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1. 12. 금요일
『위대한 설계』 (The Grand Design)
스티븐 호킹·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지음/ 전대호 옮김
2020.7.15./ 까치글방/ 252쪽
《목차》
1. 존재의 수수께끼 1
2. 법칙의 지배 2
3. 실재란 무엇인가? 7
4. 대안 역사들 9
5. 만물의 이론 12
6. 우리의 우주를 선택하기 15
7. 가시적인 기적 18
8. 위대한 설계 20
《본문 중에서》
과학의 역사에서 우리는 계속해서 더 나은 이론 혹은 모형을 발견해 왔다. 플라톤의 모형보다 뉴턴의 고전이론이 더 낫고, 그보다 현대 양자이론들이 더 낫다. 그러므로 자연스럽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게 된다. 점점 더 나은 이론들을 거치다 보면 언젠가는 종착점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우주에 관한 궁극의 이론, 모든 힘을 아우르고 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예측하는 이론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우리는 끝없이 더 나은 이론들을 발견하지만, 완벽한 이론은 끝내 발견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p.12
M이론은 통상적인 의미의 이론이 아니다. M이론은 다양한 이론들의 집합 전체를 일컫는 이름인데, 그 이론들 각각은 물리 세계의 특정 범위에 한해서만 관찰들을 타당하게 서술한다. … M이론의 다양한 버전들은 서로 겹치는 부분에서 동일한 현상을 예측한다. 그러나 지구의 표면 전체를 충실히 재현하는 평면 지도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물리 세계 전체에서 얻은 관찰들을 충실하게 재현하는 단일한 이론은 존재하지 않는다. p.13
우주를 가장 깊은 수준에서 이해하려면 우주의 행동에 대해서 “어떻게”라는 질문뿐만 아니라 “왜”라는 질문에도 대답할 필요가 있다.
왜 무(無)가 아니라 무엇인가가 있을까?
왜 우리가 있을까?
왜 다른 법칙들이 아니라 이 특정한 법칙들이 있을까?
이 질문이야말로 생명, 우주, 만물에 관한 궁극의 질문이다.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시도할 것이다. p.15
인류의 역사 전체를 놓고 보면, 과학 연구는 아주 최근에 발생한 활동이다. 우리 호모 사피엔스, 즉 인류는 기원전 20만 년경에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기원했다. 겨우 기원전 7000년경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문자 언어는 곡물 재배를 중심으로 한 사회들의 산물이었다. p.22
자연법칙들을 의도적으로 지켜야 한다는 생각은 고대인들의 관심 초점이 자연의 작동 방식에 있지 않고 작동 이유에 있었음을 반영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런 접근법을 취하여 과학의 주요 토대가 관찰이라는 생각을 배격한 대표적인 인물의 하나였다. 정확한 측정과 수학적 계산은 고대에는 어차피 어려운 일이었다. … 물론 아리스토텔레스도 자신의 결론이 관찰과 명백하게 불일치하여 무시할 수 없을 때는 그 결론을 수정했다. 그러나 그 수정은 흔히 미봉책이었고 모순을 호도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p.29~30
우주는 신이 만든 인형의 집이고 종교는 자연 현상에 대한 탐구보다 훨씬 더 값어치가 있다는 것이 당시의 통념이었다. 실제로 1277년에 파리의 탕피에 주교는 교황 요한 21세의 지시를 받들어 저주받아야 마땅한 오류 혹은 이단적인 주장 219개의 목록을 공표했다. 그 오류 중에는 자연이 법칙들을 따른다는 생각도 있었다. 이 생각은 신의 전능함과 상충하기 때문에 저주받아야 마땅했다. 흥미롭게도 교황 요한 21세는 몇 달 뒤에 중력법칙의 작용에 의해서 죽음을 맞았다. 그의 처소의 지붕이 무너져 그를 덮치는 바람에 사망했던 것이다. p.31
근대적인 자연법칙의 개념을 17세기에 발생했다. 케플러는 자연법칙을 근대적인 의미로 이해한 최초의 과학자였을 것이다. …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아는 자연법칙의 개념을 최초로 분명하고 엄밀하게 제시한 인물은 데카르트(1596~1650)였다. ~ 데카르트는, 모든 물리 현상은 운동하는 질량들의 충돌을 통해서 설명해야 하며, 세 법칙이 그 운동을 지배한다고 믿었다. 그 세 가지 법칙은 유명한 뉴턴의 운동법칙들의 선구적인 존재였다. … 데카르트는 또한 오늘날 우리가 “초기 조건”이라고 부르는 것의 중요성을 이해했다. 초기 조건은 임의의 시간 간격의 출발점에서 시스템(界)의 상태를 기술한다. 자연법칙들은 시간이 흐르면 시스템이 어떻게 진화할지를 주어진 초기 조건 아래에서 결정한다. 따라서 초기 조건이 정해져 있지 않을 경우, 시스템의 진화는 특정될 수 없다. p.31~33
만일 법칙들이 자연을 지배한다면, 다음의 세 가지 질문이 제기된다.
1. 법칙들의 기원은 무엇일까?
2. 법칙의 예외, 이를테면 기적은 존재할까?
3. 가능한 법칙들의 집합은 오직 하나뿐일까?
과학자들과 철학자들과 신학자들은 이 중요한 질문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다루어왔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한 전통적인 대답―케플러, 갈릴레오, 데카르트, 뉴턴의 대답―은 법칙들이 신의 작품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대답은 신을 자연법칙들의 화신으로 정의하는 것과 다름없다. p.37
인간과 관련해서 우리는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있다는 유효이론을 사용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방정식들을 풀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의지와 그것에서 유발된 행동을 연구하는 과학은 심리학이다. 경제학 역시 자유의지의 개념을 기초로 한, 그리고 사람들은 행동의 선택지들을 평가하고 최선의 것을 선택한다는 전제를 기초로 한 유효이론이다. 이 유효이론은 인간의 행동을 예측하는 데에 제한적으로만 성공적이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가 알듯이, 인간의 결정은 흔히 비합리적이거나 선택의 결과에 대한 불완전한 분석을 기초로 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세상이 엉망진창이 되는 까닭이다. p.42~43
과학자 대부분은 자연법칙이 관찰자에 대해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외적인 실재의 수학적 반영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주위 세계를 관찰하고 그에 관한 개념들을 형성하는 방식을 숙고하면, 다음과 같은 질문에 부딪히게 된다. 객관적인 실재가 존재한다고 믿을 근거가 정말로 존재할까? p.44
우리는 과학을 할 때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모형을 만든다. 모형 의존적 실재론은 과학적 모형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일상 세계를 해석하고 이해하기 위해서 창조하는 의식적, 무의식적 정신적 모형들에도 적용된다. … 양쪽 눈에서 온 입력을 조합하고, 가까운 지점들의 시각적(視覺的) 속성은 유사하다는 전제하에서 구멍들을 메우게 된다. 더 나아가서 인간의 뇌는 망막에서 온 2차원 데이터 배열을 읽어서 3차원 공간의 인상을 창조한다. 요컨대 뇌는 정신적인 그림 혹은 모형을 구성하는 것이다. … 뇌의 모형 만들기 능력은 매우 뛰어나다. … “나는 의자를 본다”라고 누가 말할 때, 그 말의 참뜻은, 그가 의자에서 산란된 빛을 이용해서 의자의 상 혹은 모형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설령 그 모형이 거꾸로 되어 있더라도, 운이 좋을 경우, 그의 뇌는 그가 의자에 앉으려고 하기 전에 모형을 수정할 것이다. p.58~59
우리의 현대적인 자연관의 토대를 이루는 근본원리, 즉 양자이론을 살펴보자. 특히 “대안 역사들(代案 歷史, alternative histories)”이라는 양자이론 접근법에 관심을 기울여 보자. 이 접근법을 채택하면, 우주는 단일한 존재 혹은 역사만을 지닌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주의 모든 가능한 버전 각각이 이른바 양자 중첩 상태로 동시에 존재한다. 이 생각은 우리가 방에서 나갈 때마다 테이블이 사라진다는 이론만큼이나 터무니없게 들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생각은 지금까지 이루어진 모든 실험적 검증을 통과했다. p.74
양자물리학에 따르면, 우리가 아무리 많은 정보를 소유하고 우리의 계산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물리적 과정들의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정확하게 결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연은, 어떤 시스템의 초기 상태가 주어졌을 때, 그 시스템의 미래 상태를 근본적으로 불확정적인 과정을 통해서 결정한다. 바꿔 말하면, 자연은, 심지어 가장 단순한 상황들에서도, 과정이나 실험의 결과를 명령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연은 제각각 실현될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는 다양한 경우들을 허용한다. 아인슈타인의 말과 정반대로, 신은 모든 물리적 과정 각각의 결과를 결정하기 전에 주사위를 던지는 것 같다. 이 생각은 아인슈타인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양자물리학의 창시자 중 하나였음에도 나중에 양자물리학의 비판자가 되었다. p.90
양자물리학은 자연이 법칙들에 의해서 지배된다는 생각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양자물리학은 새로운 형태의 결정론을 향해서 우리를 이끈다. 그 결정론에 따르면, 어떤 시스템의 특정 시점에서의 상태가 주어지면, 자연법칙들은 그 시스템의 미래와 과거를 정확하게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미래들과 과거들의 확률을 결정한다. 이런 결정론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과학자들은 자신의 선입견에 부합하는 이론이 아니라 실험에 부합하는 이론을 받아들여야 한다. p.91
자연의 양자 모형은 우리의 일상 경험뿐만 아니라 직관적인 실재 개념에도 맞지 않는 원리들을 포함한다. 그 원리들이 기괴하다거나 믿기 어렵다고 느끼는 분들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심지어 리처드 파인만과 같은 위대한 물리학자들도 그렇게 느꼈다. 우리는 곧 파인만이 양자이론을 기술한 방법을 소개할 텐데, 그는 실제로 이렇게 말했다. “양자역학을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안심하고 말해도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 양자물리학은 관찰에 부합한다. 양자물리학은 다른 어떤 과학이론보다 더 많은 시험의 대상이 되었지만,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적은 한 번도 없다. p.93
양자물리학에 따르면, 현재에 대한 우리의 관찰이 아무리 철저하더라도, (관찰되지 않은) 과거는 미래와 마찬가지로 불확정적이며 다만 가능성들의 스펙트럼으로 존재한다. 우주는 양자물리학에 따르면, 단일한 과거 혹은 역사를 가지지 않는다. 시스템의 과거가 확정적이지 않다는 것은 당신의 현재 관찰이 시스템의 과거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p.103~104
우리가 우주를 이해할 수 있는 까닭은 우주가 과학 법칙들에 의해서 지배되기 때문이다. 곧, 우주의 행동은 모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p.109
일상 세계에 관한 실용적인 계산들에서 우리는 계속 고전이론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원자와 분자의 행동을 이해하려면, 맥스웰 전자기이론의 양자 버전(quantum version)이 필요하고, 우주에 있는 모든 물질과 에너지가 좁은 공간에 밀집해 있던 까마득한 과거를 이해하려면 일반상대성이론의 양자 버전이 있어야 한다. 그런 양자 버전들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도 필요하다. 만일 우리가 자연에 대한 궁극적인 지식을 추구한다면, 일부 법칙들은 양자적이고 다른 법칙들은 고전적이서는 일관성이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든 자연법칙의 양자 버전을 발견해야 한다. 그렇게 자연법칙들을 양자적으로 기술하는 이론들을 일컬어 양자장이론(量子場理論, quantum field theory)이라고 한다. p.130
불확정성의 원리는 장의 값과 그 변화율이 둘 다 정확하게 결정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공간은 절대로 비어 있지 않다. 공간은 진공이라는 최소 에너지 상태에 있을 수 있지만, 그 상태는 이른바 양자 동요(quantum jitter), 즉 진공 요동(vacuum fluctuation)을 겪는 상태, 입자들과 장들이 진동하듯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상태이다. p.142
M이론의 법칙들은 내면 공간이 어떻게 감기느냐 하는 데에 따라서 결정되는 다양한 가시적인 법칙들을 가진 다양한 우주들을 허용한다. M이론의 해(解)들이 허용하는 내면 공간은 다양하며 어쩌면 그 개수가 무려 10500에 달한다. 이는 M이론이 제각각 고유의 법칙들을 가진 서로 다른 우주들을 10500개나 허용한다는 뜻이다. 10500이 얼마나 큰 수인지 감을 잡으려면 이렇게 생각해보자. 우주 하나를 단 1밀리초에 분석할 수 있는 어떤 존재가 빅뱅 시점에서부터 계속해서 우주들을 분석해왔다면, 지금까지 분석된 우주의 개수는 1020개 정도가 될 것이다. 한순간도 쉬지 않고 계속 분석해도 그 정도밖에 못한다.
수백 년 전에 뉴턴은 지상과 하늘의 물체들이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수학 방정식을 통해서 놀랍도록 정확하게 기술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리하여 과학자들은 적당한 이론과 충분한 계산 능력만 있으면, 우주 전체의 미래를 알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게 되었다. 그 후에 양자 세계의 불확정성, 휜 공간, 쿼크, 끈, 네 개의 차원 이외의 추가 차원들이 등장했고, 이것들에서 제각각 다른 법칙들을 지닌 우주 10500개가 귀결되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는 그 무수한 우주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원래 물리학자들의 희망은 우리 우주의 가시적인 자연법칙들이 몇 개 안 되는 단순한 전제들에서 도출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귀결이라고 설명하는 단일한 이론을 구성하는 것이었다.
이제 우리는 그 희망을 버려야 할지도 모르게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와 이 우주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M이론이 가시적인 법칙들의 집합을 10500개나 허용한다면, 어떤 연유로 우리는 이 우주에 존재하는 것일까? 가능한 다른 우주들은 다 무엇이란 말인가? p.149~151
우주의 팽창을 탐지하는 것은 우리의 측정 도구들의 크기가 고정되어 있을 때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만일 만물이 팽창한다면, 우리와 우리의 자, 우리의 실험실 등도 팽창할 터이므로 우리는 어떤 변화도 알아채지 못할 것이다. p.159
우리는 아주 어린 우주에 존재했던 양자 요동(Quantum fluctuation)의 산물이다. 신을 믿는 사람이라면,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p.175
우리는 과학사의 전환점에 도달한 듯하다. 물리이론의 목표와 조건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바꾸어야 할 때가 된 성싶다는 말이다. 가시적인 자연법칙들에 등장하는 근본적인 수들의, 그리고 심지어 자연법칙들의 형태는 물리학의 원리나 논리에 의해서 결정되지 않는 것 같다. 자연법칙에 등장하는 매개변수들은 다양한 값들을 가질 수 있고, 자연법칙들은 수학적인 일관성만 유지된다면, 어떤 형태라도 취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들은 다양한 우주들에서 다양한 값들과 형태들을 자유롭게 취한다. 특별한 존재이기를 원하고 모든 물리법칙을 담은 깔끔한 꾸러미를 발견하기를 원하는 인간에게는 불만스러울지 모르지만, 이것이 자연의 실상인 것 같다. 가능한 우주들로 이루어진 광활한 풍경이 존재하는 것 같다. p.181
근본적인 물리법칙의 정확한 형태 및 본질과 관련한 행운은 우리가 환경적인 요소들에서 발견하는 행운과는 종류가 다르다. 전자는 후자처럼 쉽게 설명할 수 없으며 훨씬 더 깊은 물리학적, 철학적 함의들을 지녔다. 우리의 우주와 그곳의 법칙들은 우리를 지탱하기 위해서 맞춤형으로 설계된 것처럼 보인다. 우리가 존재하려면, 그 설계를 변경할 여지는 거의 없을 듯하다. 이것은 쉽게 설명되지 않는 행운이다. 그러므로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제기된다. 왜 이런 행운이 존재하게 되었을까? p.205
만일 다수의 우주가 있다면, 물리법칙의 미세조정은 우리를 둘러싼 환경적 요소들의 미세조정과 지위가 동등해질 것이다. 왜냐하면 이제 우리의 우주적인 거처―관찰 가능한 우주 전체―는, 태양계가 수많은 태양계 중의 하나인 것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우주 중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 태양계의 환경적 요소들과 관련한 행운이 수십억 개의 태양계들이 존재한다는 깨달음에 의해서 대수롭지 않게 된 것과 마찬가지로, 자연법칙들의 미세조정도 수많은 우주의 존재에 의해서 설명될 수 있다. 누대에 걸쳐 많은 사람은 당대의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복잡함이 신에게서 유래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겉보기에 기적적인 생물들의 설계가 지고의 존재의 개입 없이 발생할 수 있음을 다윈과 월러스가 설명했듯이, 다중우주의 개념은 우리를 위해서 우주를 만든 자비로운 창조자를 들먹일 필요도 없이 물리법칙의 미세조정을 설명할 수 있게 해준다. p.207~208
그 어떤 것이 자유의지를 지녔는지 아닌지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만일 우리가 외계인과 마주친다면, 우리는 그 외계인이 단지 로봇인지 아니면 그 나름의 정신을 지녔는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 인간 크기의 외계인은 설령 로봇이라고 하더라도 대략 1,000조 곱하기 1조 개의 입자들로 이루어졌을 것이므로, 관련 방정식들을 풀어서 그 외계인의 행동을 예측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임의의 복잡한 존재가 자유의지를 지녔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말은 자유의지가 그 존재의 근본 특징이라는 뜻이 아니라, 단지 우리가 그 존재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게 해주는 계산들을 할 능력이 없음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P.225
M이론은 아인슈타인이 발견하기를 원했던 통일이론이다. 우리 인간―인간은 자연의 기본입자들이 집합체에 불과하다―이 우리와 우리 우주를 지배하는 법칙들에 대한 이해에 이토록 바투 접근했다는 사실은 위대한 업적이다. 그러나 아마도 진정한 기적은 논리에 대한 추상적인 숙고에 의해서 우리가 보는 놀라운 다양성으로 가득 찬 광활한 우주를 예측하고 기술하는 유일무이한 이론이 나오는 것일 것이다. 만일 그 이론이 관찰에 의해서 입증된다면, 그 이론은 3,000년 넘게 이어져 온 탐구의 성공적인 결과가 될 것이다. 우리는 위대한 설계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p.228~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