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 무정 25

[좋은벗약초나라(원주)]

25 최후의 일(一) 인(人), 잔화영(殘花影)

굳어 버린 시신(屍身) 하나.
그의 시신은 아주 차갑고 파르스름한 손에 의해 눈 속에서 꺼내어졌다.
죽어 버린 눈을 갖고 있는 작은 그림자,

 그의 몸에서는 어떠한 느낌도 일어나지 않았다.
"미안하다, 너희들에게! 나로서는 너희들이 그자에게  죽는 것을

 지켜보아야만 하는  사연이 있었다."
목소리에는 감정이 실려 있지 않았다.
굳어 버린 시신은 일백팔살 가운데 수석검좌(首席劍座)의 위치에 오른 자의 시신이었다.
그는 두 눈을 감지 못하고 죽었다.
그는 동토(凍土) 속으로 지둔술(地遁術)을 발휘해 은잠해 들어갔다가

 어디서 날아드는지 모를 옥수공(玉手功)에 당했다.
그의 미간, 불그스름한 지인(指印) 하나가 미미하게 남아 있었다.
"이 수법은 소림사(少林寺)의 미심화인(眉心火印)과  흡사하나, 전혀 다른 수법이다.

  그자의 몸에는 이생화공(離生火功)이라는 선천극화강살(先天極火剛煞)이 깃들여 있기에,

  간단히 시전한 지력이 소림사의 미심화인을 능가하는

 적염마혼인(赤焰魔魂印)을 보인 것이다!

적어도 칠(七) 갑자(甲子) 내공(內功)이다!"
또 하나의 시신에는 단 하나의 살흔(煞痕)이 있을 뿐이었다.
바로 목덜미의 천돌혈(天突穴) 부위,

 검은 점 하나가 박혀 있고 그것이 차가운 손을 가진 자의 눈길을 끌었다.
"이 수법은 오랫동안 절전이 된 수법이다. 섬전뇌(閃電雷)! 으음,

그자는 각 파의 절예에 능통하다. 더욱이 출수(出手)가 지극히 정교하다!"
또 다른 시신, 나무 등걸 아래서 끄집어 낸 시신에는

 아무런 흔적도 나타나지 않았다.
"무형강살(無形剛煞)이 극성에 이르렀기에 흔적조차 남기지 않은 것이다."
시신들은 하나하나 세세히 검사를 받았다.
죽어 버린 눈을 가진 자,

 그는  어이해 죽은 자들의 시신에서 흔적을 찾아  내고 있는 것인가?
도합 열두 가지.
일백칠 구의 시신에서 찾아 낸 흔적은 열두 가지였다.

 그  짧은 시간에 열두 개의 절정무공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그의 무공(武功)에 있어… 결점은 없다!"
입가가 가늘게 찌푸려진다.

 얇은 흑면사(黑面絲)가  얼굴을 가리고 있고,

 그의  전신은 사기(死氣)에 휘감겨 있었다.
"그것은… 기왕 그를 암살해야 할 입장으로 매우 즐거운  일이다.

 하수를 죽인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부풍혈인(扶風血忍)의 제자에게 있어서!"
스으으…!
그의 모습은 눈보라와 더불어 하나가 되었다.

 이제는 아무런 산 자도 남아 있지 않았다.
최후에 나타난 자,

 그는 휘하무사들을 일부러 죽게 만들었단 말인가?
그는 뇌옥린의 무공 수위를 알아보기 위해

자신의 부하들을 뇌옥린에게 보내었단 말인가?

폭설은 낙양을 완전히 뒤덮어 버렸다.
극심한 한파가 몰아닥치자 거리는 한산해졌고,

 사람들은 방안에 난로를 때는 것으로도 모자라 독한 술을 마시고

 몸에 털가죽 옷을 걸쳤다.
죽음을 일으킬 정도의 극심한 추위,

그것은 무적대성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영혼을 잠재웠던 무적천군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것이었다.
다시 말해, 그들은  열기(熱氣)보다는 한기(寒氣) 가운데에서

  본래의 내공을 발휘할  수 있고… 초식 구사를 능숙하게 할 수가 있다.
뇌옥린은 천왕사의 뒤뜰 거대한 죽림(竹林)을 빌려 거기 기문대진을 설치한 다음,

그들과 더불어 두 시진에 걸쳐 무공을 연마했다.
그가 그렇게 하는 이유는,

소림사에서 무적천군이 너무나도 많은  사람을 죽인 데에 자극을 받은 것이었다.
다시 말해, 그는 무적천군이 사람을 가려 처단하는 것을 연마시키는 것이었다.

폭설이 계속된다. 뇌옥린은 새벽이 될 때 혼자 눈 속으로 들어갔다.
'천소기 형과 진무웅 형이 나의 좌우비위(左右臂衛)가 되어 주어

 천군만마보다 더한 원군이 되어 주었고,

무적천군이 나의 거익(巨翼)이 되어 주기는 했으나…

 아직도 내게는 승산이 희박하다.'
뇌옥린은 처음으로 미소를 거두었다.
그는 대세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대혈마성은 승산이 십일 때만 일어난다.

 그들이 수백 년 간을  기다린 이유는 바로 그것 때문이고,

이제 일어난 것은 완전해졌기 때문이다.
뇌왕천을 간단하게 접수한 것이 바로 그것을 증명하는 일이리라.
뇌옥린의 얼굴은 좀처럼 펴지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는 늘  여유 있게 웃는 뇌옥린이었으나,

 혼자  있을 때에는 얼굴 가득 고뇌의 빛을 던지고 있었다.
'혈검금군단(血劍禁軍團)이 무적천군에 버금가는 절세고수로 뭉쳐졌다면

 쉽게 이길 수 없으리라.'
그는 나름대로 병법을 세우고 있었다.
그의 어깨 위로 흰 눈이 떨어져 내렸다.

 뇌옥린은 지금도 겉으로 보아서는 무사(武士)가 아니었다.

그는 세월(歲月)을 담금질해 나아가는 장인(匠人)이었다.
슷－ 슷－!
뇌옥린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걸을 때였다.

 문득 그의 눈 안으로 붉은 꽃 한 송이가 들어왔다.
'눈 속에 꽃이 피어 있다니…?'
뇌옥린은 깜짝 놀라며 꽃송이를 유심히 바라봤다.
죽림 언저리의 설원에 피어난 붉은 꽃,

 그것은 생화(生花)가 아니라 종이꽃(紙花)이었다.

 그리고 너무나도 정교한 솜씨로 제작이 되었는지라, 얼핏 보면 진짜 꽃으로 보였다.
"대체 누가…?"
뇌옥린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문득 기이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아주 기이한 힘이 다가서는 듯한 느낌,

절대의 감각을 갖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것을 절대로 느끼지 못할 것이다.
뇌옥린이 그것을 느끼는 찰나, 무엇인가가 그의 얼굴 앞쪽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것은 한 마리 아주 작고 아름다운 흑색(黑色)  학(鶴)으로

정교한 솜씨에 의해 종이로 접힌 것이었다.
뇌옥린의 시선이 종이학 쪽으로 향해질 때.
팟－!
이번에는 무엇인가가 빠른 속도로 다가섰다.
금빛 선!
너무나도 빠르게 다가서는 금빛 선은 바로 종이로 접은

아주 작고 아름다운 금지산(金紙傘)이었다.
바람개비처럼 핑그르르 돌며 다가서는 금산이 뇌옥린의 이목을 끌 때.

－ 기회다! 처음으로… 완전한 기회가 나타났다.

소리도 없이 무엇인가가 다가왔다.
섬(閃)!
그러나 그것은 빛도 뿌리지 않고 다가섰다.
완전한 허무(虛無) 가운데 감추어진 죽음의 그림자는

뇌옥린의  뒤쪽 눈바닥을 통해 다가서고 있었다.
한순간, 눈바닥이 길게 갈라지며 흰 그림자 하나가 떠올랐다.
치리리릿－ 릿－!
수천 줄기 은색(銀色) 원호(圓弧)가 떠오르다가 돌연 한  줄기 흰 무지개가 되어

 푸른 그림자를 향해 폭사해 나아갔다.
은색화(銀色花)가 날리듯이 찰나적으로 

백팔(百八) 방위(方位)가  화영(花影)에 휘어감기는 가운데,

푸른 그림자는 반으로 잘라졌다.
그 순간.
"후후… 단벌 옷을 자르다니, 예의가 없군?"
맑고 차가운 목소리가 신비한 그림자의 뒤쪽으로 불쑥 나타나고 있었다.
"…!"
장도를 쳐든 흰 그림자는 일순 눈빛을 흩트리며 제 손끝을  바라봤다.

 그의 장도가 자른 것은 청삼(靑衫)이었다. 청삼은 나뭇가지에 걸려 있었다.
"어… 어떻게 알고 피했지?"
흰 그림자는 자신이 실패했다는 것보다,

 상대가 자신의 눈과 귀를 속였다는 데 더 놀라워했다.
"나를 따르던 호흡의 수는 백아홉이었는데,

지난번에 나타난 자들은 백여덟에  불과했지.

 다시 말해, 하나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소리도 되지.

 훗훗… 그래서 나는 그 마지막 하나가  나타나기를 은근히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나타난 사람은 바로 뇌옥린이었다.
그는 망막에 떠오르는 백색 인영을 보고 있었다.
머리 위에서 발끝까지가 흰 안개로 뒤덮인 자,

그는 이제껏 뇌옥린을 집요하게 추적했던 자들의 우두머리였다.
"쫓는 솜씨나, 연막 솜씨로 보아…

먼 바다 가운데  작은 섬(小島)의 솜씨를 배운 모양이군.
훗훗… 하나, 중원의 자객술(刺客術)도 그만은 하다.

 훗훗… 나는 체온(體溫)이 실린 옷자락에 유형강기를 몰아내어,

나의 형상을 만들어 너를 끌어냈던 것이다!"
뇌옥린은 팔짱을 끼고 있었다.
부르르르…!
사람의 모습으로 뭉쳐진 흰 그림자에서부터 나타난

장도의 도신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마검향이…

 너를 암살(暗殺) 서열(序列) 제일위(第一位)로 지목한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성별이 구분되지 않는 목소리였다.
바로 잔화영(殘花影).
대혈마성이 십 년 간 비밀리에 기른 살인병기(殺人兵器)이고,

 대혈마성의 살수 수법과 동시에

부풍혈인의 최후(最後) 인자술(忍者術)을 터득한 희대의 자객이다.
잔화영은 감정을 죽이는 훈련을 받았다.
그에게는 과거도 미래도 없다.

그는 죽을 자의 명단만 갖고  십팔만 리를 멀다 않고 추적하며,

그가 누구이건 죽이는 일을 하도록 안배되어 있었다.
대혈마성의 서열(序列) 삼(三) 위(位)에 오른 절대고수,

그는 차라리 홀가분하다는 표정이었다.
"네가 쉽게 거꾸러졌다면, 차라리 슬펐으리라!"
"묘하군!"
"호호…!"
웃음소리는 분명 남자의 웃음소리가 아니었다

. 얼굴은 알아보기 힘드나, 웃음소리로 보아 잔화영은 여자였다.
"너를 삼천 리에 걸쳐 추적했다. 그러는 동안 행동거지에 묘한 애정을 갖게 되었지."
"애정?"
"아마도 내가 갖게 된 마지막 감정일 것이고… 네가 피를 뿌리는 찰나,

 나의 기억에서 사라질 것이다!"
치리리릿－!
잔화영은 잔혹하게 말하다가 위로 떠올랐다.
흰 분수물이 뿜어지는  듯하더니,

 잔화영의 몸뚱이는  휘몰아치는 눈보라  가운데로 사라졌고…

 대신 수십 개의 지화(紙花)가 어지럽게 날리기 시작했다.
휘리리릭－!
붉은 종이꽃과 노란 종이꽃, 그리고 자주색 종이꽃이 분분히 날린다.

그것은 기이한  강기에 의해 뭉치었다가는 흩어지는 가운데,

뇌옥린의 얼굴 앞쪽으로 파고 들어갔다.
분분히 날리는 색색화(色色花), 그것은 청력을 방해했고 안력을 방해했다.
한데, 뇌옥린은 전혀 움직이지를 않았다. 

 그는 색색화가 앞쪽으로 다가서는 데에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잔재주는 버려. 그 따위 환엽은(幻葉隱) 따위로 나를 홀릴 수는 없다!"
뇌옥린은 시선을 위쪽으로 쳐들었다.

 그는 눈꽃을 이고 있는 낙락장송 한 가지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의 맑은 시선이 가지 끝에 이르는 찰나,

 그곳에서부터 흰 그림자 하나가 너무나도 빠르게 떠올랐다.
파라라랏－!
이번에는 무수한 지학(紙鶴)이 뜬다.
살아 있는 듯 날개를 펄럭이며 무수한 종이학들이 다가섰고,

흰 그림자는 찰나적으로 눈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뇌옥린은 여전히 미동도 하지 않았다.
"표화살영(飄花煞影)! 조금 낫군

. 그 정도라면  중원자객도(中原刺客道)에서도 사십 위 정도는 된다!"
뇌옥린의 시선은 다시 돌려졌다. 그는 눈에 푹 파묻힌 화단을 바라봤다.
일순, 눈 속에서 탄식이 흘러 나온다.
"으으, 또 알아 내다니…?"
눈더미가 한 주먹 정도 허물어지는 가운데 희뿌연 안개가  다시 날아올랐고,

이번에는 수없이 많은 금산(金傘)이 빙글빙글 떠올랐다.
현란하게 떠오르는 작은 우산들, 뇌옥린은 그것을 보며 처음으로 미소를 지었다.
"좋아, 그 정도라면 나의 칭찬을  들을 만하다.

 환환미리(幻幻迷離)에 이어 잔화영겁(殘花永劫)! 좋아,

이번에는 비각무흔(飛脚無痕)! 좋아!"
뇌옥린은 부동대정공(不動大靜功)을 쓰고 있었다.
그는 하나의 산과 같았다.

그리고 그를 향해 다가서는 자는 

그 산의 거대함에는 비교가 되지 못할 흘러가는 구름(浮雲)에 불과했다.
잔화영은 인자구묘(忍者九妙)라는 절기를 잇따라 사용했으나

뇌옥린을 혼미케 하지 못했다.
"너를… 존경한다. 그러나… 너는 죽어야 한다!"
허공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리며.
치리리리릿－!
돌연 거대한 도영(刀影) 하나가 눈보라 속에서부터 폭사되어  나와

뇌옥린의 정수리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뇌옥린은 일순 눈빛을 흩트렸다.
"가장 좋았다. 환검(幻劍)의 최후 절기라는 참천섬(斬天閃)!"
그는 외치며 처음으로 신형을 비스듬히 틀었다.
그의 머리를 향해 날아 내리던 거대한 도영은 그 순간 사라졌고,

 대신 한 줄기 도섬(刀閃)이 소리도 내지 않고 뇌옥린의 등을 향해 날아들었다.
참천섬은 하나의 허상(虛像)이었고,

 진짜 살수는 뇌옥린의 등 쪽으로 다가서고 있는 것이었다.
호흡 소리를 눈보라에 감추고 맥박조차 감추어 버린 자.
다가섰다는 것을 느낀다면 이미 늦은 후이리라.

차가운 도신이 등판을 갈라 버린 후일 테니까.
그러나 뇌옥린은 잔화영의 존재를 처음부터 끝까지 정확하게 알아차렸다.
보라! 뇌옥린의 옥수(玉手)가 펼쳐지고…
무영광상도(無影狂想刀)!
가장 완벽한 도초가 수식(手式)으로 시전이 되며

 허공이 수만 갈래로 난도질되기 시작했다.
허공 가득 떠오르는 흰 손바닥들,

 그것은 하나하나 가공할 힘을 싣고 있는 진짜 손들이었다.
그것이 환영처럼 보이는 이유는, 손이 너무나도 빠르게 떠오르기 때문이었다.
이십 장 안이 옥수영(玉手影)에 덮이더니.
파팟－!
"으으윽…!"
잔화영이 난생 처음 터뜨리는 비명 소리가  허공에서 터져 나오며

피보라가 눈보라  속으로 뿌려졌다.
잔화영의 장도는 산산조각이 났고,

 도편(刀片) 다섯 개가 그녀의 가슴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러나 그녀가 비명 소리를 낸 이유는

, 살 속으로 파고드는  쇳조각이 주는 아픔 때문이 아니라

자객의 명예가 훼손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 인자에게 있어 첫 번째 실수는 첫 번째 죽음이다!

잔화영은 뇌옥린이 다가서는 것을 바라보며 입을 가볍게 악물었다.
그녀의 입 안에는 독단이 하나 깨어졌고, 그녀의 호흡 소리는 그 순간 아주 가늘어졌다.
"옥린… 너를 무인(武人)의 하나로서 진심으로 존경한다."
잔화영이 중얼거릴 때, 뇌옥린은 훌훌 떠올라 그녀의 잘룩한 허리를 두 손으로 받쳐 들었다.
잔화영의 몸은 축 늘어졌고, 지극히 가는 목소리가 마지막으로 새어 나왔다.
"나를… 위해… 나의 면사를 벗기지 말고… 그냥 죽게 해 다오. 으으음…!"
차디찬 목소리 끝에는 신음 소리가 이어졌다.
잔화영은 해초(海草)가 고목에 걸쳐지듯이 뇌옥린의 두 팔 위에 축 늘어졌고,

 뇌옥린의 옷소매가 피에 물들었다.
잔화영은 아주 가볍고 부드러운 몸뚱이를 갖고 있었다.
뇌옥린은 그녀를 안고 떨어져 내리다가 그녀의 상반신을 자세히 바라봤고,

그 순간 그의 눈빛이 여지없이 흐트러졌다.
잔화영의 백색 장포 자락이 갈라졌는데, 그 사이로 무엇인가가 나타나고 있었다.
"나비(蝶)! 설… 설마…?"
눈처럼 흰 앞가슴 위.
가슴을 꽈악 졸라매어 여성 특유의 성징(性徵)이 되는

 붕긋한 앞가슴의 돌기를 압박했던 검은색 젖가리개가 도편(刀片)에 의해  끊어지며,

 두 개의 육봉(肉峯)이  도발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한데, 그 사이에는 아주 기이한 반흔이 있었다

. 불에  데인 자국인데, 그 반흔은 기이하게도 나비(蝶) 모양이었다.
뇌옥린은 우연히 보게 된 그 반흔을 보고 눈가를 부르르 떨었다.
"이러한 반흔은 몹시 드물다. 한데, 잔화영에게 이러한 반흔이 있다니…

 설마 잔화영이 내가 찾아다니던 그녀란 말인가?"
뇌옥린의 얼굴이 시뻘개졌다.

－ 그분은 피부가 백옥처럼 흰  분이십니다.

정녕 천상의 신녀마냥  아름다우신 분이신데…
가슴에 나비 모양의 반흔(瘢痕)이 있고!

황실(皇室) 월하부인(月下夫人)이 한 말이다.
십절군주(十絶君主) 주영롱(朱玲瓏).
십 년 전 황실을 떠난 여인이다.

 아니,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황실을 떠나야 했던 비운의 여인이다.
황제는 그녀를 잃은 한을 이기지 못하고 하나의 강호 반대 세력을 이룩했는데…

그것이 바로 혈검금군단이다.

－ 그분의 복부에는 사마귀가 있고…!

뇌옥린은 월하부인의 말을 상기하며 잔화영의 옷자락을 찢어 냈다.
부욱－!
피에 젖은 흰 옷자락이 찢어지며 박속같이 희고

 연화의 꽃잎처럼 매끄러운 아랫배가 나타났다.
그 위, 사마귀 하나가 볼록 솟아올라 있었다.
"우… 우연치고는… 너무나도 큰 우연이다!"

－ 비파(琵琶)를 즐겨 타시며…
－ 과실 중에서는 신 능금을 제일 좋아하십니다.

 그분은  하이얀 치아를 드러내시며 해맑게 웃으시기를 좋아하시며…

 꽃 중에는 매화(梅花), 그것도 붉은 피처럼 붉은 매화를 제일 좋아하십니다!

뇌옥린은 십절군주의 소녀시절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십절군주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되었다.

기억을 갖고 있다면 이미  황실에 연락을 했을 테니까!
한데 대혈마성에게 서열 삼 위에 오른 잔화영이라는  여살수(女煞手)의 신체 비밀이

십절군주의 신체 비밀과 같다니?
뇌옥린이 얼굴 근육을 경직시킬 때.
"제… 제발 나를… 하나의 인자로… 최후를 마치게 해 다오.

같은  무도자(武道者)로서… 적의 소원… 마지막 소원을 들어 주지 못한단 말이냐?"
잔화영은 눈을 희미하게 뜨며 중얼거렸다.
창백하리만큼 흰 피부였다.

 눈은 아주 컸고, 콧날은 오똑한 정도를 지나 매우 뾰족한 편이었다.
화용월태(花容月態)라기보다는 빙염(氷艶)하다 할까?
지극히 차가운 아름다움을 지닌 여살수 잔화영,

그녀의 입술  사이에서 흘러내리는 피는 시꺼맸다.
그녀는 대혈마성의 상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율법에 따라

 입 안에 넣고 있어야 하는 독단을 깨물었다.
그것은 일보멸혼단(一步滅魂丹)으로,

내공이 막강하고 임독양맥이 타동된 절정고수라 하더라도

일보멸혼단을 깨물게 되면 즉시 죽게 된다.
하나 잔화영은 가공할 내공에 금강불괴에 가까운  신체를 갖고 있었으며,

 아직 순음지기(純陰之氣)를 깨뜨리지 않은 상태이기에 완전히 숨이 멎지는 않은 것이다.
"나… 나를 이대로… 죽게 해 다오! 으으음…!"
잔화영은 그렇게 말하며 뇌옥린의 옷가슴에다가 더운 피를 흘렸다.
뇌옥린의 눈에서는 전에 보이지 않았던 정광(精光)이 쏟아져 나왔다.
"아무래도… 낭자는 죽을 자격이 없는 듯하군!"
"죽… 죽을 자격?"
"물론 잔화영이라는 자객은 죽을 자격이 있다. 패했으니까.

 하나, 또 다른 이름은 죽을 자격이 없다!"
"무… 무슨 소리이지?"
"글쎄? 지금 말해 봤자… 모를 것이다!"
뇌옥린은 잔화영의 등 뒤 배심혈(背心穴)에 손을 대고 진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그의 몸 안에는 태양(太陽)이 담겨져 있는 듯했다.

장심을 통해 일어나는 가공할 열류는 잔화영의 죽어 가던 혼을 깨우기 시작했다.
"모… 모르다니?"
"훗훗…하여간 죽을 자격이 없다

. 네가  죽는다면 오백만(五百萬) 군(軍)이 남북(南北)  십삼(十三) 성(省)을

 초토화시킬 것이다."
뇌옥린은 잔화영을 안고 위로 떠올랐다.
잔화영은 삶이 수치라 여기며 혀를 깨물고 죽으려 했으나,

 그녀에게는 혀를 깨물 힘조차 없었다.

－ 더러운 놈! 어이해… 내 옷을 벗기느냐?
－ 미안.
－ 네놈은 치한이다. 어이해… 나를 발가벗기느냐?
－ 나는 신(神)이 아닌지라 옷을 벗기지 않고 치유케 하는 방법은

 아직 배우지 못했거든?
－ 거… 거머리 같은 손을 치워라. 흐으으윽…!
－ 일단 도편을 빼내야 한다! 그 동안만 참아라.

그리고 지금 하는 일은 너를 위해 하는 일이 아니니, 너는 상관 마라!

창 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다.
일대에는 수백 개의 기이한 눈사람이 서 있었다.
오랫동안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 진짜 인간들.

이들은 고금  무림계에서 가장 강력한 위력을 지닌 진세 하나를

 모옥 둘레에 펼쳐 놓고 있었다.
벌써 여섯 시진째다. 무적천군이 모옥 둘레를 포위한 지도.
나무 침상은 흰빛을 뿜어 내고 있었다.
실오라기 하나 가리지 못한 눈부신 여인의 나신이 그 위에 반듯이 누워 있기 때문이었다.
깊이 잠들어 있는 여인, 그녀는 완전하게 발달이 된 젊은 여체를 갖고 있었다.
탁 건드리기만 해도 깨어져 버릴 듯한 빙옥질(氷玉質)의  여신상처럼

여인은 거의 소리나지 않는 미세한 호흡만 차가운 대기 속으로 흘리며 그렇게 누워 있었다.
지금 그녀는 반생반사(半生半死)의 상태였다.
추궁과혈(推宮過穴)과 연환해혈수(連環解穴手)가 실시되어 맥(脈)이 살아나기는 했으나

 의식은 깨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의 몸은 차츰차츰 식어 가고 있는 상태였다.
나무 의자 위, 눈빛이 흐릿한 청년이 번뇌에 찬 표정을 지으며 앉아 있었다.
그는 약간 피로한 기색을 보였고, 너무나도 아름다운 여체를  보고는

조금 동요하는 인상이었다.

 하나, 그는 여체를 보고 음욕을 일으킬 정도로 수양이 덜 된 자는 아닌 듯했다.
바로 뇌옥린, 그는 잔화영을 일단 구하는 데에는 성공을 했다.
하지만 잔화영을 완전히 구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내공 손실이 필요하다.
한데 누워 있는 여인은 십절군주라기보다 대혈마성의 잔화영이다.
뇌옥린은 반시진째 고뇌하는 상태였다.
달빛이 흘러들고 있다.

 폭설이 거두어지고 교교한 월광이 창을  통해 방안으로 흘러드는 것이었다.
'완전히 깨운다면 즉시 다시 나를 암살하려 하거나 탈출하리라.'
뇌옥린은 이빨로 짙붉은 입술을 질끈 물었다.
"일단은 이 여인의 내면(內面)을 알아야 한다.

 이 여인이 정녕 십절군주인지를 알아야 한다.
그 다음, 결정하자!"
뇌옥린은 중얼거리며 눈을 반개했다

. 그는  천천히 하나의 심결을 일으키는  가운데 우장을 반듯이 내어밀었다.
옥수(玉手)!
그것은 은은한 청색으로 변화하는 가운데 잔화영의 미심을 뒤덮었다.
연보라색 기운이 흐르는 가운데 잔화영의  표정에 변화가 생겼다.

 차갑다는  인상 이외에는 주지 않았던 냉요(冷妖)한 얼굴 위로 아주 기이한 정서가 흐른다.
천지통령대법(天地通靈大法)!
뇌옥린은 절대독(絶代毒)의 수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것은 지혜를 마비시키고,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영상을  기억시키는

 기이한 제압력을 발휘한다.
보라! 잔화영의 느낌 없던 얼굴에 만감이 교차하지 않는가?
뇌옥린의 입술이 가볍게 벌어졌다.
"십(十) 년(年) 전으로 돌아가라!"
"십… 십 년?"
잔화영의 목소리는 전과 달리 차갑지 않았다.
"잔화영이기 이전, 그 이전으로 돌아가라!"
"으으음… 아… 아니 된다, 그것은!"
잔화영은 인상을 찡그렸다.
"왜?"
"대… 대성주(大城主)가 명했다!"
"무엇을?"
"없애라고… 이전의 모든 기억을!"
잔화영은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대성주가 기억을 없애라고 했느냐?"
"그… 그렇다."
"그가… 무서운가?"
"그는… 신(神)이다. 그의 명을 어길 수는 없다."
"이겨야 한다."
"아… 아니 된다!"
"나는… 너와 가장 가까운 친구이다. 나를 믿고 이전의 기억을 일깨워라!"
"으으… 으으…!"
잔화영의 얼굴 위로 땀방울이 맺힌다.
그녀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구슬 같은 땀방울을 주르르 떨어뜨렸다.

풍만하게 부풀어오른 젖가슴 가운데 골짜기에도 땀이 폭포가 되어 떨어지기 시작한다.
여인의 몸에서 달콤한 비린내가 풍긴다.
"으으… 으으…!"
신음 소리를 내는 여인, 그녀는 잔화영이기 이전의 기억을 떠올리고 있었다.
뇌옥린의 손은 완전히 청색으로 물들었고,

 잔화영은 경련을 일으키다 말고 몸을 경직시키며 천천히 입술을 떼었다.
"나는…!"
이상하게도 목소리가 앳되어진다. 댕기머리 소녀처럼…
"나는… 대명(大明)의 군주(君主)… 어이해… 나를 함부로 대하는가?"
매우 총명한 소녀의 목소리가 시작된다.
아아, 역시 그녀는 십절군주 주영롱이었다.
그녀는 천하제일재녀(天下第一才女)였기에

 대혈마성의 선택을 받고 잔화대좌에 올랐던 것이다.

주영롱은 탈진해 늘어졌다.
뇌옥린은 그녀의 얼굴을 보며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악마의 십 년은 지나갔소, 군주!"
"…"
주영롱은 몸을 가늘게 떨며 잠에 빠져들었다.
"군주는 이제… 과거를 찾게 될 것이오.

그리고 잔화영으로  길러진 십 년은 기억하지 않아도 되오!

내가 대혈마성과 싸워 이기는 순간, 마기(魔氣)는 완전히 사라질 것이오!"
"…"
"그 이전까지는… 나의 내공으로 불결한 기억을 제거해 주겠소!"
뇌옥린은 이단의 무공을 자유롭게 사용했다.
절대지문 안에는 정사도의 모든 절학이  담겨져 있다.

뇌옥린이 사용하는 제령술(制靈術)은
마교(魔敎) 비전(秘傳)과는 다른 신령스러운 힘을 지니고 있었다.

서설(瑞雪)이 내리는 새벽, 뇌옥린은 거의 허탈 지경에 빠져든 상태에서

주영롱의 천령개(天靈蓋)에서 장심을 떼어 냈다.
그도 역시 인간인 듯,

 주영롱을 기사회생케 하는 가운데 거의 허탈 지경까지 빠져든 것이다.
하나, 그는 일주천(一週天)의 운기토납(運氣吐納)만으로도

허탈해진 내력을  다시 찾을 수가 있다.
십절군주 주영롱, 그녀는 아주 기이한 표정 가운데 깨어나고 있었다.
코를 찡그리고 몹시 짜증스럽다는 표정으로.

주영롱은 발끈 화가  난 상태에서 일어나 뇌옥린을 쏘아봤다.
"그대는 누구인가?"
"아…?"
뇌옥린은 주영롱의 당돌한 한 마디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주영롱의 표정은 뾰로통한 미소녀의 표정이었고,

 그녀의 목소리 역시 천진난만한 소녀의 목소리였다.
주영롱은 십오 세 소녀로 깨어난 것이다.

 그녀는 십 년 세월을 망각에 묻어 버린 것이다.
"어이해… 나를 이같이 누추한 장소로 데려왔는가?

 주상(主上)은 이 일에 대해 윤허를 내렸는가?"
주영롱은 다그치듯이 말했고, 뇌옥린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저는 뇌옥린이라 하는 소졸(小卒)이올시다."
"금군(禁軍)인가?"
"금군에는 끼이지도 못하는 처지입니다!"
"쯧쯧… 대장부(大丈夫) 구실도 못하는 자로군?"
"하하… 관직에는 그리 욕심이 없습니다."
"그러면… 왜 내 앞에 있지?"
"군주저하를 자금성(紫禁城)까지 보내어 드릴 일이 저의 소관이기 때문입니다. 핫핫…!"

주영롱이 자신이 이상하게 달라졌다는 것을 안 때는 거울을 본 때였다.
어깨를 뒤덮는 검은 머리카락과 성숙된 얼굴.
"이… 이 얼굴이 내 얼굴인가?"
주영롱은 너무나도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뇌옥린은 그녀가 입을 수 있는 옷을 한 벌 마련해 방안으로 들어서다가

주영롱의 눈물을 보며 멈칫했다.
'당분간은 번뇌가 크리라. 모든 것은 세월이 해결해 줄 것이고,

그러는 동안 모든 것은 망각 속으로 묻힐 테니…'
뇌옥린은 조용히 주영롱 앞으로 다가섰다.
주영롱은 벌거벗고 있다는 것도 느끼지 못했다.
뇌옥린은 시선을 돌리며 옷을 내려놓았다.
"살다 보면 인간의 얄팍한 지혜로는 알지 못할 일도 많은 법이외다.

 군주, 옷을 걸치시오!"
"그… 그대는… 흐흑… 누구지요?"
"친구(親舊)!"
"친구요?"
"울지 마오. 내가 도와줄 테니까. 그리고… 곧 자금성에 가게 될 것이오!"
"흐흑… 친구라면… 나를 안아 줘요. 겁이 나요."
주영롱은 당돌하게도 뇌옥린의 가슴 속으로 뛰어들고 있었다.
뇌옥린은 저도 모르게 그녀를 끌어안았고…
휘리리리링－!
돌연 삭풍이 불며 창문이 활짝 열렸다.

주영롱은 추위를 느끼는지 뇌옥린의 가슴 속으로 더욱 세게 파고들었다.

 영원히 떠나고 싶지 않다는 듯…
그녀의 모습은 잔화영의 모습과는 완전히 대조적이었다.
뇌옥린은 그녀를 떨칠 수 없었고,

 주영롱은 삭풍만 탓했지 자기 자신이 성녀(成女)가 되었다는 것은 탓하지 않고

자꾸만 뇌옥린의 품으로 빨려들었다.
어쩌면 그녀는 잔화영 시절의 영상을 갖고 있을지 모른다.
그녀는 처음으로 한 상대를  존경했고

, 무의식적이나마 상대에 대한  사랑을 하게 되었을지 모른다.

그리고 그러한 마음이 지금은 아주 순수한 감정에 따라

우러나서 이러한 일을 만들고 있는 것인지도…
둘은 꼬옥 안은 채 새벽을 맞이했다.
훗날, 더 멋진 초야(初夜)를 위해 이 순간은 그렇게 마무리지어지는 것이다.
"세상을 많이 알면… 더 세게 안아 주겠다만, 지금은…!"
"피이!"
"후후… 남자 앞에서 벌거숭이가  되어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 정도는  알아야 해!"
"호호호…!"
아침은 이렇게 밝아 왔다.
천왕사에는 이미 사람들이 와 있을 것이다.
뇌옥린은 이미 개방을 통해 연락을 한 상태였다. 

 십이(十二) 영반(領班) 가운데 금사탄으로 가지 않은 은검후(銀劍侯)가

금군 오천을 친히 이끌고 와서 주영롱을 마중할 것이다.

립(笠), 그것은 순백색을 띠고 있었다

. 뇌옥린은  주영롱을 보낸 후 수백 개의 백립(白笠)을 마련했고,

그중 하나를 자신의 머리 위에 덮어 썼다.
"대혈마성의 현판이 쪼개지기 이전,

 내가 무공을  전수한 전대기인들의 영령이 부끄러워 떠오르는 해를 대할 수 없다!"
아주 천천히 그는 끈을 조였다.
'이제… 갈 때다.'
뇌옥린의 숨결은 너무나도 차분했다.
'무사가 되기 싫어 떠나온 그곳으로… 하나의 무사가 되어 이제 돌아가는 것이다.'
뇌옥린은 백립을 쓴 후, 뜨락으로 나아갔다.
그곳에는 거조(巨鳥)들이 날아 내려 있었다.

 거조는  개방주가 무적대군주에게 바친 것으로,
원주인은 복우산(伏牛山)의 천금제왕(千禽帝王)이라는 백도의 인물이었다.
거조 위에는 무적천군이 앉아 있다.

 그들 역시 뇌옥린과 같은  백립을 머리 위에 쓰고 있었다.
휘리리링－!
다시 눈보라가 불기 시작했고,

 수백 마리 거조는 천년무림계의 대영웅(大英雄)을 태운 채

설천(雪天)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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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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