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
언제나 7시. 아침은 그 시간으로 정해져있습니다. 급하고 힘든 일 아니면 두말할 것도 없이 아침 먹는 시간은 7시. 맞춰놓은 알람이 "일어나세요. 모닝~"쯤을 말할 때, 미처 알람송을 외치기 전에 빨딱 일어나 멈춥니다. 오히려 시간 맞춘다고 이리저리 머리굴려 7시반, 8시, 6시반 등으로 왔다갔다 하는 것보다는 쉽게 일어나지네요.
1.
8시. 상일역까지는 딱 1시간.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뭔가 찜찜했습니다. 휴대폰! 챙겼지.... 열쇠!!! 왼쪽 뒷주머니에 있고.... 머지? 아... 집에서부터 걸어가는 시간! 오~~~ 결국 4분만에 주파했습니다. 자, 이제 6분만 땡기면 되는 건가요?
2.
노원역을 아시나요? 아마 그 어느 환승역중에서도 가장 긴 곳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 곳. 이전에 상계에서 야탑으로 출근하던 때에 이곳은 정말 죽을 맛이었습니다. 상계-노원(4호선->7호선)-건대입구(7호선->2호선)-잠실(2호선->8호선)-복정(8호선->분당선)-야탑 으로 이어지는, 첫차를 타서 6시30분까지 야탑역에 도착해야하는, 이 죽음의 레이스를 1년동안이나 해 왔었는데 그 때 가장 부담스러웠던 구간이 노원역 환승구간이었습니다. 결국 그 아침도 거기서 정신없이 달렸습니다. 계단 내려와 가장 긴 터널을 통과, 에스컬레이터 2개 내려가 좀 달려서 다시 에스컬레이터 타고 내려가야 7호선 승강장인 이 길을 한숨도 안쉬고 달렸죠. 결국 그런덕분에 오래 기다리지 않고 7호선을 탈 수 있었습니다.
3.
얼마나 걸렸을까요. 다음역이 고덕이라는데 시간은 5분전 9시. 워낙 잼나는 소설을 읽고 있었기 때문에 시계가 흘러가는 시간과 제 시간이 조금 차이가 있었습니다. 갑자기 걱정이 되기 시작했죠. 정시도착? 가능한가....
열차문이 열리고 분침은 2칸정도 남았습니다. 박진감 넘치는 이 장면... 그러나 3번출구는 반대편 계단이었네요. 으아.. 승강장 끝에서 반대편 끝으로 뛰어야 했습니다. 아.... 시계는 볼 수 없었죠. 시계가 부리는 시간은 이럴때일수록 더 심술을 내는 법. 그놈에게 질 수는 없었지요. 계단을 뛰어올라가고 패스를 거쳐 나가는데... 아 사람들이 안에서 기다리네? 안녀...... 아니구나... 으~ 에스컬레이터 타고 뛰어올라오는데 휴대폰이 가리키는 시간은 9시 땡땡분! 헐떨거리며 올라오니 눈에 익은 ATM 이있고 그 옆 정자에...
"도식이 왔구나! 오늘은 정확하게 왔네~."
4.
과연 이런 곳에 울 엄니 댁이 있을까? 너무나 번듯한 곳. 내가 사는 집 근처보다 땅값이 두배정도 높은 이 곳에 그런 곳이 있을까 싶었습니다. 잘 지어진 조적건물들. 약간의 윗경사길을 오르자 곧 보였습니다. 울 엄니 댁이.
(나이가 참 좋네요. 서른 다섯쯤 되니 왠만한 어른들께는 아부지, 엄니로 다가갑니다. 이르시면 첫 아들일테고, 늦으시면 막내아들일테고, 더 늦으시면 재롱부리는 동네 아들뻘일테니...)
5.
일바지, 일윗옷, 일모자, 안전화. 마스크와 안전경까지 가져갔으나 그건 패스. 그렇지요. 지난 주 누리페인트작업으로부터 얻은 경험이었습니다. 완전 무장 후 엄니 댁 앞 공원에서 인사를 나눴지요. 인사 나누기 전에 그런 말씀하시더군요. 지난 번 페인트 일해서 저런 모습을 하고 왔다고... 페인트...? 오늘도? 아...... 그러나 자연스럽게 간 나의 눈길은.... 아냐..아냐...아냐....
6.
09.05.06 16:39
(지난번 후기에대한 답글 중에서)
7.
결국 은하의 말이 씨가 되었답니다. 헉.... 내, 파라오 어쩌구는 알아도 한국에, 그것도 투따우잔년대에 이런 일이 있을 줄 몰랐답니다.자연스레 페인트 칠하는 준비하는 저를 보면서 참... 더 무서운 건 뭔지 아세요? 상일동에서 모두 모여 행세로 이동 중 아파트를 지났습니다. 그 아파트 폐지 버리는 곳을 뒤져 신문 한 부를 챙겼답니다. 무슨 신문일까요? 오늘 페인트 작업이 있을꺼라고 누가 제게 말했던가요? 왜, 전, 그런데, 이게, 도대체, 무슨.... 은하야, 네가 설명해줄 수 있지? 네가 내게 최면을 건거라면 어여빨리 레드썬 풀어줘... 아님, 지푸라기 인형인거냐...컥! 알았어... 그만 찔러~! 그게 맞는가보다....ㅋ
8.
어쨌든 자연스럽게 페인트를 잡았죠. 흥이 나는데... 참, 제 몸도 절 배신하는 건가요? 곱게 미장한, 그러나 소조의 느낌이 물씬 나는 앞 벽에 롤로는 첫칠만 하고 그 후로 세번은 풀 붓으로 칠했답니다. 길이가 짧아 주변에 막대 구해 테이프로 칭칭 감아서 제 짧은 허리를 대신했죠. 은하야, 고맙다. 네 테이프칭칭법은 아마도 한동안 써먹을 것 같다.....아냐... 다시는 페인트 작업, 안할거야!!! 정신차려!!!!
9.
페인트 작업을 하면서, 햇살이 대단했습니다. 아직 초여름이니 얼마나 하겠냐마는 그 날, 구름이 없었어요. 몸이 더워지길래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막일에는 빠지지 말아야할 두가지가 있는데 그 하나는 막걸리요, 하나는 막노래라. 하나는 가솔린이요 하나는 윤활유나니. 아.. .그러나 행세일은 가솔린 대신 디젤을 쓰는 건가요. 사발면과 쥬스가 있더라구요. 별 수 없죠. 면이야 쌀과는 사촌지간이요 쥬스는 뱁새눈으로 보면 뿌연 것이 색도 얼추 비슷하다 할 수 있으니 디젤이라고 해도 되겠지요. 여튼 먹고 취한 척 시동을 걸으니... 아~ 기름이 바뀌니 윤활유가 색다르게 작용하는구나. 한참부르니...옹? 온통 7080이라구? 당근이지(죄송...당근님). 내 태어난 해가 75년인데. 지지지지 베이비베이비 보다 모두 다 사랑하리~ 가 가슴에 와닿는 나이라구. 어쩌겠어.
10.
어찌된 일인지 하루좋일 그 앞벽만 가지고 해를 넘겼습니다. 일, 참, 자~알한다. 한게 뭬있다고 나중엔 힘이들어 그늘가에 풀썩 앉았답니다. 역시... 기름이 좀 이상하긴 했어. 자기최면으로는 좀 무리인가봐요. ㅋ 여튼 일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니... 지나시는 동네 어르신들이 그러시더군요. 새 집같다고. 그런데 전.... 엄니. 엄니.... 엄니. 우짜요. 아들이 해 드릴 수 있는 건 고작 하루 해에 앞벽 뺑끼가 전부요. 그냥 왔다 갔다했던 맴만이라도 좋게 받아주소. 가능한 즐거운 맴으로, 스스로 예쁘다는 노래로 즐겁게 작업했으니 칠은 둘이요, 그 흥겨웠던 기운이라도 뺑끼랑 같이 앞벽에 고스란히 묻어, 엄니, 집에 계시는 내내 왠지모를 즐거운 기운이 빼~앵 둘러치길 바래유. 연신 고맙다는 엄니를 뒤로하고 모두들 그렇게 돌아왔습니다.
11.
행세에 와서... 모두들 모이고서 고기랑 맥주랑.... 계란말이!!!랑 맛난 저녁을 했지요. 제 주변에 계신 분들도 놀라셨겠지만, 전 정말 놀랐답니다. 저, 원래 그렇게 많이 먹는 사람, 아녜요. 여러분들의 오해가 있을까봐 이 자리를 빌어 밝힙니다. 저요, 정말 그렇게 많이 먹는 사람, 아닙니다. 술 먹으면 밥이나 고기, 잘 안먹어요. 정말... 예요. 어찌된 일인지 그날은 저녁, 정말 많이 먹었어요. 나중에 행세를 나올 땐 배가... 오.... 그런데 불편하지 않네? 어찌된 일이지? 이전엔 그 정도 먹으면 정말 힘들었는데?
12.
2차 뒷풀이는 볼링~! 150이라고 했더니 뒷말은 듣지도 않고 놀라는 장호형. 오매... 그 말은 그만 삽시간에 퍼지고 말았습니다. 아니... 울말은 끝까지 들어야지~. 이번이 볼링장 온게 5번 안쪽인데.
13.
볼링장을 나서자... 어, 어찌된 것이... 출출하다....!!! 내 안에 있는 넌.... 누구냐!
99.
좋았습니다. 이전에 TV에서 러브하우스 프로그램을 보며 나도 저런 일, 하고 싶다 했어요.하지만 목공일이나 전기일, 도배 등 기타일은 배운 적이 없는 저로써 막상 시도하기 어려운 일이지요. 아마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이, 심지어 지금은 달인의 수준에 오르신 분들이라도 처음은 마찬가지였으리라 생각됩니다. 여튼, 늦다면 늦은 나이에 삐뚤빼뚤 이리 뭍히고 저리 사고 저지르는 수준으로 일을 했지만 제 가진 하찮은 무언가에도 감사하고 고마워하시는 엄니를 만나게 해준 것에, 그리고 그런 기회를 주신 것에 엄니와 행세, 한바우, 모두에게 고맙고 감사합니다. 시간이 허락하는 그 때까지, 사정이 가능한 그 날까지,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러분, 사랑해요~ ^^b
|
첫댓글 도식이 고생 많았다...넌 이미 도색의이다...
도색만 십육년 동안 해오신 도색의 달인, 기빠리 홍도색선생님.... 도 아니고... 형님, 형님한테 지푸라기 넘어간 거여요? ㅠㅠ ^^b
저는..여기에도 출현하는군요..오빠수고하셨어요...ㅋㅋㅋㅋ
대단해요. 그 몸 나투시지 아니함에도 어디든 출현하시니 당신은.... 홍길동?!ㅋ 은하야, 이제 네 수고만 남았지? 울 엄니 집 벽, 예쁘게 밝게 그려주렴. ^^b
글이야, 뭐... 고마워요. 볼링은... 난 잼있었는데 같이 친 우리 편은 별반 재미를 못 느끼는듯...ㅋ 나때문인겨... 아님 컨디션 난조여....(퍽퍽!!) 다음에 또 뵈요. ^^b
일목요연,글 잘읽었어요~~^^ 그날저녁,,밥은,,거의 안드시던데???우리에게 얘기들려주느라????ㅋ
다들 치울 때 남은 반찬 몇개와 계란말이!!! 와 함께 후다닥 한공기 먹고... 왜요, 얘기하는 중간중간에 괴기며 보리물이며 얼마나 먹었는데요. ^^b
와우~~~ 신선한 후기글 잘 읽었습니다~~ 너무 고생하셨어여~~ 볼링 150~~^^* 담번에두 함 보여주세여^^*
고생은요, 뭘. 모다 함께한 일인데요. 볼링장 십여년동안 다섯번도 안간 150의 끝간데없는 볼링!!! 그려요. 함께해요. 제가 지대로 보여드릴께요. 다만... 같은 편이여야해요. 알았죠? ^^b
e도식이형 볼링실력 드러났어요.ㅋ 저한테 좀 배우셔야 할듯..ㅋ 그날 하루 정말 고생하셨어요,,ㅋㅋ 도색 진ㅉ ㅏ 꼼꼼히 하세요..^^
볼링... 아... 150의 파문이...ㅋ 쭈아... 다음부턴 꼭 같은 편하자구. 내가 행세랑 같은 팀 한다면 다들 아무말 못할거야.ㅋ 꼼꼼은 무슨... 잘 보면 곰보 마마 투성인걸... 전기일이 참 힘든데 암소리 안하고 잘 해줘서 내가 다 좋더구만. 울 엄니도 좋아라 하셨을꺼야. 행세도 수고 많았어. ^^b
7080 메들리 잘 들었어요~ ^^ 고생하셨습니다.....
캄사캄사... 다음엔 최신8090으로 모시겠습니다...ㅋ 고생은요 뭘, 좋아서 하는 일인데요. ^^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