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착한 조카 위소보 위소보는 방에서 나올 때 다리에 힘이 빠져 그만 털썩 주저앉고 말았 다. 이번에는 그야말로 뒤로 벌렁 넘어져 엉덩방아를 땅바닥에 ㅈ게 되 었다. 손을 뻗쳐 몇 번 힘을 준 후에야 겨우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그런데 땅바닥의 세 사람은 이미 죽어 있었으나 하나도 아는 사람이 없 어서 물었다. "도고모, 그대가 나의 목숨을 구해 준 것인가요?" 도궁아는 웃으며 물었다. "그대는 도대체 나를 누님이라고 부르는거야, 아니면 고모라고 부르는 거야? 아래위 없이 마구잡이로 부르면 어떻게 해?" 위소보는 웃었다. "그대는 고모예요. 도고모예요." 도궁아는 미소했다. "이후 그대 혼자서 길을 갈 때는 음식에 조심을 하도록 해. 만약에 그 손이 여덟 개라는 늙은이와 함께 있었더라면 결코 이와같은 꼴을 당하 지는 않았을 것이 아니야?" 위소보는 물었다. "어젯밤 저는 몽혼약에 당했나요?" 도궁아는 말했다. "거의 비슷하게 맞추었군." 위소보는 생각해 보고 나서 말했다. "아마도 십중팔구 찻물 속에 어떤 이상한 점이 있었던가 보죠? 마실 때 약간 시큼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있었답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내 스스로 한 봉지의 몽혼약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남의 몽혼약을 먹다 니, 제기랄, 요번에 몽혼약을 맛보지 않았더라면 그 맛이 시큼하고 달 콤한 것인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리고 그는 물었다. "이곳은 흑점(黑店;주로 머무는 손님의 목숨이나 재물을 노리는 객점) 인가요?" 도궁아는 말했다. "이 객점은 본래 정상적인 객점이야. 그런데 그대가 머물게 된후 흑점 으로 변하게 되었지." 위소보는 여전히 머리가 빠개지는듯 아픈 것을 느끼고 손으로 이마를 누르며 말했다. "그건 내가 이해할 수 없군요." 도궁아는 말했다. "그대가 이 객점에 머무른지 얼마 되지 않아서 사람이 달려들어와 이 객점의 점소이를 묶고서 이 객점을 흑점으로 바꾸어 놓게 된 셈이지. 한 명의 도적은 점소이의 옷까지 갈아입고 찻주전자 안에다 한 웅큼의 약가루를 타서는 그대에게 갖다 주더군. 나는 그대가 한참 옷을 바꾸어 입고 있었기 때문에 옷을 바꾸어 입은 이후 다시 경고를 해주려고 생각 했는데 뜻밖에도 그대는 옷을 벗고 그냥 몸을 ㅆ지 않겠어. 그런데 잠 시 후 다시 그대를 눈으로 찾았을 때는 그때는 이미 쓰러져 있더군. 아 마도 찻물을 미리 마셨던가봐. 다행히 몽혼약에 지나지 않았기에 망정 이지 독약이었다면 큰일날뻔했어." 위소보는 그만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말았다. 어젯밤 자신의 몸을 닦 으면서 만약 방이가 자기의 마누라가 되고 자기가 꼭 껴안는다면 그것 은 무슨 맛일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 당시 그와 같은 생각을 하느 라고 그만 마음이 설레여서는 못된 짓도 하였던 것이다. 도궁아는 나이가 적지 않지만 역시 여자가 아닌가. 창문을 통하여 그와 같은 추악한 꼴을 대하게 되었을 때 자연 눈여겨 보게 되었으리라. 도궁아는 말했다. "어제 나는 그대와 헤어진 후 궁 안으로 되돌아가게 되었는데 안팎이 조용하여 아무 일이 없었고 결코 태후의 초상을 치루는 짓 따위는 보이 지 않더군. 나는 매우 이상하게 생각했지. 그리고 총총히 옷차림을 바 꾸고는 자녕궁 밖으로 가 살피게 되었는데 모든것이 평상시 그대로였 어. 원래 태후는 죽지 않았더군. 이렇게 되자, 크게 잘못 되었다고 생 각했지. 나는 본래 태후가 죽었다면 우리 두 사람은 여전히 청궁에 머 물러도 상관이 없으리라고 판단했거든. 어젯밤 그 한 칼로 그녀를 찔러 죽이지 못하였으니 이제는 즉시 궁에서 떠나야겠으며 또한 그대에게 통 지를 하여 그대가 이후라도 함부로 궁 안으로 들어와 죽음을 자초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지." 위소보는 일부러 놀랐다는 표정을 짓고는 큰소리로 말했다. "아, 원래 그 늙은 갈보가 죽지 않았군요. 그것 참 야단났군요." 그리고 속으로 약간 미안한 감을 느꼈다. (어제 총망중에 들먹이는 것을 그만 잊었군. 나는 당신이 벌써 알고 계 신 줄 알았소이다.) 도궁아는 설명했다. "내가 막 몸을 돌리려 할 때 세 명의 시위가 자녕궁 안에서 걸어나오는 데 그들의 행동이 수상쩍어서 아무래도 십중팔구 태후가 그들을 보내 나를 잡으려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지. 그런데 그들은 내가 머물고 있는 곳으로 찾아가는 것이 아니었어. 그 당시 나는 그들을 아랑곳할 여가가 없었지. 나의 거처로 되돌아 가서는 짐을 챙기고 다시 변장을 한 이후 주방 옆문으로 해서는 궁 안에서 빠져나왔지." 위소보는 미소했다. "그래서 고모님은 주방의 소랍으로 변장을 했군요." 주방에서 일하고 있는 소랍들은 허드렛일을 가장 많이 하는 편에 속하 는 사람들이었다. 나무를 때거나 연탄을 나르거나 닭을 죽이거나 채소 를 씻거나 불을 피우는가 하면 소를 씻는 일 등등의 허드렛일을 모조리 소랍이 해치워야 했다. 그리고 이러한 사람들이 주방에서 들락거리는 데 대해서 유의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도궁아는 말했다. "나는 궁에서 벗어나자마자 세 명의 시위가 이미 옷차림을 바꿔 입은 것을 발견하게 되었고 제각기 등에 봇짐을 지고 각기 말을 끌고 있는 것으로 보아 먼 길을 떠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 위소보는 아 하고는 탄성을 발했다. 그리고는 왼발을 뻗쳐 한 구의 시체를 차고는 말했다. "바로 이 세 구의 시체가 흑점을 연 친구들이었군요." 도궁아는 미소했다. "그 점에 있어서는 이 세 친구에게 고마워해야 할걸. 만약 그들이 안내 를 해주지 않았더라면 내가 어찌 그대를 찾아냈겠어. 그리고 누가 그대 가 가다가 길을 돌아서 서쪽으로 향하게 되었으리라는 것을 짐작이나 했겠어. 이들은 성을 나가자 서쪽으로 달리면서 연신 수소문을 하더군. 그러니까 열 너더 살의 소년이 홀몸으로 길을 가는 것을 보지 못했느냐 고 묻는 것이었는데, 아니나다를까 태후의 명을 받아 그대를 잡으려고 하는 것이 틀림없다고 판단했지. 그리고 해질 무렵 그들이 이곳까지 알 아내었을 적에 나도 이곳까지 따라오게 되었지." 위소보는 무척 고마워서 말했다. "만약 고모님이 구해 주시지 않았더라면 지금쯤은 염라대왕께서도 묻는 말에 대답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가 '위소보 너는 어떻게 해서 죽었 느냐?' 하고 묻는다면 저로서는 '대왕에게 알립니다. 그저 멍청하게 나 도 모르는 사이에 죽음을 당했습니다.'하고 대답을 할 수밖에 더 있겠 습니까." 도궁아는 깊은 궁궐 속에서 수십 년이나 살았기 때문에 평소에는 남과 말을 주고 받는 때가 지극히 적었다. 그런데 이제 위소보의 재미있는 말을 듣게 되자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그대는 정말 말솜씨가 좋구나. 그렇게 된다면 염라대왕은 반드시 다음 과 같이 말하겠지. '끌고 가서 때려주어라.'" 위소보는 웃었다. "물론 그렇겠지요. 염라대왕께서는 수염을 곤두세우며 호통을 내지르겠 지요. '살아서 멍청하고 아리송하게 산 것은 고사하고 죽는 것도 멍청 하게 죽어? 나의 이곳에 만약 멍청한 귀신들만 모여들게 된다면 나는 그야말로 멍청한 염라대왕이 되지 않겠느냐?" 두 사람은 깔깔 소리내어 웃었다. 위소보는 물었다. "고모님, 그 이후에 어떻게 되었습니까?" 도궁아는 말했다. "나는 그들이 부엌 쪽에서 나직이 상의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지. 한 사람이 말하더군. '태후께서 지시를 내렸네. 저 꼬마녀석을 사로잡 는 것이 가장 좋아. 그렇지 않을 때는 한 칼에 죽이되 그의 몸에 지니 고 있는 물건은 모조리 가져가서는 태후에게 바쳐야 하며 한 가지도 없 어져서는 안 되네.' 그러자 다른 한 사람이 말을 잇더군. '저 꼬마 녀 석이 간이 크게시리 태후께서 매일같이 읽는 불경을 훔치다니, 정말 살 기가 싫어진게로군. 태후께서 그렇게 화를 내시는 것도 무리는 아니야. 태후께서는 가장 요긴한 것은 바로 그 몇 권의 불경이라고 분부하셨 어.' 그런데 소현제, 그대는 정말 태후의 불경을 가졌나? 그대 총타주 께서 그대보고 가지라고 한 것이겠지?" 그리고 눈을 똑바로 뜨고는 눈 한번 깜박이지 않고 위소보를 응시했다. 위소보는 갑자기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렇군. 그녀가 태후 방에서 찾던 것도 바로 그 사십 이 장경이었구 나.) 그러나 얼굴에는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불경이라니? 무슨 불경말입니까? 우리 총타주께서는 부처님을 모시지 않습니다. 그리고 한번도 그가 불경을 읽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도궁아는 무공이 고강했지만 어릴 적부터 궁궐 안에서만 살아왔기 때문 에 세상일에 대해서 아는 것이 지극히 적었다. 두 사람은 똑같이 황궁에 있던 몸이었으나 위소보는 매일같이 황제, 태 후, 왕공, 대신, 시위, 태감 등과 얼굴을 마주 대해야 했고 시시각각 음모와 권모술수 사이에서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게 되어 이제 눈치에 있어서는 따를 자가 없을 정도가 되어 온몸이 그야말로 칼날을 번뜩일 정도라고 할 수 있었다. 그 반면 도궁아는 그저 두 명의 노궁녀와 짝을 지어 살아 왔으며 일 년 동안 수십 마디의 말을 하기조차 어려웠고 그 밖의 다른 사람과는 만난 적이 없는 처지였다. 따라서 두 사람의 기지와 교활한 면에 있어서의 차이는 무공에 있어서 의 차이보다 더 심한 편이었다. 그녀는 위소보가 천진난만한 것을 보고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방금 그의 목숨을 구해 주었으니 그는 마음속으로 나에게 고마워 하는 마음이 이를 수 없이 클 것이다. 그러한 처지이니 어린애인 그가 또 어찌 거짓말을 할 수 있겠는가. 더군다나 나는 친히 그의 보따리를 뒤져 보지 않았는가.) 이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들이 그대의 보따리를 풀어 헤치고 자세히 조사하는 것을 보았 지. 그리고 많은 보석들과 수십만 냥의 은자에 해당하는 은표를 가지고 있는 것을 보더니 두 눈을 몹시 붉히며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상의하더 군. 나는 그와 같은 말을 듣고 화가 나서는 들어서자마자 모조리 처치 해 버렸다네." 위소보는 말을 했다. "제기랄, 알고 보니 태후라는 늙은 갈보는 나에게 돈이 있다는 것을 알 고는 시위를 보내 목숨을 빼앗고 제물을 강탈하려 했군요. 거기다가 몽 혼약까지 쓴 것은 고사하고 흑점까지 열었으니 그 늙은 갈보는 그야말 로 비열하기 짝이 없는 짐승과 같은 계집이군요." 도궁아는 말했다. "그렇다고는 할 수 없어. 태후가 요구하는 것은 그저 불경이지 보석이 나 은자 따위가 아니야. 그 몇 권의 불경은 사실 중대한 관계가 있어. 나는 그대가 서천천과 그 두 소저에게 주어 석가장으로 가져 가서 갈무 리하도록 하지 않았나 생각했지. 그리고 속으로 적을 이미 제거했으니 그대로 하여금 좀더 쉬도록 하자고 생각했지. 그 생각을 하는 즉시 말 을 타고서는 남쪽으로 달려가 한 객점에서 그들이 타고 온 수레를 찾아 내게 되었지. 본래 살그머니 조사를 해보려고 했던 것인데 그 팔비원후 라는 분은 정말 기민하기 짝이 없더군. 그리하여 부득이 재차 손을 쓰 게 되었지." 위소보는 물었다. "그는 고모님의 적수가 되지 않았군요." 도궁아는 말했다. "나는 본래 그대들 천지회에 죄를 지으려고 하지 않았지만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그를 쓰러뜨린 후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화를 내지 말라고 빌었지. 소형제, 다음에 그대가 그를 만나게 되거든 다시 몇 마디의 말 을 전해 줘. 사실 나는 어쩔 수 없었다고 말이야. 그리고 나는 그들 세 사람의 보따리를 다시 한번 조사해 보았고 그 수레도 뜯어서 살폈지만 아무것도 찾아낼 수 없었어. 그리하여 그들의 혈도를 풀어 주고는 재빨 리 말을 타고 되돌아 온 것이야." 위소보는 말했다. "제가 멍청하게시리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을 때 고모님은 그 많 은 일을 해치웠군요. 그런데 도 고모님은 제가 천지회의 사람이라는 것 을 어떻게 아셨습니까?" 도궁아는 미소했다. "내가 그대들을 위해 반 나절이나 수레를 몰았는데 그대들이 주고받는 말을 못 들었겠어? 그대는 어린 나이에 청목당의 향주가 되었다니 정말 대단해. 향주라면 천지회에서도 꽤 큰 직분이겠지?" 위소보는 매우 득의에 차 웃으며 말했다. "작지 않다고 할 수 있죠." 도궁아는 잠시 생각해 보더니 물었다. "그대는 황제를 오랫 동안 시중들었는데 혹시 그가 불경에 관한 일을 이야기하는 것을 듣지 못했어?" 위소보는 말했다. "들은 적이 있지요. 태후와 황상께서는 그 빌어먹을 불경인가 하는 것 을 매우 중시하는 것 같았아요. 기실 그런 불경을 어디에다 쓰겠어요? 태후께서는 심보가 그렇게 악독한데 설사 매일같이 일만 번 아미타불 하고 불러 보았자 보살께서는 그녀를 돌보지 않으실거예요......" 도궁아는 그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재빨리 물었다. "그들이 뭐라고 했지?" 위소보는 말했다. "황상께서는 저를 색액도 대인에게 딸려 보내 오배의 집으로 가서 가산 을 몰수하게 했지요. 그 당시 저에게 반드시 두 권의 사 무슨 경인가 또 이 자와 십 자가 있는 것 같은 불경을 찾아내야 한다고 했지요." 도궁아는 얼굴에 매우 흥분된 빛을 띠고 말했다. "맞았어, 맞았어. 사십 이 장경이야. 그대는 찾아냈어?" 위소보는 말했다. "저는 글자를 모르는 무식한 놈이라 뭐가 사십 이 장경이고 오십 삼 장 경인지 알 수가 있어야죠. 후에 색대인이 찾아내었길래 제가 가지고 가 서 태후에게 갖다 드렸습니다. 그녀는 무척 좋아하더군요. 그리고 저에 게 많은 사탕과 떡 같은 음식을 내리셨지요. 제기랄, 늙은 갈보는 정말 치사하더군요. 금이나 은을 주지 않고 저를 어린애 다루듯 사탕이나 밀 전 나부랭이들만 주지 않겠어요. 진작 그녀가 그렇게 나쁜 사람인 줄 알았더라면 나는 그 두권의 불경을 주방의 아궁이 속에다가 집어던져 불쏘시개로 삼아서는......" 도궁아는 재빨리 말했다. "태워서는 안 돼. 태워서는 안 돼." 위소보는 웃었다. "저 역시 태워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황상께서 색대인에 게 묻는다면 들통이 나게 될 것이 아니겠습니까?" 도궁아는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 "그렇다면 태후의 손에는 적어도 두 권의 사십 이 장경이 있었겠군." 위소보는 말했다. "아마도 네 권은 될겁니다." 도궁아는 되물었다. "네 권이라고? 그대가...... 그대가 어떻게 알지?" 위소보는 말했다. "전날 밤 내가 태후의 침대 아래 몸을 숨기고 있을 때 그녀가 그 궁녀 차림을 한 남자와 하는 이야기를 엿들었죠. 그녀는 본래 한 권이 있었 고 오배의 집에서 두 권을 몰수했으며 다시 그녀는 어전시위 부총관인 서동을 시켜 무슨 기주인가 하는 집에서 다시 한 권을 탈취했다고 들었 습니다." 도궁아는 말했다. "맞아, 바로 상남기 기주의 집에서 탈취한 것이지. 그렇다면 그녀의 손 안에는 모두 네 권이 있겠군. 어쩌면 다섯 권이나 여섯 권이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그리고 그녀는 몸을 일으키더니 몇 번 서성거리다가 말했다. "그 불경은 매우 중요해. 소형제, 나는 그대가 정말 나를 도와 주기를 바래. 그리하여 태후가 갖고 있는 사십 이 장경을 훔쳐내 주었으면 하 고 바라는거야." 위소보는 생각해 보고 나서 말했다. "늙은 갈보의 상처가 심하다면 끝내 살아 남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따 라서 그 몇 권의 불경은 아마도 관 안에까지 가지고 가게 될 것입니 다." 도궁아는 말했다. "그럴 리가 없어. 결코 그럴 리는 없어. 내가 걱정하는 것은 신룡교(神 龍敎)교주의 수단이 한 수 높아 먼저 가로채는 거야. 그렇게 된다면 야 단나지." 신룡교 교주라는 말은 위소보는 처음 듣는 이름이라 묻지 않을 수 없었 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요?" 도궁아는 그가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방안에서 몇 번 서성거리더 니 창호지가 점점 밝아오는 것을 보고는 날이 곧 밝아지리라는 것을 알 고는 몸을 돌리며 말했다. "이곳에서 말하기는 거북하군. 벽이나 담장에 귀가 있다는 사실을 명심 해야겠지. 우리 나가지 그래." 그리고 세 구의 시체를 객점 문밖 수레 안에 놓았다. 그들 세 사람은 모두가 그녀의 중수법에 의해서 충격을 받고 죽은 것이 라 피를 흘리지 않은 상태여서 매우 깨끗했다. 그리고 도궁아는 말했다. "객점의 주인과 그대의 마부는 모두 다 그들에게 묶여 있었거든. 그러 니 그들 스스로 묶였던 밧줄을 풀 때까지 내버려 두도록 해." 그리고 위소보와 나란히 마부석에 앉아서는 수레를 서쪽으로 몰았다. 약 칠팔 마장 나가게 되자 날이 훤히 밝았다. 도궁아는 세 구의 시체를 한 공동묘지에다가 버리고 커다란 바위와 돌덩이를 들어서 그 위에다 얹어 놓아 세 구의 시체를 가리고는 다시 수레로 돌아와서는 말했다. "우리가 수레 위에서 길을 재촉하며 말을 하면 그 누구에게도 들킬 염 려는 하지 않아도 되겠지." 위소보는 웃었다. "수레 아래 쪽에 사람이 숨어 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죠." 도궁아는 깜짝 놀라서는 말했다. "맞아. 그대는 나보다 생각이 치밀하군." 그리고 그녀는 채찍을 휘둘렀다. 말채찍이 몇 번 휘어지면서 싹 하는 소리를 내며 수레 밑을 후려치게 되었다. 그녀는 잇따라 세 번이나 후려치고는 확실히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 한 이 후 웃으며 말했다. "이 강호에서 사람을 경계하는 행동에 대해서 나는 전혀 요령을 모르는 편일세." 위소보는 말했다. "그 점에 있어서는 나는 더욱더 요령을 모릅니다. 도고모님은 어찌 되 었든 저보다 나은 편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어젯밤 저를 구하지 못했을 것이니까요." 이때 커다란 수레는 큰 길을 따라 나가고 있었고 사방은 조용했다. 도 궁아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대는 나의 목숨을 구해 주었고 나 역시 그대의 목숨을 구해 주었으 니 우리들은 그야말로 생사를 같이 한 사이라고 할 수 있지. 소형제, 나이를 따진다면 내가 그대의 어머니 노릇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데 그대가 나를 밉지 않게 고모라고 불러 주는데, 그대는 정말 나를 고 모로 삼고 나의 조카가 되어 주지 않으려는가?"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조카가 되는 것은 밑지는 장사가 아니다. 어쨋든 나는 이미 고모라고 부르지 않았는가?) 그리하여 그는 재빨리 말했다. "그것 참 잘되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매우 운이 좋지 않은 일이 있 습니다. 고모님이 알게 되면 아마도 이 조카를 마다할 것입니다." 도궁아는 물었다. "그게 무슨 일인가?" 위소보는 말했다. "제게는 아버지가 없으며 어머니는 기원에서 갈보 노릇을 하고 있답니 다." 도궁아는 어리둥절했으나 곧 온 얼굴에 기쁜 빛을 띄우고 말했다. "조카야, 영웅은 출신이 비천한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단다. 우리의 태 조 황제께서도 화상 노릇을 했고 또 무뢰한이나 건달 노릇을 한 적도 있었지만 아무 상관도 없지 않느냐. 그대가 그 같은 일까지도 나에게 속이지 않은 것을 보면 이 고모에 대한 진심을 충분히 엿볼 수 있다. 나 또한 모든 일에 있어서도 너를 속이지 않으마."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우리 어머니가 갈보 노릇을 하고 있다는 것은 모십팔 형이 알고 있으 니 언젠가는 알려질 일이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마음에 있는 말을 털어 놓게 하려면 남에게 드러낼 수 없는 자기의 치부를 먼저 드러내야 하는 법이다.) 그리하여 그는 즉시 땅바닥에 뛰어내려서는 무릎을 꿇고 큰 절을 올렸 다. "조카 위소보는 친고모님에게 인사드리옵니다." 도궁아는 수십 년간 깊은 궁궐 안에서 외로운 생활을 보내온 사람이었 고 찾아오는 사람이라고는 한 사람도 없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정이 담긴 말을 반 마디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위소보가 그토록 다정하게 불러 주자 그만 가슴이 쓰라 린 것을 느끼고는 재빨리 수레에서 내려 그를 부축해 일으키며 웃었다. "착한 조카야, 이제부터 나에게는 이 세상에 가까운 사람이 있게 되었 으니......" 거기까지 말하다가 그만 참을 수 없다는듯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한편 으로는 웃으면서 한편으로는 눈물을 닦으면서 말했다. "이것 보아라. 이렇게 기쁜 일인데 너의 고모는 눈물을 흘리고 있구 나." 두 사람이 수레 위로 올라왔다. 도궁아는 오른손으로 고삐를 잡고 왼손 으로는 위소보를 잡고서 노새로 하여금 천천히 나아가도록 하며 말했 다. "조카야, 나의 성은 도씨이다. 이것은 나의 진짜 성이며 나의 규명(閨 名)은 홍영(紅英)이라고 한단다. 열 두 살 때부터 궁 안으로 들어와 그 이듬해 바로 공주님을 모시게 되었다." 위소보는 말했다. "공주라고요?" 도홍영은 말했다. "그렇다. 공주이다. 바로 대명나라 숭정(嵩禎)황제 폐하의 큰공주님이 시다." 위소보는 말했다. "아, 원래 고모님은 대명나라 숭정황제 때 궁으로 들어가신게군요." 도홍영은 말했다. "그렇다. 숭정황제께서는 궁을 나가실 때 검을 휘둘러 공주의 팔을 잘 랐다. 나는 공주께서 난을 당하셨다는 소문을 듣고 달려가 구하려고 했 는데 너무 당황한 나머지 그만 크게 자빠져서는 이마를 돌계단에 부딪 쳐 기절을 하고 말았단다. 그리하여 정신을 차렸을 때는 폐하와 공주께 서는 이미 어디로 가셨는지 보이지 않았고 궁 안은 소란스럽기만 했으 며 그 누구도 나를 아랑곳하지 않더구나. 얼마 후 이침이라는 도둑이 궁 안으로 들어왔고, 그 후에 청나라의 오랑캐들이 이침이라는 도적을 쫓고 다시 황궁을 점거했지." 도홍영은 잠시 탄식하더니 말을 이었다. "아, 그것은 벌써 오랜 세월 이전의 일이로구나." 위소보는 물었다. "공주는 숭정황제의 친딸이 아닙니까? 어째서 그녀를 칼로 쳐죽이려 했 지요?" 도홍영은 다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공주는 숭정황제의 총애를 받았다. 그때 성은 이미 함락되어 도적의 군사들이 이미 성안으로 몰려오고 있던 때라 황상께서는 죽음을 각오하 시게 되었는데 혹시나 공주가 도적들에게 욕을 당하게 될까봐 먼저 공 주를 죽이려고 한 것이다." 위소보는 말했다. "그랬었군요. 자기의 친딸을 죽인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후 숭정황제는 매산(煤山)에서 목을 매달아 죽었다고 하던데 사실인 가요?" 도홍영은 말했다. "나 역시 후에 사람들에게 들었지. 청나라 오랑캐들을 오삼계가 중원으 로 끌어들여 이침이란 도적을 쫓고 우리 대명나라 강산을 차지하도록 만들었지. 궁 안의 태감, 궁녀 가운데 십중팔구는 모두 믿을 수 없다고 내쫓김을 당했단다. 그때 나는 나이가 아직도 어리고 또 쓰러져서 깊은 상처를 입고 캄캄한 방안에 누워 있었기 때문에 돌보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다가 삼 년이 지난 이후에야 사부님을 만나게 되었단다." 위소보는 말했다. "고모님의 무공이 이토록 고강하신 것을 보면 고모님의 사부어르신께서 는 무공이 더욱더 대단하시겠군요." 도홍영은 말했다. "우리 사부님은 천하에는 무공에 능한 자가 무척 많다고 하셨지. 따라 서 우리 무공은 별것이 아니라고 했단다. 우리 사부님으로 말하면 사조 부의 명을 받아 궁 안으로 들어와 궁녀가 되신 몸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그녀는 채찍을 들어 허공을 쳐 철썩 소리를 낸 후 계속해서 말 했다. "우리 사부님이 궁 안으로 들어오게 된 목적은 바로 그 여덟권의 사십 이 장경에 있단다." 위소보는 물었다. "모두 여덟권이나 된다구요?" 도홍영은 말했다. "모두 여덟권이지. 만주 사람들은 팔기로 나누어져 있지 않느냐. 황백 홍남(黃白紅藍)으로 나누어지는데 여기서도 정사기(正四旗)와 양사기 (양四旗)로 나누어진단다. 그리고 매 일기의 기주(旗主)아래 각기 한 권씩 있었으니 모두 여덟 권이 된단다." 위소보는 말했다. "그렇군요. 제가 오배의 가산을 몰수할 때 두 권의 책 겉장의 빛깔이 달랐습니다. 한 권은 누런 바탕에 붉은 테두리를 하고 있었고 다른 한 권은 하얀 겉장 즉 겉장이라고 하지만 씌우개를 말하는 것이지요." 도홍영은 말했다. "원래 여덟 권의 불경을 씌운 겉장은 팔기의 빛깔과 같단다. 그러나 나 는 한번도 본 적이 없단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내 수중에는 이미 다섯 권이 들어와 있는데 그렇다면 아직도 세 권이 모자라는 셈이다. 여덟 권의 불경에 도대체 어떤 이상한 점이 있는것일 까? 고모님은 반드시 알고 있을 터이니 방법을 강구해서 알아내야지.) 그리고 그는 짐짓 멍청하게 말했다. "원래 고모님의 사조부께서는 진심으로 부처님을 모시는 분인가 보군 요. 궁 안의 불경이니까 물론 특별히 귀중한 것이겠죠. 어떤 사람은 순 황금으로 만들어진 물로 쓴 것이라 하더군요." 도홍영은 말했다. "그렇지도 않단다. 조카야, 오늘은 내 너에게 설명을 해주지. 그러나 너는 결코 누설해서는 안 된다. 너는 맹세를 하도록 해라." 맹세하는 것쯤은 위소보에게 있어서는 그저 밥 먹는 것보다 쉬운 노릇 이었고 아침 나절에 한 말을 저녁이면 잊어 먹는 성격이었다. 아니 오 후에 말한 것이면 잠이 들기도 전에 까먹어 버리는 성격이기도 했다. 더군다나 여덟 권 가운데 이미 다섯 권의 불경을 손에 넣었으니 그 비 밀을 어찌 남에게 가볍게 알릴 수 있겠는가. 그리하여 그는 재빨리 말 했다. "천지신명께서는 굽어 살피옵소서. 이 위소보가 만약에 사십 이 장경의 기밀을 누설한다면 이후 큰 벌을 받게 될 것이며 늙은 갈보의 여장을 한 후레자식과 똑같은 죽음을 당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여장을 하고 늙은 갈보와 함께 자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그 후레자식과 같은 꼴로 죽지는 않을 것이다.) 맹세를 하면 그 후 꼭 보답을 받게 된다고 그는 굳게 믿고 있었다. 그 렇게 때문에 저주를 하고 맹세를 할 때에는 언제나 여지를 남겨 두고는 했다. 도홍영은 웃으며 말했다. "그와 같은 맹세는 정말 이상야릇하면서도 신선한 감이 있구나. 내 너 에게 말하지. 만주 오랑캐가 산해관으로 들어올 때 대명나라의 강산을 차지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다. 만주 사람들은 무척 적고 군사도 많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오랫동안 관외의 땅을 차지하고 있기만 한다면 만족하게 여길 정도였다. 그렇기 때문에 산해관으로 들 어온 후 팔기병들은 금은재보를 보기만 하면 빼앗거나 강탈을 했다. 그 들은 그 제물들을 모두 다 관외로 옮겨 숨겼다. 당시 대권을 쥐고 있던 사람은 순치황제의 숙부인 성정왕이었다. 그러나 만주의 팔기 가운데 매 일기(一旗)마다 각기 세력이 있었지. 당시 팔기의 기주들은 기를 가 지고 재물을 숨긴 장소를 지도로 그려서는 팔기의 기주가 각기 한 폭씩 가지게 되었단다......" 위소보는 몸을 일으키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 "아, 알았어요." 그는 기쁨을 참을 수가 없었다. 수레가 움직이는 바람에 그는 다시 주 저앉아서 말했다. "그 여덟 폭의 지도는 바로 그 여덟 권의 사십 이 장경 속에 숨겨져 있 군요." 도홍영은 말했다. "꼭 그렇다고 할 수 없는 일이다. 도대체 진상이 어떠한지 당시 팔기의 기주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 한나라 사람 가운데는 알고 있는 사 람이 없고 만주의 왕공대신이라 하더라도 아마 알고 있는 사람은 매우 드문 형편일 것이다. 우리 사부님께서는 만주 사람들이 보물을 숨겨 놓 은 그 산은 바로 그들 용맥(龍脈)의 소재지라고 하더구나. 오랑캐가 대 명나라의 강산을 차지하고 황제로 등극하게 된 것은 모두 그 산의 용맥 덕분이라고하더구나." 위소보는 물었다. "용맥이란 무엇인가요?" 도홍영은 설명했다. "그것은 풍수(風水)가 지극히 좋은 곳을 말한단다. 만주 오랑캐의 선조 들을 그 산에 매장을 하여 자손들이 크게 흥하게 되고 중국에 와서 황 제까지 된 것이라고 하더구나. 우리 사부님은 우리가 만약 그 보산(寶 山)을 찾아내어 용맥을 끊고 무덤을 파해친다면 만주 오랑캐들은 황제 가 되기는 커녕 모조리 관외에서 죽게 된다고 하더구나. 그만큼 그 보 산은 그토록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사조부와 사부님은 온갖 심 혈을 기울여서 그 산맥의 소재지를 찾으려고 했단다. 그런데 그 비밀이 바로 그 여덟권의 사십 이 장경가운데 들어 있다고 하더구나." 위소보는 물었다. "그런 만주 사람들의 일을 고모님의 사조부께서 어떻게 아셨죠?" 도홍영은 설명했다. "이 일을 이야기하자면 무척 길어진다. 우리의 사조부께서는 원래 금주 (錦州)출신의 한나라 여자인데 오랑캐에게 사로잡혀가게 되었다. 그 오 랑캐는 바로 양남기(양藍旗)의 기주였다. 우리 사조부께서는 오랑캐들 이 중원 땅으로 들어오게 된 이후 우리 중국이라는 곳이 이토록 크고 사람도 이토록 많은 것을 보고 한편으로는 기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두 려움을 느꼈다고 말씀하시더구나. 그리하여 팔기의 기주들은 잇따라 며 칠이나 회의를 열게 되고 회의 하면서는 언쟁을 벌였으며 결정을 내리 지 못했다고 하더구나." 위소보는 다시 물었다. "무슨 일로 언쟁을 했나요?" 도홍영은 말했다. "어떤 기주들은 중국 전체를 차지하자고 주장했고 어떤 기주들은 한나 라의 사람들이 이토록 많은데 만약 반란을 일으킨다면 일백 명의 한나 라 사람이 한 명의 기인(旗人) 즉 만주 사람을 공격하게 될 것이니 만 주 사람들이 어떻게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겠느냐 하는 주장을 했다더구 나. 그러니만큼 차라리 노략질을 할 만큼 하고서는 관외로 물러가는 것 이 더 온당하다고 했다는구나. 그런데 최후에는 역시 섭정왕이 결정을 내렸다고 하더군. 그는 한편으로는 재물을 강탈하되 그와 같이 강탈한 금은재보를 관외에다 숨기는 한편 다른 한편으로는 등극해서 황제 노릇 을 하자는 것이었지. 그리하여 만약 한나라 사람들이 반란을 일으켜 형 세가 위급해지면 만주의 기인들은 산해관 밖으로 물러나자고 말했다더 구나." 위소보는 말했다. "원래 그 당시의 청나라 오랑캐는 우리 한나라 사람들에 대해서 무척 두려워했군요." 도홍영은 말했다. "어째서 두려워하지 않겠느냐? 그들은 지금도 두려워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들이 마음을 합하지 못할 뿐이지. 조카야, 오랑캐의 소황제는 너를 무척 좋아하고 있다. 만약 네가 그 여덟 권의 불경을 훔쳐내어서 오랑 캐의 용맥을 깨뜨리게 되다면 그 금은재보로 의군(義軍)의 군사비로 삼 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들이 군사를 일으키게 된다면 청나라 군사들은 그만 놀라 관외로 도망치고 말 것이다." 위소보는 용맥을 깨뜨리고 의병을 일으키는 데 대해서는 별로 열성을 가질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산에 무수한 금은재보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에는 그만 크게 가슴이 설레여서는 물었다. "고모님, 그 보산의 비밀은 정말 그 여덟 권의 불경 가운데 숨겨져 있 습니까?" 도홍영은 설명했다. "우리 사조부께서는 사부에게 말씀을 하셨다더구나. 그것은 양남기의 기주가 어느 날 술을 마시고 그의 작은 마누라격인 소복진(小복晋)에게 장래 그가 죽은 이후 한 권의 불경을 소복진의 아들에게 전했으면 전했 지 대복진(大복晋)의 아들에게는 전하지 않겠다고 했단다. 이에 소복진 은 매우 못마땅하게 생각하며 한 권의 불경이 뭐가 대단하다고 그러느 냐고 했다는구나. 그러나 그 기주는 그 불경이 자기네들 팔기의 목숨줄 이나 다름없으니만큼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하면서 대강 그 불경의 내 력을 이야기했다는구나. 사조부께서는 창밖에서 그 이야기를 듣고 그제 서야 그 비밀을 깨닫게 되었지. 후에 사조부께서는 무공을 연성하게 되 었고 또 우리 사부님도 사조부님을 따라 몇 년간 무예를 익히게 된터이 라 사조부께서는 손을 써서 그 불경을 훔치려고 했는데 발각되어 양남 기의 고수들에게 중상을 입게 되었다더구나. 그리하여 죽기 전에 우리 사부님을 궁 안으로 잠입시켜 궁녀가 되게 한 이후 방법을 강구해서는 불경을 훔치라고 했다는구나. 양남기의 기주 곁에는 무공의 고수가 많 으니만큼 궁 안으로 들어가 불경을 품치는 것은 쉽게 이룰 수 없는 일 이라고 생각해던게지. 그런데 사부님께서 궁 안으로 들어오신지 얼마 안되어 궁 안의 경비가 너무나 삼엄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고 궁 녀는 함부로 나다닐 수도 없는 형편이라 불경을 훔친다는 것은 그야말 로 더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더구나. 사부님은 나에게 모든 이 야기를 다 하셨고 나중에 내가 대명공주의 이야기를 하고 옛주인에 대 한 정을 저버리지 않을 것을 보고 바로 나를 제자로 거두어 주셨지." 위소보는 말했다. "그러니까 늙은 갈보가 온갖 수단을 다 해서 불경을 손에 넣으려고 했 군요. 그녀는 만주 사람이니까 용맥을 깨뜨리지 않으려 할 것이고 아마 도 보산에 숨겨 놓은 금은재보를 노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녀는 태후이니 무엇이든 손에 넣을 수 있는데 왜 또 하필이면 그런 재 물을 욕심낼까요?" 그와 같은 말을 하면서도 그는 속을 생각했다. (그렇다면 해 폐병쟁이는 왜 나에게 서재로 가 불경을 훔치는 일을 죽 을 때까지 잊지 못한다고 했을까? 음, 그는 정말 경경을 손에 넣으려고 한 것이 아닌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를 유인해서 속임수에 넘어가도록 만든 이후 누가 지시해서 내가 그의 눈을 멀게 했는지 알아보려고 했는 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와 같이 조처함으로써 단경황후를 죽인 흉수를 알아내겠다는 생각이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따라서 그 는 마음속으로 교사한 자가 흉수와 똑같은 사람이라고 인정하고 있었 던 것이 틀림이 없다. 지금의 나로서는 늙은 폐병쟁이로 하여금 심사를 토로케 할 수는 도저히 없는 일이며 염라대왕께서도 아마 해낼 수 없는 일일 것이다.) 도홍영은 위소보의 생각이 해대부에게로 옮겨간 것을 어찌 짐작이나 했 겠는가. 그녀는 그저 설명을 계속했다. "어쩌면 그 보산에는 따로이 이상야릇한 그 무엇이 있는지 사조부께서 도 모르셨단다. 우리 사부님은 궁안에서 얼마 되지 않아 병이 나셔서 돌아가시게 되었지. 그 어르신께서는 돌아가시기 바로 전에 천번 만번 나에게 방법을 강구해서 경서를 훔쳐 내도록 하라고 당부하셨다. 그리 고 경서를 훔치는 일은 매우 어려우니 내 혼자 힘으로는 되지 않을지도 모르니까 나보고 궁 안에서 믿을 수 있는 제자를 거두어 들여 경서의 비밀을 전해 내려가도록 하라고 하더구나. 그러니까 당대에 되지 않을 땐 다음 대에서 다시 경서를 훔치도록 하되 그 비밀이 완전히 땅속에 묻히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당부하셨다." 위소보는 말했다. "그렇지요. 그와 같은 큰 비밀이 만약 실전된다면 그 많은 금은재보는 너무나 ...... 애석한 노릇이 됩니다." 도홍영은 말했다. "그 금은재보는 별 상관이 없다. 그래 만주 오랑캐로 하여금 대대로 우 리 한나라 사람들의 강산을 차지하도록 내버려 둔다는 것은 그야말로 가장 한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위소보는 말했다. "고모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그러나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만약 그 수천 수만에 이르는 금은재보를 꺼내서 크게 한번 써먹지 못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한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그는 나이가 어렸기 때문에 만주의 군사들이 한나라 백성을 도살한 참 담한 사실을 그저 어른들의 입으로 들었을 뿐 친히 구경을 한 것은 아 니었다. 그리고 궁 안에서 생활을 해오는 동안 만주 사람이라면 그저 태후 한 사람을 가증스럽게 여기게 되었을 뿐 다른 사람은 별로 미워할 수 없었다. 해대부는 물론 음모를 꾸미고 그를 해치려고 했으나 역시 자기가 해대부를 많이 해쳤지 해대부가 자기를 해친 일은 적었기 때문 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황제 이하 모든 사람들이 그에게 잘 대해 주었기 때문에 그는 만주 사람들이 얼마나 흉악하고 포악한지를 느낄 수가 없었다. 물 론 그도 잘 알고 있었다. 자기가 만약 황제의 총애를 받는 몸이 아니라 면 그 만주의 황친국척이나 왕공대신들이 결코 그에게 친절하게 굴 리 가 없으며 또 그토록 그를 받들지 않으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역시 그는 자기에게 대하는 사람들이 대게 부드러운 사람이 많 고 흉폭한 사람이 적었기 때문에 종족의 원한이나 나라의 한에 대해서 는 무척 등한시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도홍영은 위소보의 그런 생각을 알 턱이 없었다. "궁 안에서 이 몇 년 동안 살아왔지만 나 역시 제자를 거두어 들이지 못했다. 나는 물론 많은 궁녀들을 만나볼 수 있었지만 만나는 족족 우 둔하고 멍청하지 않으면 그저 요염한 기운이나 풍기고 매일같이 어떻게 하면 황제의 총애를 받아 궁녀에서 비빈이 되는가 하는 꿈을 꾸는 계집 애들밖에 없었다. 그러니 이와 같은 커다란 비밀을 내 어찌 그와 같은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겠느냐? 그래 이 몇 년 동안 나는 근심을 했지. 이와 같이 지체하다가는 불경이 있는 곳조차 단서도 전혀 얻지 못할 뿐 아니라 훌륭한 제자까지도 한 명 거두어들일 수 없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장래에 내가 죽게 된 이후 이 비밀을 그대로 관 속에 가지고 간다면 만주 오랑캐들이 우리 한나라의 강산을 그대로 차 지하게 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되었고 그렇게 된다면 사조부 와 사부에게 미안한 것은 고사하고 한 나라의 대죄인이 되는 것 같아 이만저만 불안한 느낌이 아니었단다. 조카야, 내가 우연히 너와 만나게 되었고 너에게 이와 같은 큰 일을 이야기 하게 되었으니 나의 마음은 한결 기쁘구나." 위소보는 말했다. "저 역시 매우 기쁩니다. 그러나 불경에 관해서는 별로 마음에 두지 않 읍니다." 도홍영은 물었다. "그렇다면 너는 어째서 기뻐하느냐?" 위소보는 말했다. "제게 정다운 사람은 없읍니다. 어머니도 그렇고 사부님도 좀처럼 만나 뵈옵기 힘듭니다. 이제 친고모님 같은 훌륭한 친척을 만나게 되었으니 자연 기쁘기 짝이 없지요." |
첫댓글 잼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