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인 헨켈이 지구본 모양 풍선과 춤을 추는 장면에서는 아무런 대사가 쓰이지 않는다. 따라서, 풍자와 코미디를 표현하는데 있어서 새로운 기술이 채플린의 스타일에 크게 영향을 주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장면에서 엉뚱할
수도 있겠지만 ‘인생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라는 채플린의 명언이 생각났다. 극 초반부터 후반까지
카메라는 인물들과의 거리를 유지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카메라가 인물과 점점 가까워지며 관객은 이전까지의
모든 전쟁과 독재시스템에 대한 풍자가 영화 속 스토리가 아닌 지금 현재 일어나고 있는 비극적 현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연설의 주체는 결국 영화 밖의 채플린이다. 풍자에는 말이 필요가
없었지만, 채플린에게는 말이 필요하다. 분명한 언어와, 단호한 표정, 연설을 하는 바버를 통해 영화는 풍자에서 더 나아가서
더욱 뚜렷하게 주제의식을 표현한다. 연설 씬 도중에 뜬금없이
밭에 주저앉은 한나의 컷이 등장하는데 이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았다. 이 컷의 의미는 단순히 바버가
한나를 떠올리는 것일 수도 있으나 넓은 의미에서 억압받는 다수의 무고한 사람들을 상징화하는 이미지로 쓰였다고 볼 수도 있다. 주저 앉아있던 한나가 하늘을 쳐다보며 각성한 듯한 표정을 짓는 장면은 사람들이 다 같이 희망을 가지고 일어나자는
채플린의 메시지로 해석된다.
추가적으로 한나를
통해 여성캐릭터의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다. 한나는 기존 영화들에
등장하는 여성상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한나는 영화상에서 가장 약자의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자들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말할 수 있고, 나름대로 물리적 반격(?)을 하는 등 주체성이 강한 캐릭터이다. 슐츠 사령관과의 자정 식사에서 궁전을 폭파시키는데 희생할 한 사람을 선별하기 위해 모인 다섯남자들은 동전이
든 푸딩을 고르게 된다. 이때 한나는 모든 푸딩에 동전을 넣고, 결과적으로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은 동전을 다른 접시로 옮기기도 하고 숟가락으로 가리는 등 자신이 걸렸다는 사실을 숨기는 등, 이를
통해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연출된다. 영화는 한나라는 캐릭터를 통해 비판의 대상을 확장시킨다. 애국주의를 위해 개인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다수의 남성들도 결국에는 독재체제를 더욱 확고하게 하는 사람들임을
우회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