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책 : 내 이름은 삐삐롱스타킹
토론일 : 2024.06.19 수요일 10시
발제 : 박은실
참석 : 김주형, 도지연, 박은실, 채수진, 한민혜, 박지영
< 작가 소개 >
이 책은 스웨덴의 유명한 아동문학가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1907~2002)이 1945년 발표한 동화로, 원제는 《삐삐 롱스타킹(Pippi Långstrump)》이다.
린드그렌은 말괄량이 삐삐 시리즈의 작가이며, 삐삐뿐만 아니라 산적의 딸 로냐, 사자왕 형제의 모험, 미오나의 미오 같은 수준급의 아동 작품들을 남기기도 했다.
그녀의 책은 안데르센 그림형제의 뒤를 이어 가장 많이 번역되었다.
린드그렌은 폐렴에 걸린 딸을 위해 들려준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삐삐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이 책은 스웨덴 사회가 “어린이들은 입 다물고 시키는 대로만 하는” 당시의 아동 교육에 회의를 품기 시작하던 1945년에 출간되어 폭발적인인기를 누리며, 국내에서는 1980년대 초반 텔레비전 외화로 방영되면서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린드그렌은 철저하게 어린이의 시각에서 이책을 썼으며, 무엇보다도 삐삐에게 불어넣은 변덕스럽고 불같은 기질에서 어린이들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느낀다.
린드그렌은 “내 모든 작품에 내 어린 시절이 담겨 있다.”라고 말할 만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썼다. 삐삐가 상상력을 발휘하여 친구들과놀던 기상천외한 놀이도 실제 린드그렌이 어릴 때 즐기던 놀이였다. ‘내 안에 숨쉬고 있는 어린아이’를 즐겁게 해 주기 위해서, 또 그 즐거움을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서 글을 쓴 린드그렌. 이처럼 아이다운 즐거움과 행복감 그리고 풍부한 상상력은 린드그렌의 작품에서 빼놓을 수없는 요소들이다.
세대를 뛰어넘어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린드그렌은 1958년에 어린이책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을 받았고그 밖에 닐스 홀게르손 훈장, 스웨덴 한림원 금상 등 묵직한상을 줄줄이 받았다.
스웨덴 정부는 린드그렌이 2002년 세상을 떠나자 그 업적을 기리기 위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상을 만들었다. ( 백희나 작가가 2020년에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수상)
2005년에는 린드그렌의 필사본을 비롯해 관련 기록들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되었고 현재 20SEK 지폐의 모델이기도 하다.
< 책을 읽고…>
나에게 삐삐란 초등학교 시절 티비에서 만났던 삐삐, 내게는 너무 친숙한 이름의 말괄량이 삐삐이다.
주근깨 얼굴, 토끼 이빨, 양갈래로 땋아 하늘로 살짝 올라간 중력의 법칙을 거스른 꼬랑지 머리, 짝짝이 긴 양말, 뾰족하고 긴 신발, 닐슨 아저씨와 얼룩말 등.
드라마 속의 삐삐는 현실에서는 만날 수 없는 상상 속의 친구였고, 어릴 적의 나는 티비를 보며 삐삐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아니카나 토미가 되기도 하면서, 삐삐의 천방지축 자유로운 행동에서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했다.
어린 시절, 나는 티비에서 보았던, 명랑하고 자유스러운 모습의 순수한 아이인 삐삐를 있는 그대로 좋아했던 것 같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책에서 만난 삐삐를 다양한 시선으로 보고 있는 나를 발견하며, 삐삐의 이야기가 단순히 재미있게만 느껴지지 않았다. 뒤죽박죽 되어버린 나의 머리 속에는 이런 여러가지 마음들이 섞여있는게 아닐까?
첫째는, 나의 어린시절을 추억하며, 삐삐를 좋아하는 마음인 것 같았다.
<우리만의 비밀 장소>를 읽으면서, 어릴 때 책상에 이불을 씌워 동굴놀이를 했던 기억도 떠오르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인형놀이를 했던 추억들이 떠오르며 삐삐와 아니카, 토미와 같이 놀고 있는 내 모습을 떠올려보았다. 명랑하고 재미나고 같이 있으면 매일매일 매시간이 선물 같은 친구인 천하무적의 든든한 삐삐가 나의 옆집에 사는 친구라면 정말 행복할 것 같은 상상을 해 본다.
두번째는, 내 아이들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아파트 단지 풀 숲에서 종이판자와 나무로 집을 짓던 아들의 모습도 떠오르고, 놀이터 바닥에 대자로 누워서 하늘을 보고 있던 꼬맹이 아들, 암염인지 확인하기 위해 돌을 핥고 있던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람이 되길 바랬던 것 같다. 그래서 삐삐의 자유로운 4차원적인 행동들에서 문득문득 우리 아이들이 생각나기도 한다.
세번째는, 엄마이자 어른으로써 삐삐를 걱정하는 마음인 것 같다.
<다과회에 데뷔한 꼬마 숙녀>에서는 시작부터 조마조마한 마음이 들었다. 우스꽝스럽기보다는 오히려 기괴한 모습으로 초인종을 누르는 장면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삐삐를 바라보는 시선이 걱정스러웠다.
저런 모습으로 가면 안 되는데, 저렇게 행동하면 안 되는데…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 하고, 본인이 하고픈 것만 하는 삐삐의 미래가 너무 걱정되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삐삐가 친구인 것도, 내가 삐삐가 되는 것도, 내 아이가 삐삐 같은 것도 싫었다.
이 책을 읽으며 이렇게 여러가지 생각들이 들다보니, 삐삐의 행동들에 완전히 몰입하기 힘들었다.
삐삐의 모습 속에서 나의 어린 시절과 아이들의 모습을 찾고 있었고, 반면에 삐삐의 행동을 보면서 ‘저러면 안 되는데…’라는 생각들이 들고, 천진난만하다 못해 너무 제멋대로인 삐삐가 나에겐 참 어려운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머릿속에 물음표가 생긴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는 이 책에 나는 왜 이리 큰 재미를 못 느낄까?
난 더이상 삐삐가 될 수 없는 건가? 난 이제 삐삐를 이해하기에는 너무너무 어른이 되어버렸구나.
나는 더이상 자유로운 삐삐를 만날 수 없겠구나.
서글픈 마음이 든다.
삐삐가 나에게 많은 생각을 던져주고 가 버린 듯 하다.
<함께 나눈 이야기>
-부모들이 만들어주지 못 하는 경험들을 삐삐가 채워준 듯 하다.
-아니카와 토미가 삐삐를 만나고서 더 자유로운 아이들로 변하는 모습을 느꼈다. 삐삐의 장점을 나눠받은 느낌이다.
-모든 상황들에 초긍정적인 삐삐의 행동과 마음.
-화재 이야기에서 현실에서는 만날 수 없는 수퍼 히어로의 모습을 삐삐에게 느낀다.
-아빠가 삐삐의 집에 토니와 아니카를 데리러 왔을 때, 삐삐가 부러웠을 것 같아 마음이 짠했다.
-찻잔을 던지거나 바닥에서 쿠키를 만드는 모습에서 어른으로써의 걱정하는 마음이 들었다.
-어렸을 때는 창의적인 아이로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데 결국은 공부를 시키는 현실의 교육에 대한 비판의 생각이 든다.
-지영씨와 주형씨의 말괄량이 같았던 어린 시절 이야기 ^^
-이 책의 시대배경을 이해하니, 아이들이 삐삐라는 인물을 통해 대리만족을 했겠구나 생각된다.
-요즘 아이들은 임기응변이 안 된다. 삐삐처럼 어느 상황에서나 씩씩하게 해결하는 모습이 부럽다.
-어른들의 시선으로 보다보니, 잘 안 읽히기도 했지만, 읽다보니 삐삐의 자유로운 모습에 빠져들었다.
-어린 아이의 시선으로, 어린 아이의 언어로 표현한 작가가 대단하다.
< 토론 후의 나의 생각 몇마디...>
역시 사람은 사람들과 소통을 해야한다고 생각되었습니다. ^^
귀가 얇은 저로써는 토론 후에 제 발제문을 다시 읽어보니...책을 제대로 못 읽은 듯 해서, 참 부끄러워서 이곳에 올리기가 민망했지만...올려봅니다.
그리고, 다른 회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어른이 된 나의 마음에 갇혀있던 삐삐가 조금은 자유로워지는 듯 한 느낌을 받았네요.
좀 더 편한 마음으로, 삐삐 입장에서 책을 다시 읽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 접했을 때보다는 좀더 가벼운 마음으로...자유로운 영혼의 삐삐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살며시 말해봅니다. 우리 동기들...너무 좋습니다. ^^
첫댓글 저도 올해 신입분들 너무 좋으셔서 한결 마음편하고 즐겁게 토론하고 있어요~ ^^ 모두 열심히 와주시고 토론해주셔서 넘 감사합니다!
산으로 가려는 토론을…항상 잘 이끌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