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중고등학교와 대학, 그리고 결혼하기 전 까지 살던 집은 마당이 상당히 넓은 2층집이었습니다.
2층집이라해서 지금의 2층집 처럼 성냥갑 모양이 아니라 1층 윗쪽의 한 구석에 방 하나와 작은 마루가 있는 좁은 공간이지만 대신 1층 윗쪽의 테라스가 넓어 평상도 가져다 두고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넓은 공간이었는데 제 여동생이 초등학교 입학하는 날 아버님께서 시집갈 때 오동나무 장을 만들어 주시겠다고 한 뼘 정도의 오동나무를 심으셨는데 얼마나 성장이 빠르던지 1층과 3m 정도 떨어진 곳에 심었음에도 4~5년 지나니 2층의 테라스를 다 덮어 왠만한 큰비에도 그 밑의 평상에 앉아 있어도 비를 맞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옛 생각에 아파트를 탈출하고 싶어도 집사람이 싫어하는지라 그냥 아파트에서 생활을 해 나가지만 사람이라는게 참 묘해서 처음 시집 왔을때부터 집에서 키우던 공작이나 금계, 메추리등에 관해서도 관심이 없고 긴 담장 밑에 널부러진 화목에도 통 관심이 없었으니 아마도 어렸을 때 부터 자라온 환경이 지배를 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지금의 아파트로 입주할 때 발코니의 폭이 3m60cm 라서 충분히 난을 배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좋아 했었지만 발코니에는 폭이 60cm되는 화단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내력벽과 같은 역할로 철거를 할 수 없게 된지라 부득이 하우스 난실로 가기로 하고 거실을 확장한 후 화단만 남겨 두게 되었고 거기에 화목을 키우기로 했는데 처음에는 흙을 채워 화단으로 조성하려 했으나 집사람이 벌레가 생긴다고 극구 반대하는 바람에 화분으로만 채우게 되었고 더군다나 창문은 3중창으로 하다보니 식물 성장에 필요한 자외선이 완전 차단되어 열리는 창문인 양갓쪽에 난대 2개를 놓고 살펴 볼 난들을 배양했었지만 채광 부족으로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죽어나가기 일쑤인지라 결국은 조금이라도 집에서 보면서 배양하려 했던 난들은 모두 난실로 옮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위 사진에서 처럼 창문이 열리는 곳에는 화초를 놔두고 배양을 하지만 중앙부분은 3중창으로 식물성장에 필요한 자외선이 투과하지 못해 화초가 자라는데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자외선으로 치자나 자스민, 동백 등을 놓고 키웠었는데 역시나 집사람에게 맡겼지만 애초부터 관심이 없었으니 제대로 자랄리가 없었고 그나마 양쪽에는 제가 배양하는 개나 소나 다 키운다는 "카랑코에" 몇 품종을 두고 꽃을 보고는 하지만 이마저도 집사람은 감각이 없어 이쁜것인지 아닌지조차 관심도 없어 하는데 이제와서 싸움박질 해가며 관심을 가져보라고 해보았자 되지도 않는 일이기에 금년도에는 제가 직접 관리하겠다고 마음먹고는 화단을 다 바꾸어 버렸습니다.
축~!축~! 늘어지는 식물들은 원래는 천장에 걸어야 하는데 그렇게 관리를 하지 않으니 바닥에 거미줄처럼 널부러져 있어 이 번에 전부 제거를 하고 화분 또한 분갈이를 하면서 건계분 등 비료질도 하고 하니 쌩쌩하게 잘 살아나서 그동안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꽃까지 개화를 합니다.
어떻게든 주부인 집사람이 관심을 갖기를 바랐지만 00책에 더 빠져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제가 마음먹고 손을 댈 수 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는데 역시나 식물은 정직해서 손을 댄 만큼 보상을 해 주는것 같습니다.
집사람이 아예 관심이 없으니 물주기부터 가지치기, 순치기 등등을 모두 제가 할 수 밖에 없지만 어렸을 때 부터 해왔던 일인지라 그리 어렵지 않고 오히려 과거 열심히 마당의 수목과 화초들을 키웠던 기억이 떠올라 재미있고 어차피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니 부담을 가질만한 일도 아니고 집사람이 괜스레 관수라도 한다치면 잘 자라는 것을 죽일수도 있는지라 아예 물 주는것 조차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제가 개나 소나 다 키운다고 했던 "카랑코에"라는 식물은 마다가스카르가 원산지인 다육이 품종으로 수근종입니다.
원래는 제가 키우던 것이 아니고 본가에서 어머니가 배양하시던 것인데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집을 정리하면서 제가 가져와 배양하고 있는 화초입니다.
꽃을 좋아하시는 어머니가 실버타운으로 옮기시고 나서도 제가 매년 개화를 시켜서 가져다 드리면 적어도 4~6개월은 꽃을 보실 수 있고 심지어는 겨울철에도 꽃을 볼 수 있는지라 몇 가지 다른 품종으로 준비를 해서 집에서 개화를 시켜 어머니께 가져가고 그곳에 있던 "카랑코에"를 집에서 다시 정양하여 꽃을 피워 바꿔 드리고...
처음에는 삽목을 통한 증식은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3년 전 부터는 동생들이 예쁘다 하여 삽목해서 꽃을 피워 배양의 주의사항과 함께 분에 잘 심어서 분양을 해 주고 있습니다.
제가 알고 있기로는 "카랑코에"는 겹꽃인 "칼란디바"를 제외하고도 20여가지 종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상당히 비싼 품종이었는데 지금은 대중화가 되어 삽목해서 꽃을 볼 수 있는 정도는 한 포트에 4~5천원 정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구입해서 분갈이를 하고 다육식물인지라 물주기는 1주일이나 열흘 정도에 한 번씩 배양토에 스며들 정도로만 한다면 특별히 죽일 일은 없고 꽃은 짧게는 3개월...길게는 6개월 이상 꽃을 볼 수 있어 좋습니다.
제게 분양 받아간 여동생이 1년을 배양하고 나서 꽃이 피지 않는다고 하는데 다육식물인지라 채광을 하지 않으면 꽃눈이 생성되지 않아 개화가 안되는지라 강한 여름철의 햇살이 아니라면 빛이 잘 드는 곳에 두고 배양하는것이 좋으며 겨울철에는 거실에만 둬도 월동을 잘 하는 식물입니다.
구태어 전 종류를 다 구입해서 기를 필요는 없지만 5가지 정도 마음에 드는 품종을 배양하면 다양하게 꽃으로 거실을 장식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열대 식물인지라 향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눈요기로 즐길 수 있으니 한 번 쯤 저렴하게 집에 들여 놓으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덧붙여...
"새로운생각(문수근)"님이 제 2의 인생을 수국과 함께 하겠다고 하셔서 저도 댓글을 달았습니다만...
제가 어렸을 때 담위에 올려져서 열심히 꽃을 피웠던 식물은 줄장미(덩쿨장미)였었고 옆집 담과 연해서 만들어진 2m정도 폭의 화단 마감석 위의 갓쪽에는 수국이 가득했었습니다.
목수국으로 겨울철에는 잎이 다 떨어지고 겨울을 나기 위해서 가마니를 덮어주고는 했었는데 지금은 다 자라도 50cm정도 되는 왜성종 수국이 네덜란드와 덴마크에서 많이 개발되어 거실에서도 키우며 꽃을 볼 수 있고 특히나 수국은 난과 같이 동면을 해야하는데 그 온도가 난실의 겨울철 유지 온도와 같은지라 난실에 두고 월동을 시킬 수 있어 애란인들이 배양하기에는 좋은 품종이 아닌가 합니다.
수국도 향이 없지만 최근에는 향수국이라 하여 은은한 향이 나는 품종들도 개발되었기에 집이나 난실에서 향을 맡으며 배양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마침 이 2품종이 모두 난꽃이 없을 때 개화를 하는지라 무료한 난실에서 나름의 활력제 역할을 하지 않을까 하여 회원님들도 배양하기를 권하며 참고삼을 수 있도록 글을 올려 봅니다~
첫댓글 색하나는 끝내주네요