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 생가(生家-태어난 집)에서 - 최인호(崔仁浩, 1945~2013) 수샘♥국어
[줄거리] 김유정은 불과 3년 간의 작품 활동 기간을 마치고 스물아홉 살의 나이에 폐결핵으로 요절한 소설가이다. 또한 몰락한 집안 출신의 지독한 말더듬이로 명창 박록주를 짝사랑하다 끝내 거절당한 일화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나’의 가슴을 아프게 한 것은 이런 일화보다는 김유정이 죽기 열흘 전에 쓴 유서와 같은 편지였다. 그 편지는 평생지기였던 작가 안회남에게 쓴 것으로 ‘나’는 이 편지를 습작 노트 첫머리에 베껴 놓고 다니며 읽을 때마다 눈물을 흘렸다. 50년의 시간이 흐른 뒤 ‘나’는 김유정 생가를 찾아 이 편지를 다시 읽는다. 편지에는 병마와 싸우고자 하는 의지와 병을 치료하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는 사정이 절절하게 담겨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나’는 릴케의 ‘그대는 불쌍한 가난뱅이’라는 시를 떠올리며 오십 년 전의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고, 다시 일어나고 싶다고 생각한다.
[핵심 정리]
*갈래 : 단편 소설, 연재 소설
*성격 : 기행적, 수필적, 사색적
*배경 : ①시간-현대(2000년대) ②공간-김유정 생가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주제 : 어려움을 이겨 내는 진정한 삶의 자세
*최인호(崔仁浩, 1945~2013) 1967년 단편 ‘견습 환자’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타인의 방’으로 현대 문학상, ‘깊고 푸른 밤’으로 이상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그의 작품은 1970년대에 진행된 산업화와 관련되어 도시화 과정이 지닌 문제점을 예리하게 반영하면서 신선한 감수성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요 작품집으로 “불새”, “별들의 고향”, “내 마음의 풍차”, “머저리 클럽” 등이 있다.
[이해와 감상] ‘김유정 생가에서’는 김유정의 편지를 통해 삶에 대한 순수한 열망과 고난을 극복하는 의지를 그려 낸 작품이다. ‘나’는 50년의 시간이 흐른 뒤 다시금 김유정의 편지를 마주하게 되는데, 이때의 감상은 문학청년 시절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다. 과거의 ‘나’가 김유정의 편지에서 삶의 열정을 발견했다면 현재의 ‘나’는 그러한 삶의 열정을 간직하고 있었던 젊은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작가의 분신이기도 한 ‘나’는 김유정의 편지에 대한 이러한 재인식을 통해 다시 예전의 열정으로 돌아가 일어설 수 있는 힘을 가질 것을 희망하고 있다.
[지문 분석]
(가) 필승아,(친구 안회남의 본명) 나(김유정-김유정이 죽기 열흘 전에 쓴 유서와 같은 편지)는 날로 몸이 꺼진다. 이제는 자리에서 일어나기조차 자유롭지 못하다. 밤에는 불면증으로 하여 괴로운 시간을 원망하고 누워 있다. 그리고 맹열(猛熱-매우 높은 열)이다. 아무리 생각하여도 딱한 일이다. 이러다가는 안 되겠다. 달리 도리를 차리지 않으면 이 몸을 다시는 일으키기 어렵겠다.
필승아, 나는 참말로 일어나고 싶다. 지금 나는 병마와 최후의 담판이다. 흥패가 이 고비에 달려 있음을 내가 잘 안다. 나에게는 돈이 시급히 필요하다. 그 돈이 없는 것이다.
필승아, 내가 돈 백 원을 만들어 볼 작정이다. 동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네가 좀 조력하여 주기 바란다. 또다시 탐정 소설을 번역해 보고 싶다. 그 외에는 다른 길이 없는 것이다. 허니, 네가 보던 중 아주 대중화되고 흥미 있는 걸로 두어 권 보내 주기 바란다. 그러면 내 50일 이내로 역(번역)하여 너의 손으로 가게 하여 주마. 하거든 네가 극력 주선하여 돈으로 바꿔서 보내 다오.
필승아, 이것이 무리임을 잘 안다. 무리를 하면 병을 더친다. 그러나 그 병을 위하여 무리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나의 몸이다. 그 돈이 되면 우선 닭을 한 30마리 고아 먹겠다. 그리고 땅꾼을 들여 살모사, 구렁이를 10여 마리 먹어 보겠다. 그래야 내가 다시 살아날 것이다. 그리고 궁둥이(볼기, 엉덩이 아래 부분-폐결핵으로 누워있는 상태를 말하는 듯)가 돈을 잡아먹는다. 돈, 돈, 슬픈 일이다.
필승아, 나는 지금 막다른 골목에 맞닥뜨렸다. 나로 하여금 너의 팔에 의지하여 광명을 찾게 하여 다오. 나는 요즘 가끔 울고 누워 있다. 모두가 답답한 사정이다. 반가운 소식 전해 다오. 기다리마.
(나) 눈물을 글썽이며 김유정의 생가를 나오자 함 군이 말하였다.
“선생님, 어디로 갈까요.”
나(서술자, 주인공, 작가가 마치 김유정인 것처럼 소설을 쓰고 있음)는 대답했다.
“오십 년 전의 과거로 가자.”
(다) 무서운 기세로 흘러내리는 장맛비를 밀어내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는 윈도 브러시를 보며 나는 문득 릴케의 시를 떠올렸다.
릴케는 ‘그대는 불쌍한 가난뱅이’라는 시에서 자신을 이렇게 노래하고 있다.
……그대는 불쌍하다. 도시의 지붕 위에 복(福)되이 내리는 봄비와도 같이.
영원히 세계도 없는 독방의 죄수가 품는 그러한 소망과도 같이.
그리고 돌아눕고선 행복해지는 흡사 병자와 같이.
그대는 뱃속에 든 태아를 숨기고 싶어서 자기 임신의 첫 숨결을 질식시키도록 허리를 졸라매는 소녀처럼 불쌍하다.
그대는 불쌍한 가난뱅이. / 그대는 놓일 곳 없는 돌멩이……
(라) 아아, 나는 돌아가고 싶다.
갈 수만 있다면 가난이 릴케의 시처럼 위대한 장미꽃이 되는 불쌍한 가난뱅이의 젊은 시절(가난했지만 열정과 꿈이 있었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그 막다른 골목으로 돌아가서 김유정의 팔에 의지하며 광명을 찾고 싶다. 그리고 ㉠참말로 다시 일. 어. 나. 고. 싶. 다.
[확인 문제]
1. 김유정의 편지와 릴케의 시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정서에 대해 쓰시오. -가난한 자의 슬픔이 느껴진다.
2. ㉠과 같이 문장 부호를 처리한 이유는 무엇일지 쓰시오. -젊은 시절로 돌아가 순수한 창작의 열정을 회복하고 싶은 작가의 간절한 마음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문제1]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김유정(金裕貞). 1908년에 태어나 겨우 스물아홉 살의 나이인 1937년에 요절한 소설가, 1935년에 단편 소설 ‘소낙비’가 조선일보에 당선되어 작가가 되었으나 작품 활동 기간은 겨우 3년 남짓에 불과했고, 30여 편의 소설을 발표하고 폐결핵으로 죽었던 불행한 소설가. ㉠다른 사람들은 뭐라고 평가할지 모르지만 나는 김유정을 천재라고 부른다. 문학청년 시절 나는 김유정의 ‘봄·봄’이라든가 ‘동백꽃’을 읽으며 전율했었다. 그의 소설은 내가 추구하는 도시적인 감수성과 도회적인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었다. 굳이 분류하자면 그의 소설은 ‘농촌 소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문장은 멋을 부리려는 작위성이 전혀 없었고, ㉡천연스러운 익살과 천진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A] 【원래 김유정은 숙종의 외할아버지이자 국구(國舅, 임금의 장인)였던 김우명(金佑明)의 후예로, 그의 집안은 명문가였다. 그의 할아버지는 춘천에서 수천 석을 하던 명가였으나 어릴 때 조실부모한 이후로 김유정의 집은 몰락했다. 지독한 말더듬이로 열등감이 심했던 김유정은 연희 전문학교에 입학했으나 배울 것이 없다고 자퇴했고, 당대의 명창 박록주의 공연을 보고 짝사랑을 시작한다. 수십 차례 연애편지를 보냈으나 끝내 거절당한 김유정은 고향에 낙향하여 방랑 생활을 하면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김유정의 일화보다 더 내 가슴을 아프게 했던 것은 김유정이 죽기 열흘 전에 쓴 유서와 같은 편지였다. 평생지기였던 작가 안회남에게 쓴 이 편지를 문학청년 시절 나는 습작 노트 첫머리에 친필로 베껴놓고 다녔다. 그 편지를 읽을 때마다 나는 펑펑 울었다.】
아아, 그때가 1965~1966년, 내 나이 갓 스무 살 때였지. 나는 그때 엄마한테 용돈을 타서 ‘해바라기’ 담배를 샀었다. 한 번에 다 피기 아까워 담배를 사면 가위로 한 개비를 반으로 잘라 피우곤 했어. 하루에 한 갑을 피웠다. 필터도 없는 담배를 피우며 밤낮없이 글만 썼어. 가을이면 군대에 가야 하는 입영 날짜가 잡혀 있었지. 좋아하는 여인이 있었지만 박록주와 같은 그 여인은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김유정처럼 말을 더듬지는 않았지만 지독한 열등의식에 사로잡힌 나는 공황 장애를 앓고 있었을 거야. 나는 그때 ㉢김장을 담가 배추 포기를 빈 독에 저장하듯이 매일매일 소설을 쓰고 있었다. 나의 유일한 위로는 김유정의 ‘마지막 편지’를 읽는 것이었지. ㉣그 편지를 읽을 때마다 나는 엉엉 울었고, 글을 써야 한다는 열정을 느끼곤 했어. 그 편지가 있을까. 그 편지가 김유정의 생가에 그대로 남아 있을까.
“이봐, 저기로 가자. 김유정의 생가로 가자.
이정표를 본 순간 나는 함 군에게 소리치며 말했다. 김유정의 생가 앞에서 나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아아, 한 작가가 고향에서 대접을 받고 있구나. 지독한 말더듬이에 폐병쟁이. 살아서는 ‘노트르담의 꼽추’처럼 멸시받았으나 죽어서는 고향에서 저렇게 부활하고 있구나.
1. 윗글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① 문학 기행의 형식으로 서술된 작품이다.
② 압축과 생략을 통해 운율감을 느끼게 한다.
③ 특정한 사상을 바탕으로 교훈을 전달하고 있다.
④ 인물 간의 갈등이 제시되어 사건을 이끌어간다.
⑤ 일정한 이론에 기대어 자신의 주장을 펼친 글이다.
2. 윗글의 서술 방식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묘사와 대화를 통해 사건을 전개하고 있다.
② 사건의 빠른 전개로 극적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다.
③ 중심인물에 대한 소개를 통해 내용을 전개하고 있다.
④ 의식의 흐름 기법을 통해 인물의 내면 심리를 제시하고 있다.
⑤ 사투리를 활용하여 토속적이고 현장감 있는 분위기를 제시하고 있다.
3. 윗글을 감상하는 태도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김유정의 어떤 삶을 살았는지 자세히 살펴보아야 해.
② 김유정이 그 주변 인물들을 어떻게 인식하고 소통했었는지를 살펴보아야 해.
③ 김유정의 문학 세계가 어떠한 경로를 통해 발전해가고 있는가를 살펴보아야 해.
④ 김유정의 삶을 통해 ‘나’가 세계를 어떻게 인식하고 변화해가는가를 살펴보아야 해.
⑤ 김유정의 삶의 자취를 보존하는 일이 현대인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해.
4. 윗글의 ‘김유정’에 대한 반응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김유정의 문학 활동은 비교적 짧은 편에 속했군.
② 김유정은 원래 명문가의 후손이라고 할 수 있군.
③ 김유정은 불행하게도 젊은 나이에 죽고 말았군.
④ 김유정의 소설들은 농촌을 무대로 한 것이 많았군.
⑤ 김유정은 부모의 지원으로 대학 공부까지 열심히 했군.
5. 앞뒤 문맥을 고려할 때, 글쓴이가 ㉠처럼 생각한 이유를 추리해서 쓰시오.
6. <보기>의 ㉮-㉲ 중, ㉡과 같은 요소로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것은?
<보기> 때가 되면 장인님이 어련하랴 싶어서 군소리 없이 꾸벅꾸벅 일만 해왔다. 그럼 말이다, ㉮<장인님이 제가 다 알아채려서, ‘어 참 너 일 많이 했다. 고만 장가들어라.’ 하고 살림도 내주고 해야 나도 좋을 것이 아니냐.>
㉯<시치미를 딱 떼고 도리어 그런 소리가 나올까 봐서 지레 펄펄 뛰고 이 야단이다.> 명색이 좋아 데릴사위지 일하기에 싱겁기도 할 뿐더러 이건 참 아무것도 아니다. 숙맥이 그걸 모르고 점순이의 키 자라기만 까맣게 기다리지 않았나.
㉰<언젠가는 하도 갑갑해서 자를 가지고 덤벼들어서 그 키를 한번 재 볼까 했다마는, 우리는 장인님이 내외를 해야 한다고 해서 마주 서 이야기도 한마디 하는 법 없다.>우물길에서 언제나 마주칠 적이면 겨우 눈어림으로 재보고 하는 것인데 그럴 적마다 나는 저만큼 가서, / “제―미 키두!”
하고 논둑에다 침을 퉤, 뱉는다. ㉱<아무리 잘 봐야 내 겨드랑(다른 사람보다 좀 크긴 하지만) 밑에서 넘을락말락 밤낮 요 모양이다.>
㉲<개돼지는 푹푹 크는데 왜 이리도 사람은 안 크는지, 한동안 머리가 아프도록 궁리도 해보았다.>아하, 물동이를 자꾸 이니까 뼈다귀가 움츠러드나 보다, 하고 내가 넌즛넌즈시 그 물을 대신 길어도 주었다. 뿐만 아니라 나무를 하러 가면 서낭당에 돌을 올려놓고, “점순이의 키 좀 크게 해줍소사. 그러면 담엔 떡 갖다 놓고 고사 드립죠니까”하고 치성도 한두 번 드린 것이 아니다. -김유정, ‘봄봄’
① ㉮ ② ㉯ ③ ㉰ ④ ㉱ ⑤ ㉲
7. [A]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인물의 가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② 인물의 연애에 관한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③ 인물에게 받은 글쓴이의 감화를 제시하고 있다.
④ 인물이 낙향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⑤ 인물이 가진 문학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제시하고 있다.
8. <보기>와 연관지어 ⓐ, ⓑ를 이해할 때,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김유정 ― ⓑ‘나’
① ⓐ는 전체적으로 불우한 인생을 산 사람이었군.
② ⓑ는 ⓐ보다는 자신이 나은 생활을 했다고 생각하는군.
③ ⓑ는 ⓐ가 남긴 편지에 많은 영향을 받았군.
④ ⓐ는 말더듬이였고, ⓑ는 공황 장애를 앓고 있었군.
⑤ ⓑ는 ⓐ가 살던 곳을 탐방하고 있군.
9. ㉢의 문맥적 의미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멋있고 흥겹게 ② 재미없고 귀찮게
③ 괴롭고 원망스럽게 ④ 성실하고 꾸준하게
⑤ 불안하고 고통스럽게
10. <보기>에서 ㉣과 가장 유사한 기능을 나타내는 것은?
<보기> 아마존 수족관 열대어들이 / 유리벽에 끼어 헤엄치는 여름밤
세검정 길, / 장어구이집 창문에서 연기가 나고
아스팔트에서 고무 탄내가 난다. / 열난 기계들이 길을 끓이면서
질주하는 여름밤 / 상품들은 덩굴져 자라나며 색색이 종이꽃을 피우고 있고
철근은 밀림, 간판은 열대지만 / 아마존 강은 여기서 아득히 멀어
열대어들은 수족관 속에서 목마르다. / 변기같은 귓바퀴에 소음 부엉거리는
여름밤 / 열대어들에게 시를 선물하니
노란 달이 아마존 강물 속에 향기롭게 출렁이고
아마존 강변에 후리지아 꽃들이 만발했다. - 최승호, ‘아마존 수족관’
① 열대어 ② 세검정 길 ③ 종이꽃
④ 귓바퀴 ⑤ 시
[정답] 1①-이 글은 글쓴이가 과거 젊은 시절 문학 창작에 크게 영향을 주었던 김유정의 생가를 찾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함 군과 함께 김유정의 생가를 방문해서 그 감상을 적은 글이라는 점에서 ①과 관련 있다.
2③-이 글은 김유정의 삶과 인생을 바탕으로 글쓴이가 자신의 인생에 대해 성찰하는 내용이다.
3④-이 글을 통해 글쓴이가 김유정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음이 드러난다. 따라서 김유정의 삶을 통해 ‘나’가 세계를 어떻게 인식하고 변화해 가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가장 적절한 감상 방법이라 할 수 있다.
4⑤-김유정은 어릴 적 조실부모하고 연희 전문학교도 자퇴하며, 지독한 말더듬이로 불행하게 살았다. 따라서 김유정이 부모의 지원으로 대학 공부까지 열심히 했다는 내용은 적절하지 않다.
5. 글쓴이에게 깊은 감명을 주고 문학적 열정과 위안을 제공해 주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6⑤-<보기>는 김유정의 ‘봄․봄’으로, 점순이와의 혼례 문제로 인한 장인과 ‘나’의 해학적 갈등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은 김유정의 문학 세계에서 특징적으로 드러나는 해학적 세계를 말하는 것으로 <보기>에서는 사람의 키를 개, 돼지와 비교해서 점순이의 키가 크지 않는 데 대한 답답한 심정을 나타낸 ㉲에 이러한 점이 잘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7⑤-[A]는 김유정의 집안, 젊은 시절, 연애 등과 관련된 이야기를 요약하고 있는 부분이다. [A]에서는 김유정의 문학관에 대해서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다.
8②-<보기>는 김유정이 ‘나’에게 문학적인 감화와 열정에 깊은 영향을 준 것을 도식화한 것이다. 김유정은 요절한 소설가로서 불행한 일생을 살다 간 인물이다. ⓑ도 젊은 시절 창작의 고통과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김유정의 편지를 통해 위안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보다는 나은 생활을 했었다는 내용은 적절하지 않다.
9④-㉢은 글쓴이가 공황 장애를 앓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김장을 담가 배추 포기를 빈 독에 저장하듯 차곡차곡 매일매일 소설을 쓰고 있었다는 표현이다.
10⑤-㉣은 공황 장애를 앓으면서 정신없이 창작에 몰두하는 글쓴이에게 삶의 위안과 열정을 주는 소재라고 할 수 있다. <보기>는 생명력을 잃어가는 현대인의 삶을 아마존 수족관 열대어들로 비유한 시인데 화자는 이러한 존재들에게 시를 선물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때 시는 삶에 대한 열정, 생명력을 상징하므로 ㉣과 가장 유사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문제2]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생가를 돌아보며 젊은 날의 노트에 새겨 왔던 그 편지를 발견할 수 있을까 나는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그러나 그곳에 그 편지는, 있. 었. 다.
롱펠로의 시처럼 젊은 날 허공으로 쏜 화살이 전시관 한구석에 부러져 꽂혀 있었다. 나는 소리를 내어 ㉡그 편지를 읽어 보았다.
필승아, 나는 날로 몸이 꺼진다. 이제는 자리에서 일어나기조차 자유롭지 못하다. 밤에는 불면증으로 하여 괴로운 시간을 원망하고 누워 있다. 그리고 맹열(猛熱)이다. 아무리 생각하여도 딱한 일이다. 이러다가는 안 되겠다. 달리 도리를 차리지 않으면 이 몸을 다시는 일으키기 어렵겠다.
필승아, 나는 참말로 일어나고 싶다. 지금 나는 병마와 최후의 담판이다. 흥패가 이 고비에 달려 있음을 내가 잘 안다. 나에게는 돈이 시급히 필요하다. 그 돈이 없는 것이다.
필승아, 내가 돈 백 원을 만들어 볼 작정이다. 동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네가 좀 조력하여 주기 바란다. 또다시 탐정 소설을 번역해 보고 싶다. 그 외에는 다른 길이 없는 것이다. 허니, 네가 보던 중 아주 대중화되고 흥미있는 걸로 두어 권 보내 주기 바란다. 그러면 내 50일 이내로 역하여 너의 손으로 가게 하여 주마. 하거든 네가 극력 주선하여 돈으로 바꿔서 보내 다오.
필승아, 이것이 무리임을 잘 안다. 무리를 하면 병을 더친다. 그러나 그 병을 위하여 무리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나의 몸이다. 그 돈이 되면 우선 닭을 한 30마리 고아 먹겠다. 그리고 땅꾼을 들여 살모사, 구렁이를 10여 마리 먹어 보겠다. 그래야 내가 다시 살아날 것이다. 그리고 궁둥이가 돈을 잡아먹는다. 돈, 돈, 슬픈 일이다.
필승아, 나는 지금 ㉢막다른 골목에 맞닥뜨렸다. 나로 하여금 너의 팔에 의지하여 광명을 찾게 하여 다오. 나는 요즘 가끔 울고 누워 있다.
모두가 답답한 사정이다. ㉣반가운 소식 전해 다오. 기다리마. 3월 18일 김유정으로부터
눈물을 글썽이며 김유정의 생가를 나오자 함 군이 말하였다.
“선생님, 어디로 갈까요.”
나는 대답했다. / “오십 년 전의 과거로 가자.”
“예?” / “갈 수만 있다면 타임머신을 타고 옛날 그 시절로 돌아가자.”
돌아오는 길에는 억수처럼 장맛비가 내렸다. 무서운 기세로 흘러내리는 장맛비를 밀어내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는 윈도 브러시를 보며 나는 문득 릴케의 시를 떠올렸다.
릴케는 ‘그대는 불쌍한 가난뱅이’라는 시에서 자신을 이렇게 노래하고 있다.
[A] 【 …그대는 불쌍하다. 도시의 지붕 위에 복되이 내리는 봄비와도 같이.
영원히 세계도 없는 독방의 죄수가 품는 그러한 소망과도 같이.
그리고 돌아눕고선 행복해지는 흡사 병자와 같이.
그대는 뱃속에 든 태아를 숨기고 싶어서 자기 임신의 첫 숨결을 질식시키도록 허리를 졸라매는 소녀처럼 불쌍하다.
그대는 불쌍한 가난뱅이.
그대는 놓일 곳 없는 돌멩이……】
아아, 나는 돌아가고 싶다.
갈 수만 있다면 가난이 릴케의 시처럼 위대한 장미꽃이 되는 불쌍한 가난뱅이의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그 막다른 골목으로 돌아가서 ㉤김유정의 팔에 의지하며 광명을 찾고 싶다. ㉥그리고 참말로 다시 일. 어. 나. 고. 싶. 다.
1. 윗글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각종 자료를 인용해 글쓴이의 생각을 전달하고 있다.
② 반어적 표현을 활용해 대상에 대한 친밀감을 강조하고 있다.
③ 빈번한 장면의 전환을 통해 긴장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④ 잘못된 시대 현실에 대한 글쓴이의 인식을 잘 드러내고 있다.
⑤ 감각적인 언어와 서정적 문체로 인물의 심리적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2. <보기>의 ⓐ, ⓑ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기> ⓐ이 글은 소설이야 ― ⓑ이 글은 수필이야.
ⓐ | ⓑ | |
① | 인물과 사건을 중심으로 내용을 전개함. | 글쓴이의 경험을 중심으로 내용을 전개함. |
② | 운율과 리듬감을 고려하여 내용을 전개함. | 허구적 상상력을 통해 주제를 형상화함. |
③ |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주제 의식을 전달함. | 운율과 리듬감을 고려하여 내용을 전개함. |
④ | 운율과 리듬감을 고려하여 내용을 전개함. |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주제 의식을 전달함. |
⑤ | 글쓴이의 경험을 중심으로 내용을 전개함. | 인물과 사건을 중심으로 내용을 전개함. |
3. ㉠에 담긴 글쓴이의 정서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의심과 두려움을 나타냄. ② 환희와 즐거움을 나타냄.
③ 괴로움과 슬픔을 나타냄. ④ 놀라움과 반가움을 나타냄.
⑤ 고통스러움과 회한을 나타냄.
* <보기>를 고려해 4번과 5번 두 물음에 답하시오.
<보기> 편지라는 형식은 인간의 가장 내밀한 고백을 담은 글이라고 할 수 있다. 말이나 전언(傳言) 등으로 할 수 없는 솔직하고 진솔한 고백이 편지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글쓴이가 김유정의 편지를 읽고 눈물을 글썽이게 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4. <보기>를 고려할 때, ㉡에 담긴 김유정의 핵심 의도를 요약해서 설명하시오.
5. ㉡에 대해 글쓴이가 눈물을 글썽이는 이유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김유정의 처지에 대해 연민과 공감을 느꼈기 때문에
② 김유정의 문학 정신에 대해 깊은 감동을 느꼈기 때문에
③ 김유정에 관해 몰랐던 내밀한 진실을 알 수 있었기 때문에
④ 김유정에 비해 초라한 자신의 상황이 고통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에
⑤ 김유정이 추구하는 문학 세계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에
6. ㉢,㉣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 | ㉣ | |
① |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 | 돈을 마련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함. |
② | 문학 창작에 괴로움을 느끼고 있음. | 문학적 열정을 불어넣어 줄 방안을 제시함. |
③ | 일가친척의 멸문에 괴로움을 느끼고 있음. | 일가친척의 어려움을 이겨낼 방법을 제시함. |
④ | 인생의 무상함에 괴로워하고 있음. | 인생의 회한을 달관할 의지를 보여줌. |
⑤ | 친구와의 우정에 금이 가기 시작했음. | 친구에게 너그러운 용서를 구하고자 함. |
7. <보기>를 고려해 글쓴이가 [A]를 통해 염원하는 삶과 세계에 대한 인식이 무엇인지 그 내용을 쓰시오.
<보기> 이처럼 우리는 문학 작품을 통해 삶과 세계에 대해 인식을 새롭게 하고, 나아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더 현명하고 가치 있는 삶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우리는 문학 작품을 통해 새롭게 깨우친 삶과 세계에 대한 인식이 자신의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끊임없이 묻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
8. <보기>에서 ㉤과 유사한 기능을 나타내는 시어를 찾는다면?
<보기> 여명의 종이 울린다. / ㉠새벽별이 반짝이고 사람들이 같이 산다
㉡닭이 운다 개가 짖는다 / 오는 사람이 있고 가는 사람이 있다
오는 사람이 내게서 오고 / 가는 사람이 내게서 간다
아픔에 ㉢하늘이 무너졌다 / 깨진 하늘이 아물 때에도
가슴에 뼈가 서지 못해서 / 푸른 빛은 ㉣장마에
넘쳐 흐르는 흐린 강물 위에 떠서 황야에 갔다.
나는 무너지는 둑에 혼자 섰다 / 기슭에는 ㉤채송화가 무더기로 피어서
생의 감각을 흔들어 주었다 -김광섭, ‘생의 감각’
① ㉠ ② ㉡ ③ ㉢ ④ ㉣ ⑤ ㉤
* <보기>를 참고하여 9번과 10번 두 물음에 답하시오.
9. <보기>를 참고하여 위 작품을 이해할 때, 가장 적절한 것은?
<보기> 소설가 최인호의 연재소설 ‘가족’이 월간 “샘터”에 처음 실린 것은 1975년 9월호였다. 당시 샘터사 대표였던 김재순 씨는 “샘터가 없어지거나 당신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연재하시오.”라고 제의했고, 최 씨는 “삶이 다하는 날까지 쓰겠다.”라고 답했다 한다. 작가 스스로를 철부지 남편이자 아빠로 그리며 시작한 ‘가족’은 보통 사람들의 가정과 이웃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일기 쓰듯 진솔하게 묘사해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최인호 작가의 마감 글은 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느닷없이 찾아온 침샘암으로 불가피하게 연재를 마치게 됐기 때문이다. 그는 소설가 김유정이 죽기 열흘 전에 쓴 편지를 인용하며 “펑펑 울었다.”라고 술회했다.
① 평범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소외된 현대인의 일상사를 그리고 있다.
② 문학 작품을 창작하기 위한 왕성한 노력과 열정의 태도를 전달하고 있다.
③ 자신의 가족의 삶을 통해 우리 민족의 시대적, 역사적 비극상을 전달하고 있다.
④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그리는 것을 통해 인생에 대한 깨달음과 인식을 전달하고 있다.
⑤ 보통 사람들이 문학 작품을 대하는 과정을 통해 인생을 달관하는 자세에 대해 전달하고 있다.
10. <보기>와 관련하여 ㉥의 문장 부호 사용을 통해 강조하고자 하는 내용을 서술하시오.
[정답] 1①-이 글은 김유정의 편지, 릴케의 ‘그대는 불쌍한 가난뱅이’라는 시를 인용해 글쓴이 자신의 상황과 인식을 전달하고 있다.
2①-<보기>는 이 글이 소설이나 수필로 읽힐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 글을 ⓐ로 보았을 때는 ‘나’가 김유정의 생가를 찾아 나타난 사건을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는 점 때문이고, ⓑ로 보았을 때는 김유정의 생가를 다녀 온 글쓴이의 체험을 바탕으로 전개한 점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3④-㉠은 젊은 시절 자신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던 김유정의 편지가 그 생가에 고스란히 보관되어 있다는 점에 매우 놀라고 반가운 마음을 문장 부호를 연이어 붙이는 형식으로 나타낸 것이다.
4. 책을 번역하여 보내주면 돈을 융통해 주기를 바란다.
5①-글쓴이는 김유정이 친구 안회남에게 보낸 편지를 읽고 병마에 걸린 자신의 상황을 떠올리게 된다. ㉡은 글쓴이가 당시 안타까웠던 김유정의 처지에 대해 연민과 공감을 느끼게 하는 소재로, 이로 인해 글쓴이가 눈물을 글썽이게 된 것이다.
6①-김유정의 편지는 친구 안회남에게 번역 일 대신 돈을 융통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은 김유정이 생계유지에 곤란을 겪고 있었던 상황이며, ㉣은 김유정의 뜻대로 돈을 마련하는 방안을 기다린다는 의미이다.
7. 현재의 고통스러운 삶으로부터 벗어나 맹렬하게 문학 창작을 하던 과거의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다. -<보기>에서는 우리가 문학 작품을 통해 삶과 세계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고 가치 있는 삶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음을 언급하고 있다. 이로 미루어 볼 때 글쓴이는 [A], 즉 릴케의 시를 통해 현재의 고통스러운 처지에서 벗어나 가난하지만 열정적이었던 과거의 세계로 되돌아가고 싶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8⑤-㉤은 고통스러운 현재의 자신의 처지를 벗어나게 해 줄 수 있는 매개체의 역할을 하고 있다. 글쓴이는 김유정의 팔에 의지해서 광명, 즉 병마에서 헤어나 왕성한 문학 창작을 하고 싶은 것이다. <보기>는 김광섭의 ‘생의 감각’으로, 병마에 걸린 화자가 ‘채송화’를 보며 생의 감각을 되찾고자 한다는 데에서 ‘채송화’가 ㉤과 유사한 기능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9④-<보기>는 이 글과 관련된 상황을 전달하고 있는 이 글이 1975년부터 연재된 ‘가족’의 마감 글이라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침샘암에 걸린 글쓴이가 김유정의 편지를 보고 펑펑 울었음을 제시하고 있다. ‘가족’이 자신과 주변의 살아가는 모습을 진솔하게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이 글은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그리는 것을 통해 인생에 대한 깨달음과 인식을 전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10. 병마를 이겨 내고 새로운 삶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수샘♥국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