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만과 신분증 - 군산에서부터
“꿈, 신분증에 채 안들어가는/ 삶의 전부, 쌓아도 무너지고/쌓아도 무너지는 모래 위의 아침처럼 거기 있는 꿈.”이라고 황동규는 말했다. 저번에 지원동기편지를 쓴 뒤 강릉으로 여행을 가고 올 때 이 문장을 꽤 여러 번 읊조렸으나, 이번에 군산 여행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서 나는 미켈란젤리가 연주하는 슈만의 “카니발” 즉, 사육제를 듣는다. 항상 그렇게 하듯이 여행 내내 열 번도 넘게 듣는다.
슈만을 따르면, 욕망이 문자를 작동한다. 반대가 아니다. 라깡에게서와는 다르겠다. 그래서 욕망이 문자에 포박되지 않는 것이고 이는 시인이 생각하는 것처럼 절망해야할 일이 아니다. 이 심성은 나타나는 것이지 무너지는 것이 아닌고로 우리는 재미있게 그것을 갖고 논다. jouer는 놀다.이면서 연주하다.아닌가. 슈만은 아주 훌륭하게 증명한다. 그는 (에르네스티네 폰 프리켄) 이름을 고르고, 거기서 제 마음대로 열성껏 표상을 선정하고(고향, Asch), 그 표상을 제 마음대로 열성껏 분해하고(A, S. C, H), 그 집자한 글자들을 제 마음대로 열성껏 다시 재조립하고, 거기서 끝나지 않고, 전혀 다른 종류로, 그러니까 (A-Eb-C-B 혹은 Ab-C-B로) 문자를 소리로 변환(transmuer)하기까지 한다. 생에 대한 일성만은 그 안에서 집요하게 멈추지 않고 그대로 진동한다. 나는 여기서 그 일단만을 말한 것이고, 이 음악을 자세히 뜯어보면, 음악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문학적이기까지한 기표를 해체하는 온갖 수사적인 방법이 총동원되어 있다. 슈만의 이 곡으로 논문을 쓰는 사람은 여기에 대해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호학적으로 말한다면, 슈만의 카니발은, 표현‘형식’인 보법(譜法) 이름 문식(文識) 등등과, 내용‘형식’인 슈만의 자기자신에 대한 감과 그리고 슈만의 동지 ‘다비드동맹’회원들의 슈만에 대한 상 등등을, 동시에 교묘한 문자적 악절들로 구성/해체하여 순수지속으로서 표현‘실체’와 내용‘실체’를, 역시 동시에 드러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쇼팽 악장. 슈만이 쇼팽을 지나치게 올려세워서 그 자리에 있던 쇼팽이 오히려 크게 역정이 낸적이 있었다는 일화는 유명한데, 이 악장에서 역시나 슈만문자변양으로 쇼팽의 음악적 형식을 재정립하면서, 이렇게까지 자기방식으로 쇼팽에 빠져있는 슈만을 묘사해내고야마는 슈만의 약간은 자기희화적인 고백을 볼 수 있다. 여기 이 음악에서 이렇게 '형식'이 교착에 빠지고, 내가 말로 묘사하기는 까다로운 슈만의 성격이 '실체'로 드러난다.
이 순수지속은 결단코 형식들처럼 해체될수없는 슈만과 그리고 현현하는 슈만들인 연주자들이 영구히 의지하는 '한' 영원이다-부정사이며 한정사인 '한'. 그런데 여기서는 무엇보다 슈만의 시간이며, 슈만의 인격이며, 그리고 무한한 시간 위에 무한하게 끼얹어진다고 말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다. 이 슈만의 표현실체/내용실체는 베르그송이 철학이 마땅히 향해야 할 곳으로 지정한 흐르는 개념(le concept fluid)과도 상통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이 두 사유가를 풀어낼 수 있는, 두 사유가가 오가는 한 길에 대한 방침을 놀랍게도 얻는다.
다시 돌아와서 말하자면, 그러니 우리의 욕망은 자기-자신을 창조하기를 욕망하는 욕망까지도 품부하는 필연을 띤다. 그렇기에 우리는 신분증 따위에 대해 하소연할 시간이 없다. 오히려 신분증의 은유는 우리의 변혁이 독아론적인 낭만이 아니라, 강포한 권력 자체를 산일(散逸)하게 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일 뿐이다. 사실 ‘좋은 글’은 언제나 문자이념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세계에 대해서 이 일을 부지런히 해왔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슈만의 내면 분열증체들이 단순히 쇼팽, 파가니니 같은 다른 사람 이름이나, 나비 같은 다른 사물 이름 같은 것들만이 아니라, 행진, 왈츠, 응답, 휴식 같은 동작들까지도 포함한다는 것이다. 이 고단수의 분열증적 예술가 앞에서는 영화에 자주 나오는 ‘사람’으로서의 다중인격은 하수의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la caractère가 성격만이 아니라 특질이기도 하다는 것을 제대로 알 수 있다. 그리고 나는 특히 마지막 곡이 “"Marche des Davidsbündler contre les Philistins" 다비드동맹에 대한 언급으로 끝나는 것을 명기하겠다. 공동체의 호흡을 증언하고, 나아가 창조하려는 슈만의 욕망.
*본래 옐.의 기호학에서도 형식론보다 실체론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난해하고 또 난망한데, 그렇더라도 내가 여기서 표현실체 내용실체 부분을 미진하게 다루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아직은 잘 모르기에, 과제로 남긴다. 추억기억에 응하는 것이고, 또 차라리 생리적인 어떤 것이 아닐까하는데...
https://spinditty.com/genres/Classical-Piano-The-Schumann-CarnavalRecording-Program-Notes
죽기 전에 꼭 들어야 할 클래식 1001
사육제
[ Carnaval ]
사육제 대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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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로베르트 슈만(Robert Schumann)
작곡연도
1835년
장르
Instrumental
악기
Piano
연주자
Marc-André Hamelin
녹음연도
1999년
레이블
Hyperion CDA 67120
슈만은 장 파울의 소설 『장난꾸러기 시절』로부터 영감을 얻어 《나비》(1831년)에서 상상의 가장무도회가 주는 인상을 그렸다. 그로부터 3년 후에 나온, 스물한 곡으로 구성된 《사육제》 역시 무도회를 그렸다. 주요 손님은 에르네스티네 폰 프리켄으로 당시 슈만의 약혼녀였다(그는 후에 클라라 비크와 결혼했다). 슈만은 약혼녀의 고향인 아슈(Asch)의 철자를 독일식 음계 이름 대로 바꾸었다(A-Eb-C-B 혹은 Ab-C-B로). 이런 모티프들은 《사육제》 곳곳에 조심스럽게 나타나며, 10번 곡 ‘ASCH-SCHA’의 토대가 되기도 했다. 모티프들은 ‘스핑크스’라는 수수께끼 같은 이름을 달고 소리 없이 조용히 등장하기도 한다. 보이기는 하지만 연주되지는 않는다.
《사육제》의 여러 곡 속에는 에르네스티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슈만의 또 다른 에고들도 마찬가지인데, 시적인 에우제비우스와 열정적인 플로레스탄이 그것이다. 무도회에는 쇼팽과 파가니니가 음악으로 표현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코메디아 델아르테에서 따온 인물들도 출연한다. 왈츠가 들어갈 자리에 장난스럽게 행진곡을 배치한 마지막 부분은 슈만이 상상으로 만들어 낸 반보수주의 혁명단체 ‘다비드 동맹’을 연상시킨다. 이는 전통적으로 ‘할아버지의 춤’이라는 왈츠의 주제를 바꿔보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가장무도회의 형식에 반하는, 슬쩍슬쩍 지나가는 흐릿한 연상이나 희미한 추억들만 남았다.
슈만의 곡은 프랑스계 캐나다인 마르크-앙드레 아믈랭의 손끝에서 환상적으로 되살아났다. 이 앨범에 담긴 아믈랭의 연주는 신비로운 <피에로>, 장난기 많은 <할리퀸>, 섬세한 <에우제비우스>, 화려한 <플로레스탄>을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그는 10번의 <춤추는 문자들>을 연주할 때는 쉴 새 없이 손을 놀리는 화려한 기교를 선보이며 <파가니니>에서는 여러 옥타브를 넘나든다.
“그녀는 내게 헌신적이며 놀랍도록 음악적이죠. 한 마디로 내가 아내에게 바라는 모든 것입니다.”
슈만, 에르네스티네 폰 프리켄의 미덕에 관하여
추천 음반
Mitsuko Uchida
Philips 442 777-2
Suitably capricious and technically sure, Uchida also gives voice to the usually muted "Sphinxes"
Arturo Benedetti Michelangeli
Testament SBT 2088
Breathtaking color and precision from a renowned keyboard perfectionist
Alfred Cortot
Pearl CD 9331
One of the great Schumann interpreters, recorded in 1928, and proving an unrivaled lyrical touch
[네이버 지식백과] 사육제 [Carnaval] (죽기 전에 꼭 들어야 할 클래식 1001, 2009. 6. 1., 매튜 라이, 스티븐 이설리스, 이경아, 이문희)
슈만 사육제 제목 가르쳐주어. 한국어와 불어로. https://chat.openai.com/
슈만의 "카니발 작품 9번"[Carnaval, Op.9 (Schumann, Robert) ; 21 pieces · 1833-35]은 21개의 독립적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부분은 특정 인물이나 그룹을 나타냅니다. 각 부분의 독일어 원제목과 그에 해당하는 한국어와 프랑스어 번역은 다음과 같습니다:
1. "Préambule" - "서문" - "Préambule"
2. "Pierrot" - "피에로" - "Pierrot"
3. "Arlequin" - "아를레킨" - "Arlequin"
4. "Valse noble" - "고귀한 왈츠" - "Valse noble"
5. "Eusebius" - "에우세비우스" - "Eusébius"
6. "Florestan" - "플로레스탄" - "Florestan"
7. "Coquette" - "꼬꼬마" - "Coquette"
8. "Réplique" - "대사" - "Réplique"
9. "Papillons" - "나비들" - "Papillons"
10. "A.S.C.H. - S.C.H.A. (Lettres dansantes)" - "A.S.C.H. - S.C.H.A. (춤추는 글자들)" - "A.S.C.H. - S.C.H.A. (Lettres dansantes)"
11. "Chiarina" - "키아리나" - "Chiarina"
12. "Chopin" - "쇼팽" - "Chopin"
13. "Estrella" - "에스트렐라" - "Estrella"
14. "Reconnaissance" - "재회" - "Reconnaissance"
15. "Pantalon et Colombine" - "판탈론과 콜롬비나" - "Pantalon et Colombine"
16. "Valse allemande" - "독일 왈츠" - "Valse allemande"
17. "Paganini" - "파가니니" - "Paganini"
18. "Aveu" - "고백" - "Aveu"
19. "Promenade" - "산책" - "Promenade"
20. "Pause" - "쉼" - "Pause"
21. "Marche des Davidsbündler contre les Philistins" - "다비드 연맹의 휄리스틴에 대한 행진곡" - "Marche des Davidsbündler contre les Philistins"
주의: 각 부분의 제목은 직역보다는 그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일 수 있습니다.
Davidsbündler 란?ChatGPT
"Davidsbündler"는 독일어로 "다윗의 연맹"을 의미하며, 이는 로버트 슈만이 창조한 가상의 예술가 그룹을 지칭합니다. 슈만은 이 그룹을 통해 자신의 음악적인 개성과 철학을 표현하였습니다.
"Davidsbündler"는 슈만이 그의 음악 잡지인 '신음악신문(New Journal of Music)'에서 종종 사용한 필명이기도 합니다. 슈만은 다윗의 연맹을 새로운 음악적 표현과 아이디어를 지지하고, 보수적인 예술적 관행에 반대하는 예술가들의 그룹으로 묘사하였습니다.
"다윗의 연맹"이라는 이름은 성경의 다윗 왕의 이야기에서 착안한 것으로, 다윗 왕이 이기지 않을 것 같은 거대한 적 골리앗에게 도전하는 이야기를 상징적으로 사용하여, 슈만과 그의 동료들이 음악적 혁신을 위해 보수적인 관행에 도전하는 것을 묘사하였습니다.
스페인 무도 "Bolero"는 이 그룹의 두 대표적인 인물, 즉 슈만의 분열된 개성을 대변하는 "Florestan"과 "Eusebius"에게 돌아갑니다. 이 두 인물은 각각 슈만의 열정적이고 충동적인 면모와 꿈꾸는, 섬세한 면모를 대표합니다.
교회용어사전 : 교파 및 역사
사육제
[ 謝肉祭 , carnival음성듣기 ]
문자적으로는 '고기여 안녕'(carne vale), 또는 '고기를 버림'(carnem levare)이란 뜻. 로마 가톨릭에서 부활절을 준비하는 금식 기간을 앞두고 갖는 관능과 자유의 축제 행사. 나라와 지방에 따라 여러 형태로 이루어지는데 가장무도회·익살극 등을 포함한 온갖 환락을 동반한 행사가 치루어지며 때론 지나치게 과격한 나머지 폭동으로 돌변하여 수많은 사상자를 낳기도 한다.
원래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이교 축제에 젖어 있던 이방인들에게 기독교를 전할 목적으로 그들의 풍습을 허용하면서 비롯되었으며 순수한 기독교 행사는 아니다. 사순절이 시작되기 전 3-7일 동안 행해지는데, 지금도 미국의 뉴 올리언스와 브라질의 리오데 자네이로 사육제는 유명하다. 프로테스탄트 국가들에서는 행해지지 않는다.
[네이버 지식백과] 사육제 [謝肉祭, carnival] (교회용어사전 : 교파 및 역사, 2013. 9. 16., 가스펠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