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망의 정의 및 발생빈도
섬망(delirium)은 진료과나 시대에 따라 다양한 용어로 표현돼 왔다. 중환자실(intensive care unit, ICU)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질환이라는 이유로 중환자실 정신병이라고 표현되기도 했으며 급성 뇌기능장애, 급성 혼란상태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신경과에서는 섬망보다 뇌증(encephalopathy)이라는 용어가 일반적으로 사용된다.
섬망은 중환자의 35~80%에서 발병하며 만약 섬망을 정신과질환으로 분류한다면 정신과질환 중 발생 비율이 가장 높은 질환이 된다. 연구마다 ICU의 환경과 섬망의 진단법이 다르므로 섬망 발생에 대한 정확한 통계 자료를 얻기는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ICU에 입원한 환자의 60% 이상에서 섬망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섬망의 병태생리적 발생 원인은 여러 기전으로 설명되고 있다.
그 중 ‘Cholinergic deficiency’ 가설은 허혈이나 면역학적 스트레스 요인이 발생할 경우 acetylcholine의 농도가 변하고 다른 신경전달물질과 불균형이 발생해 섬망이 유발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최근에는 산화 스트레스나 신경전달물질 등이 다양하게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기계호흡이 도파민 경로를 통해 해마의 자연괴사를 촉진시킨다는 것이 동물모델에서 밝혀지기도 했다.
섬망의 위험요인으로는 고령, 남성, 알코올 남용, 중추신경계질환, 치매, 우울증 등이 있고 이를 촉발하는 인자로는 수술, 고혈압, 빈혈, 감염, 발열, 전해질 불균형 등이 있다.
섬망의 유병률은 기관 내 삽관을 시행하지 않은 환자의 20%, 기계호흡 환자의 83%에 달한다는연구들이 있다. 심장 수술을 받은 중증 환자의 26%, 고관절 수술을 받은 고령 환자의 28%, 진행성 암 환자는 입원 당시 26~44%에서 섬망이 발생했다는 보고들이 있다.
섬망은 과활동성과 저활동성으로 분류된다. ICU에서는 과활동성보다 저활동성 섬망의 발생률이 높으며 예후도 나쁘다. 과활동성 섬망 환자는 전투적이고 비협조적인 성향을 나타내 의료진들이 비교적 쉽게 감지할 수 있는 반면 저활동성 섬망 환자는 감지하기가 어려워 그 정도가 심한 경우에는 환자가 무기력 상태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저활동성 섬망은 우울증과 감별하기가 어려운데 2007년에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우울증으로 정신건강의학과에 협진이 의뢰됐던 환자 중 40%가 실제로는 우울증이 아닌 저활동성 섬망 환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 병실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섬망의 유형은 과활동성과 저활동성 섬망이 혼재된 유형으로 증상이 나타난 후 사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내과 ICU에 입원한 환자 중 고령의 환자에서는 저활동성 섬망이, 젊은 환자에서는 혼재된 유형이 가장 흔하게 발생했으며 외과 ICU에서도 저활동성 섬망의 발생률이 가장 높았다. 따라서 ICU에서 진단하지 못한 섬망 환자의 비율은 약 66% 이상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섬망의 위험요인
섬망의 위험요인으로는 고령, 남성, 알코올 남용, 중추신경계질환, 치매, 우울증 등이 있고 이를 촉발하는 인자로는 수술, 고혈압, 빈혈, 감염, 발열, 전해질 불균형 등이 있다.
섬망환자의 6개월 사망률을 높이고 ICU에 머무는 기간을 연장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섬망 환자의 뇌 MRI 검사 결과, 뇌실이 확대되고 뇌량이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이로 인해 인지기능 장애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Crit Care Med 2012;40:2022-32).
병원에서 시행되는 모든 의료 행위 및 사용되는 약제는 섬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환자가 고령이거나 급성 생리학적 및 만성 건강평가(acute physiologic and chronic health evaluation, APACHE) II 점수가 증가할수록 섬망 발생의 위험성이 높아지며,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투여하는 opioid, steroid, benzodiazepine 등의 약제들 역시 섬망 발생의 위험성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자는 대부분 분절되거나(fragmented) 왜곡된(distorted) 수면 양상을 나타내는데 수면장애는 섬망의 발생에 매우 중요한 위험요인이 된다. 수술 후 ICU에 입원한 환자들의 수면 양상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환자들에서 정상적인 수면시간이 하루에 1시간 20분~4시간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외에서는 중환자의 정상적인 수면시간을 연장시키기 위해 단독 병실을 사용하게 하거나 조명을 어둡게 조절해주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섬망의 진단법
섬망과 혼수(coma)는 음성자극에 대한 반응여부에 따라 구분된다. 섬망을 진단하는 대표적인 진단법 CAM-ICU는 4가지 평가항목, 즉 정신상태의 급격한 변화 또는 요동, 주의력 결핍, 자각능 저하, 체계적이지 못한 사고로 구성되며 이를 분석해 섬망을 진단한다.
CAM-ICU는 비교적 간단한 진단법이지만 평가하는 사람에 따라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 섬망의 또 다른 진단법으로 뇌파검사(electroencephalogram, EEG)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으나 섬망은 매우 다양한 뇌파 양상을 나타내므로 주로 감별진단을 위해서만 사용되고 있다.
2013년 미국중환자학회지에 발표된 지침에서는 중환자 중 섬망으로 진단받지 못한 경우가 약 75%에 달하므로 모든 중환자를 대상으로 섬망에 대해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섬망의 치료 및 예방
섬망(delirium)의 임상적인 특징으로는 인지기능 저하 및 자각능력 변화가 있으며 위험요인으로는 치매, 고혈압, 알코올중독, 고령, 입원 시 질환의 중증도 등이 알려져 있다.
발생 원인에 대해서는 아세틸콜린 및 도파민의 분비 장애, 만성적인 스트레스 등 다양한 병태생리학적인 가설이 제시되고 있으며 신경전달물질인 인터루킨이나 인터페론 등의 사이토카인이 해마(hippocampus), 뇌교(pons), 선조체(striatum) 부위의 신경에 손상을 줌으로서 저산소증 또는 허혈증을 일으켜 발생하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섬망은 사망률을 높이고 중환자실(intensive care unit, ICU)에 머무는 기간을 연장시키므로 진단 및 모니터링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섬망의 진단법으로는 중환자실 혼돈평가법(confusion assessment method for the ICU, CAM-ICU)과 intensive care delirium screening checklist (ICDSC)가 있다.
영국노인의학회(British Geriatric Society, BGS)에서는 섬망을 예방하기 위한 5단계를 권고하고 있다.
입원한 고령 환자의 경우
(1) 먼저 인지장애의 유무를 확인하고
(2) 인지장애가 있고 고위험군이라면 섬망이 발생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하며
(3) 섬망을 유발할 수 있는 기저질환을 치료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4) 또한 섬망 환자에게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정하고 있는데,
환자에게 해야 할 것은 운동 권장, 적절한 진통제 사용, 보청기 사용, 변비 치료 등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는 카테터나 습관적인 수면제 사용, 신체 억제, 환자와의 언쟁 등을 언급하고 있다.
(5) 마지막으로 환자를 퇴원시킨 이후에도 추적관찰을 실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섬망의 치료
비약물적인 치료
환경적인 개선은 중환자의 섬망을 예방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국내에서는 ICU에서 단독 병실을 사용하기 어려우므로 다른 중환자들의 심각한 상태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며 조명도 상시 켜져 있어 정상적인 수면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또한 보호자와 격리됨으로 인해 느끼는 심리적인 불안감, 일반 병실로의 전환 지체 등과 같은 환경적인 문제가 모두 섬망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기계적 환기장치로 호흡을 유지하고 있는 중환자의 경우 가능한 한 조기에 신체를 움직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섬망의 발생빈도를 낮추고 퇴원 시 정상적인 상태로 회복하는데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밖에 소음을 줄이고 음악을 제공하는 것도 중환자의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된다.
약물적인 치료
Haloperidol은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항정신병 약제이다. 65세 이상의 비심장 수술 환자에게 부하용량으로 먼저 0.5 mg을 투여한 후 시간당 0.1 mg을 지속적으로 주입할 경우 섬망 발생 빈도가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론
섬망은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Benzodiazepine 계열의 약제를 가능한 적게 사용하고 조기에 신체를 움직일 수 있도록 유도하며 환경을 개선시켜주는 것이 섬망의 예방에 도움이 된다. 현재 haloperidol이 섬망의 치료제로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dexmedetomidine의 사용량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첫댓글 좋은 정보 넘넘 감사합니다 우리 신입회원님들께서 유익하게 잘보실것 같습니다 쌤 감사하니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