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
普修上人低宣了一声佛号,道:“唐施主,老衲委实无法辨识弘一是假,他神态言语无一不似。”
唐梦周微微一笑,走在弘一禅师身前施展闭脉移经手法封移了弘一禅师数处穴道,两指在颈下慢慢剥开一层极薄的人皮面具。
普修上人不由心神一震,面色大变,道:“鬼蜮伎俩,莫非为甚,请问唐施主如何发落。”
唐梦周道:“此人名唤潘寅三,他为在下闭住穴道,浑然忘怀前事,掌门人亦故作不知,使他身后主使凶邪无法得逞其阴谋,容在下徐图救出弘一禅师。”
说着,慢慢将潘寅三人皮面具复原。
普修上人道:“施主解救本门一大危难,乃莫大功德,祈佛祖默佑施主阖第清吉,福寿衍庆。”
唐梦周微微一笑,道:“武林危难,方兴未艾,依在下猜测,贵门内尚有匪徒混迹其内,不可不防,白马寺内紫袍妖邪,务望掌门人谋取对策,在下因有要事不可久留,掌门人不可相送。”
言毕一闪而出。
他疾奔如飞离了嵩山,择一荒僻山径小道赶往登封,只见去路有一座石造凉亭,亭内却隐隐传来举执话声,不由把身法缓了下来。
身距凉亭两丈开外,亭内之人忽有所觉,大喝道:“什么人?”
唐梦周飘然如行云流水进入亭内,应道:“过路人,有何大惊小怪?”
只见亭中坐着四人,赫然正是阎尹等,严薇薇也在。
因唐梦周已扮作摩云神爪孙道元,严薇薇乍睹之下并不相识,继发觉唐梦周左手扳指,芳心不禁喜极,暗道:“原来是他!”
凉亭内两侧砌有两条青石板,可供旅客歇息睡卧之用,孙道元一屁股坐了下去,望也不望阎尹四人一眼。
阎尹看不出孙道元是否武林人物,衣着华贵不似贫寒,忖道:“莫非是登山游客。”
起念想惊走孙道元,起身往亭外走去,须臾,只见阎尹五指抓着一条青色毒蛇,蛇身不停地扭曲挣扎,目注孙道元一眼,意似欲向孙道元掷去。
孙道元突目中神光暴炽,两指虚空疾弹。
只听波的一声,蛇首爆毙粉碎,孙道元冷笑道:“这等毒物尚敢戏弄,不是自找其死么?”
阎尹不禁面色一变,忙将蛇尸抛掷在地。
孙道元冷笑道:“你走你的奈何桥*⑴,我自走我阳关道*⑵,起意害人,用心歹毒,不略施惩,也不知老夫厉害。”
说时身形虚提如鸟,挟着一片如山无形潜劲扑向阎尹三人。
猝然奇袭之下,阎尹等忙中运展功力护身丝六掌倏推。
孙道元已自飘出亭外,冷笑道:“女流之辈。老夫不屑出手。”
严薇薇娇叱出声,扑出林外,但孙道元身影已杳,佯装悻悻而回。
他见阎尹三人面现痛苦已极之色,额角渗出岂大汗珠。不禁大惊道:“阎监堂……”
阎尹目露怨毒神光,苦笑道:“老匹夫已走了么?在下尚无事,不过他们两位恐已无救。”
严薇薇闻言吃了一惊,另两人目中神光渐转黯淡,探手一摸,发觉触手水冷,业已气绝,骇然惊呼道:“怎么死啦!”
阎尹泛起一种凄凉黯然笑容道:“这老匹夫无疑为武林顶尖高手,他那掌力看似阴柔已极,其实抗拒愈强,受伤愈重,在下及时警觉回撤真力,他们两人想必内腑俱毁,无法回生。”
只见两人鼻中滚出丝丝黑血,身躯倾斜倒了下去。
严薇薇神色惶恐道:“阎监堂,我等如何回覆门主。”
阎尹从身旁取出一粒药丸服下,长叹一声道:“罪在在下,所幸老匹夫已知我等来历,否则我等四人俱无幸免,严姑娘,你我速将尸体埋起。”
片刻时分两尸已然清除,阎尹严薇薇仍留在凉亭内,仍有所待。
严薇薇脑际纷现唐梦周飘逸潇洒身影,只觉心绪烦乱不宁,怅触无端,频频发出低声喟叹。
阎尹只道严薇薇因本门频遭挫退,忧心胆寒,劝慰道:“姑娘不必烦虑,只待潘老五传讯到来,我等立即回覆门主,禀明门主查出老匹夫真正来历,非将老匹夫碎尸万段,方稍心头之恨。”
严薇薇暗暗冷笑道:“你别做梦。”
黯然笑笑道:“门主行踪飘忽不定,未必可即时赶来,眼前紫袍妖邪说不定在到处追踪我等………”
阎尹忽脸色一变,不意噤声,身形疾闪入角隅隐处藏着。
严薇薇情知有异,亦闪于门侧,只听一片衣袂振风传入耳中,到达凉亭外忧然停住。
只听浓浊语声道:“奇怪,白马寺住持方丈弘一禅师不是好生生地在少林寺中么?少林掌门普修上人闭关参禅,尚有七日之期,弘一禅师尚须静候开关才得返回白马寺,令主几乎中了他人诡计了。”
“此言极是,就看少林戒备森严,便知一班,我等速回复令主。”
来人竟绕过凉亭如风掠去。
阎尹忽疾闪掠出,目睹一双矫建身影消失于山道远处,鼻中不禁发出一声冷哼。
严薇薇在身后响起银铃语声道:“监堂瞥明此两人来历么?”
阎尹道:“乃紫袍凶邪党羽,此去必白马寺无疑。”
继又顿足道:“为何尚未见潘老五传讯到来。”
此刻天色已暗黑如漆,风涛怒吼,侵体寒凉。
严薇薇道:“监堂尚要等候么。”
阎尹迟疑了一下,道:“不如先回登封客店,信鸽必折回找上你我。”
两人疾奔而去,身后现出一条形似淡烟人影暗随着。
到达登封,已是三更时分,走入客栈,只见店夥含笑迎着,道:“两位才回么?房内有位客官守候甚久。”
阎尹面色一变,道:“这位客官甚么长像?”
店夥答道:“穿着一身白衣,年岁约莫四旬上下,神态蔼和,出手极是大方,命小的唤了酒菜在房中自酌自饮哩!”
阎尹哦了一声道:“原来是他,你去歇息吧,不用你招呼。”
店夥喏喏遵命退下。
阎尹低声向严薇薇道:“门主来了。”
严薇薇暗暗一凛,心头宛如小鹿撞胸,随着阎尹身后走去。
阎尹推门而人,道:“属下参见门主!”
严薇薇敛敛衽袵万福,只见一白衣人坐在案前自酌自饮,冷冷笑道:“两位少礼,客栈内耳目众多,暂无俗礼相拘。”
继又沉声道:“阎尹,此行经过如何?”
阎尹忙将白马寺所遇前后经过叙出。
白衣人双眉频频耸动,眼中不时逼射夺人心魄精芒,沉声道:“幸亏那晚紫袍凶邪援手尚未赶至,不然你等必遭无幸,本座一时失算,不料到与本门为敌的竟是紫袍人。”
“门主是否猜出紫袍人来历。”
白衣人摇首答道:“如非你等传讯,本座尚未曾听说过有紫袍人,你幸未施展追魂令,紫袍人亦莫测高深,所以你才能保全性命。”
阎尹不禁惊出一身韩冷汗。
白衣人又道:“司空奇老化子武林一绝,适逢其会,这不能怪你。”
继又冷笑道:“丐帮迟早必为本座所用,何惧老化子逃出掌心。”
严薇薇暗暗心惊。
白衣人道:“老化子同行也是丐帮高手么?”
阎尹道:“那晚,星月无光,而且甚难分辨,只知他们称老化子为师伯,谅系丐帮高手,属下退出寺外曾追踪司空老化子一行,竟然追失,不料遇上七星帮匪徒,一场拚搏,匪徒弃下三具尸体逃去,严姑娘差点命丧毒手。”
白衣冷哼一声道:“刘凃两香主武功甚高,怎会丧命在那老匹夫手中,老匹夫是何形像,你瞧清了没有。”
阎尹面色微变,道:“老匹夫曾与属下对面坐下……”
继叙出孙道元长像衣着。
白衣人大惊失色道:“竟是他么?”
严薇薇道:“此人是谁,望门主见告。”
白衣人道:“摩云神爪孙道元。”
继而长叹一声道:“堪与本座为敌者武林中仅寥寥数人,摩云神爪孙道元就是其中之一,不料节外生枝,王屋盲叟遗失珍物尚未觅获,紫电剑又半途劫失,风闻最近紫电剑曾现踪一次,此后又复失去影踪,本座料测两物必为同一人得去。”
阎尹道:“门主猜测是何人所为?”
白衣人道:“江湖盛传独手人魔冷飞再出江湖,独掌阎罗邵宫虎至今生死不明,此二人乃本座一块心病,如非是他们两人,即另是其人,看来本门前路维艰,需要经过一场激烈拚搏。”
阎尹道:“斗力不如使智,门主不觉得胜券甚少么?”
“自然。”
白衣人道:“本座似自认智计甚高,但对头人亦狡智多端,眼前形势就可看出一班,他们志在逼使我等露面,如此敌暗我明,正反易劳,最后势必展开一场惨烈拚搏。”
说着身形缓缓立起,又道:“此刻,本座急需觅获紫电剑得主,阎尹,本门不可再丧失精英。”
说着取出一封密缄,道:“依计行事,不可疏忽。”
蓦地——
窗外响起噗噗振翼声。
阎尹目中神光一振,推开木窗,只见一只灰鸽飞入投阎尹掌中,解下信管拆阅,只见上书:“小弟安好无恙,少林掌门坐关,戒备森严,容后传讯。”
字迹潦草,显然匆匆书就。
白衣人冷冷望了一眼,疾闪穿窗飞出。
阎尹放回信鸽,道:“门主行事莫测高深,此去必有所为,严姑娘你先去安歇吧!明晨再作道理。”
严薇薇道:“遵命!”
转身姗姗走出房外。
阎尹目睹严薇薇离去后,回身向案头欲取起那封密缄拆阅,不禁面色大变,原来密缄已不翼而飞,慌急走出门外,但见严薇薇正欲推门而入,高声道:“严姑娘!”
严薇薇不禁一呆,道:“何事?”
阎尹急掠至严薇薇身前,低声道:“姑娘,门主所赐密缄竟不翼而飞!”
“什么!”
严薇薇面色一变道:“监堂不是取下鸽讯之后,将密缄放置案头么?”
阎尹面色惨白,忙道:“你我速追出,宵小必逃之不远。”
双双由天井下穿上屋面。
片刻,阎尹严薇薇败兴而返,尤其阎尹面色如同败灰,似即将处决之死囚,震惧不安。
严薇薇眼角忽瞥见床底漏出一角缄封模样,噫了一声,纤手急指,道:“监堂,那不是在床底么?”
阎尹取起,不禁心花怒放,审视密缄并无拆开模样,笑道:“天下本无事,庸人自扰之,只怨在下一时疏忽。”
严薇薇嫣然一笑,告辞退出,进入房内将门栓拴紧,别面一望,只见一人端坐床上,一颗芳心几乎跳出腔外,定睛望去,正是梦寐难忘的唐梦周,不禁呆住。
唐梦周低声道:“姑娘,难道不认识在下了么!”
“不!”
严薇薇似自梦中惊醒,嫣然笑道:“太感意外了。”
唐梦周道:“一点不意外,姑娘早认出凉亭中在下,此刻却是为了贵门主那份密缄而来。”
“少侠为何知道!”
严薇薇目露惊诧之色道:“但此事异常棘手,阎尹不让贱妾得见,方才……”
唐梦周微微一笑道:“姑娘无须忧烦,在下以偷天换日手法已取到手了。”
严薇薇惊喜不胜,道:“那么缄封中是以伪换真了。”
心中恍然大悟,唐梦周竟趁着她与阎尹离开客店之际,悄悄将密缄抛置床底。
“不!”
唐梦周道:“密缄中原是真的,在下已看过留置无用又将他封还了。”
严薇薇道:“少侠真有鬼神莫测之机。”
唐梦周道:“在下就住在邻室,明晨自有七星帮找上门来,姑娘除非逼不得已,千万不可出手。”
严薇薇惊道:“七星帮为何知贱妾等人居此客店中。”
唐梦周道:“丐帮门子已传出风声,在下此行系逼使紫袍人及贵门主由暗转明。”
严薇薇摇首黯然一笑道:“贱妾不出手绝无可能,因敝门仅阎尹及贱妾二人,反启阎尹可疑之机。”
唐梦周摇首微笑道:“此刻阎尹必已传讯贵门弟子赶来,阎尹已不在房内了。”
严薇薇将信将疑,翩若惊鸿般闪出,片刻掠回笑道:“果然少侠料事有准,阎尹穿窗外出。”
唐梦周立起,道:“在下就住在邻室,姑娘请早点安歇,明晨谅还有一场折腾,在下扮作另一人自会现身。”
言毕出房而去。
只听邻室房门开启,唐梦周倒在榻上就再未出声。
严薇薇和衣卧下,只是心绪如潮,无法交睫,一板之隔,咫尺天涯,这滋味分外难受。
※ ※ ※ ※ ※ ※ ※ ※ ※ ※ ※ ※ ※ ※ ※ ※ ※ ※
<10-2>
보수상인(普修上人)이 나지막이 불호(佛号)를 왼 다음 입을 열었다.
"당(唐) 시주, 노납(老衲)은 홍일(弘一)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정말 분별하지 못하겠소. 표정이며 말하는 거며 기막히게 똑같았소."
당몽주가 빙긋 웃으며 홍일의 앞으로 다가가 폐맥이경(闭脉移经) 수법으로 몇 군데 혈도를 봉하더니, 두 손가락으로 목 아래를 잡고 천천히 당겨 극히 얇은 한 겹의 인피면구를 벗겨내었다.
보수상인이 깜짝 놀란 얼굴로 말했다.
"역용도 이 정도면 귀신 같은 솜씨라 할 수 있겠구려. 그나저나 당 시주께서는 이자를 어떻게 처리했으면 하오?"
당몽주가 대답했다.
"이자의 이름은 반인삼(潘寅三)이라 하는데, 소생에 의해 혈도가 폐쇄되어 과거의 일은 기억하지 못하므로, 장문인께서도 역시 모른 체하시며 배후에 있는 주모자의 음모가 드러나게 하시기 바랍니다. 홍일선사를 구하는 일은 소생이 따로 계획을 세워 보겠습니다."
당몽주는 말을 하며 천천히 반삼인의 얼굴에 인피면구를 다시 씌웠다.
보수상인이 말했다.
"시주께서 본문을 큰 위난(危难)에서 구해주셨으니 그 공덕이 지대합니다. 부처님이 보우하에 시주와 시주 집안이 번성하고 복수(福寿)를 누리기 기원합니다."
당몽주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무림의 겁난(劫难)은 이제 막 시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소생이 짐작하건대 귀문 내에 아직도 흉사의 무리가 다수 진면목을 숨긴 채 암약하고 있는 듯하니 방비하시고, 백마사(白马寺)에 있는 자포노괴(紫袍老怪)에 대해서도 대책을 마련하시기 바랍니다. 소생은 중요한 일이 있어 더이상 머물지 못하니 양해를 바랍니다. 배웅하시지 마십시오."
말을 마치자마자 당몽주는 몸을 날려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숭산을 떠난 당몽주는 등봉성(登封城)으로 가는 길들 중 황량한 산길을 택해 쏜살같이 달려가고 있었는데, 중간에 돌로 지은 정자 하나가 나타나며 정자 안에서 은은한 말소리와 인기척이 들려왔다.
즉시 속도를 낮춘 그가 정자에서 두 장 정도의 떨어진 곳에 이르렀을 때, 정자 안의 사람들은 그제야 인기척을 느꼈는지 크게 소리쳤다.
"거기 누구요?"
당몽주가 행운유수(行云流水)와도 같이 표연한 걸음걸이로 정자 안으로 진입하며 대답했다.
"길을 지나가는 과객(过客)일 뿐인데, 어찌 이런 작은 길에서 크게 소리쳐 사람을 놀라게 하는 거요?"
정자 안에는 세 명의 사내와 여인 하나가 앉아 있었는데 다름아닌 염윤(阎尹) 일행으로서, 여인은 물론 엄미미(严薇薇)였다.
당몽주가 마운신조(摩云神爪) 손도원(孙道元)으로 분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엄미미는 그를 즉시 알아볼 수 없었지만, 잠시 후 그의 왼손가락에 끼어 있는 반지를 발견하한 그녀의 방심(芳心)은 기쁨으로 차올랐다.
'아, 그이로구나!'
정자 안은 양쪽에 돌을 쌓은 뒤 두 개의 청석판(青石板)을 걸상처럼 올려 놓아 여행객들이 쉬거나 잠시 누워서 잠을 잘 수 있도록 되어 있었는데, 손도원은 그 중 한쪽 청석판 위에 앉더니 염윤 일행에겐 눈길도 주지 않았다.
염윤은 손도원의 옷차림이 빈한하지 않고 화려한 것으로 보아 무림인물이 아니라 산을 다니는 유람객이라 짐작하고는, 겁을 주어 스스로 도망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즉시 정자 밖으로 나가더니 잠시 후 손에 푸른 독사 한 마리를 움켜쥔 채 돌아온 다음, 몸부림치는 독사를 손도원을 향해 던지려는 시늉을 하였다.
그 순간 손도원이 눈에서 신광을 폭사하며 두 손가락으로 허공을 찔렀고, 한 차례의 파쇄음과 함께 뱀의 머리가 폭발하듯 산산조각 나 버리는 게 아닌가?
손도원이 차갑게 웃으며 호통을 쳤다.
"감히 이런 독물(毒物)로 희롱을 하다니 스스로 죽기를 바라는가?"
크게 놀란 염윤은 안색이 급변한 채 수중의 죽은 뱀을 멀리 던져버렸다.
손도원이 다시 냉소하며 언성을 높였다.
"너는 원래 네가 가던 나하교(奈何桥=저승길)*⑴ 길을, 나는 양관대도(阳关大道) 큰길을*⑵, 각자 가던 대로 가면 될 것인데, 도중에 남을 해치려는 악랄한 마음을 품다니 간단한 징벌이라도 내리지 않으면 노부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모르겠구나!"
말을 끝내자마자 손도원의 신형이 새처럼 가볍게 허공으로 떠오르더니, 거대한 무형의 잠경(潜劲)이 산이라도 무너뜨릴 기세로 염윤 등 사내들에게 밀어 닥쳤고, 갑작스런 기습에 염윤 등은 다급히 운기하여 각자 쌍장을 밀어냈다.
그 사이 손도원은 이미 정자 밖으로 나가 다시 냉소를 터트리고 있었다.
"계집에게는 노부가 출수할 가치도 없지!"
엄미미가 발끈하여 밖으로 몸을 날렸지만 뜻밖에도 손도원의 종적이 순간 묘연해지는 게 아닌가?
그녀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분기탱천한 모습을 가장하며 정자로 다시 돌아오니, 염윤 등 세 사람이 이마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극히 고통스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크게 놀란 그녀가
"염 감당(监堂)....."
하고 부르자, 염윤이 눈에서 원독(怨毒)을 뿜어대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 늙은이는 어디로 갔소? 나는 견딜 만하지만 저들 두 사람은 구할 수 없을 것 같소."
엄미미가 더욱 크게 놀라 돌아보니 다른 두 사람의 눈빛은 힘을 잃은 듯 희미했고, 손을 만져 보니 얼음처럼 차가운 게 이미 숨을 거둔 것 같아 더욱 놀라 소리쳤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단 말이죠?"
염윤이 처량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무림에서 노부는 의심할 여지없이 정상급 고수임을 낭자도 알고 있지 않소? 그런데 그의 장력은 극히 음유(阴柔)했고 항거하면 할수록 더욱 강해져, 버티면 결국 중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소. 그래서 나는 제때 진력을 회수했지만 저들 두 사람은 그러질 못 했고, 결국 오장육부가 갈기갈기 찢어져 회생이 어렵게 된 것이오."
두 사람은 이때 이미 몸이 기울어진 채 코에서 검은 피를 흘리고 죽어 있었다.
엄미미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물었다.
"염 감당(监堂), 문주님께 어떻게 보고해야 하죠?"
염윤이 품안에서 환약 한 알을 꺼내 복용한 뒤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책임질 수밖에 없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늙은이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오. 그렇지 않았으면 문책을 면하기 어려웠을 거요. 엄 낭자, 우선 이들을 묻어 줍시다."
시신을 묻고 난 두 사람은 여전히 정자에 앉아 반 노오(老五)로부터의 전갈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엄미미는 당몽주의 빼어나고 멋진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리며 마음이 혼란스럽고 까닭 모를 슬픔이 북받쳐 올라 연신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염윤은 엄미미가 최근 본문의 빈번한 좌절에 걱정이 되어 그런 줄 알고 나름 위로하려 했다.
"낭자는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반 노오(老五)로부터 소식이 오는 대로 돌아가 문주께 보고드릴 때 그 늙은이의 진정한 내력을 밝히면 아무 일 없을 것이오. 맹세코 내 언젠가는 그 늙은이를 갈기갈기 찢어버려야지, 그렇지 않으면 마음속 원한을 해소할 방법이 없을 것이오!"
엄미미가 그 말에 속으로,
'꿈도 꾸지 마세요!'
하고 비웃으면서도 겉으로는 암울한 미소를 띠며 입을 열었다.
"문주님의 행적이 신출귀몰하다 보니 언제 뵐 수 있을지 모르고, 당장은 자포노괴가 도처에서 우리들을 추적하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염윤이 돌연 입을 다물더니 잽싸게 정자의 구석진 곳으로 몸을 숨겼고, 엄미미도 이상함을 느껴 즉시 문 옆으로 가 몸을 낮췄다.
곧바로 옷자락이 바람에 펄럭이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정자 바로 밖에서 멈췄고 이내 목이 쉰 음성이 들려왔다.
"이상하군. 백마사(白马寺) 주지 홍일선사(弘一禅师)가 소림사에서 무슨 일이 생겼나? 소림 장문 보수상인(普修上人)의 폐관 참선이 아직 7일이나 남았고, 홍일은 그 이후에나 백마사로 돌아갈 수 있을 텐데...영주(令主)께서 누군가의 위계에 속은 게 아닌지 모르겠소."
"그 말이 옳소. 소림의 경계가 삼엄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속히 영주께 보고를 올려야 합니다."
왔던 사람들은 정자를 우회하여 바람처럼 사라졌다.
염윤이 숨어 있던 곳에서 급히 몸을 일으켜 산길 멀리 사라져 가는 건장한 인영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고는 콧방귀를 뀌었다.
엄미미가 그의 뒤편에서 은방울 구르는 음성으로 물었다.
"염 감당은 저들 두 사람이 누군지 알아보시겠어요?"
"자포노괴의 일당으로 백마사로 향하는 것이 틀림없소."
해가 저문 지 오래라 주위는 이미 칠흑처럼 캄캄했고 바람의 노호(怒号)가 더욱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추위는 더해 가고 있었다.
염윤이 초조한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
"어째서 반(潘) 노오(老五)로부터 소식이 아직도 오지 않는 걸까?"
염미미가 되물었다.
"그래도 기다려야겠지요?"
염윤이 잠시 주저하다가 입을 열었다.
"차라리 등봉성(登封城)의 객잔으로 돌아가는 게 좋겠소. 전서구가 결국 우리를 찾아낼 것이오."
두 사람이 등봉성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가기 시작하자, 뒤에서 한 인영이 연기처럼 나타나더니 몰래 쫓기 시작했다.
염윤과 엄미미가 등봉성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삼 경이 다 될 무렵이었다.
그들이 객잔으로 들어서자 점소이가 웃음을 머금고 맞이했다.
"두 분 이제 돌아오십니까? 방안에 손님 한 분이 오래 기다리고 계십니다."
염윤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 어떤 모습의 손님이신가?"
"흰 옷을 입고 사십 세 가량의 아주 친절하고 손도 크신 분으로, 소인을 시켜 술과 안주를 듬뿍 주문하시고 지금 혼자 자작하고 계십니다."
염윤이 아! 하고 탄성을 내뱉더니 점소이에게 말했다.
"그분이시군! 더 부를 일이 없을 테니 너는 가서 쉬거라!"
점소이가 네네 하며 물러가자 염윤이 엄미미에게,
"문주(门主)께서 오셨소."
라고 나지막이 속삭이곤 앞장서 객잔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염윤의 뒤를 따르는 엄미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누를 수 없었다.
염윤이 문을 열고 들어가,
"속하 염윤이 문주를 뵙습니다!"
했고, 엄미미는 옷깃을 여민 채 만복을 기원하는 예를 올렸다.
방안에는 백의인 하나가 자작자음(自酌自饮)하고 있었는데, 차갑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두 사람은 예를 갖출 필요 없소. 객잔 안에는 이목이 많으니까 당분간은 속례에 구속 받지 않도록 하시오!"
곧이어 엄숙하게 물었다.
"염윤, 이번 여정의 경과는 어떻소?"
염윤이 황급히 백마사(白马寺)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상세한 보고를 시작했고, 백의인은 수시로 두 눈썹을 추켜세우며 두 눈에서 사람의 혼을 앗아갈 듯한 오싹한 정망(精芒)을 쏟아내고 있었다.
"다행히 그날 밤 자포노인의 지원 세력이 제때 오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 측은 필히 큰 손실을 입을 뻔했군. 본좌가 일시 오산하여 자포노괴가 본문의 새로운 적이 될 것을 예견하지 못했소."
"문주께서는 자포노인이 어떤 인물인지 짐작할 수 있으신지요?"
백의인이 고개를 저었다.
"아직 잘 모르겠고, 보고로 짐작하건대 자포노인은 무공이 매우 고강해 그대가 추혼령(追魂令)을 펼치지 않은 게 다행이었소. 그래서 그대의 목숨이 보전될 수 있었던 것이오."
염윤은 새삼 몸서리치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백의인이 말을 이었다.
"사공기(司空奇)는 무림일절(武林一绝)로서 공교롭게 그와 마주친 것에 대해 염 감당을 탓할 수는 없소."
잠시 말을 멈추었다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개방(丐帮)은 조만간 본문을 위해 일하게 될 테고 노화자가 뛰어봐야 결국 내 손바닥 안에서 놀게 될 뿐이니 두려워할 필요는 없소."
그 말에 엄미미는 가슴을 떨었다.
백의인이 물었다.
"노화자는 개방의 고수들도 데리고 왔소?"
"그날 밤은 달빛은 물론 별빛마저 없어 사람들을 구별하기 어려웠지만, 노화자를 사백(师伯)이라 부르던 사람들이 동행했고 개방의 고수들로 보였습니다. 속하가 절을 나와 사공기 일행을 추적하다가 그들의 종적은 놓친 채 뜻밖에도 칠성방도들과 마주쳐 일장의 격전이 벌어졌습니다. 결과적으로 비적들은 3구의 시신을 남긴 채 도주했지만 엄 낭자가 독수를 입어 하마터면 생명이 위태로울 뻔하였습니다."
백의인이 다시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유(刘), 도(凃), 두 향주(香主)의 무공이 매우 강했는데 어떻게 하다가 정자에서 노필부에게 죽임을 당했단 말이오? 그 늙은이가 누군지 똑똑히 보았소?"
염윤의 얼굴빛이 다소 긴장했다.
"속하가 그 늙은이와 마주보고 앉았었는데....."
계속하여 염윤이 손도원의 인상착의를 상세히 설명하자, 백의인이 대경실색하며 중얼거렸다.
"설마 그 늙은이란 말인가?"
엄미미가 물었다.
"문주님의 고견에 그가 누구 같은가요?"
"마운신조(摩云神爪) 손도원(孙道元)!"
백의인이 탄식하며 말을 이어갔다.
"무림 중에 본좌와 겨룰 수 있는 인물은 그저 몇 사람 정도로서, 마운신조 손도원이 그들 중 하나지만 그와 실제로 마주치는 상황이 생길지는 정말 예상하지 못했소. 아무튼 왕옥맹수(王屋盲叟)의 분실된 유물은 아직 행방을 모르고, 도중에 강탈당했던 자전검은 최근 한 차례 모습을 드러냈다가 다시 자취를 감췄다고 소문이 났던데, 두 물건들은 반드시 한 사람이 획득한 것 같소."
염윤이 물었다.
"문주께선 그가 누구일지 짐작하시는지요?"
"독수인마(独手人魔) 냉비(冷飞)가 강호에 다시 나왔다는 소문과 독장염라(独掌阎罗) 소궁호(邵宫虎)는 아직까지 생사가 불명하단 얘기가 널리 퍼져 있지 않소? 사실 이 두 사람이 본좌에게는 가장 부담되는 인물들인데, 앞서 말한 인물이 이들 두 사람 중 하나인지 또는 다른 사람인지 모르겠지만, 본문의 앞길에 큰 장애가 놓인 것은 분명하니 우리는 더욱 치열하게 싸울 각오를 해야 하오."
염윤이 입을 열었다.
"싸움에 있어 힘보다 지혜를 쓰는 게 낫다는데, 문주님의 지혜라면 우리의 승산이 크지 않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물론 본좌가 지략이 높다고 자부하지만 상대의 교활함도 대단한 것 같소. 게다가 목전의 상황을 보면 새로 나타난 무리가 우리로 하여금 먼저 얼굴을 드러내게끔 압박하고 있는 실정이오. 이같이 적은 어두운 곳에 있고 우리는 밝은 곳에 있으니 나중에 반드시 혹독한 일전을 각오해야 할 것이오."
백의인이 말을 마치곤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본좌는 일단 자전검을 탈취한 자를 서둘러 찾아보겠소. 염 감당, 더이상 본문의 정영(精英)들을 잃지 않도록 유의하시오!"
말을 마친 후 밀봉한 편지 하나를 건네주며 엄숙하게 말했다.
"이 안의 계교대로 행하되 절대 소홀함이 있어선 안 되오!"
그때 창밖에서 푸드득거리며 날갯짓 하는 소리가 들렸다.
염윤이 눈이 휘둥그래져 창을 열었고 곧바로 회색 비둘기 한 마리가 염윤의 손바닥으로 내려 앉았다.
전서구의 신관(信管=대롱)을 열어 보니,
'소제 무사. 소림 장문 아직 좌관 중. 경비 삼엄. 추후 보고."
라고 쓰인 쪽지가 나왔는데, 휘갈겨 쓴 것을 보면 경황(惊慌) 중에 쓴 것이 틀림없었다.
백의인은 냉담한 시선으로 한 차례 훑어본 후 창문을 통해 번개처럼 몸을 날려 사라졌다.
염윤이 비둘기를 다시 놓아 주며 엄미미에게 말했다.
"문주님의 하시는 일은 워낙 고심막측(高深莫测)하니 저러시는 게 다 까닭이 있겠지...엄 낭자, 우선 편히 쉬고 내일 아침 다시 얘기합시다."
"네..."
엄미미가 고개를 끄덕이곤 천천히 방밖으로 몸을 옮겼다.
염윤은 엄미미가 방을 나가는 모습을 지켜본 후 몸을 돌려 백의인에게 받았던 밀봉한 서신을 뜯어 보려고 탁자 앞으로 다가가더니 순간 얼굴에 핏기가 가셨다.
편지가 날개가 달린 것도 아닌데 어디로 날아갔는지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닌가!
크게 놀란 염윤이 문을 막 열고 밖으로 나가는 엄미미의 뒤를 향해 외쳤다.
"엄 낭자!"
엄미미가 몸을 돌렸다.
"무슨 일이에요?"
염윤이 급히 엄미미에게 다가서며 나지막한 음성으로 숨가쁘게 말했다.
"문주께서 남기신 밀봉된 서신이 날개가 달린 듯 깜쪽같이 없어졌소!"
"설마?"
엄미미도 안색이 크게 변했다.
"감당(监堂)께서 전서구를 받은 직후 문주의 서신은 탁자 위에 올려 놓지 않았나요?"
염윤이 창백한 얼굴로 소리쳤다.
"우리 어서 추격합시다! 도둑놈이 아직 멀리 도망가지 못했을 거요."
두 사람은 즉시 천정을 뚫고 지붕 위로 날아 올랐다.
얼마 뒤 두 사람은 풀이 죽어 돌아왔는데, 염윤은 얼굴이 잿빛으로 변한 채 처형을 앞둔 사형수 모양으로 불안에 떨고 있었다.
그런데 엄미미의 눈에 침상 밑에 삐죽이 나와 있는 편지 봉투 모양의 물건이 힐끗 들어왔다.
그녀가 급히 손으로 가리키며 외쳤다.
"염 감당(监堂), 저기 침상 밑에 있는 건 뭐죠?"
염윤은 봉투를 집어 들고 뜯긴 곳이 없는지 자세히 살펴보며 기쁨을 금치 못했다.
"세상은 가만있는데 어리석은 사람 스스로 소란을 피운다는 말대로, 내가 일순 경솔했음을 탓하지 않을 수 없구려."
엄미미가 염윤에게 한 차례 방긋 웃어 주고 작별을 고한 뒤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방문의 고리를 꼭 잠근 후 몸을 돌린 순간, 그녀의 눈에 사람 하나가 침상 위에 단정히 앉아 있는 모습이 들어왔는데, 그 순간 그녀는 방심(芳心)이 요동치며 심장이 터질 듯한 환희와 격동에 휩싸여 아무 말도 못 한 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몽매(梦寐)에도 잊지 못하던 당몽주(唐梦周)였다.
당몽주가 빙그레 웃으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엄 소저, 설마 나를 못 알아보는 거요?"
"아, 아녜요!"
마치 달콤한 꿈에서 깨어난 듯 엄미미의 얼굴에 예쁜 미소가 떠올랐다.
"너무 뜻밖이라..."
당몽주도 미소를 지었다.
"뜻밖이라니, 아까 정자에서 한바탕 할 때 나를 알아보지 않았소? 지금 내가 다시 온 것은 귀 문주의 밀봉 서신 때문이요."
엄미미가 깜짝 놀라,
"소협이 어떻게 아셨는지....?"
하며 의아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그게 정말 쉽지 않은 일일 텐데..염윤이 저에게도 보여 주지 않으려던 것인데..그럼 방금 그 일도..."
당몽주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엄 낭자는 아무 것도 걱정할 필요가 없소. 소생이 투천환일(偷天换日手) 수법으로 이미 탈취하여 몸에 지니고 있소이다."
엄미미는 놀라면서도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봉투 안의 내용을 가짜로 바꿔 놓으셨군요."
그녀는 당몽주가 귀신처럼 봉투를 훔친 다음 자신과 염윤이 도둑을 추격하러 방을 나간 사이 다시 침상 밑에 가져다 놓았다고 짐작했다.
당몽주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오. 봉투 안의 것은 진짜요. 내용을 읽어 보고 다시 봉한 후 가져다 놓은 것이오."
엄미미가 감탄했다.
"정말 귀신도 곡할 신기막측한 기지를 지니셨어요!"
당몽주가 말했다.
"나는 옆방에 머물고 있소. 내일 아침 칠성방(七星帮) 무리가 찾아올 텐데,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낭자는 출수하지 마시오."
엄미미가 놀라 물었다.
"칠성방이 어떻게 천첩 등이 이 객점에 있는 것을 알았을까요?"
"개방(丐帮) 제자들이 이미 소문을 다 퍼트렸소."
엄미미가 고개를 저으며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천첩도 출수하지 않으면 안 될 거예요. 우리편이라곤 염윤과 저뿐인데, 의심을 살 수밖에 없잖아요."
당몽주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지금 귀문의 제자가 염윤에게 소식을 전하러 와 있고 염윤은 곧 방을 나가 없을 것이오."
엄미미는 처음엔 반신반의하는 표정이었지만, 곧바로 깜짝 놀란 기러기처럼 몸을 날려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돌아와서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과연 소협이 예측한 대로 염윤이 방금 창을 통해 밖으로 나가더군요."
당몽주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나는 이번 기회에 자포노괴와 귀 문주로 하여금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만들 생각이오. 내가 옆방에 있으니 편히 쉬도록 해요. 아침이 되면 일장소동이 벌어질 것이고, 나는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분장하고 나타날 것이니 그리 아시오."
말을 마친 당몽주는 방을 나갔고 잠시 후 옆방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난 뒤로는 더이상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엄미미(严薇薇)는 옷을 벗지 않은 채 침상에 누웠지만 마음이 안정되지 않아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당몽주와의 벽 하나를 둔 지척(咫尺)의 거리가 마치 천애(天涯)처럼 느껴지며 그녀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었다.
(10-2마침)
[註]
*⑴奈何桥:저승으로 가는 다리. [착한 사람은 죽은 후 그 혼백이 ‘金桥’•‘银桥’에 이르고, 악한 사람은 죽은 후 그 혼백이 ‘奈河桥’까지 와서 이것을 넘지 못하고 갈 길을 알지 못하여 어찌할 바를 모른다는 고사(故事)에서 이런 명칭이 유래함]
*⑵阳关道=阳关大道(양관대도) : 탄탄대로 또는 쭉 뻗은 길. 원래는 예전에 서역(西域)으로 가기 위해 지나던 둔황(敦煌)에 위치한 陽關으로 가는 큰길을 말함
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오랜 동안 출입을 못하다가 오늘 큰 맘 먹고 들어왔더니, 장로님께서 지난 작품 끝내시고 새로운 작품을 상당한 분량 번역해 오셨네요.
수고하셨습니다. &&
오랫만에 말씀 들으니 반갑기 그지없습니다.무척 바쁜 일이 있으셨나 보네요. 새해에도 늘 건강이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