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숙의 출간 기획안
도서 제목 : 토닥토닥, 네 맘 알지
-아이돌이 되고 싶은 한 여학생의 좌충우돌 분투기-
김인숙 지음
책 핵심 홍보 카피 2줄
-아이돌에 열광하는 이 땅의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꿈을 향해 도전하는 한 소녀의 이야기, 음악이 전하는 위로와 치유
-끝나지 않은 꿈. 주인공의 용기와 희망을 만나본다.
도서 분류 : 국내 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청소년 소설
제목 제안(가제 추가 제안)
1) 2번째 안 : 열일곱의 멜로디
2) 3번째 안 : 노래로 피어나는 꿈
이 책의 핵심 콘셉트
열일곱 살 여고생이 가수가 되겠다는 꿈을 품는다. 주인공은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음악학원에 다니며 첫 공연, 다이어트, 오디션 등을 경험한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은 현실의 높은 벽에 좌절한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꿈을 향해 나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통해 한층 성장하게 된다. 이 책은 청소년기의 도전과 갈등, 우정과 가족애를 섬세하게 그려낸 성장소설이다.
이 책의 차별성과 경쟁력, 특장점
실감 나는 청소년기 묘사: 이 책은 주인공이 겪는 청소년기의 다양한 문제들을 현실감 있게 다루었다. 부모와의 갈등, 친구와의 우정, 꿈을 향한 도전 등 청소년이 공감할 수 있는 요소들이 가득하다.
음악을 통한 성장: 주인공이 가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겪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성장하는 과정을 담았다. 음악을 중심으로 한 줄거리는 독자들에게 흥미를 안겨줄 것이다.
감정의 섬세한 표현: 주인공의 내면을 세심하게 묘사하여 독자들이 깊이 공감할 수 있도록 했다. 꿈을 향한 도전과 좌절, 성취의 순간들이 감동적으로 그려져 있다.
저자 강점: 5년간 학생들을 직접 가르쳐본 경험으로 아이들의 심리상태를 가까이에서 목격했다. 특히 이 책은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하고자 애썼다.
출판사 선호도와 시대변화의 요구
트렌드 반영: 현재 청소년 문학에서는 꿈과 도전을 주제로 한 성장소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트렌드를 잘 반영하여 독자들의 관심을 이끈다.
청소년 독자층 타겟: 이 책은 청소년 독자층을 겨냥하고 있다. 청소년들의 고민과 문제를 현실감 있게 다루어 공감을 얻는다. 출판사는 청소년 독자층을 타겟으로 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한다.
다양한 진로와 가능성 제시: 단순히 가수의 꿈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실용음악과의 진로를 소개함으로써 독자들에게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한다. 또한 유튜버가 되고 싶은 친구가 만난 현실의 답답함에 대한 언급도 청소년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이는 현실적인 조언을 주는 도움이 될 것이다.
홍보 및 마케팅 관점
SNS와 유튜브 활용: 주인공과 같은 또래의 청소년들은 SNS와 유튜브를 많이 이용한다. 주인공이 겪는 이야기와 연계한 콘텐츠를 제작하여 홍보하면 효과적이다.
음악 관련 이벤트: 독자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음악 관련 이벤트를 개최하여 책에 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독자들이 자신만의 꿈을 표현하는 노래 대회나 커버송 이벤트 등을 연다.
학교와 도서관과의 협업: 학교와 도서관에서 책과 관련된 강연이나 워크숍을 개최하여 직접 독자들과 소통하고 책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청소년 관련 미디어와의 협업: 청소년들이 자주 접하는 매체와 협업하여 책에 대한 리뷰나 인터뷰를 게재하면, 더 많은 독자에게 책의 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
예상 독자층
1) 핵심 독자층(1타깃) : 청소년
2) 확대 독자층(2타깃) : 청소년을 둔 학부모
저자 프로필
문예창작을 전공하였으며 문화일보 단편소설 부문으로 등단하였다.
잡지사, 출판사에서 20년 근무하며 글쟁이로 살다가 2003년부터 자서전 전문 회사 마이라이프북(mylifebook.co.kr)을 운영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는 동안 잠시 직장을 그만두고 5년여간 초·중·고 학생들의 논술을 지도한 경험이 있다. 이때 아이들과 소통하며 내 아이를 키우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저서로 <조선4대사화> <조선야사> <한국사 즐겨찾기> <세계사 즐겨찾기> <97젊은소설> 등이 있으며 현재 청소년 장편소설 <토닥토닥, 네 맘 알지>를 출간 준비 중이다.
* 네이버 블로그/mylifebook
* 이메일:mylifebook@naver.com
머리말 작성
머리말 제목 : 속내를 드러낼 어른이 주변에 없는 아이들에게
아무 말 필요 없이 그냥 등을 토닥여주자.
머리말
한동안 필자는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논술을 가르친 적이 있었다.
논술 수업이라 아이들과 자유롭게 토론하는 시간이 많았다.
“자, 오늘은 장래 희망에 관해 이야기해보자.”
가장 많은 대답은 ‘유튜버’, 그다음이 ‘아이돌’이었다.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은 ‘의사’가 되고 싶어 했다. 물론 ‘과학자’, ‘공무원’ 등 일반적인 대답도 있었고 “저는 하고 싶은 게 아무것도 없는데요”라며 내 눈을 빤히 바라보는 아이도 있었다.
과거와 달리 아이들의 꿈은 확실히 달라졌다. 그것은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사는 요즘 아이들의 세태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아이들은 공부에 치이고 숙제에 치인다. 어른들의 눈치를 살피느라 놀 시간이 없다. 그러나 어느 아이들이든 하고 싶은 속말이 있었다.
“선생님, 저는 걸그룹을 꼭 하고 싶어요. 그런데 우리 엄마는 들은 척도 안 해요. 걸그룹 하려면 사실 지금도 늦었는데…….”
“저는요 축구가 하고 싶은데요, 엄마는 축구에 축자도 못 꺼내게 하세요.”
“선생님, 숙제와 공부를 대신해주고 학교도 대신 가주는 로봇은 언제쯤 나올까요?”
“우리 엄마는 공부밖에 몰라요. 나는 공부가 졸라 하기 싫은데…….”
의외로 친해지면 아이들은 금방 속내를 드러냈다. 그때 느꼈던 것은 의외로 아이들이 속내를 드러낼 어른이 우리 주변에 없다는 사실이었다.
아이들의 말을 묵묵히 들어주고 그래서 속상했구나, 하며 맞장구를 쳐주었다. 그러면 아이들은 봇물이 터지듯 줄줄 말했다.
아이들은 나와 수다를 떨면서 가랑비에 옷 젖듯 조금씩 밝아졌다. 책은 죽어라 읽지 않으면서 논술학원만은 기어코 가겠다는 아이를 이해할 수 없다는 부모의 하소연을 들으면서 나는 가슴이 뜨끔했다.
나도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아이들이 내 맘에 들지 않기는 다른 부모와 마찬가지다. 그러나 아이들이 내 마음에 드는 어른으로 성장하기를 나는 바라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묵묵히 지켜보고 기다려주는 것이 전부였다. 남편은 그런 나를 ‘무책임한 방관자’라며 비꼬았다. 다행히 아이들은 커서 ‘방관자’ 엄마를 훨씬 더 따랐다. 그리고 나는 아이들의 마음을 품는 어른이 되었다.
오늘도 이 땅의 아이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참된 어른을 두리번거리며 찾고 있다. 가끔은 내 아이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나 말을 한다면, 간도 쓸개도 다 빼놓고 다가가 조용히 안아주자. 아무 말 필요 없이 그저 등을 토닥이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마음의 응어리를 풀 수 있다.
또 아무도 자신을 이해해 주지 않아 몸부림치며 사춘기를 겪는 청소년들도 눈을 크게 뜨고 용기를 내어 먼저 손을 내밀어보자. 아프면 아프다고 비명을 지르고 진솔하게 털어놓는다면 분명 마음을 어루만져줄 어른을 만날 것이다.
이 소설은 가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품은 열일곱 살 여고생의 분투기이다. 부모는 입만 열면 오직 공부만을 요구한다. 그러나 주인공은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꿈을 이루기 위해 음악학원에 등록한다.
막상 시작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아이돌이 되는 과정은 훨씬 힘들었다. 도무지 길이 보이지 않았다. 오디션은 보는 족족 떨어졌다. 주인공은 프로필사진도 찍고, 다이어트를 시작했다가 학교에서 쓰러지기도 한다.
주인공 내면을 세심하게 묘사한 이 책은,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겪는 여러 감정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아울러 부모와 자녀 간의 갈등, 친구와의 우정, 꿈을 향한 도전 등 청소년기의 다양한 문제들을 현실감 있게 다루었다.
장마다 주인공이 겪는 사건들과 그로 인한 심리적 변화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주인공의 훌쩍 커 있는 모습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이 책이 장래 무엇이 되고 싶은 꿈을 가진 아이나, 아무것도 되고 싶은 게 없는 아이나, 또 성장기를 통해 온몸을 비비 꼬며 절규하는 아이를 바라보며 속이 반쯤은 타들어 가는 부모에게 작은 위안이 되기를 바란다.
끝으로 이 책이 나오기까지 여러 에피소드를 제공해준 아이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아울러 책을 출간하기에 많은 도움을 주신 **출판사 대표님과 직원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2024년 저물어 가는 가을에 김인숙
차례
프롤로그
-속내를 드러낼 어른이 주변에 없는 아이들에게
아무 말 필요 없이 그냥 등을 토닥여주자.-
제1장 사라진 방문/2
제2장 음악학원에 등록하다/9
제3장 첫 공연/15
제4장 빌어먹을 다이어트/22
제5장 오디션/27
제6장 콘서트/34
제7장 해지된 휴대폰/43
제8장 주말은 싫어/53
제9장 우리들의 미래/61
제11장 수술/68
제12장 크리스마스이브/73
제12장 갈매기의 꿈/80
예상 총 원고 매수 : A4 100매
[본문 작성]
제1장 사라진 방문
-1-
내 방문이 사라졌다. 아빠는 내 방문을 떼어내 베란다로 옮겨놓았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씩씩거리며 한 마디 던졌다.
“앞으로 영원히 방문 없이 살아봐라.”
나는 등을 문 쪽으로 돌리고 앉아 벽을 바라본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아빠의 행동이 옳지 않다는 것을 온몸으로 거부해야 했다. 그러나 웬일인지 손가락 하나 까닥일 힘이 없었다.
이런 순간이 오늘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휴대폰을 빼앗겨 망치로 부수는 것을 바라보았다. 노트북이 반으로 접혀 방바닥에 패대기쳐지는 장면도 목격했다. 그런 순간들마다 나는 방에서 뛰쳐나가고 싶었다. 그리고 아빠가 보는 앞에서 베란다를 열고 보란 듯이 몸을 던지려 했다. 우리 집은 22층이었다. 1층까지 떨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다리가 먼저 떨어질까? 아니면 머리가 무거우니 머리부터 산산조각이 날까? 나는 매일 연습하듯이 내가 떨어지는 모습을 상상했다.
알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온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왜 이런 수모를 견디며 살아가야 하나 싶은 생각에 가슴이 답답했다. 오늘은 눈물조차 나지 않았다. 다만 시간이 빨리 흘러서 아빠의 저 잔소리가, 이 상황이 어서 끝났으면 하는 마음뿐이었다.
쌀벌레 한 마리가 방바닥을 기어가고 있었다. 며칠 전부터 어디서 생겼는지 조그만 벌레들이 여기저기서 기어 다녔다. 쌀벌레는 어딘가를 향해서 부지런히 가고 있었다. 나는 한참 동안 쌀벌레를 눈으로 좇다가 손으로 꾹 눌렀다. 개미를 누를 때와는 달리 감촉이 딱딱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죽은 쌀벌레의 숫자가 늘어났다. 이 숨 막히는 시간에 쌀벌레라도 기어 나와 나의 무력감을 덜고 있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의 광기 어린 행동이 한바탕 끝나고 나면 나는 늘 방문을 잠근 채 하염없이 앉아 있었다. 어떤 날은 한 시간, 어떤 날은 서너 시간씩 꼼짝하지 않았다. 어두운 방 안에 앉아서 나는 끊임없이 이 상황에서 도망치고 싶다고 생각했다.
때로는 짐을 꾸리기도 했다. 그러나 당장 나간다 해도 갈 데가 없었다. 아니 실은 겁이 났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몰랐다. 가지고 있는 돈은 세뱃돈을 모아둔 통장이 다였다. 얼추 300만 원은 넘는, 내게는 꽤 큰 돈이었지만 그것으로 얼마나 견딜까 싶었다.
“죽고 싶어.”
이런 상황이 너무 싫어서 죽고 싶다고 다예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 다예는 중학교 3년 내내 학교를 같이 다녔던 길동무였다. 우리는 아침마다 106동 앞에서 만나서 학교에 갔다. 다예와 나는 가수 아이콘을 좋아하는 공통분모가 있었다. 아니 그보다 다예 아빠도 엽기적이라 이야기가 통했다.
“죽기는 왜 죽어, 차라리 집에서 나와.”
“집에서 나가면 당장 어떻게 살아?”
“청소년 쉼터로 가면 되잖아. 나도 집 나오고 싶어서 수없이 찾아봤었어.”
다예 아빠는 분노조절장애가 있었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병원에 검진도 다니고 약도 먹었다. 다예 아빠는 한번 화가 치밀어 오르면 집안 식구 그 누구도 말릴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약을 먹고 흥분이 가라앉으면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곤 했다. 다예는 그게 더 미칠 지경이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분노조절장애는 잘못된 방식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거래. 그런데 대부분 주변 사람들과 가족들이 피해를 본대. 나는 아빠가 한번 화를 내기 시작하면 꼭 발작하는 것 같아서 무서워. 언젠가는 아빠한테 맞아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
실제로 다예는 아빠에게 맞는 날도 있었다. 따귀를 맞기도 하고 집어 던진 물건에 맞아 팔에서 피가 나기도 했다. 그럴 때면 다예는 집에서 도망쳐 나와 나를 불러냈고 우리는 피시방이나 노래방으로 가서 시간을 보냈다.
“차라리 신고해버려.”
내 말에 다예는 고개를 저었다.
“어떻게 그래, 병이라는데…….”
다예가 피신한 지 두어 시간이 지나면 다예의 휴대전화가 요란하게 울려댔다. 부모님이 번갈아서 집으로 돌아오라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다예는 아예 전화기를 꺼버렸다. 부모님의 전화를 받지 않고 꺼버리는 다예가 나는 존경스러웠다. 나라면 아마 다예처럼 용감하게 행동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청소년 쉼터, 일시 쉼터, 단기 쉼터, 중장기 쉼터……, 등등 인터넷을 뒤져 찾아보았던 그 단어들을 하나씩 떠올렸다. 그러나 너무나 낯설게 느껴져 도리질했다.
그래도 이 지옥 같은 집이 내게는 유일한 안식처였다. 그것을 인정하는 나 자신이 너무 초라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도 원망스러웠다. 그럴 때 나는 음악을 들었다. 음악을 하염없이 듣고 있노라면 분노로 가득했던 마음이 편안해졌다. 결국 내가 잘못해서 오늘도 이 사달이 났다는 생각에 반성하기도 했다.
집에서 도망이라도 칠 수 있는 다예가 부러웠다. 도망도 치지 못하고 미련하게 이 방구석을 지키고 있는 내가 나는 너무 싫었다.
오늘은 방문이 없어서 나의 일거수일투족이 환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나는 이어폰조차 귀에 꽂으면 안 되는 죄인이었다. 마치 사람이 많은 네거리에 발가벗고 서 있는 기분이었다. 나는 노트를 꺼내 아빠의 욕을 쓰며 분노를 달랠 수도 없고 노래를 들을 수도 없었다. 아니 어쩌면 하기 싫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도 몰랐다. 시간은 오늘따라 더디게 흘러갔다.
나는 책상 앞에 하염없이 앉아 있었다. 이럴 때 잠이라도 자면 좋겠는데 평소 그렇게 쏟아지던 잠도 오늘은 어디로 가출했는지 정신이 말똥말똥했다. 나는 왜 그렇게 못하는 것이 많을까? 나는 어째서 공부도 못하고 자랑할 것도 없고 부모님, 선생님들에게 무시당하고 살아야 하는 걸까?
생각이 거기에까지 이르자 나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인 듯 여겨졌다. 나는 그저 돈이나 축내고 밥이나 축내는 식충이에 불과한 걸까? 그렇다면 나는 왜 태어났을까? 이렇게 한심한 인간으로 살다가 죽는다면 차라리 태어나지 말았으면 좋았을걸.
이런저런 생각 끝에 나는 간절하게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집에서 나가 노래방에라도 가서 실컷 노래 부르고 싶었다. 아니 그보다 볼륨을 한껏 올리고 귀가 먹먹하도록 듣고 싶은 노래라도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이 시간을 견디기가 훨씬 쉬울 텐데. 그러나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마냥 앉아 있었다.
-2-
오빠가 학교에서 돌아왔다.
“어, 지윤이 방문이 어디 갔어? 고장 났어?”
오빠는 의아해하며 내방을 지나갔다. 그러나 오빠는 씻고 간식을 먹고 다시 자기 방으로 들어갈 때까지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집안의 싸늘한 분위기가 모든 것을 대변하고 있었다. 말은 하지 않았으나 오빠도 이 분위기를 지긋지긋하게 싫어했다. 때로는 오빠가 피해자가 되기도 했으니까.
오빠는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좋아서 늘 회장에 뽑히고 학교에서 주최하는 각종 대회에서 상도 많이 타왔다. 지금 고3인 오빠는 평소에는 얼굴 보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오빠는 공부를 잘하니까 큰 변화가 없는 한 좋은 대학에 가겠지. 좋은 대학에 가면 미래가 보일 테니까 나보다는 훨씬 희망이 있는 셈이었다.
오빠가 화장실에 다녀와 다시 내방을 지나서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방문 닫는 소리가 들렸다. 오늘따라 방문을 닫는 오빠가 너무 부러웠다. 그래도 방문을 닫으면 바깥세상과 단절된 세상을 갖는다. 온전한 내 시간, 내 세계인 공간.
아빠와 나는 전생에 무엇이었을까? 누가 나에게 세상에서 제일 불편한 존재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아빠’라고 대답할 것이다. 아빠는 아무 일도 아닌 일에 늘 불같이 화를 냈다. 아빠가 거의 발작에 가까운 말투로 나를 몰아세울 때 나는 아빠가 몸만 어른일 뿐 나와 하나도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인정하지 않겠지만 아빠는 다예 아빠처럼 분명히 분노조절장애가 있다. 다예 아빠는 한 번씩 난리를 치고 나면 사과라도 하는데 우리 아빠는 생전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어쩌면 아빠는 다예 아빠보다 병증이 더 깊을지도 몰랐다. 언젠간 아빠 손을 잡고 병원으로 가서 진단을 받게 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했다.
아빠가 퇴근하기 전 나는 모든 일상에서 자유로웠다. 그러나 아빠가 퇴근하고 돌아오는 순간 나는 모든 행동에 제약을 받았다. 아빠의 레이더망에 걸리지 않는 것은 단 한 가지 공부를 하고 있을 때였다. 나는 공부가 싫었다. 책을 붙잡고 있으면 속에서 천불이 났다. 왜 나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까?
‘쾅’ 하고 현관문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아빠가 화를 삭이기 위해 밖으로 나가는 소리였다. 잠시 후 엄마가 들어왔다. 엄마는 크게 한숨을 쉬며 벽을 보고 돌아앉아 있는 나를 뒤에서 말없이 안아주었다.
“이 미련곰탱아, 엄마가 하지 말라고 할 때 그만두면 이런 일 없잖아.”
맞는 말이었다. 내가 지나치게 휴대폰에 몰두하고 있을 때 엄마는 몇 번씩 내 방문을 열고 들어와 나를 말렸다. 엄마가 두세 번쯤 들어와 말릴 때가 완벽한 타이밍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엄마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냥 될 대로 되라는 배짱이 생기고 이렇게 감당하지 못할 사태가 벌어졌다.
“2년 반만 참아라.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면 엄마도 안 말릴 테니까 네 소원대로 집 나가서 살아.”
한바탕 난리 뒤에 늘 엄마에게 듣는 소리였다. 그런데 오늘따라 2년 반만 참으라는 엄마의 말이 위로가 되었다. 그래,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날 이 집을 미련 없이 나가 주리라. 고등학교 졸업하기 하루 전날 가방을 싸두었다가 아예 이 집을 졸업하리라. 나는 그렇게 속으로 결심했다.
방문 없이 산다는 것은 참 난감한 일이었다. 옷을 갈아입을 때도 나는 화장실로 가야 했다. 무엇보다 내가 무엇을 하는지 일거수일투족이 환하게 드러난다는 사실이 싫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나는 휴대폰을 틀어 노래를 듣고 동영상을 보았다. 카톡도 하고 게임도 했다. 새로 나온 화장품과 옷도 찾아보았다. 휴대폰만 있으면 방문이 없어도 나는 아무것도 아쉬운 것이 없었다.
엄마가 베란다로 무언가를 가지러 갈 때, 오빠가 자기 방으로 들어가고 나올 때 나는 내 등 뒤를 슬쩍슬쩍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을 느꼈다. 엄마는 걱정과 염려가 섞인 눈빛으로 나를 바라볼 것이고 오빠는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쳐갈 터였다. 그나마 한번 방에 들어가면 몇 시간이고 나오지 않는 오빠이기에 별로 신경 쓸 것은 없었다. 문제는 아빠가 귀가하는 저녁 9시 이후부터 자러 들어가는 12시까지가 고역이었다. 그 세 시간은 마치 30일, 아니 3년처럼 느껴지는 기나긴 시간이었다.
아빠가 퇴근하기 전에 휴대폰은 거실 탁자에 두어야 했다. 그것이 우리 집의 규칙이었다. 참 어이없으나 무조건 따라야 했다. 원래는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휴대폰을 거실에 두라고 했다. 그러나 그 말을 고분고분하게 따를 내가 아니었다. 휴대폰은 내가 거실에 두지 않아도 아빠가 퇴근할 시간이면 엄마가 들어와서 빼앗아 갔다. 혹시 9시 이전에 아빠가 들어올지 몰라 엄마는 늘 10분 전에 휴대폰을 가지러 왔다. 나는 휴대폰을 가져가는 엄마에게 신경질을 부리며 빼앗기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촉이 좋은 엄마의 말을 들으면 낭패를 당할 일이 없었다. 나는 체념하고 휴대폰을 순순히 내주었다.
9시 5분 전,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빠가 귀가한 것이다. 나는 심호흡을 크게 한번 한 후 책상 위에 놓인 책을 노려보았다. 적당히 시간이 흐르면 책꽂이에서 수학, 영어, 국어 참고서를 꺼내 바꾸어 펼쳤다. 그러나 나는 그 어떤 책장도 넘기지 않았다. 때로는 너무 심심해서 노트에 끄적끄적 낙서했고 때로는 엎드려 잠을 잤다. 그렇게 나는 시위라도 하듯이 책상과 혼연일체가 되어 앉아 있었다. 언젠가는 이 유배 기간이 끝나겠지. 다만 그 시간이 빨리 오기만을 나는 빌고 또 빌었다. 열린 문으로 아빠와 엄마가 다투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도 여자아이인데, 오빠도 방문 앞을 늘 지나다니는데 방문 없이 산다는 게 말이 돼? 멀쩡한 방을 두고 옷 갈아입을 때도 화장실에 가는 게 말이 되느냐고? 정말 뉴스에 날 일이야. 당신이 사춘기를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상관없지만, 요즘 애들은 다 그래. 다 저렇게 방에 처박혀서 안 나온다고.”
방문이 사라진 지 보름이 지날 즈음이었다. 이 시간이면 보통 악마였던 아빠가 천사가 되기도 하는 시점이기도 했다. 망치로 부신 휴대폰을 다시 최신형으로 갖게 된 것도 보름 뒤였다. 두 동강이 난 노트북이 비록 중고지만 다시 생긴 것도 보름쯤이 지나서였다. 수도 없이 빼앗긴 휴대폰은 보통 일주일이 지나면 다시 내 손에 들어왔다. 사안이 좀 심각해서 다시는 내 손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았던 휴대폰도 보름을 넘긴 적은 없었다.
아빠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아빠가 말이 없으면 엄마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말이 많아지기 마련이었다. 엄마는 조목조목 아빠의 잘못을 따지고 들었다. 아빠의 반박이 이어지지 않는 한 사라진 방문도 곧 제자리를 찾을 것이다.
“지윤이 나와 봐라.”
잠시 후 약간은 부드러워진 음성으로 아빠가 나를 불렀다.
‘예스’, 나는 오른손을 주먹 쥐어 위에서 아래로 내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럴 때 꾸물거리는 것은 아빠의 감정을 건드리는 것이지만 나는 잠시 뜸을 들였다. 이제 곧 유배가 풀리겠다는 생각에 콧노래가 나올 뻔했지만,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거실로 나갔다.
“네가 뭘 잘못했는지 알지?”
아빠가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밥을 먹기 싫어서 안 먹은 것하고 핸드폰을 오래 한 것, 그리고 종종 방문을 잠근 것이 뭐 그리 큰 잘못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아빠가 잘못했다고 하면 잘못을 빨리 인정하는 것이 좋았다. 이제 다음 순서는 각서를 쓸 차례였다.
“A4 용지하고 펜 가지고 와라.”
나는 순순히 일어나 종이와 펜을 가지고 나왔다.
“받아 적어라. 일, 학교에서 돌아오면 휴대폰은 무조건 거실에 둔다. 휴대폰을 꼭 써야 할 때는 거실에 나와서 쓰되 30분을 넘기지 않는다. 이, 수학은 하루에 5장씩 반드시 푼다. 삼, 영어단어는 하루 30개씩 외운다. 사, 무슨 일이 있어도 밥은 제때 꼭 먹는다.”
드디어 아빠의 특명 10개가 A4 용지에 빼곡하게 적혔다.
“너도 할 말 있으면 해봐라.”
나는 침을 꼴깍 삼켰다. 드디어 전쟁의 서막이 다시 시작될지도 몰랐다. 나는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말했다.
“저 음악학원에 보내주시면 안 돼요?”
-3-
내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엄마가 인상을 쓰며 도리질을 했다. 더는 말하지 말라는 신호였다.
“음악학원은 다녀서 뭐 하게?”
“저 노래하고 싶어요. 실용음악과 갈래요.”
“그 얘기는 아직도 안 끝난 거야? 지난번에 엄마하고 얘기하지 않았어?”
“엄마가 무조건 반대하세요.”
이판사판이었다. 나는 멀쩡한 엄마까지 싸움판 깊숙이 끌어들였다.
“너 문 없이 살아보니 좋니? 그럼 문 달지 말고 계속해서 살아보던가. 아예 문 앞에 발이라도 하나 달아주랴?”
배신은 내가 먼저 했지만, 엄마의 반응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나는 더는 도망칠 곳이 없었다.
“음악학원만 보내주시면 문 안 달아도 되고 휴대폰도 없어도 돼요.”
내 말에 엄마와 아빠의 눈이 동시에 커졌다. 다른 것은 다 포기해도 휴대폰을 포기한다는 말이 내 입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했다.
“당신이 지윤이하고 다시 이야기해보고 정 그렇게 하고 싶다면 음악학원 한 번 알아봐.”
아빠의 말에 엄마도 나도 놀라서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갑자기 천사로 변한 아빠는 잠시 볼 일이 있다며 밖으로 나갔다.
“너 정말로 음악을 해야겠어?”
“응.”
나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네가 재능이 있다고 생각해?”
또 시작이었다. 내가 음악을 한다고 말을 꺼낼 때마다 엄마는 내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음악은 반드시 재능이 있는 사람만 할 수 있다는 것이 엄마의 지론이었다.
“네가 가령 작곡한다면 음악학원에 보내줄 수 있어. 그런데 너는 가수가 되고 싶다며?”
엄마에게서 수도 없이 들었던 말이었다. 이 대화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학원에 보내달라고 조르면서 시작된 레퍼토리였다. 엄마는 내가 재능이 없어서 학원에 보내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엄마가 나를 음악학원에 보내기 싫어서 하는 말이었다. 엄마는 내가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가 중요하지 않았다. 아니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
다만 엄마는 내가 공부가 하기 싫어서 포기할 구실로 음악을 핑계 대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어쩌면 엄마의 생각이 맞을지도 몰랐다. 나도 공부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열심히 해도 성적은 늘 제자리였고 공부하면서 나는 아무런 성취감을 느낄 수 없었다. 아니 진짜 공부가 싫었다.
솔직히 겁이 나는 것도 사실이었다.
‘이렇게 박박 우겨서 노래를 시작했는데 성과가 없으면 어떻게 하지?’
이런 불안감도 있었다. 어른들은 참 이상했다. 꿈을 가지고 도전하라고 하면서 막상 도전하겠다고 꿈을 말하면 시작도 하기 전에 안 된다고 그 싹을 밟았다. 단지 공부가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엄마, 세상에는 공부 말고도 얼마든지 성공해서 잘 살 수 있는 길이 있어.”
“그걸 누가 몰라? 네가 되고 싶다는 가수는 십만 명, 아니 백만 명이 지원하면 한 명이 성공할까 말까 할 정도로 어려우니까 하는 소리지.”
“엄마 말대로 백만 명 중에서 한 명이 된다고 쳐, 그런데 그 백만 명 중 한 명이 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왜 안 하는데?”
“어이구, 말은 참 쉽게 한다. 자고로 가수가 되려면 싹이 보여야지. 네가 그렇게 노래를 잘한다면 유치원, 아니 초등학교 때부터 정말 노래를 잘한다는 소리를 들었어야 한다고. 내가 너를 17년이나 키웠는데 그 어디에서도 네가 노래를 잘한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어. 그리고 내 딸이지만 나도 네가 노래를 잘한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너를 믿니?”
나는 할 말이 없었다. 엄마의 말이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학교에서도 노래를 부를 기회가 여러 번 있었지만 내가 생각해도 나는 노래를 잘하는 아이는 아니었다. 나는 열심히 길을 달리다가 갑자기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듯 숨이 턱 막혔다.
엄마는 학원에서 중·고등학생 논술을 지도하고 있었다. 평소 책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물론 엄마가 읽고 싶은 책은 아니고 수업에 필요해서 읽는 책이라 해도 엄마는 나날이 똑똑해지고 있었다. 엄마는 국어의 달인, 장학퀴즈, 도전 골든 벨, 1대 100 같은 퀴즈 프로그램을 좋아했다. 텔레비전에서 퀴즈가 나오면 문제가 다 나오기도 전에 맞추었다. 나는 그런 엄마가 신기했다. 엄마와 말로 싸운다는 것 자체가 내게는 불가항력이었다. 엄마와 말싸움을 하면 나는 늘 백기를 들었다. 나는 소리를 높여 떼를 썼다.
“그래, 그렇게 재능이 없으니까 이제부터라도 배워보겠다고, 그러니까 학원에 보내달라고.”
내가 생떼를 쓰자 엄마가 다시 무슨 말인가 반박하려고 했다. 그때 아빠가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는 음성을 낮추고 아주 작게 말했다.
“알았어. 일단 알았으니까 나중에 이야기하자.”
엄마와 말다툼을 하는 것을 아빠에게 들켜서 득이 될 일은 하나도 없었다. 나는 하고 싶은 말이 더 남았지만 못마땅한 표정으로 일어나서 방으로 돌아왔다.
“아유, 이게 원래 이렇게 무거웠나?”
잠시 후 아빠는 베란다에 내놓았던 방문을 끙끙대며 들고 왔다. 그날 얼마나 화가 났으면 저렇게 무거운 방문을 번쩍 들어 베란다로 가져갔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전동 십자드라이버가 ‘윙’ 소리를 내며 돌았다. 드디어 내 방문이 돌아온 것이다. 나는 갑자기 실실 웃음이 나왔다. 엄마와 내일 또 같은 싸움을 시작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오늘은 행복했다. 사라진 방문이 다시 달렸기 때문이다. 방문이 있다는 사실이, 오롯한 내 공간이 있다는 사실이 이렇게 마음을 편하게 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나는 방문을 닫고 서랍에서 MP3를 꺼내 노래를 틀었다.
제2장 음악학원에 등록하다
-1-
학교에서 돌아오자 엄마가 바로 음악학원에 가보자고 했다. 내가 알아본 곳은 신촌에 있는 K 음악학원이었다. 그동안 나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아이돌이 되는 길을 알아보았다.
먼저 좋은 실용음악 학원에 등록한 후 노래를 배우면서 소속사 오디션을 통해 발탁되어야 했다. 물론 오디션에서 뽑히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웠다.
엄마가 나를 데리고 간 곳은 동네 음악학원이었다. 내가 알아본 곳이 있다고 말해도 엄마는 막무가내로 앞장서서 걸었다.
“엄마 생각에 학원은 가까운 게 최고야. 그래야 안 빠지고 다닐 수 있거든.”
“멀리 다녀도 안 빠지고 다닐 거라고, 내가 하고 싶어서 다니는 건데 왜 빠지겠어?”
“일단 다녀보고 이야기하자. 멀리 다니면 차비도 들 거고, 교통비가 문제가 아니라 학교 다니면서 평일에 멀리 학원에 다니는 건 불가능해. 네가 동네 학원이라도 열심히 다니면 나중에 너 하는 거 봐서 옮겨줄게.”
“헐, 영어 학원하고 수학 학원은 일주일에 두 번씩이나 중계동으로 다녔잖아.”
“그때는 친구들이랑 같이 다녔으니까 엄마들이 돌아가면서 픽업했지만, 지금은 다르잖아.”
나는 입을 다물었다. 공부하는 학원이라면 지금도 대치동까지 오빠를 실어 나르면서 신촌은 안 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지만 더 말대꾸했다가는 집으로 돌아갈 분위기였다. 엄마는 학원 건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Q 실용음악 학원은 내가 초등학교 때 기타를 배우러 다닌 곳이기도 했다. 학교에서 영어 페스티벌에 참가한 적이 있었는데 친구 두 명과 함께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불러 금상을 타기도 했다.
그때만 해도 나는 오빠만큼은 아니지만, 부모님의 기대를 받고 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얼굴도 예쁘고 공부도 잘하는 친구 두 명과 삼총사였던 나는 학교에서 주최하는 모든 대회를 휩쓸었다. 글짓기대회, 수영대회, 영어 페스티벌, 토론대회 등을 섭렵하며 우리는 남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무적의 삼총사였다.
초등학교 시절이 끝나고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나는 공부에서 손을 놓았다. 반면 두 친구는 여전히 학교에서 선두를 다투며 잘나가고 있다.
두 친구는 내게 공공의 적이었다. 나는 수시로 두 친구에게 비교를 당해야 했고 그 비교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그야말로 급하강을 하는 성적표를 받아보며 엄마의 실망감 역시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나는 마치 큰 죄를 지은 죄인 같았다. 그러나 공부가 싫은 걸 어쩌란 말인가?
그때 영어 페스티벌에서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배웠던 그 학원이 초등학교 앞에서 우리 집 근처 빌딩으로 이사를 했다. 일단 분위기는 넓고 깨끗해 보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접수대에서 반갑게 인사를 했다.
“아까 전화로 말씀드렸던 지윤이 엄마인데요.”
그렇게 안 된다고 하더니 학원에 전화해서 예약까지 해두었다는 생각에 갑자기 엄마가 사랑스러워졌다. 엄마와 나는 원장실로 안내되었다.
“원장님, 아까 말씀드렸던 이지윤 학생이에요.”
원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탁자에 앉았다.
“어서 오세요, 이 친구인가 보네요.”
“네.”
“예쁘게 생겼는데요?
“뭐 요즘 애들이야 다 예쁘죠…….”
인사치레라는 것을 알면서도 엄마는 기분이 나쁘지 않은지 말끝을 흐렸다.
“너 노래가 하고 싶니?”
“네. 가수가 되고 싶어요.”
나는 씩씩하게 대답했다. 엄마 앞에서 기죽지 않고 무언가를 보여주어야만 했다.
“가수도 종류가 많은데 어떤 가수가 되고 싶니?”
“아이돌이요.”
“어머니도 별로 찬성 안 하시는데 각오는 되어 있어?”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하도 하고 싶다고 우겨서 오기는 했는데, 재능이 있는지도 모르겠고 아무튼 잘 부탁드립니다.”
“어머님은 지윤이가 노래를 배우는 게 썩 내키지 않으신가 봐요.”
“네, 저는 그냥 공부나 했으면 하는데, 정말 말을 안 들어요.”
말은 시큰둥하게 했지만, 엄마는 몇 개월 과정인지, 무엇을 어떻게 배우는지 꼼꼼히 물어보았다.
“일단 처음이니까 취미반으로 등록을 하시고요, 레슨은 일주일에 한 번씩입니다.”
“계속하면 취미반 말고 또 뭐가 있나요?”
“전문반도 있고 입시반도 있어요. 또 댄스반도 있고요, 지윤이처럼 아이돌 가수를 희망한다면, 보컬, 댄스, 비주얼, 액팅까지 준비하셔야 합니다. 전문적인 것은 차차 생각해 보기로 하고요, 연습은 학생이 원하면 언제든지 가능합니다. 매일 와도 됩니다. 참 선생님은 남자가 좋으신가요, 아니면 여자가 좋으신가요?”
“글쎄요, 실력 있는 선생님이면 상관없을 듯싶은데요.”
엄마의 말을 내가 가로챘다.
“저는 여자 선생님이면 좋겠어요. 아무래도 편할 것 같아요.”
원장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시간을 정하라고 했다.
“학교생활에 지장은 없어야 하니까 금요일 저녁 7가 좋겠어요.”
나는 아무래도 좋았다. 그렇게 원하던 학원에 등록하게 됐는데 시간이며 요일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결제를 마치고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엄마의 얼굴을 쓱 훔쳐보았다. 여전히 불만이 가득 찬 얼굴이었다. 나는 속으로 되뇌었다.
‘엄마, 고마워요. 정말 열심히 해서 보란 듯이 성공해 보일게요.’
-2-
학원등록을 한 것이 화요일이고 금요일까지 삼 일이 지나는 동안 나는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그동안 나는 순한 양이 되었다. 엄마 말도 잘 듣고 아빠가 퇴근하면 방에서 뛰어나가 큰소리로 인사했다.
“쟤 왜 저래? 기분이 엄청 좋아 보이는데?”
아빠도 말은 퉁명스럽게 했지만, 얼굴에 미소가 흘렀다. 역시 나는 우리 집안의 암적인 존재가 맞았나 보다. 내가 활기차게 바뀌자 집안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
“지윤이 변덕을 누가 알아? 언제 또 방구석에 처박힐지…….”
엄마가 볼멘소리로 중얼거렸다.
마침내 금요일이 되었다.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나는 옷장에 있는 옷을 꺼내 코디했다. 어떤 선생님일지는 모르지만 내 각오와 마음을 알아주었으면 싶었다. 학원 분위기가 어떨지 잘 몰라서 화장은 하지 않았다. 하긴 워낙 보수적인 부모님 덕에 나는 아직도 드러내놓고 화장을 못 했다. 시험이 끝나거나 친구들과 놀러 갈 일이 있으면 화장품을 가방에 넣어 와서 부모님 몰래 화장했다. 나는 평소대로 안경을 끼고 수수한 옷차림으로 학원으로 향했다.
레슨실에 들어서자 첫눈에 보아도 아주 예쁜 여자 선생님이 계셨다. 키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옷이며 화장이며 한껏 멋을 냈는데 세련미가 풍기고 호감이 갔다.
“안녕하세요.”
나는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반갑다, 앞으로 잘해보자.”
선생님은 환하게 웃으며 나를 맞아주었다.
“지윤아, 안경 좀 벗어봐라.”
나는 안경을 벗었다.
“응, 안경만 벗어도 훨씬 이쁘네. 평소에 화장은 안 하니?”
“네.”
“그런데 학원에 올 때는 앞으로 최대한 예쁘게 하고 와, 왜냐하면 가끔 연습하는 모습을 찍어서 오디션에 응모할 때도 있는데 아무래도 예쁘게 보이면 좋으니까.”
“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 어떤 노래가 자신 있니? 네가 부르고 싶은 노래 아무거나 한번 불러볼래?”
선생님이 피아노 앞에 앉으시며 나를 바라보았다.
“마마무의 ‘여름밤의 꿈’ 부를게요.”
“마마무 좋아하는구나.”
“네.”
“자, 그럼 시작해볼까?”
나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마마무의 ‘여름밤의 꿈’을 불렀다.
비 내리는 한여름 밤
뭔가 으슥한 Tonight
날 부르는 목소리에 잠에서 깨
잠들 땐 나 혼자였는데
방안에 누군가 서 있네
잘못 본 거겠지 뭐 오늘따라 왜 이래
좀 이상해 보여 내 방에 인형도
거울 속에 보여 나 아닌 모습도
마침 울린 전화벨 꿈이었구나 했는데도 난 왜
자꾸 뒤를 돌아보게 돼 왠지
누가 날 보는 것만 같아
I don’t know,
What happened to me?
꿈인지 아닌지
모르겠어 All night long
잠들면 반복되는 Nightmare Nightmare
오싹한 여름밤의 꿈
여름밤의 꿈 여름밤의 꿈에
끝이 없는 여름밤의 꿈 여름밤의 꿈
한여름 밤의 꿈에
나는 노래를 열심히 부르면서 박자도 음정도 엉망이라고 생각했다. 오늘따라 발음도 꼬여서 평소 노래방에 가서 불렀을 때보다 훨씬 못 불렀다. 약간 쪽팔렸지만 그래도 끝까지 불렀다. 내 노래가 끝나자 선생님은 가볍게 웃으셨다.
“정말 그야말로 하얀 백지상태로구나.”
잘한다는 건지 못한다는 건지 알 수 없어서 나는 선생님 표정만 살폈다.
“하긴 어설프게 배워온 것보다는 오히려 지윤이 케이스가 더 나을 수도 있어. 그런데 지금 이 실력으로 노래를 시작하려면 정말 열심히 해야 한다.”
선생님의 말씀인즉 나는 노래를 잘하지도 못 하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다만 음은 정확하게 내니까 기본기부터 차근차근 시작하자고 말했다. 레슨은 선생님이 뽑아준 악보를 가지고 노래를 배운 후 그 곡을 다음 주 레슨 때까지 완벽하게 연습해 와야 했다.
만약 연습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한 곡을 한 달이든 두 달이든 잘 부를 때까지 해야 한다고. 선생님이 너무 많은 말을 해서 오히려 남는 이야기가 없었다. 다만 ‘열심히’라는 단어는 귀에 완벽하게 꽂혔다.
“자, 그러면 이 악보를 가지고 가서 연습해 와.”
선생님이 주신 악보는 가수 권진아가 부른 ‘십 년이 지나도’였다.
“일단 이 노래를 많이 들어봐. 가사를 외우는 건 물론이고, 음도 안 보고 부를 정도로 외워 와야 해. 가수가 숨을 쉬면 너도 숨을 쉬고, 가수가 바이브레이션을 주는 대목에서는 너도 바이브레이션을 주고, 작게 부르면 작게, 크게 부르면 크게 아무튼 최대한 가수하고 똑같이 부른다고 생각하고 연습해 와.”
“네.”
나는 인사를 하고 학원에서 나왔다.
-3-
다음 날부터 나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저녁밥을 챙겨 먹고 곧장 학원으로 향했다. 레슨이 없어도 학원은 언제든 가서 연습할 수 있었다. 연습할 수 있는 방은 10개 정도 있었고 칠판에 미리 이름과 시간을 적어두었다. 대략 7시쯤 학원에 도착해서 노래하다 보면 어느새 10시를 넘기기 일쑤였다. 선생님이 가르쳐주신 대로 되도록 진성을 쓰지 않으려 했으나 그게 잘되지 않았다.
나는 집으로 와서 노래를 듣고 계속 따라 불렀다. 끊임없이 노래를 생각하자 음악을 틀지 않았는데도 귀에서 환청이 들리는 것 같았다.
“쉬엄쉬엄해라. 그러다가 숙제도 못 해 갈라.”
엄마는 학교 숙제조차 뒷전으로 팽개치고 학원에서 살다 오는 내가 여전히 못마땅한 모양이었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기말고사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엄마 카드 주세요, 다음 달 등록해야 해요.”
“안 그래도 등록하라는 문자는 나도 받았는데, 엄마 생각에 다음 한 달은 좀 쉬면 안 될까?”
“왜요?”
“시험이 코앞인데 공부는 안 할 거야?”
아, 그놈의 공부는 여전히 내 발목을 잡고 있었다.
“어차피 공부해봐야 성적이 잘 나오기는 글렀어. 그냥 학원에나 다닐래.”
“너 그럴 거면 음악학원 아예 때려치워라. 너 음악 시작할 때 엄마하고 약속했잖아? 공부도 열심히 하겠다고…….”
엄마는 한 치의 양보도 없다는 듯 목소리가 단호했다. 여기서 내가 화를 내고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면 오기가 생긴 엄마도 절대로 양보하지 않겠지. 나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합의점을 찾았다. 무엇보다 엄마도 인정하는 합의점이어야 했다.
“좋아, 엄마. 시험 기간에는 공부할게. 대신 2주만 쉴래. 그것도 안 된다면 난 아예 공부 때려치울 거야.”
엄마도 처음부터 한 달은 생각하지 않았다는 듯 좋다고 하셨다. 그로부터 2주 동안 나는 집에서 빈둥거리면서 시간을 허비했다. 엄마와 약속했지만, 시험공부는 하지 않았다. 그냥 책상에 앉아서 시간을 죽였다. 이렇게 속절없이 지나는 시간이 참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원에 가고 싶었다. 학원에서 실컷 노래라도 부르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엄마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마침내 기말고사가 끝이 났다. 엄마는 내심 내 성적이 오르기를 기대하셨으나 공부를 하지 않았으니 성적은 형편없었다.
“성적표 나올 때 아직 안됐니?”
엄마는 귀신이었다. 마침 오늘 종례 시간에 이번 시험 성적이 적힌 꼬리표를 받았는데 꼭 알고 묻는 것처럼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나는 조용히 내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바로 학원에 갈 준비를 했다. 꼬리표를 본 엄마가 실망하는 표정을 보고 싶지 않았다. 악보가 든 보조 가방을 메고 나오면서 나는 꼬리표를 슬그머니 식탁 위에 올려놓고 재빠르게 현관을 빠져나왔다.
“간식 안 먹고 가니?”
엄마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나는 엄마가 나를 따라 나올까 봐 얼른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23층에 있던 엘리베이터가 22층에 서자 나는 엘리베이터에 타서 빛의 속도로 닫힘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휴,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지만 보란 듯이 성공해서 보답하면 된다고 나는 스스로 위로했다.
-제2장 끝-
첫댓글 17살 소녀의 도전을 응원하고 싶어지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